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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장관 "송환법 추진 어리석었다"...녹취 유출 자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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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장관 "송환법 추진 어리석었다"...녹취 유출 자작극?

"깊은 사죄하며 사퇴하고 싶다"...곧바로 정면 부인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의 완전 철회와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 사태가 더 이상 홍콩 정부의 힘만으로는 억누르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자작 유출'로 의심되는 홍콩 행정장관의 녹취가 공개됐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이 2일 단독 보도한 녹취에 따르면, 시위에 강경 대응하고 있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발언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녹취는 지난 주 일단의 기업인들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이뤄졌다. 회동은 약 30분간 지속됐고, 녹취는 24분 분량이다.

녹취에 따르면 람 장관은 "홍콩을 휩쓴 정치적 위기를 촉발시켜 '용서받지 못할 대혼란'을 초래했다"면서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사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람 장관은 "홍콩의 소요사태는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국가안보와 주권의 문제가 되어버렸기에, 행정장관으로서 위기를 해결할 권한이 '매우 제한된' 상태"라고 토로했다. 그는 "선택할 수 있다면, 첫 번째 할 일은 깊은 사죄를 하고 사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3일 홍콩의 중학생들까지 동맹휴학으로 송환법 반대투쟁에 나섰다. ⓒ로이터연합

홍콩 행정장관, 사퇴 의사 발언 부인


중국 정부가 오는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70주년 국경절 행사를 앞두고 홍콩의 시위를 무력진압할 가능성에 대해서 람 장관은 일축했다.

그는 "시위를 진압히기 위해 군대를 파견한다면, 중국 정부의 평판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중국 지도부가 인식하고 있다"면서 "치러야할 대가가 너무 크다는 것을 중국 지도부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홍콩의 거리에 인민해방군을 투입하는 계획은 절대로 없다"면서도 중국 정부가 어떤 대응을 할 지 모른다는 경고를 잊지 않았다.

그는 "미국과 전례없는 갈등 중인 상황이라는 점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의 주권과 안보 차원이라는 국가적 문제가 되었기에 나에게는 대안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람 장관이 이런 발언을 했다는 것을 회동에 참석한 3명으로부터도 확인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통신은 "최근 람 장관이 송환법 완전 철회 등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제안을 중국 정부에 했으나, 거부당했다"면서 "내용을 직접적으로 알고 있는 3명으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대해 관영 <환구시보>는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 람 장관도 <로이터> 통신이 보도한 녹취 내용과 관련해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퇴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홍콩을 돕기 위해 나와 홍콩 행정부가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지난 3개월간 끊임없이 되새겨 왔다"며 "중국 정부와 사퇴에 대해 논의하는 방안조차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사퇴를 중국 정부가 만류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서는 "사퇴하고 싶지만 사퇴할 수 없는 상황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 송환법 추진을 후회하며 사퇴하고 싶다는 발언 녹취가 보도된 다음날인 3일 캐리 람 홍콩장관이 발언을 부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EPA=연합

"나의 무능력에 가장 큰 슬픔"...동정 노린 자작극?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람 장관의 녹취 내용이 자작 유출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녹취에는 홍콩 사태의 책임을 자신의 오판으로 규정하고 동정심을 구하는 한편, 중국 정부의 부담을 최소화는 내용까지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정치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나의 무능력에 가장 큰 슬픔을 느낀다"면서 "요즘은 밖으로 나가는 것도 매우 힘들다. 거리에도, 쇼핑몰에도, 미용실에도 갈 수 없다"고 동정심을 구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로이터> 통신도 "녹취된 람 장관의 어조는 강철 같은 대중적 이미지와 배치된다"면서 "3개월에 걸친 위기에서 받은 개인적인 충격을 토로할 때는 목이 메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람 장관은 시위가 격화되자 지난 6월15일 송환법을 보류했다. 7월 9일에는 '송환법을 다시 추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경찰의 폭력적 진압에 대한 조사와 민주적 개혁, 나아가 중국 정부의 간섭 배제을 요구하는 시민의 시위 열기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이에 대해 람 장관은 "송환법은 내가 추진한 것이며,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거나 강요받은 것이 아니다"면서 "법안을 추진한 것을 깊이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을 고려할 때 송환법 추진은 매우 어리석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홍콩 시민들이 중국 본토에 대해 이렇게 엄청난 두려움과 불안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파악하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반면 중국 정부에 대해서 그는 "중국 지도부는 국제사회에서의 국격을 고려한다"면서 "현재의 국격을 구축하기까지 오래 걸렸고, 경제대국, 책임있는 경제대국으로서 대응하려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중국은 소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관광산업 위축과 상장 등 자본유입 감소 등 홍콩의 경제적 고통이 초래될지라도 장기전을 할 의지가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한 "시위가 폭력적이 되면서 책임 있는 자들에 대한 경찰의 체포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8월31일 예정된 대대적인 집회를 무산시키기 위해 홍콩 경찰이 시위 지도부 주요 인사들을 체포하고, 백색테러 끝에 시위 주최측도 공식적으로 집회를 취소됐지만, 이날 수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집회와 시위를 벌였고, 노동계와 학생들은 3일 이틀째 총파업과 동맹휴학을 벌이고 있다.

홍콩 언론들은 의료와 항공, 금융, 건축 등 29개 업종 노동자가 총파업을 벌이고 있고, 10여 개 대학과 230여 개 중고등학교가 동맹휴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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