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민주노총, 임원 직선제가 정답인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민주노총, 임원 직선제가 정답인가?"

[긴급기고]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 부쳐

민주노총이 오는 25일 대의원대회에서 차기 임원 선거에 직선제를 도입할지의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민주노총 내의 각 의견그룹들은 공식적으로는 총연맹 임원을 직선제로 선출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인지 대의원대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23일 현재 임원 직선제 선출 방안은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민주노총 안팎의 분위기라고 한다.
  
  민주노총이 임원 직선제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조직 내부 민주주의를 강화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노동운동을 혁신하자는 데 있다고 믿는다. 노동운동의 내부자든, 외부자든 조직 내부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노동운동을 혁신하자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부 민주주의 구현과 노동운동의 혁신을 위한 방법이 반드시 '직선제'밖에 없는지는 의문이다. 나아가 '직선제'가 가장 적절한 해답인지, 아니면 '직선제' 도입으로 더욱 더 노동운동이 진흙탕에 빠지지나 않을지도 의문이다. 과연 직선제가 '대안'이 될 수 있느냐는 얘기다.
  
  '내부 민주주의'와 '노동운동의 혁신' 위한 것이라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총연맹의 임원 직선제 선출안은 지난 2~3월 치러진 민주노총 임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 진영에 의해 제기됐다.
  
  당시 임원 직선제를 제안한 측은 "민주노총이 80만 조합원의 의사를 대변하지 못하는 내부 지배구조를 갖고 있고, 그 결과 소수 상층 간부들의 '관료주의'와 '패권주의'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총연맹의 임원 직선제 도입'을 요구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민주노총 내의 다른 의견그룹들도 '즉각 실시'나 '검토 후 실시', '차기 임원 선거부터 적용' 등 직선제의 구체적인 실현 방법에 대해서만 이견을 보였을 뿐 원칙적으로는 '직선제 도입' 자체에는 공감을 표시했다.
  
  이렇게 시작된 총연맹 임원의 직선제 선출 논의는 그 이후 급물살을 탔다. 처음 제안됐을 때만 해도 선거 때마다 반짝 출현했다 금세 사라졌던 수많은 정책이나 공약, 약속과 같은 운명에 처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제는 대의원대회의 공식 안건으로 채택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과연 직선제가 정답인가?
  
  우선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를 이끌어 온 노동조합 운동에서 조직 내부의 민주주의가 핵심 의제로 제기되고 토론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1995년 민주노총 건설의 뿌리가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탄생한 '민주노조'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나는 임원 직선제 도입 요구나 논의가 "노동조합 민주주의는 임원 선출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화'에 기초해 있다고 본다. 또한 '직선제'를 노동운동의 관료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판단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나아가 '직선제' 도입으로 인해 더 큰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임원 직선제는 중앙조직(National Center)의 조직 구성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민주노총은 단위노조나 조합원의 결사체가 아닌 '연맹의 결사체'라는 조직구조를 갖고 있다. 직선제를 도입하게 되면 조직의 구성원은 연맹인데, 위원장 선출은 조합원이 하는 이중 시스템을 갖게 된다. 이같은 시스템의 혼선은 각종 의사결정에도 혼란을 빚게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어느 나라 중앙조직도 임원 선출을 조합원 직선제로 실시하는 사례는 없다.
  
  노동운동이 현실주의에 매몰될 수도
  
  둘째, 임원 직선제가 도입되면 중앙조직인 총연맹의 역할이 혼란스러워질 위험성이 크다. 총연맹은 연맹 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운동이념을 정립하고 정책참가와 정치활동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직선제가 도입되면 현장의 이해관계, 특히 주요 대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총연맹 사업이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지도력이 상실되거나 현실주의에 노동운동이 매몰될 수 있다. 임원 직선제의 도입을 강조하는 인사들은 민주노총의 대의원 구조가 '정규직'과 '대기업'의 이해만을 대변하기 때문에 비정규직 및 여성, 중소사업장에 대한 할당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직선제는 '1인 1표'라는 기준 이외에 다른 어떤 여과 장치를 도입할 수 없다. 이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선거로 시작해서 선거로 끝나는 노동운동?
  
  셋째, 총연맹 임원 직선제는 '선거로 시작해서 선거로 끝나는' 노동운동으로 귀결될 수 있다. 대의원 간선제로 임원을 선출하는 현행 제도도 선거에 최소한 1~2개월의 시간을 쏟아 붇는다. 당선 지도부의 적응기간까지 포함하면 대략 선거에 투자되는 시간이 족히 3개월은 넘는 게 현실이다.
  
  현행 제도 보다 훨씬 '품'이 많이 드는 임원 직선제가 도입될 경우 이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노동운동에서의 선거는 단지 선거 자체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지만, 선거를 위해 노동운동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지 않는가?
  
  '조합원 직접 선출을 통한 현장 조합원의 의견수렴'이라는 장점과 함께 임원 직선제가 노조의 효율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느냐는 문제도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직선제의 폐혜, 볼만큼 보지 않았나?
  
  넷째, 현실 적용의 문제점이다. 현재 직선제 도입을 위한 민주노총의 준비상황을 보면 직선제 도입 이후 대혼란이 오는 것은 불 보듯 뻔해 보인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상호 조직 간 신뢰 없이 치러진 직선제가 어떤 파국을 초래할 것인지는 그동안 이미 숱하게 볼 수 있었다.
  
  한 예로 민주노총의 대전지역본부는 임원 직선제를 도입했다가 선거부정 의혹이 제기되면서 2년 째 정상적인 활동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충분한 선거관리 역량이 준비되지 않았을 때 선거 결과에 대한 '시비'는 언제나 일어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끝으로 직선제가 한번 도입되고 나면 총연맹의 중요 방침이 '대의원대회'가 아닌 현장조합원의 '총투표'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대의원대회는 형해화 되고 조합원의 대중적인 요구와 노동운동의 지향점을 통일시켜야 할 중앙조직의 사업은 방향타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다른 곳에…승자독식 구조를 바꿔야
  
  이런 점에서 임원 직선제 논의는 노조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보다 본질적인 영역에 초점을 맞춰보면 숙고해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노조 내부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승자독식의 선거구조'를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민주노총의 임원선거는 과거 권영길, 단병호(이상 현재 민주노동당 의원, 과거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했다) 등 대중적 명망가가 지도자로 선택되어 조직통합을 이루었던 단계에서 각 정파(의견그룹)들의 후보 간 경쟁구도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후보 간의 경쟁 양상이 선거 기간을 넘어 의견그룹들 간의 지속적인 대결구조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것이 '정파 간 발목잡기'라는 부정적 효과를 낳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 효과는 차이를 인정하고, 소수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재함으로써 더욱 확대되고 있다. 현재의 임원 선거 방식의 문제는 간선제 또는 직선제라는 선거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지지율과 관계없이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전부 아니면 전무'의 게임이라는 점에 있다.
  
  경쟁하는 두 후보 중 어느 편이든 51%만 차지하면 나머지 49%는 완전히 무시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을 걸고서, 필요하면 '원칙'을 훼손해서라도 '승자'가 되어야 하며, 다른 조직에 대해 비판과 대안 제시를 통해 경쟁하는 통합적 규칙이 아닌, 배제와 패권의 논리만 양산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노선과 방침 중심으로 진행되고 정파별 지지율이 반영되는 브라질 노총(CUT) 선거와 프랑스 사회당의 사례가 주는 함의는 크다고 할 것이다 '배제의 리더십'이 아닌 '통합의 리더십'을 제도화할 수 있는 시스템 변화를 고민할 시점이 됐다.
  
  '분위기'에 밀려 내려진 결정은 아닌가?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하면, 민주노총 집행부와 각 주요 의견그룹들이 얼마만큼 임원 직선제 도입을 위해 진지한 토론을 했는지 묻고 싶다. 혹시나 직선제를 반대하면 '반개혁적 세력'이라고 몰린다는 민주노총 안팎의 분위기에 밀려 내려진 결정은 아닌지 모르겠다.
  
  또한 그럴 리는 없지만 각 의견그룹 별로 내년 초에 치러질 선거를 앞두고 직선제가 더 유리할 것이라는 근시안적인 이해관계에 집착한 나머지 진지한 논의가 아니라 정치적 선동을 선택한 것은 아닌지 곱씹어볼 일이다.
  
  사실 앞서 열거한 직선제가 몰고 올 수 있는 문제점들은 직선제 도입에 앞서 기본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들이다. 더구나 직선제 도입과 관련해 처음 제기되는 문제도 아니다. 민주노총 집행부나 각 의견그룹이 '직선제'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직선제 도입으로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어떤 답을 갖고 있는지 분명히 내놓아야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