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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노동자 또 자살, "반대 찍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노조는 단협 '백지 위임', 회사는 신종 '인력 퇴출제' 도입

KT에 다니는 50대 노동자가 '상시적 인력 퇴출 제도'를 구체화한 노사 단체교섭안 투표에서 사측이 찬성표를 찍도록 개입했다고 폭로한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KT 전남본부에서 일하던 KT노동조합 조합원 김 모(53) 씨가 지난 16일 전남 순천시 팔마체육관 앞에 세워진 차량 안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질식사한 채 발견됐다. 차량 안에서는 고인이 2013년 KT 단체협약 찬반투표 용지에 '찬성'표를 던진 사진과 함께 자필로 쓴 유서가 발견됐다.

김 씨는 유서에서 "단체교섭 찬반 투표 후 검표가 두려워서 항상 (내가 찍은 찬성표를) 사진으로 남긴다"며 "반대표를 찍은 것으로 판명된 직원은 어김없이 불려가 곤욕을 치르고 나온다"고 유서에 남겼다. 회사의 외압에 못 이겨 노동자에게 불리한 단협안에도 어김없이 '찬성'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씨는 "2010년과 2011년 투표 전에 팀장이 개인 면담을 하면서 '반대 찍은 사람은 쥐도 새도 모르게 날아갈 수 있으니 알아서 찍으라'고 엄포를 놓았다"며 "팀장이 회식, 조회석상 같은 직원들 모인 자리에서도 똑바로 하라고 엄포를 놓는다. 뭐든 강압적이다"라고 호소했다.

고인은 "이런 현실 속에서 KT 조합원이 주권(소중한 한 표)을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겠는가? 15년간 사측(KT)으로부터 (계속된) 노동 탄압이 이젠 끝났으면 한다"고 적었다.

▲ KT 이석채 회장 ⓒ연합뉴스

자살·돌연사 등으로 270여 명 사망…"반대 찍은 사람은 쥐도 새도 모르게…"

논란이 된 단협안의 핵심은 '면직' 조항이다. 인사 고과에서 'F'를 두 번 받으면 대기 발령을 낼 수 있고, 대기 발령 두 번이면 면직(해고)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회사는 비연고지 발령 조건을 기존의 '징계 등을 받은 자'에서 '부서장이 지정한 자'까지로 넓혔다. 사실상 광범위한 '상시적 인력 퇴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KT노동조합은 '노사 상생'을 명목으로 임금단체협상안을 회사가 만들도록 '백지 위임'했다. 이후 노동자에게 불리한 퇴출 조항을 포함한 단체협상안은 지난달 열린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82.1%의 찬성표를 얻어 가결됐다.

KT 새노조는 "KT 노조가 실적 부진만으로 노동자를 해고하는 데 합의해줬다"며 "해고를 쉽게 할 길을 열어주는 건 노조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노동계에서는 KT가 '상시적인 정리 해고제'를 만든다고 우려했다. 조태욱 KT 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기존 인력 퇴출 프로그램(CP)의 불법성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니 회사가 신규 퇴출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집행위원장은 "노사가 합의해서 부서장 마음대로 원거리 발령을 내고, 인사고과로 해고할 수 있게 됐다"며 "회사의 압력에 못 이겨 이렇게 불이익한 조항에 '찬성'표를 찍고 조합원이 죽음으로 항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까지 KT는 불법적인 인력 퇴출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단일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인 5500여 명을 퇴출한 바 있다. 2009년에는 5990여 명을 퇴출해 단일 기업 최대 퇴출 기록을 스스로 경신했다.

징계 해고를 빙자한 '사실상 정리 해고'가 벌어진 이후 2006년부터 KT에서 자살, 돌연사, 과로사 등으로 숨진 노동자는 270여 명에 달한다.

관리자들이 투표에 부당하게 관여했다는 유서 내용에 대해 KT 관계자는 즉답을 피하면서도 "회사가 투표에 부당하게 개입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논란이 된 '면직 조항'이 사실상 '퇴출 제도'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 조항을 고인의 죽음과 연결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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