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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넘어선 신종 코로나, '무증상 전파력' 공식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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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넘어선 신종 코로나, '무증상 전파력' 공식 인정

정부, 중국서 입국 '전면 금지' 시행할까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무증상 또는 자각증상이 없는 경증 상태 감염자의 감염력이,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인 사스, 메르스보다 상당히 강하다는 점을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 인정했다.

WHO가 1일(현지 시각) 발표한 일일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WHO는 감염자가 증상을 보이기 전에 ‘2019-nCoV(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Asymptomatic infection)을 인지하고 있으며, 몇몇 사례를 통해 어떻게 바이러스가 전파됐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WHO의 크리스티안 린트마이어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아직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어 조사가 좀 더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무증상 감염자도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신중하게 언급한 바 있으며, 이번에 공식화한 것이다.


무증상 전파란 바이러스에 감염됐지만 발열이나 기침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으로, 통상의 감염병에서는 드문 현상이다.

"무증상 전파로 방역 어렵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지난달 31일 홈페이지에 업데이트한 질병 관련 설명에서 독일의 ‘무증상 감염’ 사례를 언급했다. 이 사례는 독일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증 확진자가 증상이 없는 시기에 직장 동료를 감염시켜 국제학술지에 게재됐다.

CDC는 "일반적으로 호흡기 질환 바이러스는 증상이 강하게 발현될 때 전염성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증상을 보이지 않는 감염자와 접촉해 전파된 경우가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일 "기존 감염병과는 다른 전파 유형이 나타난다"며 무증상 감염자의 전파 가능성을 뒤늦게 인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무증상·경증환자 감염성 전파 가능성에 대해 기존과는 달리 "가능성이 크다"고 공식 인정한 것이다. 지난달 29일까지만 하더라도 정부는 무증상 감염 가능성에 대해 “아직까지 근거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4일만에 이를 번복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총리주재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신종 코로나는 증상이 감기 등 일반 호흡기 질환과 유사해 구별이 어렵고 무증상, 경증 환자에게서 감염 전파 사례가 나와 기존보다 방역 관리가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날 정부는 '후베이성 경유 외국인'의 입국제한 조치와 함께 감염자에 대한 접촉자 방역체계를 강화하는 조치를 포함시켰다. 국내에서 2차·3차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무증상 감염자에 의한 가능성이 커지자 앞으로는 "(1차 감염자와 접촉한) 밀접 접촉자와 일상 접촉자 구분 없이 접촉자 전체에 대해 자가 격리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환자의 접촉자는 모두 14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 벌금 등 벌칙이 부과된다.

하지만 '무증상 전파'를 인정한 정부는 여전히 '제한적 입국 금지'만을 내놓았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 확진자 40%는 후베이성 이외의 지역에서 나오고 있으며, 우한 시 1100만 인구 중 500만 명가량이 중국 전역에 골고루 흩어져 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우한 바이러스의 위험지역은 현재 후베이성뿐만이 아니라 중국 전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일 0시 중국 전역 확진자 1만7205명, 사망자 361명"


3일부터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가 끝나 고향에서 일터로 돌아오는 중국인들이 늘면서 신종 코로나가 또다시 폭발적으로 확산할 우려에 중국 전역은 초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3일 0시 현재 전국 31개 성에서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1만7205명, 사망자는 361명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전체에서 확진자는 하루 전보다 2829명, 사망자는 57명 늘었다. 일일 사망자가 50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달 20일 위건위가 공식으로 통계를 발표한 이래 처음이다. 누적 사망자 수는 이미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를 넘어섰다. 현재까지 확진 환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 수는 16만3844명이며 이 가운데 13만7594명이 의료 관찰을 받고 있다.

'제2의 우한'이 되지 않겠다는 후베이성 주변 도시들의 안간힘도 전해지고 있다. 우베이성 황강(黃岡)시는 2일 0시까지 확진자가 1002명, 사망자가 15명에 달해 우한에 이어 신종 코로나가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분류됐다. '외출 금지령'까지 내려지면서 유령 도시로 변했다. 황강 내 모든 가구는 이틀에 한 번씩 1명만 외출해 생필품 등을 구매해 올 수 있다.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시도 황강시와 같은 방식의 외출 금지령을 발동했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대유행(pandemic) 전염병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앤서니 포시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매우 전염성이 강하며, 대유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속도가 사스나 메르스보다는 독감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토머스 프리든 전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은 "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억제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신종 코로나의 전염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치명적인지 아직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유행병학 모델 추산, 감염자 10만 명 이미 넘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와 달리 유행병학 모델로 추정할 때 이미 우한 바이러스 감염자는 10만 명이 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스가 9개월간 8098명, 메르스가 2500 여명의 확진자를 발생시킨 것과는 감염력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밴더빌트대학교 메디컬센터의 윌리엄 샤프너 박사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미국의 의사라면,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 반드시 두 가지 질문을 할 것"이라면서 "중국에 다녀왔느냐, 중국을 다녀온 사람과 접촉한 적이 있느냐를 묻고 어느 한 질문에라도 '그렇다'는 답을 한다면, 그는 즉시 격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미국은 샤프너 박사가 의미하듯 중국 전역을 위험지역으로 보고 2일부터 '전면적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최근 14일간 중국 본토를 방문한 외국인이 입국하거나 경유하는 것을 금지한 상태다.

호주 역시 호주 시민과 거주자, 가족, 법정후견인 또는 배우자들만 중국에서 호주로 입국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중미의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또한 비슷한 조처를 시행하며 바이러스 차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한감염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대한항균요법학회는 지난 2일 발표한 대정부 권고안에서 "후베이성 외의 중국 지역에서 신종코로나가 발생하는 사례가 40%를 차지해 후베이성 제한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보건당국의 감시 역량, 선별 진료소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서는 2주 이내의 중국 거주자를 포함해 중국에서 들어온 모든 입국자가 입국 후 2주간 자가격리를 할 수 있도록 권고하라는 것이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제한적 입국금지를 다시 '전면적 입국 금지'로 강화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박능후 장관이 '제한적 입국금지'를 "단기적인 대책"이라고 언급한 것은 정부도 위험 지역을 탄력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인 박능후 장관은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정부부처 차관급 인사와 지방자치단체 부단체장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중국의 감염이 확산하고 있어 지금부터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가 정말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보건복지부 차관이 주재했던 일일점검회의와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재했던 중앙수습본부 회의를 통합, 개최해 보다 신속하고 책임있는 의사 결정을 해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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