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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비례위성정당을 해산해야 하는 이유

[기고] 위성정당은 거대 양당의 독식 체제를 유지하자는 기만술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가 공포에 떨고 의료보건인이 목숨을 걸고 이의 방역과 감염자 치료에 혼신을 다하는 이 난국에, 여야 모두 실로 전대미문의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한쪽은 늘 하던 불륜이고 반칙이라 그런 지 아무런 죄책감이나 부끄럼이 없이 드러내놓고 망나니의 짓거리를 하고, 다른 한쪽은 이를 거세게 비난하더니 그를 막기 위한 짓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맞바람을 피우고 있다. 그 와중에도 위자료 한 푼 더 챙기려고 다른 편은 물론 자기 편끼리도 아귀다툼을 하는 꼬락서니는 분노를 넘어 연민을 품고 냉소를 짓게 한다. 가끔 막장 드라마가 인기를 끌기도 하지만, 이번 막장 드라마는 방영되면 될수록 아무래도 등 돌리는 사람만 더 늘어날 듯하다. 내용이 막장으로 치닫는다 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공감과 악당이나 악녀에 대한 공분이 있을 때 그나마 시청률이 오르는데, 비례위성정당 드라마는 공감과 공분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제 이쯤에서 종영하는 것이 피차 좋을 듯하여 그 이유를 몇 자 적는다.

위성정당은 위헌이자 정당법을 위반한 복제 괴뢰 정당

첫째, 비례위성정당의 창당과 참여는 헌법과 정당법을 모두 위반하는 위헌과 탈법의 정치행위다. 대한민국 헌법 제8조 2항은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비례위성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국회의석수 늘리면서 민주적 선거제도를 부정하는 것이기에 반민주적이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을 왜곡하는 조직이기에 헌법 제8조 2항을 정면으로 위반한다. 애초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미래한국당의 승인을 하지 않았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헌법재판소에서 총선 전에 위헌 판결을 하여 헌법을 수호함이 마땅하다. 그렇지 않고 이번 21대 총선에서 비례위성정당에 대한 투표와 이에 따른 국회의원 선출이 진행된다면, 두 당 모두 헌법을 어기는 실질 행위를 수행하는 것이다.

정당법은 제2조에서 “정당이라 함은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이 선거법개혁을 무력화하고 비례대표 의석을 더 많이 차지하고자 미래한국당을 만들자 한선교를 비롯한 미래한국당의 지도부는 이 당이 위성정당임을 망각하고 독자적인 공천을 하였다. 이에 미래통합당의 황교안 등 지도부는 다른 정당에 간섭할 수 없음에도 공천을 다시 할 것을 요구하며 치졸한 ‘비례국회의원 줄세우기’ 싸움을 하고 있고, 이런 와중에 미래한국당의 지도부가 총사퇴하였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야당의 비례위성정당에 대해 사악한 꼼수와 반칙, 위헌이라며 거세게 비판하던 태도를 돌변하여 “통합당의 비례의석 25∼27석 차지를 통한 제1당 등극과 문재인 대통령 탄핵”이란 ‘공포마케팅’을 통하여 위성비례정당을 합리화하더니, 시민사회원로로 구성된 정치개혁연합도 마다한 채 공천권을 마음대로 행사하려는 듯이 조국수호를 외치며 ‘친문’을 자처하는 ‘시민을 위하여’와 함께 ‘더불어시민당’ 창당으로 나아가고 있다.

비례위성정당은 여야를 불문하고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의 결정에 따라 한 통속으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 그렇게 진행되고 있기에 ‘책임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 추진’을 할 수 없으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이 아니라 밀실에서 권력을 탐하는 극히 일부 인사가 담합하여 만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전례가 없는 ‘복제정당’이자 ‘괴뢰정당’일 뿐이다.

진보정당의 원내 진입 없이 불평등 완화는 없다

둘째, 비례위성정당은 한국 사회의 최고 모순인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는 행위다. <기생충>이 왜 숱한 수상을 하고 피케티가 록스타 학자가 되었는가. 현재 지구상의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이고 우리도 마찬가지인데, 이는 문재인 정권에서 더 악화하였다. 1,100만의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전락하고,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절반인 50.7%(2017년 기준 홍민기, <노동리뷰>), 배당소득의 93.9%를 차지할 정도로(국세청, <2017년 귀속 양도소득과 금융소득>) 불평등이 악화하였으며, 청년실업자는 30만 명에 이르며(통계청 2019년 8월), 971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였다.(고용노동부 2018년)

불평등은 부자와 빈자의 갈등으로 그치지 않는다. 불평등이 심할수록 스트레스가 증가하여 건강은 악화하고 평균 기대수명은 줄어들고 범죄와 폭력은 증가한다.(리처드 윌킨슨, <평등해야 건강하다>) 특히, 검찰개혁에 사활을 걸고 있는 민주당 지지자들은 검찰총장과 지검장의 선출과 시민위원회 설립 등 시민이 검찰을 견제하거나 통제하는 제도적 개혁 없이 공수처만으로 검찰개혁이 불가하며 설혹 완벽한 검찰개혁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불평등이 심한 곳에서는 검찰개혁을 비롯한 모든 개혁도 껍데기로 전락함을 인식해야 한다. 불평등이 심할수록 사람들은 협력보다 경쟁과 힘에 의해 해결하는 전략을 선호하고, 나경원과 조국의 사례에서 잘 나타났듯이 기득권이 ‘유리창’을 강화하기 위하여 모든 것을 동원하여 제도와 법을 바꾸고 편법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서 불평등을 완화하는 정책을 구현할 수 있는 정당은 정의당, 민중당, 노동당, 노동자 변혁당 등 진보정당뿐이다. 이들이 국회에서 차지하는 의석과 불평등을 완화하는 법안과 정책의 비율은 비례할 것이다. 이들이 최소한 20석 정도는 차지하여 원내교섭단체는 꾸릴 수 있어야 실질적으로 거대 보수 양당을 견제하며 불평등을 완화하는 법안과 정책을 발의하고 구현하여 이 나라를 좀더 평등하고 건강하며 안전한 나라로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에 국민과 촛불의 지지를 받으며 모처럼 수구 기득권 세력의 반대를 극복하고 천신만고 끝에 이들 정당이 국회에서 일정한 의석을 차지할 수 있도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어느 정도 반영한 선거법 개혁이 이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비례위성정당의 창당과 참여는 선거법 개혁을 무력화하고 이들의 국회 진출을 차단함은 물론, 나아가 불평등을 심화하고 이 나라를 더욱 병들고 불안전한 나라로 전락시킬 것이다.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공멸 가능성이 크다

셋째,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과 현재의 국면을 총선까지 밀고나갈 경우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공멸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불어 민주당은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하지 않으면 제1당을 미통당에 줄 것이라고 하지만, 그 반대의 가능성이 더 크다. 더불어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참여에 중도의 59.1%, 민주당 지지층의 48.1%(찬성 40.9%)가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한국리서치), 중도와 민주당 지지자들 가운데서도 이탈자가 많을 것이다. 특히, 거대 보수 양당이 알아야 할 것은 중도층은 ‘가운데’가 아니며 그들도 정책에 따라 투표한다는 점이다. 중도라는 것은 레이코프의 말대로 은유일 뿐이다. 그들은 산술적 중간이 아니다. 중도층은 경제 문제에서는 진보 정책, 안보에서는 보수정책 식으로 정책을 따라 선택한다.(조지 레이코프, <프레임 전쟁>) 이는 미국을 비롯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실험을 통해 증명된 사실이다. 더구나 이번 총선에서 비례위성정당과 코로나 사태에 가려서 정책 선거는 후면으로 후퇴할 것이다. 이 상황에서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참여에 반대하는 60%의 중도층은 민주당에 투표하지 않거나 기권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하나, 민주당 지도부가 친문세력들의 ‘묻지마 지지’에 가려 간과하는 것이 있다. 미통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학력과 정치의식의 차이다. 미통당의 지지자들에게는 죄송스런 말씀이지만, 민주당의 지지층의 학력이나 정치의식이 그들보다 더 높은 것은 사실이다. 미통당은 미래한국당에 몰표를 던질 수 있지만,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조국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거나 비례위성정당 참여에 반대한 48%는 그 정도로 맹목적 투표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20대 총선에서 3% 미만의 경합지역은 38석이었으며, 5%로 확대하면 60석이 넘는다. 중도층의 절반이 이탈하고, 민주당 지지자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이들이 흔들리는데, 최소한 2-3%를 득표할 수 있는 정의당 후보는 비례위성정당 참여로 원내교섭단체 진출의 꿈을 짓밟고 4+1의 약속을 깬 민주당과 사생결단을 하고 싸울 것이다.

무엇보다 선거의 승패를 결정하는 제1요인은 프레임인데, 정권심판 프레임이 야권심판을 넘어서서 작동할 것이다. 비례위성정당은 미통당 지지자들에게 그래도 일관성이 있는 정치행위이지만,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자기부정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민주당이 수도권과 부산, 울산, 경남의 경합지역에서 이기리라고 생각하면 그야말로 오만과 착각의 극단이다. 민주당이 비례대표 몇 석을 얻으려다가 지역구를 더 많이 내주는 소탐대실로 귀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미래통합당의 제1당 등극을 막으려고 만든 비례위성정당이 정반대로 그 판을 깔아주는 악수가 될 수 있음을 뜻한다. 미통당의 전신인 자한당에서는 이미 민주당도 비례위성정당을 만들 것이고 그 경우 제1당을 탈환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총선과 선거법 개혁 무력화 전략을 짰다고 한다. 결국 민주당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상실한 채 총선 이후 급격히 빠른 속도로 레임덕에 빠질 것이다. 더불어, 정의당과 민중당이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에 표를 빼앗기는 바람에 선거법 개혁이라는 제도개혁의 중대한 교두보를 마련하였음에도 진보의 약진은 10석 내외에서 멈출 것이다. 이는 진보정당의 실패로만 그치지 않는다. 민주당의 입장에서도 미통당이 다음 국회에서 여러 반동을 행할 경우 이를 막을 우군마저 약화시키는 전략적 오류다.

위성정당은 거대 양당의 독식 체제를 유지하자는 기만술이다

넷째, 비례위성정당은 4+1당이 합의하여 국회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통과시킨 선거법 개혁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이 선거법은 부족하나마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향하여 소수의견이 제도 안으로 수렴되고 정당의 지지율이 국회의 의석수에 근접하여 민주주의 선거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길이었으며 국회에서 참석의원 과반수 이상이 찬성하는 표결을 거쳐서 통과된 것이다. 그럼에도 미래통합당은 이를 무력화하기 위하여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들었으며, 이에 반대하던 민주당조차 비례의석을 더 많이 차지하자는 의도 하나로 사악하고 위헌적이고 반민주적인 정치공작에 동참하여 ‘자기부정’을 하고 있다.

다섯째, 비례위성정당은 지지율과 국회의석의 괴리를 강화하는 반민주적 망동이다. 그간 선거법이 잘못된 바람에 지지율과 국회의석이 일치하지 않아 많은 표가 사표로 처리되고 국회의 대표성과 민주적 정당성이 훼손되었다. 이번 선거법 개혁은 부족하나마 국민의 지지율과 국회의석을 어느 정도 일치시켜 국회의 대표성을 제고하고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는 길을 여는 것이었다. 하지만, 비례위성정당 창당으로 국민의 지지율과 국회 의석은 거대 양당으로 더욱 수렴되게 되었다. 이는 표의 가치와 대표성을 왜곡하는 반민주적 망동이다.

여섯째, 비례위성정당은 정치적 재현의 위기를 강화하여 다양한 의사를 국회를 통해 수렴하고 다양성의 공존으로 한국 정치를 전환하는 길을 봉쇄하고 거대 양당의 대립과 독식 체제를 유지하려는 기만책이다. 다른 지면에서도 언급한 대로, 한국 정치에서 현실과 재현 사이의 괴리와 모순을 뜻하는 ‘재현의 위기(the crisis of representation)’는 심각하다. 흑인을 폭력적으로 재현한 드라마가 흑인 차별의 현실을 야기하듯, 현실에서는 진보의 지지층이 최소 10%는 되는데, 이를 국회로 재현한 결과는 정의당 6석, 민중당 1석으로 2.37%에 지나지 않는다. 그 결과 그동안 민주당과 자한당(미통당)이라는 두 거대 보수 양당이 국민의 의사를 과잉대표하였고, 이들은 겉으로는 치열하게 대립하면서 실질적으로 대의민주제를 악용하여 자본과 권력을 양분하며 ‘적대적 공존’을 해 왔다. 이로 노동자, 농민, 빈민, 장애인, 성소수자의 목소리는 울타리 밖에서만 맴돌았으며, 이들은 늘 과도한 수탈과 배제의 상황에 있고 권력, 자본, 가치의 분배에서 늘 불공정한 상태에 있다. 문재인 정권도 이는 박근혜 정권과 별로 차이가 없다. 친재벌 반노동 정책, 성장 위주정책으로 회귀하였으며, 팩스 한 장이면 가능한 전교조 합법화도 거부하고 있고 이명박 정권 때 대량해고를 당하여 죽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의 분향소를 부순 것처럼 문중원 열사의 분향소를 파괴하였다.

이번 선거법 개혁은 부족하나마 이들 소수자들의 다양한 의사들이 국회를 매개로 정책으로 구현되고 거대 양당의 대립과 독식체제에 균열을 내고 다양성의 공존을 지향하여 한국 정치를 전환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비례위성정당 창당과 참여는 보수 양당이 이번 총선에서 비례위성정당을 통하여 이기면 의회의 집권당, 져도 제1야당을 차지하여 다시 거대 양당이 국회를 양분하고 이를 통하여 권력과 자본을 독점하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위성정당은 촛불의 배반이자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공멸

일곱째, 비례위성정당은 촛불에 대한 배반이다. 2016년에서 2017년에 걸쳐서 국민들은 주권자로서 위대한 각성을 하고 거리로 나와 박근혜 정권을 탄핵하고 정권교체를 이루었다. 국민들은 그때 차디찬 거리에서 이명박근혜 정권을 통해 대의민주제의 폐해를 충분히 겪었으니 이제 직접민주주의로 이행하라고 외쳤다. 문재인 정권에서 촛불의 명령에 부합할 만한 개혁으로 규정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바로 선거법개혁이다. 그럼에도 수구정당인 미래통합당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미래한국당을 만든 데 화답하여 촛불정권을 자임하는 여당마저 이에 동참한 것은 촛불에 대한 정면 배반이다.

여덟째, 비례위성정당은 정치를 희화화하는 막장드라마로 정치적 냉소를 야기할 것이며 이는 전도된 전체주의를 야기할 것이다. 그동안 미래통합당과 더불어 민주당은 서로 못하기 경쟁을 하여 지지율을 유지해 왔으며, 비례위성정당은 막장드라마의 결정판이다. 이는 중도와 진보진영 모두에서 정치혐오와 냉소를 증폭하고 있다. 늘 전체주의는 정치 혐오와 냉소 위에서 춤을 춘다. 미통당이든 민주당이든 누가 제1당이 되든, 정치 혐오와 냉소를 배경으로 ‘전도된 전체주의적 독단’들을 행할 가능성이 크다. 전도된 전체주의란 나치즘이 대중을 동원하고 기업을 국가권력에 종속시키고 우상화한 권력자가 지배한 것과 반대로 대중을 정치적 냉소주의에 빠지게 하여 관리되고 ‘탈동원화’하는 방관자로 전락시키고 기업권력에 국가권력을 종속시켜 자본이 요구한 대로 시민을 시스템의 부품처럼 통제하고 지배한다.(셀던 월린, <이것을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까? -관리되는 민주주의와 전도된 전체주의의 유령>)

이처럼 비례위성정당은 촛불에 대한 배반이며 헌법을 어기는 위헌 행위이자 정치를 막장드라마로 희화화하여 전도된 정치혐오와 냉소를 증폭하고, 한국 정치의 오랜 숙원이었던 소수자의 국회 진출과 지지율과 국회의석의 일치로 가는 길을 봉쇄하는 반민주적인 망동이다. 무엇보다 눈앞의 국회의석 몇 석에 가려서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함께 공멸하는 소탐대실의 악수다.

안수정등에서 탈출하여 연대하는 것만이 대안

불교에 안수정등(岸樹井藤)이란 비유가 있다. 들불과 굶주린 사자를 피하여 나그네가 우물로 뛰어들어 빠져 죽지 않으려고 등나무 넝쿨을 잡았는데 발 아래로는 독사들이 우글거리고 쥐들이 그 넝쿨을 갉아먹고 있다. 그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나그네는 꿀벌 집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꿀의 단맛에 취해 있다. 눈앞의 국회의석에 도취하여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는 민주당과 ‘시민을 위하여’ 지도부가 이 나그네와 꼭 닮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촛불의 동력은 아직 살아있다. 다른 지면(<한겨레신문>)에서도 말한 대로, 여야 모두 비례위성정당을 해산하자. 더 나아가 민주당과 정의당이 모두 승리하는 확실한 길이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이번 선거법 개혁의 취지대로 ‘소수자를 배려한 릴레이 양보’를 하자. 민주당은 비례대표를 내지 말고, 정의당은 지역에서 연대한다. 이어서 정의당은 비례대표 자리를 민중당과 녹색당 등 더 소수자인 정당에 양보한다. 그리고 마침 수구세력이 다시 합치고 박근혜가 편지로 판을 깔아준 만큼, ‘도로 국정농단 세력 심판 대 촛불’로 프레임을 짜고 “지역은 민주, 비례는 정의당(소수자 연합)으로 촛불을 완성하자”고 호소하면, 3위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킬 때처럼 한 사람이 수백 명을 설득할 것이고, 불참하려던 중도층과 진보진영의 국민들도 투표장으로 가서 심판에 참여할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진보정당은 20석 내외를 차지하여 원내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고, 민주당은 지역구의 경합지역에서 압승하여 제1당의 지위를 확고하게 누릴 것이다.

만약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진보는 민주당과 확연히 선을 긋고 이번 총선이야말로 진보가 제 영역을 확보할 기회라고 생각하고 운동을 해야 한다. 코로나를 비롯한 신종 바이러스는 인간이 더 많은 이윤을 얻고자 숲을 파괴하는 바람에 숲에서 원숭이나 박쥐에게만 기생하던 바이러스가 변형을 거쳐서 인수(人獸)공통 전염병으로 전환한 데서 비롯되었다. 호주 산불로 10억 마리의 동물이 죽은 근본 원인도 엘니뇨로 인하여 인도양의 동쪽과 서쪽 바다의 차이가 극대화한 데 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전 세계에 걸쳐서 상위 10%가 절반의 소득을 점유하고 있고, 한 기업에서 최하와 최상의 임금의 차이가 300배에 달할 정도로 불평등은 심화하였다. 더구나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다.

이런 모든 흐름은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대안의 체제 없이는 인류 문명의 지속이 불가능함을 보여준다. 진보정당은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체제에 대한 대안 제체를 지향하는 것으로 이념적 지향을 명확히 하고, 이 체제를 유지하면서 울타리 안의 기득권으로서 권력과 자본을 독점하며 편법과 반칙과 갑질을 행하고 있는 민주당과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선전전으로 이번 총선에 임해야 한다. 그래도 최소한 80년대까지는 독재 대 민주의 구도 속에서 민주당은 어느 정도 정당성이 있었으며 민주당과 연대가 전략적으로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 핵심 문제와 모순은 불평등이다. 이 문제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문화 모든 장에서 민주당과 미통당의 싱크로율은 거의 90%에 근접하고 있다. 이제 조국사태 때 정의당의 처신처럼, 진보정당은 민주당과 연대하여 의석 몇 석을 얻는 대신에 진보의 길을 잃고 영토를 상실하는 소탐대실을 더 이상 범하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 사태를 통해 국민들은 정의가 다른 어떤 차이보다 아픔의 차이를 우선시해야 함을 깨달았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가난한 자를 위한 편애적 선택’을 강조하였다. 이것이 그리스도처럼 사는 길이자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디딤돌이기 때문이다. <유마경>에서도 중생이 병이 나면 보살도 아프다고 했다. 가장 가난하고 아프면서도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노동자, 농민, 빈민, 장애인, 성소수자, 노인, 여성들이 이제 국회에서 그 아픔을 호소하고 정책과 법을 통하여 그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문을 열어주자. 손가락에 상처만 나도 그리로 모든 면역세포와 영양분이 집중되어 그를 낫게 하고 내 몸을 건강하게 하듯, 그것이 나와 이 나라를 진정으로 건강하게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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