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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은 통일에 무관심? 그럼, 기성세대는 관심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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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은 통일에 무관심? 그럼, 기성세대는 관심 있나

[정욱식 칼럼] <다음 세대를 위한 통일 안내서>

중학교 2학년이 되었지만, 코로나19로 학교에도 못가고 집에서 빈둥거리는 딸에게 책 한권을 건넸다. 경향신문의 서의동 논설위원이 쓴 <다음 세대를 위한 통일 안내서>이다. 며칠 후 딸이 간략한 소감문을 작성했다.

"책 내용 가운데 '통일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다. 남북 통일 과정과 그 이후에 삶을 그리고 있는데, '좋은 일이 많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통일이 된다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거의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전쟁의 상처가 너무 크고 70년 넘게 분단되어 그 흔적들을 지우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통일보다는 평화로운 분단이 더 낫다는 주장도 있다고 한다.

주변 친구들도 북한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통일을 먼 훗날의 일로 생각한다. 앞으로 나라의 주역이 될 10대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통일은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통일이 되면 좋은 점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북한이 경제협력을 하면 어마어마한 이익이 생긴다고 한다. 부산에서 기차타고 유럽에 갈 수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좋은 일이 많이 생기는 통일,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면 좋겠다."

"주변 친구들하고 북한이나 통일 얘기 나눠보니?" 딸에게 물었다. "뭐 수업 시간엔 간혹 얘기하지만, 평소에 그런 얘기 하면 분위기 이상해져." 돌아온 답이었다.

통일이 안 되어도 할 수 있는 일들

"통일이 되면 무엇을 해보고 싶어요?" 가끔 청소년을 상대로 평화와 통일 강연을 할 때, 던지는 질문이다. "평양에 가서 냉면을 먹고 싶어요." "기차타고 북한을 지나 유럽에 가고 싶어요." "금강산하고 백두산에 가보고 싶어요." 자주 듣게 되는 답변들이다.

"근데 저는 평양에서 냉면도 먹어봤고 금강산에도 가봤고 개성의 선죽교에도 가봤어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학생들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떤 학생은 "선생님 북한에서 왔어요?"라고 묻기도 했다.

그렇다. 보통 사람들도 북한에 갈 수 있는 시절이 있었다. 2016년 2월에 문을 닫은 개성공단까지는 아니어도 2008년까지만 하더라도 금강산에는 갈 수 있었다. 또 하나. 학생들이 통일이 되면 해보고 싶은 일들의 대부분은 통일이 되지 않더라도 할 수 있었고 또한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덧 북한은 갈 수 없는 땅이 되고 말았다. 갈 수 없는 북한과의 통일이 청소년들에게는 더더욱 먼 얘기처럼 들릴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어른들이 큰 죄를 지은 셈이다. 청소년과 청년들이 통일에 무관심하다고 한탄하거나 질타하기에 앞서 기성세대가 과연 '통일 세대'에게 어떤 현실을 물려주었는지부터 자문해봐야 한다. 갈 수 없는 땅으로 만들어놓고 통일을 말하면 그건 꼰대로 비춰질 뿐이다. 청소년과 청년들의 소원을 입시와 취업 지옥에 가둬놓고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백날 얘기해봐야 소용없다.

어른부터 읽자

이 책의 미덕은 이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 막연하고 답답하며 나와 관계없게 느껴질 수 있는 통일이 왜 차분한 과정이 되어야 하는지, 남북관계가 하나둘씩 좋아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베트남 등 다른 나라들의 사례도 소개해주면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해준다.

저자는 또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통일 과정은 '헬조선'으로 불려온 남한의 비참한 현실을 개선하려는 노력과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탈북자를 '북한 이주민'으로 바꿔 부르자고 제안하면서 이들을 향한 차별과 멸시의 시선을 거둬들여야 북한 주민들과도 더불어 살 수 있다고 역설한다.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에 분노하는 감수성이 우리 사회에서 차별받아온 화교 및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에도 뻗칠 수 있어야 한다고 호소한다.

이 책은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지만, 기성 세대를 위해서도 손색이 없다. 아니 어른부터 읽고 자녀에게 건네주었으면 한다. 통일에 대한 관심이나 찬반을 떠나 미래 세대의 삶은 남북관계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그래서 기성 세대가 해야 할 일은 다음 세대가 통일에 대해 지금보다는 더 나은 조건과 환경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를 위한 좋은 안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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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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