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사학법 양보 권유'를 사실상 거부한 열린우리당을 '아버지한테 야단맞고 집 나간 친구'에 비유하며 "이성을 찾고 대통령의 권유를 받아들이라"고 촉구했다.
이재오 "아버지한테 야단맞고 집 나간 우리당, 이성 찾아라"
이 원내대표는 30일 염창동 중앙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집권여당인 우리당 지도부가 국정의 총체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의 권유를 거부하고 야당을 비난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참 어이가 없다"고 열린우리당 사학법 재개정 반대 입장을 맹비난했다.
이 원내대표는 "우리당이 야당 연습을 너무 빨리 시작하는 것 같다"며 "아직 그들이 책임져야 할 국정의 기간이 2년 가까이 남았는데 지금부터 국정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니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지금 아버지한테 야단맞고 집 나간 친구를 찾으러 나가야 하는데 서울서부터 찾아야 될지 부산서부터 찾아야 될지 참 막막하지만 문 닫아걸고 집에 앉아있을 생각은 없다"는 말로 우리당과 협상을 계속할 뜻을 내비쳤지만 "사학법에 관한 한나라당 안은 타협의 여지가 없는 최종안이라서 이게 안 되면 다른 법안의 통과도 (일괄타결이라는) 여야의 합의에 따라 있을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여당의 5월 임시국회 소집 방침에 대해서도 이 원내대표는 "남은 회기 이틀로 너무 촉박하니 임시국회를 열어서라도 상임위에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하자고 내가 먼저 제안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것은 사학법 처리를 전제로 한 것이지 여당이 사학법을 수용하지 않으면 임시국회도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 원내대표는 "여당이 야당을 공격할 때마다 민생법안, 민생법안 하는데 그렇게 급한 사람들이 대통령의 권유도 안 받아들이냐"면서 "그 사람들은 민생법안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 원내대표는 "제1야당과 먼저 대화하다가 안 되니까 다른 야당과 하겠다고 나서면 다른 야당이 '좋다'고 나서겠냐"며 여당 일각의 반(反) 한나라당 공조 움직임을 경계하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급하니까 다른 야당과 공조하겠다고 하는데 뭐 민주당, 민노당이 여당이 필요할 때만 꺼내드는 정당도 아니고 이는 야당에 대한 모욕"이라며 "우리도 그것을 지켜보고 있을 만큼 허약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여당의 입장변화와 협상제안을 기다리며 우리는 오늘 6시에 원내대표단과 정책위원장단, 연석회의를 열어 4월 국회에 대한 최종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면서도 "지금 이야기한 것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재오 "대통령의 진실성과 결심 높이 평가한다"
이 원내대표는 여당에는 맹공을 펼쳤지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청와대와 여당의 불협화음을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어제 대통령께서 국정을 여야의 대화와 양보를 통해 풀어가려 하는 그 진지한 모습을 보고 야당의 원내대표로서 상당한 동의를 표했다"면서 "대통령은 대화로 여야가 국정을 풀어야 한다는 절실한 진실성과 상당한 결심이 있었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평소에 내가 수첩에 뭘 적고 그러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제는 왠지 적고 싶더라"면서 대통령의 발언을 자세히 전했다.
이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정치는 주고받아야 하는 것이라면서 여당이 좀 정부의 국정현안에 대해 도와달라'고 말씀하셨다"면서 "대통령께서도 정국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의 사학법 재개정 주장을 받아들이라고 여당에 강하게, 아주 강한 톤으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또 대통령께서 '내가 지금 이 테이블에서 여당 손을 들어주겠냐, 야당 탓을 하겠냐? 국정을 큰 틀에서 끌고 나가야 하는 나로서는 야당 편을 들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셨다"면서 "대통령이 염려하는 시급한 법안들을 물리적으로 다수결로만 풀어나갈 생각이 없으니 야당과 대화를 통해 주고 받는 큰 틀에서 풀어가라는 뜻이었다"고 풀이했다.
그는 "대통령이 김한길 원내대표에게 '한나라당에게 양보하는 게 국정을 푸는 길이다. 식사하러 올 때 그런 생각을 안 했다면 아예 오지 말았어야지'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은 사학법 양보를 권유하고 여당은 고뇌 끝에 거부하는 모양새를 갖춰 한나라당을 압박하려는 것일 수 있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상당히 절실하고 진실성과 결심이 있었던 것으로 본다"며 "내가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것을 판단하지 못할 정도로 어린 나이는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아마 대통령도 여당이 (양보 권유를) 순순히 받아들일 리가 없고 반발할 것을 예상하셨을 것이지만 그만큼 진실성이 있는 것"이라면서 "대통령 발언을 듣고 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그 분이 즐겨하는 표현을 따르자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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