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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깊고 넓어진 '한미 반 FTA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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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깊고 넓어진 '한미 반 FTA 연대'

시애틀 원정투쟁단 "충분한 성과" 자평

지난 6일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이 나흘 만인 9일 끝났다. 이번 협상 기간 동안 미국 현지에서 협상의 중단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여 온 '한미 FTA 저지 원정투쟁단(단장 정광훈)' 및 이들과 함께 시위에 참여한 미국 현지 단체들도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하며 각자 돌아갈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원정투쟁단을 조직한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지난 6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1차 협상 때 원정시위단 활동을 통해 적잖은 성과를 거둔 데 이어 이번 3차 협상 기간에도 원정시위에서 애초에 설정했던 목표를 충분히 달성했다는 표정이다. 시애틀 원정투쟁단은 이날 지난 나흘 간의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앞으로 열릴 4차, 5차 협상 때도 한미 FTA 협상을 중단시키기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간다는 결의를 다졌다.

간단치 않았던 원정시위 준비

시애틀에 파견할 이번 원정투쟁단을 꾸리던 일주일 전에만 해도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한미 양국 정부는 한미 FTA 협상 타결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는 반면, 이를 중단시키기 위한 시민사회의 활동은 침체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7월에 서울에서 열린 2차 협상 때까지만 해도 한미 FTA의 문제점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우려와 관심이 부쩍 커지면서 반(反) FTA 시위도 가열되는 분위기였지만, 8월 휴가철을 거치면서 국민들의 관심도 분산되고 반 FTA 진영의 조직력도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한미 FTA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 저하를 반전시킬 묘안도 떠오르지 않았다.

3차 협상에 대비한 원정시위 준비 자체도 한계에 봉착한 양상이었다. 범국본 산하단체들은 2차 협상이 마무리될 당시만 해도 3차 협상 때 1000여 명 규모의 원정투쟁단을 보내자는 말을 했지만, 이런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이번 3차 협상 원정투쟁단은 1차 협상 원정투쟁단보다 조금만 더 늘어난 60여 명 정도로 꾸려졌다.

범국본의 한 관계자는 "1차 원정투쟁 때와 달리 이번에는 미국 비자 발급은 문제가 없었지만 투쟁자금 확보가 쉽지 않았다"고 말해, 경비조달의 어려움이 이번 원정투쟁단 규모가 예상보다 작아진 중요한 이유였음을 시사했다. 항공료와 숙박료만 해도 수백만 원이나 되는 비용을 개개인이 조달하기란 간단치 않았던 것이다.
▲ 한미 FTA 3차 협상 개시일인 지난 6일 원정투쟁단과 미국 시민단체 회원 등 1000여 명이 시애틀 거리에서 한미 FTA 저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프레시안

보다 깊고 넓어진 미국 진보단체와의 연대

미국 현지의 노동·시민단체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범국본 측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지난 6월 1차 협상 원정시위 때 범국본 원정투쟁단과 교감한 바 있는 미국의 반전운동 단체인 앤서(ANSWER)와 미국의 대표적인 노조 조직인 미국노총산별회의(AFL-CIO) 등이 이번 범국본의 원정시위에 큰 관심을 보이며 적극 동참해주었다.

특히 3차 협상 개막일이었던 지난 6일에 열린 원정투쟁단의 첫 번째 시애틀 거리집회 때 AFL-CIO가 1000여 명의 조합원들을 동참시킴으로써 원정투쟁단이 크게 고무됐다. 그 이틀 전인 4일은 미국 노동절이었고 노동절을 전후한 1주일 간은 미국 노동자들에게 연중 최대의 휴가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천여 명의 미국 노동자들이 참여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는 게 현지 노동계의 자평이었다.

▲ 모하이 센터 진입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혀 끌려가는 원정투쟁단 단원. ⓒ 프레시안

비폭력 시민불복종 행동

원정투쟁단에 대한 미국 현지 단체들의 호응이 단지 집회 참여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공동성명 발표나 집회 참여 등은 어찌 보면 '손쉬운 일'일 수 있다. 그런데 미국 현지 단체들은 법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불복종 직접행동'에도 망설이지 않고 동참했다.

협상 마지막날인 9일 원정투쟁단 단원 9명과 앤서, AFL-CIO 등 미국 현지 단체 회원 6명은 한미 FTA 협상 장소인 '모하이 센터' 진입을 시도하다가 현지 경찰에 전원 연행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은 이날 자신들의 행위를 "비폭력 시민 불복종 직접행동"이라고 불렀다.

정당하지 못한 법률을 평화적으로 위반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비폭력 시민 불복종 직접행동'은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법적 처벌이 엄격한 미국 사회에서는 그리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협상장 진입 시위'에 미국 단체 회원들이 소수나마 참여한 것은 이례적인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에 대해 AFL-CIO 워싱턴 주 지부장인 로비 스턴 씨는 "못 가진 자들과 소외된 자들의 역사적인 투쟁방식으로써 한미 양국의 노동자, 농민이 얼마나 절절하게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미국사회와 한국사회에 전달하고 싶었다"며 '비폭력 시민 불복종 직접행동'에 동참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인들의 감동 이끌어낸 '삼보일배' 시위

이번 원정투쟁단은 8일 삼보일배 시위를 통해 미국사회에 '조용한 울림'을 주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익숙해졌지만 미국인들에게는 생소한 '삼보일배' 시위는 미국 시민들에게 감동을 준 게 분명하다.

원정투쟁단의 삼보일배 시위를 지켜보던 한 시애틀 시민은 "너무나 아름다운 시위"라고 말했고, 현지 경찰관마저 "경찰 생활 13년 만에 이런 시위는 처음 본다"며 "평화로우면서도 엄숙하다"며 감탄했다.
▲ 미국사회에 감동을 불러일으킨 원정투쟁단의 삼보일배 시위. ⓒ 프레시안

게다가 지난 6월의 워싱턴 원정시위 때는 냉담했던 미국 현지 언론들도 삼보일배 시위 등 이번 시애틀 원정시위에 대해서는 깊은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취재에 나섰다. 원정투쟁단의 한 관계자는 "삼보일배 시위의 진정성이 미국인들에게도 울림을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4차 협상' 주목

한미 정부 간 3차 협상은 주로 힘겨루기에 치중되면서 이렇다 할 결과 없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범국본 등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한미 양국의 시민단체들의 관심은 다음달 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4차 협상을 다시 주목하고 있다.

특히 올해 안으로 한미 FTA 협상을 끝내려고 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고려할 때 4차 협상 때는 본격적인 주고받기식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배경에서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4차 협상 때 한미 FTA 반대 여론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범국본의 한 관계자는 "한미 FTA 협상 중단에 대한 공감대가 한미 양국에서 확산되고 있지만, 실제 협상을 중단시키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 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앞으로 4차, 5차 협상 때는 보다 직접적이고 강력한 행동으로 협상을 중단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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