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보완 대책이 발표됐다. 6.17 부동산 대책이 규제지역을 확대하며 대출 규제에 집중했다면, 7.10 부동산 대책은 공급 방안과 함께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 양도, 보유에 대한 중과세에 집중했다.
이를 두고 미래통합당 김현아 비대위원은 ‘다주택자들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뭔가 시원한 감정, 또는 배 아픈 것에 대한 어떤 당장의 해결책은 될지 모른다.’고 평했다. 다주택자인 김현아 비대위원 역시 정부만큼이나 부동산 대책에 대한 국민 불만을 잘못 짚고 있다.
국민들은 다주택자들에게 배 아픈 것이 아니다. 유례없이 폭등한 집값 때문에 이사걱정 없이 맘 편히 살 수 있는 집을 구하기도 어려운 사회다. 자산형성을 위한 가장 빠르고 확실한 유일한 방안이 ‘부동산’인 사회가 부동산 구입을 부추기고 있고, 이를 바꾸지 않는 한 부동산 대책은 핀셋규제-풍선효과를 반복할 뿐이다.
부동산 투기에 대한 풍자적 신조어가 국민들의 공감을 크게 얻고 있다. 부동산 대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부동산 가격 역시 규제를 비웃듯 치솟고 있다. 이제는 부동산 비상 상황임을 인정하고, 부동산 자체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근본적 대책을 검토해야 할 때다.
7.10 부동산 대책, 핀셋증세로 투기 막을 수 없어
7.10 부동산 대책의 가장 큰 문제는 한계점이 많은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을 높이는 데 그쳤다는 점이다. 종합부동산세의 한계는 명확하다. 실거래가 약 60% 정도 되는 공시지가에 1주택일 경우 9억을, 다주택일 경우 6억을 공제한 후 공정시장가격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정한다. 실거래가로 12억은 훌쩍 넘어야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자가 된다. 다주택자라도 실거래가 12억 이하 집을 많이 가졌다면,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이 아니다.
게다가 토지소유에 대해서는 과세표준이 훨씬 관대할 뿐만 아니라 용도별로 구분해 놓고, 같은 용도별로 합산해서 부과하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부동산을 가진 사람일수록 세금혜택을 받는 꼴이다. 기업, 학교, 법인 등에 세제혜택을 줌으로써 이들이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면세구간이 넓고, 세제혜택이 많은 탓에 2018년 기준으로 종합부동산세 납부자는 50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을 높이겠다는 것은 50만 명이 되지 않는 사람을 콕 집어 핀셋증세를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다주택자들이 집을 매물로 내놓게 만들어야 하는데, 50만 명을 겨냥한 핀셋증세는 그 효과가 미비할 것이라 예상되는 것이 문제다. 대한민국 1%에 해당하는 이들은 부동산을 내놓기보다 세금을 내면서 부동산 가격을 다시 높여줄 정권으로 바뀌길 기다릴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공급 확대보다 투기수요 줄이는 것이 급선무
경실련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주택이 약 490만 채 증가했는데, 이 중 250만 채는 다주택자가 사재기했다. 주택보유 상위 1%가 2008년에는 1인당 평균 3.5채를 보유했다면, 2018년에는 보유주택이 평균 7채로 총 90만 채를 보유하고 있다. 공급을 늘리는 것이 만사 해결책이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또, 새로운 공급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주변 지역 땅값이 치솟았던 결과를 감안한다면, 공급 대책이 아닌 방식으로 부동산 대책에 근본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투기 수익에 대한 기대다. 노동소득으로 자산을 형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짧은 시간에 자산을 크게 형성할 수 있는 부동산에 대한 기대가 꺾이지 않는다면, 투기를 막을 수 없다. 상위 1%에게만 국한되지 않은 투기수익에 대한 기대를 낮춰 보유한 부동산을 내놓게 하는 확실한 방안이 있다. 개인과 법인, 토지용도, 부동산 가격 등에 따른 구분 없이 모든 부동산 보유에 대한 책임을 확실히 묻는 방법, ‘토지보유세’이다.
토지보유세 걷어 기본소득과 연계하는 것이 불로소득 환수하는 가장 확실한 방안
건물 가격은 토지에 의해 매겨진다. 오래된 건물일수록 건물 가치가 떨어져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 개발계획에 토지가격이 오르면서 건물 가격도 오른다. 토지 가격은 토지 소유자 능력 때문이 아니라 사회발전과 정부정책 때문에 오르는 것이다. 부동산 문제 본질은 사회요인으로 오른 토지가치를 토지 소유자만 불로소득을 독점하는 데 있다. 결국,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방안으로 나아가야 한다.
토지 불로소득 환수 방안으로 면세구간 많고, 각종 세제혜택이 많은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고, 토지보유세 도입을 제안한다. 토지보유세는 전국의 모든 토지를 용도 구분 없이 인별 합산하고, 공시지가를 과세표준으로 해서 모든 토지에 비과세 감면 없이 동일한 세율로 과세한다.
주택보유 상위 1%에 핀셋증세 대신 보편증세로 나아가자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핀셋증세는 투기수요를 제어하기보다 조세저항만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상위 1%가 저항할 이유가 없게 보편증세를 하는 것이 조세저항을 가장 낮출 수 있는 방안이면서도 그동안 갖은 혜택을 받아왔던 재벌 토지소유에 대해서도 공정하게 세금을 걷을 수 있다.
하지만 투기수익에 대한 기대보다 주거안정을 이유로 주택을 구매했거나 주거불안정으로부터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방안 역시 필요하다. 토지보유세를 모두에게 기본소득으로 나눠 토지 불로소득을 모두가 나누는 방안이 그 해답이다. 이는 토지보유세를 걷는 것의 조세저항을 낮출 수 있는 대안이기도 하다.
국민 77%가 혜택 보는 토지보유세-기본소득, 불평등한 자원분배 공정하게 바꿔낼 수 있어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의 강남훈 이사장의 연구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공시지가 대비 0.8% 세율로 토지보유세를 걷으면 연 30조 정도 재원을 마련할 수 있고, 이는 국민 1인당 연 60만원의 기본소득으로 나눌 수 있다. 또, 77% 국민이 내는 토지보유세보다 받는 기본소득이 많다.
토지보유세는 부동산 구매를 선택함에 있어 주요한 요인이 될 수밖에 없으며, 토지보유세를 감안해야 하기에 일정정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또, 다주택자일수록 토지보유세 부담이 커지므로 부동산 보유 대신 매물로 내놓게 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도 있다. 부동산 보유가 꼭 필요한 이들만 토지를 소유하는 풍토를 만들며, 재벌들이 토지투기에 뛰어드는 것을 멈추게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기본소득과 연계한 토지보유세는 토지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토지의 실질적 주인으로서 토지공개념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의미한 방안이다.
누군가는 연 60만원 토지 기본소득이 어떤 의미냐 물을 수도 있다. 누구의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수익에 대해 모두의 몫을 나누는 것을 기본소득의 주요 의미로 볼 때, 모두의 것이어야 할 토지에 대한 수익을 모두에게 나눠 불평등한 자원분배를 공정하게 바꿔내는 새로운 상식을 만드는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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