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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촛불 대회…"원세훈·김용판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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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촛불 대회…"원세훈·김용판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현장] 광장 뒤덮은 촛불…서울광장으로도 모자랐다

"떳떳한 사람은 피하지 않는다."

10일 저녁 서울광장 촛불 집회에서 만난 고등학교 3학년 김은지(가명·19) 씨는 이렇게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국정원 국정 조사가 재개됐지만,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에 대한 국정원 국정 조사 증인 채택이 불발됐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출석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을 두고 한 쓴소리다.

김 씨는 "복잡한 정치 논리는 이해 못 하겠다. 잘못한 게 있으면 벌을 받으면 되고, 잘못한 게 없으면 당당히 (청문회에) 나오면 된다"며 "나라의 수장(박근혜 대통령)이 뒤로 숨는 건 치사하다"고 말했다. 한 10대의 눈에 비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은 이랬다.

한 중학교 역사 교사 역시 비슷한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정치권이 청소년 역사 인식 고양을 위해 역사 교육을 의무로 하자면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은 역사에 남기지 않으려는 행태가 코미디"라며 "이번 사건은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 교과서에도 담아야 한다. 한국 민주주의 질곡의 역사를 후대가 모두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최 측 추산 서울 5만, 전국 10만…서울광장으로도 모자랐다

▲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 개입 규탄 6차 범국민대회엔 5만여 명이 참석해 "원세훈·김용판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는 손피켓을 들었다. 지난 6월 촛불집회가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인파다. ⓒ프레시안(최형락)

284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시국회의'가 이날 주최한 6차 범국민 촛불 대회에는 서울서만 주최 측 추산 5만여 명이 참석해 "원세훈·김용판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는 손피켓을 들었다. 서울광장을 뒤덮고도 남을 인파가 몰려, 참가자 상당수는 광장 건너 덕수궁 근처에서 촛불을 들었다.

서울 외에도 부산, 대전, 대구, 울산, 광주, 청주 등 전국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촛불 집회가 10일과 9일 양일 중에 열렸다. 주최 측은 이날 전국 합산 10만 명(경찰 추산 1만6500명)이 촛불 집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워싱턴, 보스턴, 호주 시드니에서도 지난 한 주 사이 한인들이 거리 행진을 벌였고, 일본 도쿄와 나고야, 오사카에서도 11일 촛불 집회가 예정돼 있다고 알렸다. 오는 23일에는 국제 공동 행동도 열릴 예정이다.

민주당 "쫄지 마라…진상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하자는 것"

ⓒ프레시안(최형락)

이날 오후 5시 반께 서울광장에서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촉구를 위한 2차 국민 보고 대회'를 별도로 연 민주당은 7시 반께 이어진 범국민대회에도 참석했다. 이외에도 통합진보당, 정의당, 민주노총, 환경운동연합, 언론노조가 참석해 국정원의 국내 정치 공작 활동에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 민주당 국회의원 115명이 함께하고 있다"며 "유린된 민주주의를 회생시키고 짓밟힌 촛불을 사수하기 위해 광장에 모인 깨어 있는 시민들 덕에 국정원 국정 조사를 관철시킬 수 있었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시민과 함께 (촛불 집회에) 참석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한다"며 "선거 결과를 바꾸자는 것이 아니니 (새누리당은) 너무 쫄지 마십시요.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국정원을 개혁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재발 방지 약속과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은 '종북 의심을 받는 세력과 손을 잡으면 위험하다'며 다시 모략을 시작했다"며 "저들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사람들을 경상도와 전라도로 가르고, 노동자와 통일을 외치는 사람들을 종북으로 모는 분열 전략을 수십 년간 써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 분열 공작에 또 당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 이 촛불의 바다에는 어떤 금도 그어져 있지 않다. 어떤 분열 공작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확실히 하자"고 당부했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시민의 자유로운 투표를 왜곡하는 것은 중대한 범죄 행위"라며 "그러나 국정원 댓글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이명박 정부는 그들이 저지른 과오와 범죄가 다음 정권에서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라며 "국정원은 그 누구도 아닌 박근혜 후보를 도왔기 때문이며, 국정원이란 권력 기관의 책임자는 그 누구도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기 때문이다"라고 외쳤다.

"여러분, 폭도와 함께해서 두려우십니까"

ⓒ프레시안(최형락)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은 "나는 폭도다. 세상을 향해 희망을 얘기하는 철탑 위에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분노를 폭도로 모는 세상에서 나는 폭도들의 우두머리일 뿐이다"라며 "오늘 폭도와 행동하는 양심인 여러분이 만났다. 여러분, 폭도와 함께해서 두려우십니까"라고 물었다. 시민들은 "아니요"라고 외치며 촛불을 들어 응답했다.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총장은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폭로한 '원장님 지시 강조 말씀' 중 4대강 관련 대목 일부를 읊으며 "우리 단체는 오로지 강을 지키고 위험한 원전을 방해하는 활동을 했을 뿐인데, 국정원 사찰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염 사무총장은 "국정원 정치 개입은 정치인 사찰과 선거 개입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며 "국정원이 해야 할 조사나 동향 파악 수준을 넘는 공작이 이루어졌다. 국정원은 정권의 개가 돼서, 그들의 재집권을 위해 잘못된 사업에 대한 여론을 조작하는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집회는 영화 <레미제라블>에 삽입된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Do you hear the people sing)'를 개사한 '촛불의 노래'로 시작됐다. 마지막은 '민' '주' '주' '의'가 적힌 대형 현수막 4개를 참석자 머리 위로 펼쳐 완성하는 퍼포먼스가 장식했다.

이날 집회는 오후 9시 30분 무렵 마무리됐다. 오는 14일엔 서울광장에서 7차 범국민 촛불 대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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