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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재난지원금, 최선의 대안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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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재난지원금, 최선의 대안은 있다

[기고] 보편과 선별의 원리를 적절하게 결합해야…

코로나19 피해의 심화에 따른 신속한 피해구제가 절실한 상황에서 전주시를 필두로 경기도와 서울시 등 여러 지자체가 우후죽순처럼 다양한 내용의 재난수당 혹은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지역별 형평성과 정책 효율성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중앙정부 차원의 대안이 논의되고 있다. 본고는 이 과정에서 논의되고 있는 방안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이를 극복한 보다 효율적인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내년에 금년도 소득에 대해 과세할 때 이번에 지원을 받은 사람들에 한해 특별부가세(surcharge)를 부과하는 방안이다.

Ⅰ.
우선 정부와 여당이 재난 구제를 위한 현금성 지원을 신속하게 집행하기로 하고, 그 명칭을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정한 것은 다행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많이 거론된 '기본소득'과는 성격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금 급한 것은 일거리가 끊기고 장사가 안 되어 생계가 막막해진 이들을 도와주는 일이다. 기존 복지제도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기본소득제도를 거론할 계제가 아니다. 긴급하게 일시적 지원을 하는 것이다. 또한 광범위한 피해 상황을 고려하여 많은 국민에게 지원을 하되, 피해를 입지 않거나 생활이 안정된 사람들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선별적 지원이 옳다. 고용 유지와 도산 방지를 위해 천문학적 재원 투입이 필요한 상황에서 보편적 지원으로 재원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보편적 지원은 필요에 비례한 지원이라는 수직적 형평성의 원리에도 어긋난다.

일각에서 얼어붙은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전 국민에게 현금을 과감하게 뿌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중산층과 고소득층은 일시적인 현금이 생기면 소비보다는 저축을 하는 경향이 있을뿐더러, 무엇보다 지금처럼 강화된 사회적 격리 체제 아래서 경기부양은 불가능이다. 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지금은 경제보다 방역이 우선이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섣불리 사회적 격리를 완화하고 경기부양을 도모하다가 자칫 감염 사태가 악화되면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더 큰 인명의 손실과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2조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코로나19 지원법은 경기부양책(stimulus)이 아니라 재난 구제(disaster relief)라는 크루그먼의 지적이 옳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경제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격리 완화를 언급하여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Ⅱ.

긴급재난지원금의 대상과 액수는 아직 미정이나 어제(3월 29일) 저녁 당·정·청협의회는 소득 하위 70% 가구에 4인가족 기준 100만원을 지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애초에 정부는 중위소득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4인 가족 기준 100만 원을 고려하고 있었고, 여당에서는 전 인구의 70%~80%를 대상으로 1인당 50만 원을 고려했다고 한다. 절충안이 마련된 셈이다. 정부안, 여당안, 절충안 모두 소득 상위층 일부를 제외하고 가구당 혹은 1인당 일정한 금액을 보편적으로 지원한다는 면에서 유사한 접근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현금지원정책의 목적이 경기부양이 아닌 재난구제여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원 대상을 축소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저소득층일수록 소득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너무나 선별을 강조하다 보면, 사각지대 문제가 발생하여 재난구제라는 본래의 취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비교적 소득 파악이 잘 되는 고소득층을 선별하여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현 상황에서 합리적인 접근이다. 최근 미국 정부가 결정한 현금 급여 방안도 동일한 접근 방법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여당이 고려하는 방안과 미국 정부가 채택한 방안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지원 대상 기준금액을 전후로 심각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는 중대한 결함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기준금액이 7500만 원 이하이면 7500만 원을 번 사람은 지원금 전액을 받고, 7501만 원을 번 사람은 한 푼도 못 받는다. 7400만 원 번 사람과 7600만 원 번 사람 사이에도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을 만큼 차이가 있다고 하기 어렵다. 미국의 경우는 7만5000달러를 기준으로 연 소득이 그 이하면 1200달러를 받고, 그 이상이면 소득이 100달러 커질 때마다 5달러씩 지원금이 줄어서 9만9000달러가 되면 지원금이 0이 되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 부부가 합산신고하는 경우에는 이 금액들은 모두 2배가 된다.(가구주일 경우, 16세 이하 어린이의 경우 등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따라서 전액 지원을 받는 계층과 수혜대상에서 배제되는 고소득층 사이에 있는 중간층의 경우에는 소득에 비례하여 지원액이 변한다. 소득이 7만6000달러면 지원금이 1150달러, 소득이 7만7000달러면 지원금이 1100달러, 이런 식이다.

미국의 정책에도 문제는 있다. 가장 최근의 세금 신고 시점에 따라 작년도 또는 재작년도 소득을 기준으로 지원금액을 결정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로 생활이 어려워진 사람을 돕는다는 취지에는 꼭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우리 정부가 고려하는 방안에도 똑같이 존재하는 문제다. 미국의 경우에 이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을 내놓기는 했다. 작년에는 소득이 높아 지원금을 받지 못했으나 올해 직장을 잃거나 달리 소득이 내려간 경우에는 내년에 세금 신고를 할 때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당장 생활이 곤란해진 사람에게는 충분한 해결책은 아니다. 필자가 제안하는 특별부가세 부과 방안은 이 문제를 거의 완벽하게 해결한다. 과거의 소득이 아닌 금년도 소득을 기준으로 선별 원리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Ⅲ.

필자가 제시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보자. 전 국민에게 동일 금액을 신청할 자격을 부여하고 주민등록이 있는 모든 신청자에게 지원금을 지급한다.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는 가구의 경우는 여기서 끝이다. 그러나 소득세 납부자 혹은 그 부양가족이 신청하는 경우에는 국세청에 통보하여 내년에 납부할 금년도 소득세에 약간의 특별부가세(surcharge)를 부과하도록 한다. 즉, 내년 초의 근로소득 연말정산과 내년 5월의 종합소득신고 시점에서 특별부과세를 부과한다. 소득이 높을수록 특별부가세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지원금에서 추가적 세 부담을 뺀 순혜택은 소득이 올라갈수록 점점 작아지고, 소득이 일정 금액을 넘어가면 순혜택은 마이너스가 된다. 이러한 제도 아래서는 순혜택이 아주 작거나 마이너스가 되는 고소득층은 애초에 지원금 신청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 방안에 따르면 기준소득 전후로 발생하는 형평성 문제가 사라진다. 또한 특별부가세가 금년도 소득을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빈곤층에 대한 긴급한 지원이 보장된다. 과거 소득이 높았더라도 당장 생활이 어려워졌으면 지원금을 신청해서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제시하는 방안에 의하면 금년도 예상 소득에 대한 각자의 합리적 기대에 따라 지원금 신청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정부는 신청자에게는 모두 지원금을 지급하고, 내년에 금년도 소득세에 특별부가세를 더해서 부과한다. 큰 추가 부담이 예상되는 고소득층은 신청하면 손해가 되니 자연스럽게 신청을 안 하게 된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는 금년 소득에 대한 예상이 어긋나는 경우다. 올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지원금을 신청해서 받았는데 예상보다 소득이 많이 높아 내년에 특별부가세 부담이 커져서 손해가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예상외로 잘 풀린 것이니 세금을 조금 더 내더라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지원금 신청 기간에는 높은 소득을 예상하고 신청을 안 했는데 그 이후 어려움에 빠져 예상보다 소득이 많이 낮아진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내년에 세금 신고 시점에서 지원금을 주면 된다.

필자의 방안이 지니는 또 다른 장점은 행정비용 최소화다. 고소득층이 스스로 신청을 안 하게 되고, 신청자에 대한 특별부가세의 산정과 징수에 국세 행정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미국과는 달리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지원금 지급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미국은 주민등록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국세청에 소득신고를 하거나 사회보장금 수령자 등이 아니면 지원금 지급이 어렵다. 예를 들어 소득신고를 하지 않는 대학생의 경우 지원금은 받지 못한다.) 우리의 경우 주민등록이 있는 모든 국민에게 주민센터 등 일반 행정을 활용하여 신청을 받고 지급을 하면 된다. 이때 지원금을 신청받고 지급하는 기관이 국세청에 신청자의 주민등록번호만 통보하면 된다.

위 방안도 완벽한 것은 아니어서 몇 가지 추가적 보완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고액자산가 등 소득세를 내지 않으면서도 부유층인 경우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기준에 의해 고액자산가는 신청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둘째, 정보의 부족이나 여타 이유로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는 빈곤층이 있을 수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통반장을 통해 신청을 독려하거나 대행하도록 한다. 셋째, 지원금의 사용 장소, 용도, 기간의 제한이나, 1회 사용 혹은 인출 한도 제한 등을 통해 고소득층의 사용을 간접적으로 억제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정부는 전액 현금을 지방자치단체에 내려 보내고 각 지자체가 실정에 맞게 다양한 방안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Ⅳ.
특별부가세율을 적절히 설정하면 중위소득 이하는 거의 회수가 안 되고, 소득이 높아질수록 회수 비중이 커지며, 중위소득 2배 이상의 고소득자는 신청할 유인이 전혀 없게 설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성인 1인당 50만 원, 미성년자 1인당 30만 원의 지원금 신청 권리를 보장하고, 신청자 혹은 그가 부양가족으로 등록된 납세자에게 금년도 소득에 대한 근로소득 연말정산 혹은 종합소득신고 시에 과표소득 2000만 원까지는 1%, 2000만 원을 상회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3%의 특별부가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때 한 가구에 납세가 1인인 경우를 가정하고, 가구총소득과 여기서 소득공제를 제외한 과표소득의 관계를 아래 표와 같이 가정하면 특별부가세액을 계산할 수 있다. (소득공제를 얼마나 받는지는 개인별로 큰 차이가 있어, 여기서는 편의상 필자가 접한 사례들을 기초로 대략적인 가정을 한 것이다.)

(단위 : 천원)

먼저 납세자 1명, 성인 부양가족 1명, 미성년 부양가족 2명으로 구성된 4인 가구의 경우를 살펴보자. 이 경우 지원금 수령액은 50x2 + 30x2 = 160만 원이다. 4인가구 2020년도 중위소득(약 5700만 원)의 경우 과표소득이 대략 3200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특별부가세는 2000x0.01 + 1200x0.03 = 56만 원으로 104만 원의 순혜택을 받게 된다. 정부가 고려하는 4인 가구에 100만 원 지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정부안과는 달리 소득이 더 적은 경우에는 소득이 적을수록 순혜택이 증가하여 최대 160만 원까지 받게 된다. 반면 소득이 증가할수록 순혜택이 줄어들어 총소득이 약 9500만 원 이상이면 수령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가 된다.

1인가구의 경우를 보면 지원금 수령액은 50만 원이고 1인 가구 중위소득인 약 3600만 원의 총소득을 올렸을 경우 과표소득이 1700만 원이라 가정하면, 특별부과세는 17만 원이고 순혜택이 33만 원이다. 총소득이 대략 5300만 원 이상이면 수령하는 것이 손해가 된다.

필자가 제시하는 방안의 예산 소요를 정교하게 추정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작업을 요구한다. 하지만 매우 대략적으로 추정을 해보아도 당·정·청협의회에서 논의한 안과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방안에 따르면 중위소득 이하의 저소득층에게는 당·정·청의 안에 비해 훨씬 더 큰 지원금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필자의 방안이 재원 대비 재난 구제 효과가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당·정·청안에 비해 수직적 형평성이 훨씬 강하게 도입된 결과다.

Ⅴ.
마지막으로 특별부가세 부과 방안의 장점을 다시 한번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보편과 선별의 원리를 적절하게 결합한다. 수평적 형평성이 뛰어난 보편 급여를 원칙으로 하되 중산층에 대해서는 소득이 높을수록 혜택을 줄이고 부유층은 혜택에서 완전히 제외하여 수직적 형평성을 보완한다.

둘째, 올해 소득을 기준으로 선별 원리를 적용한다. 따라서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보장한다. 이는 세계 최초로 실시하는 정책 혁신이 될 것이다.

셋째, 행정비용이 최소화된다. 우선 기존 복지제도에 입각해서 저소득층을 선별하기는 극히 어렵지만, 국세 행정을 활용하여 고소득층을 선별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점이 중요하다. 나아가 고소득층이 스스로 신청을 안 하게 되고, 신청자에 대한 특별부과세 산정과 징수에 국세 행정을 활용하므로 행정비용 최소화가 가능하다.

넷째, 수직적 형평성이 많이 반영된 덕분에 재난 구제 효과에 비해 예산 소요가 작다. 고용 유지, 일시적 현금흐름 문제로 인한 건실한 사업체의 부도 방지 등 핵심적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엄청난 재원 소요를 고려할 때, 또한 사태가 장기화되어 긴급재난지원금의 추가적 지급이 불가피할 경우를 대비해서도 재원을 최대한 아껴야 한다.

정치권의 논의를 보면, 마치 더 많은 돈을 더 많은 국민에게 나눠주는 것이 더 진보적인 입장인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이것은 포퓰리즘이지 책임있는 진보 정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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