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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국공' 논란은 공정의 문제인가, 또다른 차별과 멸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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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국공' 논란은 공정의 문제인가, 또다른 차별과 멸시인가?

[기자의 눈] 인천공항 보안검색요원의 정규직 전환이 무임승차?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인 여객보안검색요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한 데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기존 정규직 노조는 물론, 공사 취업준비생, 직장인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공기업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변경을 원천적으로 막아달라는 청와대 청원글이 22만 명(25일 오전 10시 기준)의 동의를 받았다.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는 보안검색요원은 모두 1902여 명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1902명의 보안검색요원을 하반기 채용 절차에 따라 연내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로또 뽑았다', '역차별이다' 등 온갖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인천공항 정규직 노조는 23일 집회를 열고 강력 반발했다. 이들이 기존 정규직 직원과 동등한 처우를 요구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존 직원이 떠안게 된다는 게 이유다. 이들은 헌법소원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무런 노력도 안 하고 정규직이 될 수 있나

취업커뮤니티 중심으로 공사를 준비해온 취업준비생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그간 죽도록 공사 입사를 준비해왔는데, '알바생'들에게 그 자리를 빼앗겼다는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공항에서 알바나 할 걸 그랬다'는 조소 섞인 글들도 쏟아지고 있다. 일반 직장인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어렵게 노력해서 회사에 입사했는데, 허탈하다는 것이다.

사안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쓴 글이다.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보안검색요원의 임금이나 처우는 이전 비정규직일 때와 비교해 크게 개선되는 게 없다. 이번에 전환되는 보안검색요원은 기존 임금보다 3.7%가량 오른 보수를 받게 된다. 기존 정규직 연봉이 아닌 별도의 임금 체계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참고로 지난해 공사의 5급 대졸 신입사원 초봉은 4589만 원이다. 현재 보안검색요원들이 받는 평균 연봉은 3700만 원이다.

사실 이번 논란은 이들 보안검색요원들이 얼마의 연봉을 더 받느냐, 어떤 처우가 더 개선됐느냐가 쟁점이 아니다. 반발하는 이들은 검색요원의 정규직화가 공정한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중‧고등학교부터 죽어라 공부해서 어렵게 대학에 가고, 거기에서 스펙을 쌓은 뒤, 밤낮 가리지 않고 공사 준비를 해도 입사의 문은 좁기만 한데, 청원경찰 수준의 임시직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공사 정규직이 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기회의 평등이 아닌 결과의 평등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절차와 형평에 맞게 시험을 보고 선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은 공정한 사회인가

한국 사회가 평등한 곳은 아닐지 모르지만, 공정한 기회는 가질 수 있는 나라다고 믿고 살아간다. '열심히 노력하고 능력을 키우면 성공할 것이다'. 물론, 여러 곳에서 채용비리 등이 터지지만, 이 공식은 아직 유효하다. 아니, 아직 유효하다 믿고 싶어한다.

한국 사회는 이미 저성장 사회다. 질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온갖 스펙을 갖춘 취업생들은 늘어가고 있다. 과당 경쟁이 발생하는 이유다. 이런 구조는 '배제'가 필연이다. 자연히 배제를 거부하는 이들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신의 모든 노력을 기울여 실력을 키운다.

그렇기에 그간 노력을 기울여 나름의 '실력'을 쌓아온 이들에게 이번 보안검색요원들의 '무임승차'는 마뜩잖다.

이는 인천공항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정서다.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정교사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공무원들 등. 반대 이유는 명확하다. ‘실력이 부족하다’, ‘공정하지 않다’.

의문도 든다. 과연 '실력'이란 무엇일까. 차별의 기준 내지는 근거가 되는 실력을 우리는 어떻게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을까. 지금 논란이 되는 공사의 입사시험지에 나오는 문제를 모두 풀 수 있으면 실력이 검증되는 걸까.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들은 공개적인 채용절차를 거치고도 209시간에 달하는 교육이수 후 업무에 투입됐다. 대다수가 대학의 항공보안학과, 항공서비스학과, 경호학과 출신이며, 10년 이상 보안검색 분야에서 일해 왔다. 이들은 공사 시험에서 풀어야 할 문제를 풀지 못하니 실력이 없는 걸까.

부모의 종착점은 자식의 출발점

혹자는 실력과 노력을 등치하기도 한다. 이를 근거로 개인의 실력을 따지는 사회가 평등한 사회라고 판단한다. 실력이 부족하면, 노력이 부족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실력이라는 결과만 볼 뿐, 이 실력을 쌓는 과정에서 개인이 어느 정도의 사회적 자본을 사용했는지는 살펴보지 않기에 생기는 오역이 아닐까 싶다.

부모의 종착점이 자식의 출발점이 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가정환경, 즉 사회적 자본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부모가 부유하면, 자식에게는 실력을 쌓기 위한 다양한 혜택과 선택권이 주어진다. 가난할 경우는 이와 반대다. 혜택은커녕, 집안을 돌봐야 하는 상황에까지 몰린다.

물론, 그럼에도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실력을 갖추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사회적 자본을 갖춘 아이들이 스포츠카를 타고 달린다면, 이들은 리어카를 끌고 '실력'이라는 결승점을 향해 달리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그런 사례를 발굴하고, 독려하면서 일반화한다.

실력주의가 공정 내지 평등의 기준이 되면서, 사회적 자본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이들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멸시가 정당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우리 사회 기득권을 정당화하는 장치로 작용하는 듯하다. 어쩌면 우리는 알게 모르게 기득권이 되었거나,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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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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