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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지방선거 '양당구도'에 파열음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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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지방선거 '양당구도'에 파열음 낼까

여당 지지율 따라 '출렁'…막판 사표심리도 고민거리

5.31 지방선거 판세에 미묘한 변화가 있다. 좀처럼 움직일 줄 모르던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이 조금씩 꿈틀거리는 게 그 중 하나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민노당의 지지율은 점차 상승해 두 자리 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전국 300만 표, 15% 이상 득표", "전국 광역 및 기초 의회 300명 이상 진출, 광역단체장 1곳, 기초단체장 5곳 이상 배출" 등을 대외적 목표로 내걸고 있는 민노당은 최근의 지지율 상승에 꽤 고무된 분위기다.
  
  4년 만에 부쩍 신장한 당세…각급 선거에 800명 출마
  
  민노당은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서는 '군소 후보 토론회'에 초청받았던 이문옥 서울시장 후보가 항의성명을 낭독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설움'을 겪기도 했지만 결국 전국 기준으로 8.13%를 득표해 지방의회에 최초로 진출했다.
  
  당시 민노당이 광역단체장 후보 7명을 비롯해 총 219명을 출마시키는 데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13명의 광역단체장 후보를 포함해 총 737명의 후보를 확정(5월 2일 기준)한 올해 선거는 양적으로는 비약적 진전임에 틀림없다. 김선동 사무총장은 "최종적으로 800명 이상이 출마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민노당은 질적인 측면에서의 성장도 주목해달라고 한다. 당의 최고 전략지역인 울산광역시장 노옥희 후보를 비롯해 총 243명(34.2%)의 여성 후보를 공천해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다른 당과 확실한 차별점을 보이고 있다는 것.
  
  또한 전국농민회총연맹을 통해 조직된 농민후보도 101명이 나서 민노당의 한 축을 확실히 형성했다는 자체 평가다. 민주노총 조합원도 180명이 각급 선거에 나서지만 전체적 비중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영남 진보벨트'를 넘어서는 강세 현상, 농민이 큰 몫
  
  광역단체장의 경우 전통적 강세지역인 울산을 필두로 부산, 인천, 경기, 광주의 광역 후보들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10%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또 민노당은 언론의 집중 관심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오히려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선거 등에서 큰 흐름의 변화가 나타나고 이는 향후 정치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민노당이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접전지역으로 꼽고 있는 곳은 노동자 밀집지역으로 전통적 강세지역인 △울산 북구, 동구 △경남 거제, 창원 △전남 광양 △인천 부평 외에도 △조직력이 우세한 경기 성남과 남양주 △전농 강세 지역인 경남 사천, 진주, 의령과 전북 정읍, 장수 등 10여 곳에 달한다.
  
  농촌지역은 전통적으로 지지세가 약했지만 쌀개방, 한미 FTA 등으로 '농심'이 뒤집어졌고, 특히 사표심리가 심했던 호남지역도 전농 조직을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 민노당의 자체 판단이다.
  
  김선동 사무총장은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현재 80여 명의 기초의원 후보들이 벌써 당선 안정권에 들어 있다"면서 "최종적으로 볼 때는 기초의원 260명, 광역의원 30~40명 당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의 기초의원 정수는 2888명, 광역의원 정수는 733명이다.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천영세 원내대표도 같은 계산이다. 천 위원장은 지난 7일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선거에서 우리당이 가지고 있던 진보개혁진영의 대표적 정치세력이라는 지위를 민노당으로 전격 교체해 한나라당 독주와 독점 정치체제를 견제할 유일 진보정책 야당으로 발돋움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이나 다를 바 있더냐"
  
  비정규직 문제, 한미 FTA 문제,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 등 최근 현안과 4월 국회에서 막판 캐스팅 보트를 발휘해 '국제조세조정법'과 '주민소환제법'의 통과를 주도해 '실질적 승자'로 평가 받은 것도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할지 지켜볼 대목이다.
  
  고려대 최장집 교수는 지난 6일 민노당 김종철 서울시장 후보를 만나 "우리당과 한나라당 후보들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거북하지 않은 것만 이야기 하면서 '반정치 담론' 태도를 보이는데 이는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것"이라며 "두 당의 차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난 없다고 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강대 손호철 교수도 8일자 <한국일보>에 기고한 칼럼에서 "다수당 중심의 국회시스템에 밀려 지난 2년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민노당이 캐스팅 보트를 이용해 주민소환제를 관철함으로써 그동안 당의 목표로 내세우며 추구해 온 '거대한 소수정당'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노 대통령이 뜬금없이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 운운하며 우리당에 한나라당의 사립학교법 재개정 요구를 수용하는 자살골을 넣으라고 압박하지 않았다면 주민소환법 제정, 민주노동당의 부상과 같은 성과는 없었을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결국 '개혁, 진보 이슈'에서 우리당이 한나라당에 비해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고 우리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이나 정치무관심 층으로 빠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민노당이 흡수할만한 활로는 열었다는 게 외부의 평가인 셈이다.
  
  최고 전략지역 울산, 서울에서 좀처럼 열세 면치 못해
  
  그러나 최종적인 '숫자'로 승패가 판가름 나는 선거 생리상, 민노당이 이번 선거에서 흡족할만한 성과물을 챙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특히 광역 단체장은 16곳 중 1곳 승리가 오매불망이다.
  
  최고 전략지역인 울산의 경우 노옥희 후보가 인지도 부족 등으로 인해 한나라당 소속 박맹우 현 시장과 세 배 가까운 격차로 뒤지고 있다.
  
  민노당은 "본격적 선거전이 벌어지면 경합 양상이 나타나고 지지율 격차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객관적 상황은 녹록치 않다. 당장은 민노당이 우리당과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경기, 인천, 부산 지역에서도 선거가 본격화 되고 사표심리가 작동하면 민노당 표가 언제든지 빠져나갈 개연성이 크다.
  
  최고 관심지역인 서울에서도 김종철 후보의 지지율은 3% 벽을 좀처럼 뚫지 못하고 있다. 김 후보 캠프에서는 'TV토론이 시작하면 달라질 것'이라 자신했고, 토론에서도 '선전'했다는 것이 당 안팎의 평가지만 아직까지는 큰 변화가 없어 내심 안절부절이다.
  
  이에 대해 김 후보 진영의 한 관계자는 "강금실 후보의 지지율이 조금 오르면 우리도 같이 오르고 그 쪽이 빠지면 우리도 같이 빠지는 지경이라 모멘텀을 잡기 힘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게다가 '강금실-김종철' 동조화 현상은 전국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어 민노당의 고심이 더욱 깊다. 자칭 '범개혁진보세력'이라는 열린우리당에 대한 실망이 확대될수록 민노당의 지지율이 덩달아 출렁거릴 수 있다는 것. 우리당에 제기되는 '개혁-진보는 무능하고 독선적'이라는 비판이 민노당에 '덤터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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