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미투', 사실을 말했는데도 '명예훼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미투', 사실을 말했는데도 '명예훼손'?

들불처럼 번진 미투, 침묵과 보복의 카르텔 깨질까?

지난 2016년에 시작된 '#00계_내_성폭력' 해시태그부터 미투(#Me_too) 운동에 이르기까지 사회 각계의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의 내부 고발이 계속되고 있다. 권력을 통해 피해자에게 성폭력을 가하고, 이를 침묵해왔던 한국사회의 '강간 문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관련 기사 : "침묵을 강요하던 '강간 문화'는 끝났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은 내부 고발이 진실로 드러나도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하는 등 법체계가 피해 생존자들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계속 돼왔다.

용기를 낸 피해자들의 '미투'가 피해자들의 외로운 외침을 넘어 법적, 제도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피해 생존자들의 말 할 권리를 보호하고, 2차 피해방지, 성폭력 근절 등을 위한 법안이 정치권에 쏟아지고 있다.

ⓒpixabay

피해받은 '사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죄로 처벌

현행 형법은 허위사실은 물론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됐다고 판단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성폭력 생존 피해자가 실재한 피해 사실을 이야기했을 때 가해자가 이 규정을 악용해 성폭력 생존 피해자들을 고소할 수 있다는 말이다. 서지현 검사도 피해사실을 고백한 방송 인터뷰에서 "명예훼손 피소를 각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성폭력 생존 피해자들의 말하기를 가로막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악용된 조항으로, 2015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도 우리나라에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를 권고했다. 이미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에선 '사실 적시의 명예훼손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자신이 겪은 검찰 내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 ⓒJTBC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이미 2016년에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금 의원은 "진실한 사실의 표현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죄를 폐지하고 주관적 명예감을 보호하기 위한 모욕죄를 폐지됨으로써,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 언론, 출판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현재 금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민주평화당도 '권력형 성폭력 근절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여 피해자의 말할 자유를 확대하는 방안을 담기로 했다.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은 지난달 26일 "범죄 사실을 공개한 것이 성범죄자들의 명예훼손이라는 법을 고치겠다"라며 "피해 여성들의 폭로 권리와 명예가 우선하도록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2차 피해'로 인해 자취를 감추는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

배우 J 씨의 성추행 피해자를 취재했던 한 기자는 칼럼을 통해 가해 지목인 배우 J 씨가 '피해자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려달라'며 다섯 차례나 전화를 걸었다고 후일담을 밝혔다. 기자는 피해자가 신분을 밝히지 못하고 피해 상황을 밝힌 것에 대해 "피해 상황만 종합해도 특정 가능한 데다 실명이 나가면 J 씨에게 보복을 당할까 봐 두렵다고 했다"며 "밤늦은 시간 휴대폰을 붙잡고 기자는 (성추행 피해자인) A 씨의 두려움을 간접적으로나마 실감했다"고 밝혔다. 가해 지목인인 배우 J 씨는 왜 피해자의 신원을 밝히려고 했을까.

▲ 연극연출가 이윤택이 지난달 19일 성추행 논란 공개 사과 기자회견에 참석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여성노동자회가 2016년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생존자 2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57%(58명)는 직장 내 성희롱 문제 제기로 회사로부터 불이익 조치를 받았다고 답했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이 받은 불이익의 조치는 '파면, 해임, 해고, 그 밖에 신분 상실에 해당하는 신분상의 불이익'이 53.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성희롱 피해자들에 대한 2차 피해로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많은 피해 생존자들이 여태껏 침묵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성폭력 상담소에 따르면 2차 피해는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 사법기관, 의료기관, 가족, 친구, 언론 등에서 보이는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으로 인해 피해자가 입는 정식적, 사회적, 경제적 불이익이나 피해자 스스로 심리적인 고통을 겪는 것"을 말한다. 직장에서 피해자에게 주어지는 인사상 불이익, 피해 생존자의 신원을 밝히려고 하는 가해자의 시도 모두 2차 피해에 해당한다.

지난달 22일 바른미래당은 '미투 고백 피해자를 응원하고, 위드유(#With_you) 할 것'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미투응원법 발의를 약속했다. 해당 법안은 성폭력 피해 생존자의 2차 피해 및 재발을 방지하며, 조직 내 성희롱 등 피해신고자의 보호를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은 국가기관 등에서 성폭력 사건 발생 시 여성가족부장관에의 통보, 성폭력 사건 재발방지 대책 마련 및 제출을 의무화하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해고 등 불이익 금지 규정을 구체화하는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국가기관 등의 성폭력 사건 은폐 및 2차 피해 발생 시 여성가족부 장관의 징계 요청을 의무화하는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안을 28일 자로 발의했다.


"종합적, 체계적인 여성폭력방지정책이 필요해"

지난 26일 민주당 젠더폭력대책 TF가 주최한 '#ME TOO 이제 국회가 응답할 차례' 토론회에서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현재 성희롱 금지 규정은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에 산재하고 있다"며 성폭력 방지 체계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춘숙 의원도 지난달 21일 '여성폭력방지기본법안'을 발의했다. 정 의원은 "여성에 대한 폭력방지와 피해자 보호 지원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명백히 밝히고, 여성폭력방지정책의 종합적, 체계적 추진을 규정하기 위해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발의했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안'은 △다양한 형태의 여성에 대한 신종 성폭력을 정의 △여성폭력 전담 기구를 만들어 가해자 처벌의 확실성 확보 △여성폭력 방지 정책의 실질적 근거가 되도록 일관성 있는 국가통계를 구축 △여성폭력방지 기본계획 및 연도별 수행계획 수립 근거를 마련 등이 담겨있다.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였던 정 의원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이 땅의 인권과, 정의, 미래도 없을 것"이라며 "여성이 우리 삶의 주체로서 사회구성원으로서 안전이 보장되는 평등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박정연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