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에서는 이 지도를 해석해 "천안함 침몰의 1차 원인은 좌초"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처럼 온라인에서 사진이 중요한 단서로 거론되자, <아시아경제>도 다시 사진 분석은 물론, 전문가 의견 청취 등의 작업에 돌입했다.
▲<아시아경제>가 지난달 27일 보도한 사진. ⓒ아시아경제 |
<아시아경제> 보도사진의 의미
이 사진은 지난달 27일 희생자 가족들이 사고 소식을 듣고 평택 2함대 사령부로 찾아간 후, 군의 사건 상황 브리핑을 들고 언론에 공개한 군의 작전상황도다.
이 사진을 보면, 사진 상단에는 '고조 : 03:41/16:13' '저조 : 09:57/22:39' '평균수면 : 6.4m'라고 표기돼 있다. 고조는 하루 중 해수면이 가장 높아지는 시간이며 저조는 가장 낮아지는 시간이다.
따라서 천안함이 침몰했던 밤 9시 22분 경은 주변 해수면이 점차 낮아지는 시기, 곧 썰물 때였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아래에는 별표를 표시해 '최초 좌초 6.4' '4'라고 표기돼 있다. 이 사진을 가장 적극적으로 해석한 인터넷매체 <서프라이즈>의 신상철 대표는 15일자 글에서 "당일 사고 시간은 최저조에 가까웠으며 당시 수심은 약 4m였음을 뜻하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신 대표는 또 최초 좌초 지점 인근 해도를 설명하면서 "일종의 '해안 단구'로, 거의 육지에 붙을 정도로 수심이 얕은 지대"라며 "한가운데는 수심이 가장 얕은 곳으로, 원형으로 표시한 것으로 미뤄 암초나 여(수면 아래 존재하는 암초)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천안함이 수심이 극히 얕아진 순간 암초와 충돌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런데 군은 이 '최초 좌초' 지점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군은 사고 직후 첫 공식발표에서 "천안함이 북위 37도 55분, 동경 124도 37분, 백령도 남서쪽 1마일(1.6km) 지점에서 사고를 당했다"고 밝혔다. 이는 해경 발표와도 거의 일치했다.
그러나 지난 7일 실시된 민·군합동조사단의 첫 공식발표에서는 사고 지점을 수정했다. 당시 합조단은 사고 지점이 북위 37도 55분, 동경 124도 36분 해점, 백령도 남서쪽 2.5km해상'이라고 수정했다.
이는 최초 발표와 약 700m의 차이가 났다. 이에 대해 당시 군은 "사고 초기 함수·함미의 위치가 파악되지 않아 대략적으로 1마일이라고 한 것"이라며 "각종 증거를 통해 사고 지점을 수정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군이 발표한 두 지점은 작전상황도에 표기된 '최초 좌초' 지점에서 2.3km정도 남쪽이다. 작전상황도가 완전히 틀렸거나, 합조단의 사고 추정이 오판일 수 있다는 얘기다.
노종면 전 YTN 노동조합위원장도 이들 오류를 보며 의문을 제기했다. 노 전 위원장은 23일 자신의 블로그에 "전문성이 요구되는 각종 수치를 (작전상황도에 적힌 점으로 미뤄) 볼 때 희생자 가족 등이 조작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며 "3월 27일 작전상황도에 나온 '최초 좌초' 지점이 왜 바뀌었나"고 따져 물었다.
"곧바로 침몰했다…" 믿어야 하나
상황도에서 나타나는 의구심은 이뿐만이 아니다.
상황도 하단에는 함수가 침몰한 장소가 붉은색 원으로 표기돼 있다. 이는 합조단이 발표한 천안함 침몰 지점으로부터 약 4마일(6.5km) 남동쪽이다. 합조단 발표 지점과 상황도 표기가 거의 일치하는 곳으로, 상황도 상에서는 북위 37도 54분, 동경 124도 40분 지점이다. 군은 "사고 후 함수가 빠른 조류에 떠내려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에 대해서는 군 내부에서도 의문이 제기됐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사고 현장을 찾은 해군본부의 엄모 정책실장(준장)은 "천안함 함수가 사고 현장에서 하루 만에 4마일이나 이동하는 것은 어렵다"며 "천안함 함장이 '순식간에 함이 두동강났다'고 했는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상철 대표는 "이 정도 거리로 보아 천안함이 '최초 좌초' 지점에서 첫 사고를 당한 후 빠른 속도로 이동하다 함수가 가라앉은 지점에서 침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천안함 생존 장병들의 증언과 180도 다르다. 최원일 함장은 사고 직후 희생자 가족들과의 면담에서 "갑자기 '꽝'하는 폭발음이 난 후 암흑 상황에서 함장실에 갇혀 있다가 누군가 망치로 문을 부수고 들어와 구조됐고, 5분 정도 후 갑판으로 올라와보니 이미 배는 두 동강이 난 채 후미는 잘려 나가 보이지 않았다(가라앉았다)"고 설명했다.
▲ 인양되는 천안함 함미. 우측 하단은 깨끗한 반면 좌측 하단 표면은 크게 훼손됐다. |
"천안함, 백령도 해저 모래바닥과 충돌해 좌초"
가장 구체적으로 이와 같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신 대표는 천안함이 백령도 해저 모래바닥에 충돌해 침수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로 신 대표는 함미의 좌측 바닥에 난 긁힌 자국을 들었다. 이는 김효석 민주당 의원도 의혹을 제기한 부분이다.
신 대표는 "백령도 해안단구는 모래가 퇴적해 단단해진 지질로, 방파제를 만들기 전까지는 세계에서 단 두 군데밖에 없는 백사장 활주로로 쓰였다"며 "인양된 함미의 바닥 스크래치를 보면 천안함이 좌초한 해안단구는 암석이 아니라, 견고하게 다져진 지질"이라고 설명했다.
언론 보도에 강한 불만을 제기한 신 대표는 "한국해양대학에서 항해학과를 졸업하고 해군 소위로 임관, 천안함과 동급 호위함인 APD함에서 근무했다"며 "전역 후에는 해운회사에 입사해 항해사로 일했다. 제가 바로 전문가"라고 강조했다.
한편 <아시아경제> 역시 이들 의혹을 접하고 재점검을 시작했다. 이 신문 관계자는 "누리꾼들의 주장을 잘 알고 있다. 국방부 출입기자, 전문가들과 함께 관련 내용을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진을 촬영한 당시는) 사고가 터진 직후라 언론사들도 우왕좌왕할 때였다"며 "다만 이 사진은 우리 매체 말고 다른 매체 한 곳에서도 찍은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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