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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南에 경고용 미사일? 경고는 北이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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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세현 "南에 경고용 미사일? 경고는 北이 받아야"

[정세현의 정세토크] 북미 실무협상, 북한이 양보할 타이밍

북한이 25일에 이어 31일 또다시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26일 <조선중앙통신>은 탄도 미사일 발사에 대해 "남조선(남한) 지역에 첨단 공격형무기들을 반입하고 군사연습을 강행하려고 열을 올리고 있는 남조선 군부 호전세력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남조선 당국자'에게 "아무리 비위가 거슬려도 남조선 당국자는 오늘의 평양발 경고를 무시해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6월 30일 판문점 남북미 3자 정상 회동과 북미 정상회담이 문 대통령 아니면 성사될 수 없었다"라며 "그런데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남한에 경고를 한다는 둥, '남조선 당국자'에게 비위에 거슬리더라도 자신들의 말을 무시하지 말라는 둥 이런말을 하면 북한에 좋을 게 없다"고 일갈했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이러한 언행이 미국에 끌려다니기만 하는 남한 태도를 바꾸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그나마 한국 정부가 그동안 미국과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목소리를 맞춰왔기 때문에 지난 6월 30일의 판문점 회동이 성사될 수 있었고 실무협상 약속까지 할 수 있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 관계가 9.19 평양 공동선언과 남북 군사분야 합의에 다소 장애가 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북한도 이 정도는 이해해줘야 한다. 북한이 공개적으로 남한에 경고를 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과도한 액션"이라고 꼬집었다.

6월 30일 판문점 회동 이후 여전히 북미 간 실무 협상이 이뤄지고 있지 않은 배경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북미 양측의 비핵화 안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점과,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새롭게 협상 총괄을 맡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상당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과 같이 북미 양측이 강대 강으로 가게 되면 미국이 양보하는 식으로 협상의 접점을 찾으려고 할지에 대해 북한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내년에 재선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양보하는 식의 협상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면 갈수록 북한이 불리해 진다"고 전망했다.

정 전 장관은 "사실 북한이 자력 갱생을 강조하고 있지만, 지금 그렇게 자력으로 버틸 만한 상황은 아니다. 아무리 북한의 대외 의존도가 낮다고 해도 외부에서 경제 제재의 압박이 계속되면 자력갱생 역시 시간에 비례해 생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지금은 북한이 양보하고 들어가야 하는 타이밍"이라고 분석했다.

인터뷰는 지난 30일 박인규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북한이 지난 25일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난 이후 북미 간 실무협상은 진행되지 못하고 지난 5월에 이어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가 또 진행된 상황인데요.

북한은 이 미사일이 "남조선(남한) 지역에 첨단 공격형무기들을 반입하고 군사연습을 강행하려고 열을 올리고 있는 남조선 군부 호전세력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는 '남조선 당국자'가 자신들의 경고를 무시해버리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정세현 : 북한이 대체 뭘 믿고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4월 12일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한에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할 때만 해도 미국 눈치 보지 말고 남북관계 개선하자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래도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미사일 발사와 북한의 언행은 과도한 측면이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빠지면 미국과 뭐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미국과 물밑 협상 과정에서 희망적인 사인을 많이 받았는지는 모르겠으나, 미국이 그렇게 간단한 나라가 아닙니다. 한미 동맹 간에도 밀고 당기는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이 그렇게 쉽게 북한이 하자는 대로 하겠습니까?

사실 6월 30일 판문점 남북미 3자 정상 회동과 북미 정상회담이 문 대통령 아니면 성사될 수 있었을까요? 이건 정상 간 단순 조우가 아니라 상당히 기획된 이벤트였습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하지만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끝나고 바로 한국에 오게 하고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는 아이디어를 준 것은 문 대통령의 역할이 컸습니다.

그런데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서 남한에 경고를 한다는 둥, '남조선 당국자'에게 비위에 거슬리더라도 자신들의 말을 무시하지 말라는 둥 이런말을 하는게 가당키나 한 겁니까? 북한이 대남 차원에서 이런 식으로 처신하면 앞으로 좋을 게 없습니다. 경고는 남한이 아니라 북한이 받아야 합니다.

프레시안 : 북한이 이러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한국의 F-35A 도입과 한미 연합 군사 훈련에 대한 불만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남한이 지난해 9.19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에 의거해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를 해야 하는데 미진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정세현 : 북한이 그럴 이야기를 할 만하지만, 현재 한미 관계의 현실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관계 진전의 부수적인 요인이 아니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문 대통령이 밀고 나갈 생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북한과 경제협력을 추진해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고 그걸 통해 북미 관계 개선까지 가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후 한미 워킹 그룹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를 통해 문 대통령의 의도를 차단하고 한국의 대북 행보도 미국의 손에 묶어버린 셈이 됐죠.

물론 북한에 이 부분까지 이해해 달라는 건 아닙니다. 다만 그나마 한국 정부가 그동안 미국과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목소리를 맞춰왔기 때문에 지난 6월 30일의 판문점 회동이 성사될 수 있었고 실무협상 약속까지 할 수 있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필요는 있다는 겁니다. 한미 관계가 9.19 평양 공동선언과 남북 군사분야 합의에 다소 장애가 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북한도 이 정도는 이해해줘야 합니다. 북한이 공개적으로 남한에 경고를 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과도한 액션입니다.

또 F-35A와 같은 스텔스 전투기를 들여오게 된 것은 북한의 핵이라는 요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6번이나 핵실험을 진행했고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을 뿐만 아니라 SLBM(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IRBM(중거리 탄도 미사일) 등 여러 번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감행했습니다. 또 단거리 미사일도 다량 보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영변 핵 실험장이 가동되고 있다면 핵 물질은 계속 만들어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들의 핵 능력을 고도화는 비밀리에 숨어서 하기 때문에 괜찮고 우리가 F-35A를 도입하거나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하는 것은 안되는 겁니까? 남한 사회가 개방사회이기 때문에 알려지게 된다는 이 차이 하나 가지고 지금 이렇게 남한을 죄인 취급하는 건 잘못됐다는 겁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현재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을 뿐이지, 시간에 비례해 고도화될 수 있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켜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북한이 비핵화 약속만 해놓고 협상 카드를 키우려고 대내적으로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고 단거리 미사일 역시 5월에 이스칸데르급을 발사해 성공한 이후 이번에는 하강했다가 다시 솟구치는 미사일 시험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남한에서는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F-35A도 구매하고 훈련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겁니다. 북미 간 실무협상을 통해 접점을 찾기 전에 우리도 '피스 키핑'(Peace Keeping)차원에서 대비할 것은 행 하는데 이걸 가지고 북한이 험하게 욕하면 앞뒤가 안맞는 것이죠.

또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의 경우 지난해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축소하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는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그렇게 심한 표현을 써가면서 이야기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북한이 배은망덕하다고 볼 수도 있는 겁니다. 물론 북한 입장에서는 대미 협상에서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핑계 또는 '성동격서'와 같은 전략일 수도 있으나 '남조선 당국자'에게 자신들의 경고를 무시하지 말라는 식의 표현을 쓰는 것은 곤란하죠. 자기들의 최고 존엄과 정상회담 했던 남한 대통령을 상대로 말입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단거리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를 참관했다고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프레시안 : 일각에서는 지난 25일 김정은 위원장이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아무리 비위가 거슬려도 남조선 당국자는 오늘의 평양발 경고를 무시해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보고 사실상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읍소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하기도 합니다. 즉 김 위원장이 북한 내부의 강경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사일 시험을 했지만 내부 사정이 있으니 좀 봐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이야기한 것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정세현 : 그렇게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김 위원장이 최고존엄입니다. 그 안에서 무슨 강경파와 온건파가 있겠습니까?

사실 강경파-온건파 갈등은 미국에서 공산권 국가를 연구하는 오래된 방법론 중에 하나입니다. 지난 1989년 베이징의 톈안먼 사태 이후 미국의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내부가 강온파로 갈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당시 중국 내부에서 중국 관료 모두가 덩샤오핑에 대해서는 '예스맨'일 수밖에 없다는 진술이 나왔습니다. 집단 지도체제였던 중국도 이랬는데 1인 지배체제인 북한은 더 심하지 않겠습니까?

프레시안 : 북한은 남한에 대해 완전히 실망하고 돌아선 것인가요? 아니면 그래도 아직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있으면서 남한에 미국을 압박하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봐야 할까요?

정세현 : "비위에 거슬릴지라도" 라는 표현을 보면 아직 남한에 대한 기대는 남아있다고 봅니다.

2~3주 안에 하겠다던 북미 협상…대체 언제?

프레시안 : 북한이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나 F-35A 등을 언급함에 따라 이러한 것들이 비핵화 협상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북미 간 비핵화를 둘러싸고 접점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 주요 이유 아닌가요?

정세현 : 그렇습니다. 미국이 셈법을 바꾸지 않으니까 북한도 나오지 않겠다는 식으로 보이는데요.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했을 겁니다. 거기서 트럼프 대통령은 면전에서 'No'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좋은 쪽으로 검토하겠다는 메시지를 줬겠죠. 그랬는데 북미 간 물밑 협상에서 미국이 또 예전과 비슷하게 나오니까 새롭게 대미 협상의 중추를 맡은 리용호 외무상은 좀 답답할 겁니다.

리 외무상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리 외무상이 뉴욕에서 북미 간 이뤄지고 있는 접촉을 직접 지휘하려면 평양을 떠나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울 겁니다. 또 지난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어떻게 됐는지를 보면서 리 외무상은 미국과 협상을 추진하기가 상당히 조심스러울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양측의 셈법 문제인데 미국은 단계적‧동시적 행동이라는 것이 중간에 어디서 끊어질지 모르니, '엔드 스테이트'(비핵화 최종 상태)를 확정하고 나서 이를 이행하는 데 있어 동시적‧병행적으로 가는 것이 합당하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북한은 미리 엔드 스테이트를 정하고 이를 동시적‧병행적으로 이행하면 미국이 엔드 스테이트 중에 어떤 것부터 먼저하자고 요구할텐데 그렇게 되면 미국이 또 자신들의 선행동을 요구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핵시설, 핵물질, 핵무기, 투발수단, 핵기술 등을 단계적으로 없애겠다고 주장합니다. 즉 처음부터 단계적으로 하나씩 주고 받자는 것이죠. 예를 들어 핵 시설을 폐기하는 것과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것을 하나의 단계로 보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양측 모두 '셈법'을 바꾸지 않고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실무접촉 날짜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12일 미국이 연말까지 셈법을 바꿔서 나온다고 하면 북미 정상회담을 한 번쯤은 더 해볼 수 있겠다고 말했습니다. 이건 정상회담 때 한 번에 타결을 하자는 겁니다. 실무적으로는 소위 '액션 플랜'만 짜서 이행해 나가자는 것이죠.

프레시안 : 김 위원장은 연말로 협상 시한을 정했습니다. 그렇다면 연말이 지난 뒤에 북한에는 '플랜 B'가 있는 걸까요?

정세현 : 만약 연말까지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고 북미 간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북한은 핵실험과 ICBM 시험 발사를 재개할 겁니다. 자신들이 이른바 '벼랑 끝 전술'을 썼을 때 미국이 부드럽게 나오더라는 성공의 추억도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 하여금 셈법을 바꾸게 하고 협상에 나오게 하기 위해서 초강수를 둘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면 한국은 상당히 곤란해지는 것이죠.

당장 실무협상도 6월 30일 기준으로 2~3주 내에 하자고 했는데 협상은 커녕 날짜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북미 간 계속 샅바 싸움만 하고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으면 북한은 7차 핵실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때 수소폭탄을 완성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죠.

▲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FP=연합뉴스

프레시안 : 결국 북미 중 누군가는 양보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정세현 : 그래서 그 중간 지점을 만들어주겠다는 사람에게 빠지라고 하니, 북한이 도대체 뭘 믿고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프레시안 : 김 위원장이 제시한 올해 연말까지 이제 겨우 5개월 남았는데, 갑자기 북한이 일방적으로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정세현 : 북한이 일방적으로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지금과 같이 북미 양측이 강대 강으로 가게 되면 미국이 양보하는 식으로 협상의 접점을 찾으려고 할지에 대해 북한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내년에 재선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양보하는 식의 협상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면 갈수록 북한이 불리해 집니다.

사실 북한이 자력 갱생을 강조하고 있지만, 지금 그렇게 자력으로 버틸 만한 상황은 아닙니다. 아무리 북한의 대외 의존도가 낮다고 해도 외부에서 경제 제재의 압박 계속되면 자력갱생 역시 시간에 비례해 생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이 지난 2016년 인민들에게 약속했던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가게 되는 겁니다.

결국 지금은 북한이 양보하고 들어가야 하는 타이밍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이 아량을 베풀기로 했다는 식으로 양보하면 미국이 여기에 대해 상응 조치를 하는 식의 주고 받기가 필요해 보입니다. 남한 정부가 미국에 대북 요구를 좀 줄여달라고 이야기할 필요도 있습니다.

일본 수출 통제, 오래가지 못할 것

프레시안 : 그런데 북한뿐만 아니라 일본도 수출 통제 조치를 취하고 있고 여기에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주변 국가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은데요.

정세현 : 일단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하고 중국의 군용기와 함께 동해상에 나타난 것은 북중러가 '한미일 3각 군사 동맹이 머지 않아 강화될 것이다, 지금은 일본의 수출 규제 때문에 한일 관계가 불편해졌지만 이걸 미국이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나서서 중재해서 일본 조치를 중단시킬 것이다'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문재인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GSOMIA)을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는 카드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이 위 협정을 유지하기 위해 일본에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풀으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죠.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이 자신의 말을 들을 경우, 한미일 3각 군사 정보 보호라는 명분 하에 이뤄지는 정보 공유가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즉 미국이 정보 보호 협정과 일본의 수출 규제를 엮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점을 중국과 러시아, 심지어 북한도 판독한 것 같습니다. 만약 이렇게 되어 한미일 간 군사 정보가 계속 공유될 경우 미국의 대중압박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러시아는 어차피 중국편에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중국은 이렇게 보고 북중러 연대가 한미일 3각 동맹이 중국에 가해오는 압박을 상쇄시키나 약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지난 5월 22일 파리에서 만나 회담을 가졌다. 사진은 회담 전 악수하고 있는 양국 장관. ⓒ외교부

프레시안 : 그런데 한미일의 군사 공조를 유지하려면 오히려 북중러가 군사적인 차원에서의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정세현 : 근데 그러기가 쉽지 않아요. 미국이 한미일 군사 공조를 강화하려는 것이 동북아에서 중국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 아닙니까? 미국의 대중 압박이 강화된다면 이에 맞서 북중러도 밀착될 수밖에 없습니다.

프레시안 : 일본의 수출 통제 조치를 포함한 이른바 '경제 보복'은 얼마나 지속될까요?

정세현 : 아마 미국의 중재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오래가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이 동북아 전략 때문에라도 한일 관계가 불편하면 안됩니다. 한일 갈등이 심해지면 동북아에서 미국의 국가 이익을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미국이 이걸 그냥 놔두기는 어렵습니다. 자신들의 헤게모니를 유지하겠다는 생각 때문에라도 한일 간 갈등을 정리할 겁니다.

일부에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의 말을 듣지 않고 마음대로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물론 일본이 20세기 초에 '대동아공영권'을 들고 나오면서 아시아에 대한 지배를 꿈꾸긴 했고 지금도 영향력을 확대시키고 싶겠지만 아직은 미국에 대들 수 있는 정도는 아닙니다.

일본은 한국의 1인당 소득이 자국의 80%가 된 것을 보고 곧 한국에 추월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소재 산업을 가지고 우리의 경제 발전 속도를 늦추려는 의도도 가지고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우리도 소재 부분에 투자를 해서 자체적인 기술을 확보하려 할 것이고, 그렇게되면 아마 일본과 1인당 국민 소득 격차를 줄이는 것은 더 늦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소재와 원천 기술에 대한 자립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재호 기자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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