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허파, 아마존이 불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지구의 허파 아마존은 왜 이리 불타고 있을까?
8개월 동안 화재 8만7000건 넘어
다양한 이견이 있지만 아마존은 세계 산소의 20퍼센트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고 427종의 포유류, 1300종의 조류, 378종의 파충류, 400종 이상의 양서류가 서식하는 등 지구 생물다양성의 10퍼센트를 차지하는 곳이다. 어디 이뿐인가? 기후변화를 저감시키고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아마존은 100만 원주민의 삶의 근거지로 인류의 다양한 생활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생활·문화다양성의 보고이기도 하다.
아마존의 화재는 왜 발생할까? 아마존환경연구소(Amazon Environmental Research Institute)에 의하면 최근 증가하는 아마존의 화재는 건조한 기후 때문이 아니라 고의적인 화재다. 기업농들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 나무를 베고 숲을 태운 후 화마가 지난 자리에 소 목장을 위한 대규모 초원지대와 콩밭을 만들기 때문이다. 파괴된 아마존 숲의 80퍼센트는 소 농장으로 변했고 아일랜드 국토 크기의 콩 농장이 자리하고 있다.
브라질항공연구소(National Space Research Institute)에 의하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8개월 동안 발생한 브라질 아마존 화재는 8만7000건 이상. 2018년 같은 기간 4만9000건과 비교하면 76퍼센트 증가했으며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화재 건수이다. 올해 7월 1일부터 15일까지 브라질 아마존 열대림 1000제곱킬로미터 이상의 토지가 정리되었는데 이는 2018년 7월 같은 기간보다 68퍼센트 증가한 수치다.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브라질항공연구소의 발표 수치가 거짓이라며 연구원장을 고소했다. 하지만 2019년에 유독 아마존 화재가 많은 이유는 2019년 1월 취임한 극우파 보우소나루 정권과 무관하지 않다.
아마존 화재 부추기는 브라질 정부
사실 지난 10년 동안 브라질 연방정부는 벌금제도를 비롯해 열대림 파괴를 막기 위한 각종 조치를 취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취임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런 벌금제도를 비판하며 목재 압수, 환경범죄에 대한 유죄 확정 등 아마존 열대림에 대한 관리감독을 현저히 줄였다. 환경관리 프로그램 예산을 줄였고, 이에 따라 기후변화에 대한 국가 정책 예산은 95퍼센트나 줄어들었다. 또한 브라질 환경부 산하의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치코 멘더스 기구'(Chico Mendes Institute for Biodiversity Conservation, ICMBio)의 연방 보호 예산은 4500만 달러 이상 삭감되었다. 브라질 국가 환경 규제위원회(CONAMA)와 같은 환경 정책의 감독 및 계획을 위한 중요한 협의회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고, 브라질 환경 및 자연 자원연구소(Ibama)에 대한 정부의 빈번한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러한 조치들이 아마존 화재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종종 소수의 원주민들이 브라질 국토의 14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은 과하다고 이야기한다. 이에 질세라 장관들 또한 아마존 개발의 정당성을 설파하기에 여념이 없다. 에네스토 아라우조 브라질 외교부 장관과 리카드로 살레 브라질 환경부 장관은 각각 "아마존 개발이 숲을 보호하는 가장 유일한 길", "브라질의 가난이 환경파괴를 가속화시키고 있어서 아마존개발이 결국엔 산림파괴를 중단시킬 것"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
브라질 정부의 이러한 아마존 정책 뒤에는 국제기업농, 대규모 마트 회사, 투자사들이 존재하고 있다. 카길(Cargill), JBS, 마프리그(Mafrig) 등 국제농산물회사들이 아마존에서 농산품을 생산하고 이들이 생산한 농산품은 레크러(Leclerc), 스톱숍(Stop Shop), 월마트(Walmart), 코스트코(Costco) 등 대형마트 상품진열대에 전시된다. 이들 국제기업농 뒤에는 블랙락(BlackRock), 제이피모건체이스(JP Morgan Chase), 샌탠더(Santander), BNP 파리바스(BNP Paribas), HSBC 등의 거대 투자사들이 있다.
"아마존은 전 지구적인 문제"
아마존 산불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8월 프랑스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서도 아마존 산불 대처 문제를 주요 현안 중의 하나로 논의했다. 그 결과 아마존 산불 진압을 위해 22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독일 메르켈 총리는 "아마존은 물론 브라질의 영토지만, 아마존의 열대 우림은 전 지구적인 문제"라며 "지구 전체의 허파가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는 공동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4만4000명의 브라질 군인을 투입하고 칠레정부로부터 지원받은 4대의 소방용 비행기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아마존 화재로 인해 국내외의 비판을 의식한 그는 법적으로 허용된 아마존 토지 정리행위를 60일간 금지시켰다. 그러나 이것이 정부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하진 않는다.
9월 13일 브라질과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발표된 1억 달러 규모의 아마존개발계획을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이에 9월 유엔총회 브라질 대표단에 칼라팔로(Kalapalo)부족 원주민 여성을 포함시켜 아마존 원주민과의 호의적인 관계임을 전 세계에 과시하려던 브라질 정부의 움직임은 칼라팔로 부족장은 물론 싱구(Xingu)지역 원주민연대체 등에 의해 거부당했다.
화마로 인한 아마존의 미래, 우리에게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숲이 잘려 나갈수록 지역 강우량은 더 적어져서 아마존 숲은 습기를 함유하기 어렵다. 이는 아마존 숲을 가뭄과 화재에 더 취약하게 만들고 이 현상이 지속되면 열대림이 사바나로 변할 수 있다.
아마존 숲의 80퍼센트는 여전히 열대림이다. 불타고 남은 열대림을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영국 옥스퍼드대 야드빈더 말히 교수는 "아마존 열대림의 40퍼센트가 사라지면 아마존 전체 기후가 달라진다"며 "산림파괴가 매우 급속도로 진행되면 50~60년 후에는 아마존 숲의 40퍼센트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마존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에겐 정말 중요하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행동으로 아마존을 화마에서 지킬 수 있을까. 첫째, 아마존을 살리자는 시민의 슬로건과 행동이 여전히 중요하다. 브라질 정부가 내부보다 국제사회의 압력에 훨씬 민감하기 때문이다. 둘째, 아마존에서 생산되는 콩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아마존에서 생산된 콩은 대부분 유럽으로 수출된다. 브라질 환경운동가들은 유럽인들의 아마존산 콩 불매운동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세 번째는 우리의 각종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육식 섭취를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1회용 플라스틱을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고, 사용하되 분리수거를 잘해 재활용율을 높이는 것이 지구의 허파 아마존을 살리는 길이다.
우리가 아마존을 지켜야 할 이유
2013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니나와 후니쿠이 부족장은 "정부가 원주민구역을 기업에 팔았다는 사실은 모르는 원주민들이 숲에 들어가다 무단침입으로 사설 경비원 총에 맞아 죽는다"며 아마존 숲을 지키는 길은 원주민의 생명을 지키는 길임을 강조한 바 있다. 현재 원주민들은 자체 경비를 돌며 자기지역을 감시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동물보호(World Animal Protection)단체는 아마존화재지역이 광대하고 브라질의 정치 상황으로 인해 야생동물 피해 숫자를 파악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보고한 바 있다.
캐나다 시인 로버트 브링허스트는 "야생이란 길들지 않은 복잡 미묘한 세계, 즉 우리가 원하는 대로 우리를 위해 매매하고, 관리하고, 낭비하기 위한 자원이 아니라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그 자체"라고 했다.
우리에게 아마존은 100만 원주민과 야생동물이 그들의 삶을 위해 사는 곳이어야 한다. 그들이 사는 공간이 지구상에 없어서는 안 될 산소를 배출하고 탄소를 흡수하는데 우리가 그곳을 지키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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