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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천안함 보고서, 기뢰에 의한 원거리 폭발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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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방부 천안함 보고서, 기뢰에 의한 원거리 폭발 시사"

재미 학자 종합 반박문 <3> 항적 공개가 열쇠다

정부 천안함 조사의 모순점을 파헤쳐 온 재미 학자들이 국방부가 발표한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를 종합적으로 반박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서재정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 이승헌 버지니아대 교수,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 지질과학과 분석실장, 박선원 브루킹스연구소 초빙연구원은 3편의 글을 통해 국방부의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는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파괴됐다는 주장을 부정한다고 반박했다.

프레시안은 재미 학자들이 보내온 종합 반박문 전문을 게재한다. 종합 반박문은 이들이 운영하고 있는 웹사이트 '천안함의 진실'(www.truthcheonan.info)에도 실린다.

☞ 재미 학자 종합 반박문 전문보기

<1> "천안함 보고서의 데이터는 '북한 어뢰설'을 부정한다"
<2> "1번 어뢰 추진체, 엄청나게 오랜 기간 부식된 물체"

합조단 전문가들은 기뢰에 의한 '원거리 비접촉 폭발' 을 시사하고 있다
- 서재정, 이승헌, 박선원


국방부는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를 지난 9월 13일 공개했다. 부록을 포함하여 총 289쪽의 적지 않은 분량이고, 많은 사진과 전문용어가 등장한다. 실험결과와 시뮬레이션 및 계산방식 등을 제시하며, 이 <보고서>가 과학적이며 객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의 결론은 지난 5월 20일 발표와 거의 동일하다. 종합 결론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천안함은 어뢰에 의한 수중폭발로 발생한 충격파와 버블효과에 의해 전단되어 침몰되었고, 폭발위치는 가스터빈실 중앙으로부터 좌현 3m, 수심 6-9m 정도 이며, 무기체계는 북한에서 제조, 사용중인 고성능 폭약 250kg 규모의 CHT-02D 어뢰로 확인되었다." (205쪽)

남과 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따라서 한국의 군함이 남북 대치의 가장 치열한 접점인 최북단 백령도 근방에서 침몰했을 때 북한의 공격 가능성을 상정하고 이를 조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남북관계가 가지고 있는 민감성만큼 이러한 조사가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도 당연하다.

<합동조사결과 보고서>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들로 채워진 것에 우리는 우선 사의를 표한다. 사안의 중요성과 <보고서> 결론의 민감성에 비춰보아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의 데이터와 결론이 정확히 검증되어야 한다는 우리의 입장은 합동조사단의 노고에 대한 감사에 기초하고 있다. 우리는 해외에 있는 전문가로서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에 제시된 근거, 데이터, 자료들이 합조단의 결론을 지지하는 지 여부를 검증함으로써 그러한 노고를 재확인하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두 차례의 검증보고서에서 밝힌 대로 우리는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의 데이터와 결론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있음을 확인했다. <보고서>에 실려 있는 '데이터'는 천안함이 어뢰에 의한 근거리 수중 비접촉 폭발에 의해 격침된 것이라는 '결론'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안함이 <보고서>의 결론과 같이 어뢰로 격침된 것이 아니라면 천안함의 침몰 원인은 무엇인가? 수중폭발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KAIST 신영식 교수가 한 단초를 제시했다. 그는 지난 4월 8일 <시사IN>과 인터뷰에서 "기뢰가 배에 붙어서 터지지 않고 거리를 두고 터지더라도 충분히 선박을 파괴할 수 있다. 물기둥이 없이도 가능하다"고 했다.

우리는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에서 이러한 가능성을 시사하는 데이터들을 확인했다. 여기에는 폭발유형분석 전문가들과 선박구조 전문가들이 제시한 데이터가 중요한 기여를 했다. 폭발유형분석 전문가들은 어뢰에 의한 근거리 비접촉 수중폭발로는 천안함의 파손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데이터를 제시한 반면, 선박 전문가들은 원거리 비접촉 수중폭발로 선박이 파손될 수 있다는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합동조사결과 보고서>가 제시한 여러 데이터와 시뮬레이션은 TNT 100kg 정도의 폭발물이 수심 20미터 정도 되는 원거리에서 폭발할 경우 천안함이 세 조각으로 파손될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에서 선박구조 전문가들은 TNT 100kg이 수심 20여 미터 지점에서 폭발할 경우 발생하는 버블의 팽창, 수축 영향을 받아 급격히 호깅(배의 중앙이 선수, 선미에 비해 들어 올려지는 굽힘 변형), 새깅(배의 중앙이 선수, 선미에 비해 처지는 굽힘 변형)으로 천안함이 절단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경우 함체는 중앙에서 약간 벗어난 두 곳의 취약 지점에서 파단되어 가스터빈실 부분의 함저가 떨어져 나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파손은 천안함의 파손 형태와 일치한다.

이러한 가능성을 단순하게 검증해보기 위해 원거리 비접촉 폭발시 발생하는 파도가 천안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합동조사결과 보고서>가 제시한 공식에 따르면 TNT 100~136kg이 수심 20m에서 폭발할 경우 생성되는 파도의 파고는 약 9.8~10.9m에 달한다. 이러한 파고는 천안함 함체가 견딜 수 있는 최대 파고 10.6m(p.284)에 근접한다. 이 자체로도 천안함이 파손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은 것이다. 만약 폭발물로 발생한 파도가 당일 2.5-3미터의 파도와 겹쳐서 12~13미터가 넘는 파도가 순간적으로 생성되었다면 천안함 함체는 함몰력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는 천안함이 이러한 원거리 비접촉 폭발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파손, 침몰되었을 가능성을 데이터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면 '수심 20m에서 TNT 100kg'은 천안함의 실질적인 폭발 환경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수심 20m는 국방부가 일일브리핑과 국회에 나와 보고한 최초 침몰 수심 24m와 매우 근사하다. TNT 100kg은 우리 군이 1978년 매설했다는 육상조정 해저기뢰 MK-6에 담긴 TNT 136kg에 접근하는 무게이다. 달리 말하면 어떤 요인이 겹쳐 수심 24미터 부근에 깔려있던, 혹은 그 정도 수심에서부터 끌려오던 MK-6 육상조정기뢰가 폭발했다면 천안함은 세 조각이 나면서 침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추론은 지금까지 합조단의 비공개 자료에 유일하게 접근했던 러시아 전문가 그룹의 천안함 침몰 사고 검토 결과와도 매우 유사하다.

이 글은 우선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에 제시된 데이터가 어떻게 합조단의 '근거리 비접촉 폭발'설을 부정하고 러시아 조사단의 '원거리 비접촉 폭발'을 뒷받침하는지 설명한다. 다음 '수심 20미터' 원거리 비접촉 폭발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침몰지점과 기동구간에서 수심20미터 지역이 존재하는 지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TNT 100kg' 폭발물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폭발 관련 국방부 장관과 언론기관의 초기 보도를 검토한다. 이 같은 검토의 결론은 러시아 조사단의 기뢰폭발설이 높은 가능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기뢰설'을 검증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조사와 자료를 지적하는 것으로 이 글은 결론을 대신한다.

1. 천안함은 휘핑 모멘트에 의한 호깅과 새깅에 의해 세 부분으로 갈라졌다.

합조단 <그림 부록 II-2-2 선체 밑에서 형성된 버블이 시간 경과에 따라 발생하는 물리적 현상 > (p. 221)

위 그림은 마치 충격파가 버블의 외피를 이루지만 선체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으며, 가스버블이 발생되면서 비로소 처음 호깅 현상이 나타나고 그 다음엔 버블이 선체 중앙에서 위로 이동함에도 불구하고 새깅 현상이 나타지만 결정적으로 배를 두 동강이 내는 것은 제트 충격 한 가지로 묘사되어 있다. 이는 마치 파도가 배 중앙에 몰려 밀어 올리는 호깅 현상만 두 차례 나타난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천안함의 절단면 분석 결과 좌현 하부로부터 큰 폭발력에 의해 먼저 상부 방향으로 큰 곡면의 함체 소성변형이 일어났으며(호깅 현상), 이후 워터제트로 추정되는 강력한 외력에 의해 전단파괴가 일어난 것" (p. 233)

그러나 실제 천안함은 세 부분으로 절단되었으며 그 원인은 수심 20여 미터에서 TNT 규모100-130kg의 폭발에 기인한 것이라고 판단한다.

▲ 2010년 4월 3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국방부가 제출한 현안보고 자료. 천안함은 우현 기준 함수 45.4m, 함미 33m 로 두 동강이 났으며 가운데 유실 부분이 9.9m이다. 위 그림은 이를 세부분으로 표현하였다. 버블효과로 두동강이난다는 주장과 배치된다.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는 어뢰와 기뢰의 손상 지표가 동일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어느 것이든 폭발하면 수상에 있는 군함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뢰는 접촉 및 비접촉 폭발이 가능한 무기체계로 접촉 또는 비접촉 폭발 현상은 기뢰의 접촉 및 비접촉 폭발 현상과 동일하다."(p. 84) <보고서>는 동일하다는 핵심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어뢰 격침설을 뒷받침하는 충격파와 버블효과를 이용하지 않고 호깅과 새깅 현상에 의존한다. 즉 어뢰에 피격당했다는 근거로 제시한 천안함 육안 검사 결과를 설명하는 다음 인용문에서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는 천안함의 파손형태를 "장력에 의해 발생하는 초기 선체의 V자형 휨 현상(Sagging)"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휨 현상은 아래에서 설명하는 것과 같이 원거리 비접촉 폭발시 선체가 겪는 현상이다.

(2) 육안검사

천안함은 가스터빈실 좌현 선저 아래 수중에서 우현 상방향으로 압력이 지향되면서 절단, 용골과 파단면이 상방향으로 꼬이면서 찢어져 올라갔다. 가스터빈이 장착된 용골 부분과 선저 부분이 떨어졌고, 늑골과 보강재가 압력에 의해 움푹 패었으며 우현쪽으로 겹쳐서 찌그러졌다. 좌현 측 전선은 단순하게 절단된 반면 우현 측은 장력에 의해 찢어졌고, 선체 내부에서는 화염, 화재, 열상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선저 부분에서는 광범위하게 국부적으로 페인트가 벗겨진 현상이 발견되었다. 프레임 106 이후로는 충격으로 인한 손상이 관측되지 않았으며, 국지적인 외판 휘어짐 현상은 좌현 측면 외판의 경우 절단된 부분부터 프레임 95까지, 우현 측면의 경우 절단된 부분부터 프레임 90까지 관찰되었다. 프레임 67에서 70까지 윗방향으로 심하게 굽은 것이 관찰되었다. 함미 프레임 75에서 85 사이 좌현의 선체 외판과 함수 프레임 70에서 71 사이의 선체 외판이 안쪽으로 오목한 모양으로 심하게 휘어졌다. 절단된 함미 용골도 함미의 좌현 갑판방향 (수직방향)으로 변형되었다. 마지막으로 프레임 70과 85의 절단된 용골에서 휘어짐이 심하게 일어났으며, 이러한 현상은 장력에 의해 발생하는 초기 선체의 V자형 휨 현상(Sagging) 과정 에서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p.85)

▲ 합조단 <그림 2장-3-16 천안함 절단 3차원 레이저 영상> (p.85)

이처럼 천안함 육안 검사 결과는 그동안 근거리 비접촉 폭발을 주장할 때 충격파-버블 일차 팽창에 의한 호깅-버블제트로 최종적으로 두 동강이나는 시나리오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설명한다. 문제는 이 설명은 어뢰에 한 근거리 비접촉 폭발과는 다른 현상이라는 것이다. 즉 기뢰에 의한 원거리 비접촉 폭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선저 20미터 이격거리에서 TNT 100kg이 폭발하면 강력한 파도가 발생하여 천안함을 아래 위로 흔들어, 함저 가운데 부분이 위로 밀려 올라가는 호깅 현상, 함저 가운데가 밑으로 처지는 새깅 현상을 발생시킨다. 호깅으로 수중에서 상방향으로 압력이 지향되면서 역 V자형으로 선저가 밀려 올라가 프레임 67부터 70까지 윗방향으로 심하게 굽어지고, 새깅 현상이 일어날 때 선체에 V자형 휨 현상이 나타난다. 좌현과 우현의 각각 다른 충격은 순전히 방향에 관한 것으로 기뢰냐 어뢰냐에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는 원거리 비접촉 수중폭발의 가장 큰 특징으로 "충격파와 버블을 분리하여 생각할 수 있다"(p.141)는 점을 들었다. 충격파를 배제한다는 것은 천안함 선저에 충격파로 인한 훼손이 없어도 되며, 충격파와 상충하는 생존자들의 경미한 부상 정도를 우회할 수 있으며, 천안함이 왜 세 조각으로 분리되었는지 쉽게 설명할 수 있게 된다. 80미터가 넘는 물기둥이 생겨야 하지만 물기둥을 본 사람이 없다는 것도 원거리 수중폭발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대신 "수중폭발에 의한 휘핑"과 버블의 팽창과 수축으로 인한 호깅(배의 중앙이 들어 올려지는 굽힘 변형)과 새깅(배 중앙이 선수와 선미에 비해 처지는 굽힘 변형)으로 선체의 파손을 설명한다(p.141).

이를 위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는 충격파와 버블제트 개념 대신 휘핑해석코드를 도입한다. 그런데 아래 그림과 같이 실제 도식에서 보여준 TNT의 위치는 근거리 비접촉 폭발과는 거리가 멀다. 즉 폭발 거리가 10~40미터가 되는 원거리 비접촉 폭발시 함체에 어떠한 손상이 발생하는지를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는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 합조단 <그림 3장-6-1 휘핑해석을 위한 수중폭발 조건>
직하실험, 즉, "주선체의 상하진동 1차~5차의 고유 모드만을 고려"한 것은 이것만으로도 "천안함 주선체의 휘핑응답 특성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2초 동안만의 휘핑응답을 계산하였다."(p.145) 그러나 근거리 비접촉 폭발과 관련한 분석에서 어뢰가 좌현쯕에서 터진 것을 상정한 것과 같이 구조해석에서도 좌우 진동 모드도 고려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천안함의 수평굽힘모멘트는 4.53m로 수직굽힘모멘트 10.6m 에 비해 훨씬 약하기 때문이다.

▲ 합조단 <부록 VII-3-1 천안함 직접 구조해석을 위한 설계파 산정 결과> (p.284)

합조단은 TNT 100Kg이 함정에서 20미터 거리를 두고 폭발할 경우 함체에 가할 최대 휘핑 굽힘모멘트를 계산하여, 함체가 견딜 수 있는 최종 굽힘모멘트와 비교하였다. <표3장-6-3>은 천안함의 중앙을 파도가 쳐 올리는 호깅과 양 끝을 잡아 올리는 새깅시 각 부위별 하중을 버텨내는 능력이다. 새깅 상태에서 프레임 67과 프레임 85가 가장 약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즉 파도가 치고 내리면서 이 두 부위에서 선박 밑이 찢어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 합조단 <그림3장-6-6> 단면별 곡률-굽힘모멘트
▲ 합조단 <표 3장-6-3 단면도멸 최종굽힘 모멘트>
▲ ⓒ프레시안

이처럼 합조단 전문가들은 계산을 표와 도식으로 보여주지만 구체적인 설명을 달아주는 친절을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그림 3장-6-4>를 해석하면 20m 거리(파란 색 선)에서 TNT 100kg이 폭발하면 0.5~2.0초 사이에 최소 4차례의 상하진동, 즉 호깅과 새깅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3장-6-5>에서 합조단 선박구조 전문가들은 Frame 85와 Frame 67을 특별한 설명을 달지 않고 그림으로만 표시해주었다. 천안함에서 함수와 함미 사이에서 유실된 가스터빈실 구간이다.

▲ <그림 3장-6-7> 폭약 중량별 휘핑 굽힘모멘트와 최종 굽힘모멘트 비교

<표 3장-6-3> 이 계산에서 합조단 선박전문가들은 "천안함은 호깅보다 새깅시 굽힘 하중에 대해 취약함을 알 수 있다"고 진단하였다(p.148). <그림 3장-6-7>은 TNT 100kg가 20m 밑에서 폭발할 경우 천안함은 새깅시 두 군데에서 취약점을 보일 것이라고 해석하였다. 빡간색 새깅 버팀 능력을 파란 색 파괴력이 뚫고 들어간 두 지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처럼 선박구조 전문가들은 결론으로 "새깅시 TNT 폭약 100kg이 폭발 거리 20m에서 폭발해도 천안함 주선체의 종강도에 기여하는 길이방향 부재에 손상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149)는 것이다. 즉 TNT 100Kg 정도의 기뢰가 해저 24미터 지점에서 폭발하는 경우 천안함이 폭발점 바로 위에 있었다면 함체가 폭발 파도에 의해 들어 올려졌다가 떨어지는 순간 새깅에 의해 선체가 손상될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데이터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선체가 손상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점으로 선체 40미터 지점과 50미터 지점을 지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그림 3장-6-7). 그림으로 봐서는 명확하지 않지만 이것이 선수에서부터의 거리를 지칭하는 것이라면 그 지점들은 천안함의 절단 부위에 매우 근접한다. <표3장-6-3>과 비교해보면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점은 프레임 67과 85로서 천안함의 실제 파단 위치 (그림 2장-3-16)와 거의 일치한다.

즉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에 실린 합조단 선박구조 전문가들의 데이터는 <그림 2장-3-16 천안함 절단 3차원 레이저 영상>이 보여주는 절단면 프레임 67과 85이 실제로 원거리 폭발에 가장 취약한 지점임을 입증한다. 가스터빈실 앞뒤가 원거리 비접촉 폭발로 절단되었을 가능성을 매우 강력히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합조단의 버블 시뮬레이션이 가스터빈실 함체의 중앙 부분만을 파단시키는 모습을 보여 선체의 파손형태와 완전히 다른 것과 대조된다. 천안함이 가스터빈실이 있는 중앙 부분이 떨어져 나가 3분된 상태이며 이러한 파손형태와 그림 3장-6-7은 일치한다.

보고서는 앞부분에서도 선체의 파손형태를 기술하며 "이러한 현상은 장력에 의해 발생하는 초기 선체의 V자형 휨 현상(Sagging) 과정에서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p.85)고 확인하고 있다. 원거리 비접촉 폭발로 발생한 버블거동에 의해 2초 안에 호깅과 새깅이 최소 4차례 일어나고 그 경우 천안함의 항복강도로 도저히 버틸 수 없게 된다. 이처럼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는 여러 곳에서 천안함이 새깅으로 파손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확인하고 있으며, 이러한 지적은 원거리 수중폭발 시 발생할 수 있는 현상과 일치한다.

<합동조사결과 보고서>가 제시하고 있는 원거리 수중폭발설을 검증하기 위해 우리는 TNT 130kg이 수심 20미터에서 폭발할 경우 선체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보았다. 이를 추정하기 위해 충격파가 선체에 줄 압력의 최대치와 폭발로 발생할 물기둥의 높이를 계산했다. 충격파의 압력은 아래 공식 (p.215)을


물기둥의 높이 공식은


을 활용했고, 그래프에 나오지 않는 수치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graph fitting을 했다.(p. 219).

▲ <부록 Ⅱ-1-9> Scaled depth에 따른 제트의 최대높이

TNT 130kg에 해당하는 폭약이 수심 24미터 지점에서 폭발하는 경우 이로 인해서 발생하는 충격파가 천안함과 접촉하는 부분에 약 8메가파스칼 정도의 압력을 가하고, 물기둥은 그 높이가 9.4미터 정도 될 것으로 추산된다. 즉 충격파는 함체에 큰 파손을 주지 못할 정도의 압력 밖에 남지 않는 반면 기뢰에 의해 생성되는 파도는 높이가 10미터에 근접한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거친 바다인 북대서양에서 함정이 25~30년간 운용하며 10^?8의 확률로 만날 가능성이 있는 가장 극심한 하중"(284)이 걸릴 수 있다는 설계파고 10.6미터에 근접한다.

즉 천안함은 파고가 10.6미터인 파도가 함 중앙에 가할 수직굽힘모멘트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가 되었다는 것인데, 기뢰는 그 한계치에 근사하는 파고를 생성한다. 사고 당시 해역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던 파도의 파고가 2.4미터였던 사실에 비춰볼 때 자연적 파도와 기뢰에 의한 파도가 중첩될 경우 파고가 11.8미터인 파도가 일시적으로 생겼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는 천안함 함체가 견딜 수 있는 설계파고 10.6미터를 넘는 것이고, 여기에 당일 파고 2.5m-3m를 더하면 13.1m~13.6m의 파도가 불시에 천안함을 때린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따라서 항복강도를 넘는 수직굽힘모멘트를 발생시켰을 것이고, 이에 따라 함체 중앙부 부분이 좌굴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충격파에 의한 파손이나 파편이 선체에서 발견되지 않은채 선체가 절단된 천안함의 피해상태와 매우 유사한 가능성이다.

신영식 교수의 직관, 그리고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의 수많은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결과, 아래 간략히 살펴볼 러시아 전문가들의 보고서, 박영선 의원의 항적을 모두 종합해보면 천안함 밑에서 기뢰가 폭발하여 원거리 비접족 수중폭발이 일어났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실제 과거 아군이 매설한 기뢰의 작약이 136kg이었으므로 이러한 기뢰가 완전 폭발했다면 10미터가 넘는 파고가 일었을 것이다. 폭발로 발생한 10미터의 파고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던 2.5~3m 파고와 합쳐져 천안함 중앙을 들어 올렸다 다시 가라앉으면서 양쪽 끝이 들려올라가는 호깅과 새깅으로 천안함 선저 취약지점 두 군데를 절파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82미터 이상의 물기둥은 나타나지 않은 대신 방루 높은 견시대에 선 견시병의 얼굴에도 물방울이 튈 수 있으며, 화약냄새나 음탐시호상의 이상 징후도 없다. 그러나 폭발음인지 충격음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강한 소리와 선체가 부서지는 것과 찢어지는 것 사이의 파열음을 들을 수 있다. 폭발물의 파편도 천안함 밑바닥과 부분적인 접촉은 있을 수 있으나 10mm의 철판을 뚫지 못했을 것이다. 당연히 발견된 화약성분은 적성국의 화약인지 아닌 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파도 12-13m의 새깅과 호깅 충격으로는 승조원들이 가벼운 부상은 입을 수 있겠지만 선저 3-4m이내에서 발생한 근거리 폭발시 나타날 충격파에 의한 중상 혹은 사망은 나타나지 않는다. 즉 근거리 비접촉 폭발과는 상충되는 모든 현상들이 원거리 비접촉 폭발로는 설명되는 것이다.

2. 사고 지점의 수심 24미터는 사건발생 초기 수차례 확인된 사실

위에서는 수심 20미터에서 TNT 100kg의 폭발이 있으면 천안함이 세 조각으로 파손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러한 원거리 비접촉 수중폭발의 경우 천안함과 관련된 여러 현상들이 설명될 수 있음도 확인했다. 그러면 수심 20미터 정도에서 어떤 폭발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있는가?

여기서 사고지점의 수심이 중요하다. 사고지점의 수심이 20미터가 채 되지 않는다면 원거리 비접촉 폭발은 해결할 수 없는 모순에 봉착하게 된다. 원거리 폭발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심이 20미터를 훨씬 넘는다면 어뢰나 계류 기뢰의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어뢰가 근접 폭발한 것은 아니지만 바다 중간에서 폭발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계류 기뢰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래의 그림이 보여주는 것과 같이 수심 20미터 정도에 떠 있는 계류 기뢰가 폭발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그림 2장-3-6> 부설 위치 및 방법에 따른 기뢰 종류 (p.76)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는 사고 해역에 계류 기뢰가 있었다면 강한 조류(3~5kts)때문에 기뢰가 수심 24미터 정도에 있었을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에 수록된 아래의 그림은 사고지점의 수심이 40미터가 넘는다면 이러한 계류 기뢰가 수심 24미터 정도에서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예시하고 있다.

▲ <그림 2장-3-9> 조류 속도에 따른 계류 기 뢰편류 현황 (p. 78)

그러나 사고지점의 수심이 20미터에 근접한다면 해저기뢰 혹은 과거 매설했던 조정기뢰의 가능성이 부각된다. 해저에 기뢰가 고정되어 있다가 어떤 이유에서 폭발했다면 위에서 분석한 것과 같은 원거리 수중폭발 효과를 일으켜 천안함을 파손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천안함의 항적을 공개하지 않아서 정확한 사고 지점과 그 수심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사고 발생 초기 관계자들은 사고 지점의 수심을 24미터로 보고했다. 아래의 표에서 정리한 것과 같이 사고 직후 3일간 국방부와 해양경찰청 관계자들은 사고 발생 지점이 백령도 서남방 1~1.2마일, 사고 지점의 수심이 24미터라고 보고했다.

2010.3.26 21:55 해군작전사령부 상황보고 자료: "3.26(금) 21:15경 백령도 서방 1.2NM에서 천안함이 원인미상으로 침수되어 조치중인 상황"

2010.3.27 (토) 국방부 국회현안보고 자료: "10.3.26(금) 21:30경 백령도 서남방 1마일 해상에서 아 초계함(천안함)이 원인미상으로 침몰된 상황 관련 보고임...선저 파공, 침수발생 (사고 지점 24m)"

2010.3.27.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시 발언: 국방차관을 대신한 보고에서 이기식 합참 정보작전처장은 "어제 3월 26일 21시 30분 백령도 서남방 1마일 해상에서 아 초계함이 원인미상으로 침몰된 상황 관련 보고입니다....선저에 파공이 발생하였으며 파공으로 침수가 발생하면서 배가 침몰되었습니다. 사고지점은 수심 24m 였습니다."

2010.3.28. 해양경찰청 대변인 보도자료: "해양경찰은 지난 26일 21시 15분 백령도 서남방 1.2해리에서 해군초계함(천안함)이 원인미상의 사고로 침몰하자 인근해역에서 경비활동중인 501함(500톤급)과 1002함(100톤급)을 급파해 사고 함정에 타고 있는 승조원 56명을 구조했다."

2010.3.28(일) 16:00 국방부 일일브리핑 박성우 합참공보실장: "최초 우리가 발표했던 백령도 서남방 1마일 지점, 그러니까 함미가 떨어져 나간 지점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함수와 함미는 약 4마일 정도 지금 떨어져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함수는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고 있고요. 함미는 지금 최초 사고 난 지점으로 추정하고 그 지역을 계속 탐색수색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고가 난 지점이 백령도에서 서남방 1마일인데, 그쪽에서 동남방으로 약 4마일 이동을 했습니다."

2010.3.29(월) 국방부 민주당 당정협의회 제출 보고: "10.3.26(금) 21:30 해군 2함대사, 천안함 구조요청 접수. 백령도 서남방 1마일 해상"

2010.3.29(월) 10:30. 국방부 일일브리핑, 이기식 합참 정보작전처장: "사고발생 지점에서 함미부분이 발견된 것은 북쪽으로 약 200야드 정도 됩니다....지금 해저 바닥이 뻘입니다. 뻘이기 때문에 시간이 어느 정도 경과했기 때문에 약간은 거기에 붙어있을 것이라고 판단이 됩니다. 그렇다면 더 이상 떠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2010.3.29(월) 17:00 국방부 일일브리핑, 이기식 합참정보작전처장 : "함정이 항해를 할 때는 연안에서 얼마나 떨어졌나, 안 떨어졌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수심이 그 배가 다니기에 적합 하냐, 안 하냐, 거기에 따라서 항로를 결정합니다. 그런데 천안함이 있던 그 위치의 수심이 24m이었습니다. 그러면 그 배가 항해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함장이 그 항로를 선택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0.3.30. 해양경찰청 "해군천안함 침몰사고 관련 보고": 3.26. 21:30 위치 백령도 서방 1.2해리, 수심 25미터"

2010.4.7. 국방부 민군합동조사단 대변인 문병옥 준장 "천안함 침몰사건 상황발표": 사건 발생시각 "2010.3.26(금) 21:22경,"사고발생 위치는 "백령도 서남방 1마일"

사고초기 함미가 폭발원점에 가까운 곳에 있었으며 수심은 24m였다는 국방부 관계자들의 사고 발생초기 발언과 합참, 국방부, 해경의 관련 보고서는 주목할 만하다. 24m에서 해저 바닥에 있던 폭발물을 격발시켜 터뜨렸을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고, 국방부가 천안함의 선적을 공개해야 확인이 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사고지점의 수심이 24미터정도였을 개연성은 충분해 보인다. 사고지점의 수심이 훨씬 더 깊다면 어뢰가 수심 20미터 정도에서 폭발했을 가능성도 있고, 계류 기뢰가 그 정도의 수심에서 폭발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고지점의 수심이 24미터라면 어뢰가 오작동 등의 이유로 해저에 충돌하며 폭발했을 가능성을 제외하고는 어뢰나 계류 기뢰의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대신 천안함을 타격한 원거리 폭발물은 해저에 고정되어 있거나 해저에 가까운 곳에 있었던 폭발물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러한 폭발물은 해저 기뢰 혹은 과거 육상조종기뢰가 유일하다. 따라서 어뢰의 오작동이나 해저 기뢰의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제기된다.

3. 러시아 전문가 그룹의 천안함 사건 검토 결과

기뢰나 어뢰 사고의 가능성은 러시아 보고서가 지적한 사고원인과 일치한다. 현재까지 합조단은 주요 일차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교신기록, 상황일지, 각종 지시문서, 항적, 해도, TDO영상, 생존자 진술서 전문, CCTV 영상, 천안함의 음향탐지기(Sonar) 녹음 등 가장 기본적인 정보에 접근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오직 러시아전문가 그룹만에 그 정보에 접근했으며 그 기간도 일주일 정도로 결코 짧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들의 보고서는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갖는다. 그들은 7월 초 자국의 안보관련 지도부에 분석결과를 보고했다. 그 보고서의 일부는 미국과 중국정부에 전달되었다. 그리고 요약본이 한겨레신문에 의해 공개되었다. 아래는 그 주요 내용이다.

"러시아 전문가들이 조사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천안함의 사고원인이 접촉에 의하지 않은 외부의 수중 폭발이라는 주장이 확인되었다. 둘째, 천안함은 침몰 전에 오른쪽 해저부에 접촉하고 그물이 오른쪽 프로펠러와 축의 오른쪽 라인과 엉키면서 프로펠러 날개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물이 오른쪽 프로펠러와 축의 오른쪽 라인과 엉키면서 천안함이 항해 속도와 기동성에 제약을 받았을 것이다. 함선이 해안과 인접한 수심 낮은 해역을 항해하다가 우연히 프로펠러가 그물에 감겼으며, 수심 깊은 해역으로 빠져나오는 동안에 함선 아랫부분이 수뢰(水雷) 안테나를 건드려 기폭장치를 작동시켜 폭발이 일어났다. 또한, 다른 해석으로는 함선이 내비게이션의 오작동 아니면 기동성의 제약 상태에서 항해하다가 우연히 자국의 어뢰로 폭발됐을 가능성이 있다. 셋째, 한국 측에서 제시한 어뢰 파편은 구경 533mm 전기 어뢰로 추측된다. 하지만 이 어뢰가 천안함에 적용됐다는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요약하면 (1) 사고 원인이 외부 비접촉 수중 폭발이며, (2) 어로 구역에서 기동했으며 그물이 스크루에 걸렸으며 (3) 기동 장애 상황이 발생해서 (4) 수심이 낮은 데에서 깊은 곳으로 빠져 나오는 동안 (5) 함선 아래 부분이 수뢰(기뢰)의 안테나를 건드려 기폭장치를 작동시켜 폭발이 일어났다고 추정한다.

위 러시아조사단 분석 가운데 (1)~(4)는 그 동안 공개된 자료들이 확인해 준다.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는 "해군 탐색구조단 함정 및 한국해양연구원 조사선이 천안함 침몰사건 발생 해역에서 수중 접촉물 총 30개를 확인하였으며, 확인된 접촉물은 대부분 천안함 선체 잔해물, 암반, 폐어망 확인되었다."고 한다.(p. 182) 민주당 천안함 특위 최문순 의원의 전언에 따르면 위 사진 뒤에 있는 파란 플라스틱 통에도 천안함 선저에서 걷어낸 그물로 가득 차 있었다.

박영선 의원이 제시한 침물 직전 천안함 항적과 급속 유턴 및 그 곳이 어초까지 설치된 어장이라는 점에서 (3)~(4)는 매우 구체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지난 10월 15일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서 천안함이 사고발생시각 직전 아래 지도에 표기된 것과 같이 A 지점에서 B지점으로 급격히 유턴을 했으며 속도까지 평균 6kts에서 9kts로 올렸다고 주장했다.

박영선 의원이 KNTDS 자료에 근거하여 제시한 급속 유턴 구간을 합조단 최종보고서에서 제공된 색깔별 해저수심도(p.179)와 겹쳐보면 수심 10-20m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며, 이는 박 의원이 활용한 기존 해도보다도 더 얕은 곳임을 알 수 있다. 해군장교들의 전언에 따르면 급속 유턴시 선박은 평소보다 더 깊이 물속에 잠긴다고 한다. 이럴 때 고속회전 스크류가 만들어내는 강력한 소용돌이는 얕은 수심 아래 깔려있던 어망, 폐그물, 각종 어구를 다 끌려 올린다고 한다.

▲ <그림 1 박영선 의원이 10월 15일 제시한 천안함 급속 유턴 지점 및 주변 수심 해도>

이제 문제는 (5) 함선 아래 부분이 수뢰(기뢰)의 안테나를 건드려 기폭장치를 작동시켜 폭발이 일어났다고 추정한 부분이다. 과연 기뢰가 있었으며 폭발 가능한 것인지 확인해 보자. 다만 우리는 "수뢰(기뢰)의 안테나를 건드려 기폭장치를 작동"시켰다고 까지 좁힐 수 있는 증거는 없으므로 사고 해역에 해저 기뢰가 매설되어 있을 가능성과 이 해저기뢰 또는 과거 육상조정기뢰가 폭발했을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국한한다.

<사진16>

4. 아군의 구식 육상조정기뢰는 과연 폭발할 수 있는가?

기뢰에 의한 침몰 가능성은 사건 발생 초기부터 정부 일각에서 제기되었다. 가장 대표적 예가 바로 3월 28일 청와대 안보관계장관회의이다. MBC 유성재 기자의 관련 보도이다.

"어제(28일) 사고 이후 네 번째로 소집된 청와대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는 기뢰에 의한 폭발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크다는 잠정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천안함 함미에서 강한 폭발이 일어난 후 침몰까지의 정황과 사고 해역의 지리적 조건 등을 감안하면 기뢰로 인한 폭발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군 당국도 기뢰나 어뢰 공격에 의한 침몰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음파 탐지에 어뢰가 포착된 정황이 없다는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라 기뢰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폭발을 일으킨 기뢰가 우리 군이 과거에 설치한 기뢰인지 아니면 이달 초 한·미 연합훈련에 대응하기 위해 북측이 설치한 기뢰가 조류에 떠내려 온 것인지도 아직까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청와대 안보관계장관회의 다음날인 3월 29일 국회 국방위 한나라당 소속 김학송 위원장도 "보통은 130톤급 고속정이 다니던 해역인데 당시 높은 파도 때문에 1천2백톤급 초계함이 들어갔다. 이 때문에 과거 우리가 뿌린 기뢰가 떠올라 폭발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천안함 함미가 인양된 이후에도 기뢰에 의한 침몰 가능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4월 17일 MBC는 전역장병의 증언 등을 기초로 매우 상세하게 보도 하였다:

"70년대 중반 이후 우리 측이 폭뢰를 개량해 백령도 연화리 앞바다에 설치했던 전기식 기뢰가 천안함이 연안에 근접하자 바닥에서 솟아올라 터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001년 연화리 앞바다에서 부표를 설치하는 작업을 했던 한 전역 장병은 15~20m 깊이에 30~50m 간격으로 기뢰가 설치돼 있었고, 어구나 로프에 감겨 있어 위험해 보였다고 증언했다...이 전역장병은 인터뷰에서 "드럼통 모양의 폭뢰가 있으니까 들어가서 발견되면 절대 만지지 말고 부이만 설치하고 올라와라, 위험하다고 얘기를 했거든요. 오래됐었기 때문에 선을 건드리거나 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날 보도에서 흥미로운 건 "오래 됐었기 때문에 선을 건드리거나 한면 안된다"고 하는 말이다. MBC는 특히 여권의 한 소식통도 "그 기뢰가 약 1.5볼트의 전압만 가하면 폭발하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볼타전지 원리로 바다 물속에서 4볼트까지의 전기가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며, "이와 관련해 민군 합동조사반은 당시 백령도 연화리에 설치한 기뢰의 종류와 폭발 방식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킨 걸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잠잠해지려던 기뢰설에 기름을 부은 사람은 바로 김태영 국방장관 본인이다. 2010. 4. 22. MBC 라디오 <뉴스의 광장>과 한 인터뷰에서 김장관은 아군의 육상조종 기뢰 관련성 여부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설명하였다. 주요 골자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o 천안함이 이동했던 서쪽 해안에 과거 77년 78년경에 북한이 백령도에 상륙하는 것을 우리가 상정해서, 연평도에서 당시 미군이 사용했던 폭뢰를 개조해서 만들어 썼다.

o 이 기뢰는 당시에 폭뢰에 장착돼 있는 센서를 제거하고 육상에서 전기식 뇌관으로 조작하는 그러한 방법으로 폭발할 수 있도록 그 당시에 제조를 했고 또 거기에 유실 되는걸 방지하기 위해서 설치 빔 같은 것을 삼각거치대를 제작해서 부셔서 해저 바닥에다 고정시켰던 것

o 그 후에 낙뢰 같은 걸로 인해서 자동적으로 폭발됐던 적도 있다고 하고 작전 효율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을 해서 85년도에 이런 컨트롤 박스를 제거하고 도선을 전부 절단을 해서 폭발이 되지 않도록 조치를 하였다

o 그러나 그 이후에 문제가 또 좀...군이 문제가 있어 갖고 합참의장으로 재직하던 08년도에 탐색을 전부 다시 해서 발견된 10발은 완전 제거를 했고, 나머지 것들은 도저히 확인을 할 수가 없어서 그러한 상태에서 작전을 끝냈던 바가 있다"고 밝혔다.

o (기뢰 잔류 여부) "그 일대에는 우리가 상당한 거리까지는 전부 수거를 했는데 그 일대에는 발견이 되지 않았고 또 지금과 같이 계속 또 수색 작전을 수행하면서도 그러한 기뢰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o 그 당시에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것들이 이미 기능 자체는 될 수 없도록 조치는 됐고, 또 그런 많은 것들이 서해 바다의 밑으로 가라앉아 가지고 쓰레기 같은 상태로 머물러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o ('지난번 국회답변에서 전기충격이 가해지지 않으면 터질 수 없다고 했으나 전문가들은 바닷물 같은 전해질에서도 3, 4볼트의 전기가 나와 터질 수 있다'고 한다고 묻자) 그렇게 주장하는 분이 한분 있다. 그 당시 여러분이 모여서 토의를 했다. 전문가들이 모여서 토의를 했는데 다른 분들은 그런 상태에서 전압이 발생할 수 없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그랬는데 한 분 학자께서는 '그 당시에 설치할 때도 본인이 관여를 했고 자기의 생각은 폭발할 수 있다' 이렇게 말씀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폭발 가능성이 없는 걸로 판단을 하고 있다"

o 그 당시에 여러 가지 가능성을 다 검토를 했다. 그 당시에는 명확한 증거자료가 없는 가운데 대략적인 검토였지만 그러한 것도 있다는 거를 대통령께도 보고를 드렸고, 알고 계시는 상태에서 이런 일이 발생을 했다.

o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가능성 외에도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검토를 하고 있다... 그 어떤 폭발이 있었다면 거기에 따른 여러 가지 파편이 나오게 되는데 그러한 파편들이 완전히 수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속단할 수는 없는 것.


이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사고 해역에는 한국군이 1970년대 말 설치한 기뢰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기뢰가 자동적으로 폭발된 적이 있어 1980년대 중만 폭발이 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지만, 2008년도에도 문제가 있어 수거를 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이 기뢰가 완전히 수거되지 않았다는 점이고, 1980년대 중반 폭발이 되지 않도록 조치를 했지만 최근까지 "문제가 있어" 왔다는 점이다. 또 백령도 어민들의 오래된 기뢰 제거 요청에 따라 2008년 8월부터 9월 사이 10여발을 회수했지만 이때 "기뢰제거 작전구역의 평균 수심은 약 6미터였으며, 해안으로부터 200∼400m 거리였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수심20m 이상의 해저에 기뢰가 있었다면 수거의 대상도 아니었을 것이고, "문제"의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폭발유형팀은 1977년 7월부터 10월 우리 해군이 백령도 연화리 등 주변해역에 설치했던 육상조종기뢰(MK-6)에 대해 검토했다. 이때 당시 설치에 참여했던 기술자와 합조단 의뢰기관간에 입장 차이가 있었음을 숨기지 않고 설명하고 있다.

4월 3일 국방과학연구소 폭발전문가와 토론시 1978년 육상조종기뢰 설치 기술자 주장(경남 창원 소재 구 제일정밀공업)

"육상조종기뢰(LCM15))의 형태와 도전선의 구조를 설명하면서 도전선 내부 다중 피복 중 한 개의 층이 아연(Zn)으로 도금된 그물망식 금속선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전원을 공급하는 중앙의 전선은 구리로 되어 있으며, 단선되어 바닷물에 노출될 시에는 볼타전지의 원리16)에 의해 전압이 발생하여 전기뇌관이 기폭될 가능성이 있다."

이 기술자는 볼타전지의 이론과, 본인이 1970년대 뇌관의 전류를 측정하려고 계측기를 작동시 뇌관이 폭발할 정도로 민감했다는 점을 들어 충분한 가능성이 있음을 강조하였고 개략적인 기폭 전압 및 전류값(1V, 5∼10mA)을 제시하였다. (p. 44)

1978년 매설 기뢰가 터질 수 있느냐 없느냐는 전류가 전해질을 통해 기뢰의 뇌관을 작동 시켰느냐 하는 점과 어떤 금속성 물체로 격발이 일어나서 터졌느냐 하는 두 가지 가능성으로 대별할 수 있다. 위 기술자의 주장은 천안함 정도의 대형 군함에서 나오는 전류가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뇌관을 격발시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강조하였다. 그동안 큰 함정이 들어오지 않던 곳에 천안함과 같은 큰 전함이 들어와 전류를 방사하면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우리가 보기엔 기술자가 지적한 정도의 약한 전류로 뇌관이 작동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아직 확인하지 않았다.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85년말 육상조종기뢰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도전선(육상 통제대에서 해안까지)과 조종상자(Control box, 각각의 기뢰에 도전선 연결)를 제거하였으나 기뢰 본체는 해저에 잔류하였다"고 한다. 도전선 차단과 조종상자 제거를 육상조종기뢰의 "불능화"로 설명한다. 그러나 뇌관을 제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도전선과 조종상자의 제거'만으로 기뢰가 '불능화'되었을 것으로 보진 않는다. 오히려 육상기지와 기뢰 사이에 전기만을 절단했다면 뇌관이 격발될 경우 TNT 136kg의 폭발력을 다 내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오래된 기뢰는 안 터지는가에 대해 조사해 본 결과 심지어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과 독일이 각각 상대지역에 투하하거나 매설한 기뢰도 여전히 폭발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를 들어 2010년 2월 덴마크 해군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영국이 각각 매설한 기뢰 2점을 발견하면서 그 기뢰들이 "여전히 살아있다. 따라서 그곳을 지나는 어선과 선박에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 위 사진이 보여주는 것과 같이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이 공중에서 투하한 기뢰를 포틀랜드 항구 해안에서 수거한 영국 해군은2009년 10월 이를 바다 가눙데로 이동시켜 폭발시키기도 했다. 디버 카사피 주임사관은 이 오래된 기뢰를 수거하는 일을 "극도로 민감한 작전"(extremely delicate operation)이라고 말했다. 영국 해군은 제2차 대전때 독일이 투하한 기뢰를 해상 안전한 곳으로 옮겨 폭발키면서 "여전히 작동될 수 있는 기뢰"라고 발표했다. 6.25때 설치했던 지뢰가 아직도 터질 수 있는 것과 동일하다.

결론적으로 사고 해역에는 해저 기뢰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고 이 기뢰가 어떤 이유에서 폭발해 천안함을 파손시켰을 가능성이 유력해 보인다. 지금까지 서술한 것과 같이 이 기뢰는 한국군이 1970년대 말 사고 해역에 설치한 기뢰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이 가능성은 검증을 필요로 한다. 기뢰의 정체를 밝혀줄 수 있는 정보는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5. 결론

천안함은 어뢰의 근거리 비접촉 폭발로 파손된 것이 아니다.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의 데이터가 '근거리 비접촉 폭발'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의 데이터는 천안함과 어뢰 추진체에서 발견된 "흡착물질"이 폭발과 아무 관련이 없는 물질임을 입증하고 있다. <보고서>의 데이터는 '1번 어뢰'가 근거리 비접촉 폭발로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한다. 반면 <보고서>의 데이터는 원거리 비접촉 폭발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수심 20미터에서 100kg정도의 TNT가 폭발했다면 그러한 '원거리 비접촉 폭발'은 해저 기뢰의 폭발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의 데이터는 러시아 조사단의 결론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가능성을 보다 정확히 검토하기 위해서는 천안함의 항적이 공개되어야 한다고 본다. 천안함이 과연 수심 20미터의 지역을 지나갔는지, 천안함의 항적 부위 해저에 깊은 폭발의 흔적이 있는지 확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천안함과 해저에서 발견한 금속 파편 164점에 대한 분석이 다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합동조사단은 이 파편 중 어뢰와 관련이 없는 금속을 제거하고, 어뢰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및 알루미늄 합금 성분으로 판단되는 금속만 검토했기 때문이다. 어뢰설이 부정된 이상 금속 파편에 대한 분석을 다시 하여 기뢰설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 '원거리 비접촉 수중폭발물'이 기뢰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사고 당시 천안함 인근에 있던 함정들의 항적과 활동 등도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같은 데이터가 추가로 공개되면 기뢰설 및 좌초설, 충돌설 등 그간 제기되었던 가설들을 모두 검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간의 논란을 잠재우고 천안함 침몰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의외로 쉬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진실을 밝히는 것이 산화한 장병들에 대한 진정한 예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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