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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비정규직·청년'은 왜 또다시 대화를 거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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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비정규직·청년'은 왜 또다시 대화를 거부했나

3인 대표, 탄력근로제 확대안 반대하며 경사노위 본위원회 불참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안을 둘러싼 파열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근로위원인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인이 7일에 이어 11일 열린 경사노위 본위원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결국, 탄력근로시간 연장 합의안 의결이 또다시 불발된 셈이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인은 본위원회에 참여하는 대신 이날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안은 성급하게 본위원회를 소집해 형식적 의사결정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는 과거의 노사정위원회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불참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차 본위원회 직후,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안에 대한 재논의를 경사노위에 요구했다. 하지만 경사노위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가 1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논란이 큰 탄력근로제 합의안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사노위의 첫 합의 내용이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인 대표 "경사노위, 과거 노사정위 전철 밟아선 안 돼"

앞서 2차 본위원회에서 의결이 무산되자 경사노위는 이들의 불참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일부에 의해 전체가 훼손됐다"며 질타했고, 박태주 경사노위 상임위원도 “사회적 대화의 중요 핵심은 전국 차원의 노사단체 중심이고, 여성·청년·비정규직은 보조축”이라며 3인 대표의 불참을 두고 "일부에 의해 전체가 흔들리는 '웩더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또한, 위원회의 의사결정 구조와 위원 위촉 등 운영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대안을 검토하고 마련하겠다고도 밝혔다.

3인 대표들은 이날 자신들을 향한 '보조축', '웩더독' 등의 발언을 두고 "사회적 대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사회적 대화는 개별적인 단체교섭으로도 보호받을 수 없는 미조직 노동자에게 가장 절실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기에 오히려 미조직 노동자의 문제는 사회적 대화의 주축이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가 과거의 노사정위원회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며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안을 두고 "성급하게 본위원회를 소집해 형식적 의사결정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한, 사회적 대화의 주축인 여성, 청년, 비정규직의 위상을 부정하는 발언을 철회하고 취약계층 목소리가 사회적 대화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것이 미조직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대화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정책 결정에서 배제된 3인 대표

3인 대표가 본위원회에 불참한 표면적 이유는 탄력근로제 확대안 반대이지만, 속내는 좀더 복잡하다. 3인 대표들은 경사노위의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자신들이 배제된다는 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김병철 경사노위 청년 대표는 "시대적 과제라는 게 사회적 대화라고 했지만, 정작 탄력근로제 확대 문제는 우리와 아무런 상의 없이 진행됐다"며 "거수기로만 전락하는 식이었다"고 불참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탄력근로제 확대안을 합의한 주체는 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개선위원회였다. 그간 이들 3인 대표들은 이 위원회에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경사노위에 요구해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는 이들이 참여하는 본위원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지현 경사노위 여성 대표는 "여성노동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이고 작은 사업장에 속해 있기에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람들"이라며 "그런 여성 대표로 경사노위에 참여한 것은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생각에서였지만, 정작 경사노위 내부에서는 이들의 목소리를 받을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남신 경사노위 비정규직 대표도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안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이들은 미조직 노동자들"이라며 "이에 경사노위에 여러 차례 시정을 요구했으나 1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왼쪽)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에서 근로자위원인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이 3차 본위원회에 불참한 것과 관련해 대책 등을 설명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성현 "합의안, 국회의 입법 요청할 것"

이들 3인은 지금처럼 경사노위가 진행되면 이전 노사정위처럼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남신 대표는 경사노위의 첫 합의안이 탄력근로제 확대안인 것을 두고 "탄력근로제 확대는 경사노위 출범 전부터 당정청이 연말까지 그렇게 하겠다고 했던 안"이라며 "그것이 경사노위로 내려왔고, 결국 경사노위는 고충처리 기구처럼 활용됐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어렵게 출범한 경사노위의 첫 합의안을 그러한 탄력근로제 확대안으로 하는 것은 대화의 의지를 퇴색하고 훼손하는 처사"라며 "노사가 함께 박수칠 수 있는 의결안들이 있으면서도 그렇게 노동계가 반대하는 탄력근로제 확대안을 1호 합의안으로 통과시켰어야 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3인 대표는 본위원회에 다시 참여하기 위해서는 경사노위의 운영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제별로 열리는 위원회의 참여 보장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보조축' 등 여성, 청년, 비정규직 등을 비하한 발언의 사과도 요구한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경사노위에서는 이들의 본위원회 참여 문호는 열어두나, 그와는 별개로 합의안의 입법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의결하지 못한 탄력근로제 연장 합의안 관련 "본위원회를 다시 개최, 의결 절차를 밟기로 했다"면서도 "국회에는 합의결과를 존중해 입법해주길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위원장은 이날 불참한 3인 대표를 두고 "(본위원회) 참석 약속을 두 번이나 파기한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위원회의 의사결정 구조와 운영 방안 등에 대해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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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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