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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자신 없기에 반대 의사표현을 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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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자신 없기에 반대 의사표현을 막나"

경찰의 신라호텔 주변 '원천봉쇄' 이틀째 계속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와 참여연대가 공동으로 기획한 '한미 FTA 항의 1인시위'가 10일 경찰의 '원천봉쇄'로 무산된 데 이어 11일에도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날 1인시위자로 나섰던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변영주 영화감독은 경찰에 가로막혀 1인시위 예정지인 신라호텔 영빈관 앞에 가지도 못한 채 동대입구 지하철역 앞에서 시위를 벌여야 했다.

같은 시간에 장충체육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던 '한미 FTA 환경대책위원회' 회원 20여 명도 경찰의 봉쇄로 체육관 건너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찰이 진을 치고 있는 동대입구역

11일 경찰은 신라호텔로 가는 가장 빠른 길목인 동대입구역 5번 출구를 차단한 채 1인시위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출입도 금지했다. 이 때문에 출근하던 신라호텔 직원도, 호텔에서 점심약속이 있던 시민도 5번 출구를 이용하지 못한 채 먼 길로 돌아 들어가야 했다. 일부 시민들은 항의를 했으나 현장에 있던 경찰 그 누구도 통제의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 지하철 동대입구역 입구를 봉쇄한 경찰은 1인시위자를 비롯한 기자와 일반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 프레시안

취재기자들도 '허가증'이 없으면 5번 출구를 이용할 수 없다는 경찰의 통보에 "지금 경찰은 직권남용, 업무집행 방해, 경찰직무집행법 위반 등으로 형사고발을 당할 수 있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김기식 사무처장은 "기본적으로 법원판결에 의해서도 경찰은 임의적으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경찰의 행위는 명백히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1인시위의 보조자 역할을 담당하던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이미 청와대 앞 1인시위가 문제가 됐을 때 승소한 판례가 있다"며 "경찰이 합법적인 1인시위자 및 그의 보조자를 부당하게 가로막거나 강제로 연행할 경우 경찰직무집행법 위반으로 500만 원의 국가배상 소송을 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항의가 빗발치자 결국 경찰은 5번 출구를 이용하려는 시민들의 신분증을 일일이 검사하면서 자의적 판단에 따라 1인시위자 및 일부 취재기자들의 통행을 허용했다.

"협상에 얼마나 자신 없으면 이렇게 '오버'하는가?"

그러나 1인시위자들은 출구 앞에서 두 번째 진을 친 경찰에 가로막혀 예정 장소였던 신라호텔 영빈관 앞에 가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1인시위를 진행해야 했다.

김기식 사무처장은 "어제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FTA 국내대응팀을 만들어 비판적인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하고서 오늘도 1인시위, 기자회견과 같은 표현의 자유를 방해하고 있다"고 말하고 "물리적 봉쇄와 진압을 하면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은 기만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김 사무처장은 "1차 협상 당시 미국 경찰은 합법적이고 평화롭게 진행되는 한국의 시위대를 봉쇄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한국 땅에서 한국 국민의 의사표현을 묵살하는 것이야말로 현재 한미 FTA가 비민주적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1인시위 예정지로 향하는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경찰이 막고 있다(왼쪽). 장충체육관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변영주 영화감독(오른쪽). ⓒ 프레시안

변영주 감독은 "경찰의 행위를 보면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 한미 FTA에 얼마나 자신이 없는지 짐작된다"고 말하고 "정부가 이렇게 '오버'하는 행태에 이제 화도 나지 않는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변 감독은 "스크린쿼터가 축소되고 영화 제작 편수가 줄어들 때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배우가 아닌 영화계 노동자들"이라며 "정부는 왜 이것을 배우들의 한낱 밥그릇싸움으로 치사하게 몰아가는가"라고 반문했다.

변 감독은 이어 "얼마 전 모 방송국의 FTA관련 프로그램이 방영됐을 때 내가 놀란 것은 '방송을 보고 놀라는 사람들'이었다"며 "한마디로 그 동안 국민들에게 한미 FTA의 실상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이틀째 이어진 경찰의 위법적인 공권력 행사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의약단체도 "한미 FTA 반대"에 한목소리
▲ 환경단체의 한 회원이 평화적인 집회와 시위를 보장하라는 뜻으로 경찰에게 장미꽃을 건네고 있다. ⓒ 프레시안

한편 같은 시간에 당초 예정지와 다른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환경 및 의약 단체들도 '평화적인 집회 및 1인시위를 보장하고 한미 FTA 협상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운동연합의 임지애 국장은 "지금 1인시위를 벌이기 위해 도착한 참여연대의 김기식 사무총장과 영화인 변영주 감독이 경찰의 불법적인 제지로 인해 지하철역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평화적인 집회와 시위를 보장하라는 의미에서 주변의 경찰들에게 장미꽃을 선사하자"고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임 국장의 제안으로 시민단체 회원들이 장미꽃을 들고 나서자 경찰 30여 명은 순간적으로 이들을 막아섰고 잠시 동안 긴장감이 흘렀다. 하지만 시민단체 회원들이 밝은 표정으로 장미꽃을 건네자 경찰들은 머쓱한 표정으로 이를 받아들었다.
▲ 환경단체 회원들이 "국민 건강권 침해하는 한미 FTA 반대한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프레시안

녹색연합의 최승국 사무처장은 "한미 FTA가 체결되면 수입산 먹거리에 대한 위생검역조치가 완화돼 중금속에 오염됐거나 유전자가 조작된 식품들이 대거 우리나라에 수입될 것"이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의 변진옥 정책위원은 "한미 FTA가 체결된다면 약값과 의료비가 천정부지로 올라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그보다도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의 의약정책을 미국의 거대 제약회사들이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한미 FTA 저지 범국본'을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단체 회원 2000여 명은 이날 저녁 동국대학교에서 '한미 FTA 저지 총궐기 투쟁 전야제'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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