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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 "민주, 성폭력 사과는 느리고 당헌 개정은 마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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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 "민주, 성폭력 사과는 느리고 당헌 개정은 마의 속도"

여성계, 민주당 당헌·당규 개정에 비판의 목소리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등 여성단체는 4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보다 성폭력 사건 조사가 먼저"라며 서울시장, 부산시장 공천 방침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일까지 민주당은 전당원투표를 통해 '문재인 조항'이라 불리던 당헌을 개정했다. 해당 조항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5년 당 대표 시절 만든 조항으로 '민주당 소속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경우 후보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당헌 96조 2항을 말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가 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당헌 개정을 비판했다. 이들은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반복된 성폭력 범죄에 피해자와 시민들 앞에 성찰하고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피해자의 목소리에 모르쇠로 일관하다 당헌을 바꿔 후보를 공천하겠다고 나섰다"고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 지난 7월 서울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위력에 의한 성폭력 가해행위로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한 것은 자칭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 여당의 수치"라며 "그러나 그 수치를 모르고 피해자와 시민들 앞에 성찰하고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피해자의 목소리에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돌연 전당원투표로 당헌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고 부산시장과 서울시장 후보를 공천하겠다고 나섰다"고 했다.

이어 "이번 재보궐 선거는 민주당 소속 선출직 정치인들의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만든 선거"라며 "그런데도 민주당은 박원순 전 시장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지칭하며 논란을 일으키고 지난 국정감사 기간 동안 박원순, 오거돈 성폭력 사건에 대해 일언반구 없는 것은 물론 관련 증인채택에 모두 반대해 맹탕국회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성범죄 대처에 미온적이라는 지적도 계속됐다. 이들은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당대표로 취임하며 허영 씨를 민주당 대변인으로 세웠다"며 "박원순 전 시장 사건의 피해자가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며 인사이동을 요청했던 시기에 서울시장 비서실장으로 있었던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피해자에게 악성 댓글을 달아 2차 가해를 한 보좌진을 두고 안희정의 아들을 인턴비서로 채용했던 이후삼 전 의원을 공항철도 사장이 공항철도 사장으로 내정됐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성폭력 가해자 집단과 그 측근을 옹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느린 사과와 성폭력 사건 조사 및 대응 속도에 비해 당헌·당규 개정은 마의 속도"라고 비판했다. 신 대표는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가 이낙연 대표에게 보낸 공개 질의서를 언급했다. 신 대표는 "피해자는 '그 피해 여성에 나도 들어 있나', '도대체 무엇에 사과하신다는 뜻인가', '당 소속 정치인의 위력 성추행을 단속하지 못한 것인가, 지지자들의 2차 가해 속에 저를 방치하고 있는 현실을 사과하는 것인가'라고 물었지만, 이 대표는 '피해 여성께 거듭 사과드린다' 했을 뿐 끝내 답하지 않았다"며 "피해자는 이낙연 대표가 응답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있다. 의미 불분명한 사과가 아닌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까지 민주당 내에서 잇따른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는데도 민주당은 죄책감도, 국민을 향한 송구함도 찾아보기 어렵다"며 "전 방위적인 성폭력 가해를 용인하고 묵인하고 행해 대한민국을 미투 이전으로 되돌려놓는 반민주주의 적폐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황연수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도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 완수,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내년 재보궐선거 승리 중요하다고 했다. 성평등은 국정과제 아닌가. 성범죄 근절 없이 여성들을 성폭력 위험 속에서 내버려 둬도 정권만 재장출하면 그만인가"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등도 지난달 30일 성명서를 내고 "더불어민주당은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서 근본적 성찰도 없이, 재발방지와 책임있는 대책도 없이, 2차 피해에 대한 제지와 중단 노력도 없이, 피해자 일상 복귀를 위한 사회적 환경 개선 노력도 없이, 오로지 권력 재창출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당헌 개정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사건 해결과 재발방지를 위해 책임을 다해 임하라"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도 같은날 성명을 내고 "더불어민주당은 소속 고위공직자의 잇따른 성폭력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반성이나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오거돈 성폭력 사건 이후 민주당은 당 내 젠더폭력근절 대책 TF를 구성(20년 4월)하여 성인지감수성 교육 의무화, 신고센터의 상설화를 위한 당규 개정 등을 추진하기로 하였으나 현재까지 이루어진 것이 전혀 없다"면서 "성평등과 젠더폭력 해소라는 시대적 소명에는 눈감고 오로지 자당의 이익을 위해 당헌 개정에 나선 민주당을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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