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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아저씨, 아주머니 그리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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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아저씨, 아주머니 그리고 아줌마

가끔 여행을 하다 보면 휴게소에 관광버스가 들어오고, 아줌마들이 떼 지어 내린다. 그들은 화장실이 급하면 남자화장실에 쳐들어가서 볼 일을 본다. 남자가 여탕(?)에 들어가면 ‘불법무기소지죄(?)’가 되지만 아줌마가 남탕(?)에 들어오면 죄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가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여성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들어와서 청소하는 것을 본다. 요즘은 이력이 생겨서 그냥 자연스럽게 볼 일을 보지만 예전에는 조금 불편한 것이 사실이었다. 한국의 아줌마는 제3의 성이라고 한다. 이런 아줌마들의 근성이 있었기에 아이들을 지극정성으로 키우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룬 것이 아닌가 한다.

제번하고 아줌마와 아주머니, 그리고 아저씨의 어원을 살펴 가면서 이야기를 진행해 보기로 한다. 사실 아줌마보다는 아주머니가 조금 위엄 있게 들린다. 아줌마라고 하면 뭔가 모르게 천박(?)한 느낌이 나기도 하지만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그냥 일반적인 호칭으로 아줌마를 많이 써 왔다. ‘아줌마’는 원래 친족 여성을 부르던 호칭이다. 그러던 것이 일반화되었다. 지금도 식당에 가면 아줌마라고 부르기도 하고 ‘이모’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마도 친근감의 표현으로 이리 변한 것이 아닐까? 즉 개념이 확대된 것이다. 친족 여성만을 이르던 것이 대중화되었다. ‘이모’ 또한 마찬가지다. 어머니의 자매를 ‘이모’라고 하지만 요즘은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을 부를 때 쓰는 말로 바뀌었다. 이런 경향은 우리의 형제국이라는 터키도 동일하다. 거기서도 젊은이들이 식당에서 여성을 부를 때 ‘떼이제’ 하고 부르는데, 이것이 이모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줌마’는 고문헌에는 ‘아자마(아ᄌᆞ마)’로 나와 있다. 이 ‘아자마’는 ‘아자(소(小)’와 ‘마(모(母)’가 결합된 것이다.(조항범, 우리말 어원이야기) 그것을 현대식으로 풀이한다면 ‘작은 어머니’ 정도가 되겠다. 그렇다고 정말로 작은 어머니가 아니고 호칭(항렬상) 체계에 있어서 어머니항렬에 있는 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가 작은아버지라고 했을 때 정말로 덩치가 작거나 왜소해서 작은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고 아버지보다 손아랫사람을 지칭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큰아버지도 마찬가지다. 어머니에 비해 같은 항렬이지만 손아래사람(혹은 부차적인 사람)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즉 고모나 이모, 숙모, 백모 등을 두루 지시할 수 있는 평칭이었던 것이다. 이 ‘아자마’가 “아즈마>아주마>아줌마”로 변한 것이니, 과거 ‘어마’가 ‘엄마’로 바뀐 것과 같다. 이렇게 친족어였던 것이 세월이 흐름에 따라 의미확장의 과정을 거치면서 동네 여인을 모두 칭하게 되었다. 파출부 아줌마, 가게 아줌마, 옆집 아줌마 등으로 변하면서 일반적인 여성을 지칭하게 되었고, 그것이 요즘은 제3의 성을 나타내는 파격적인 단어로 변한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아줌마’라고 부르면 기분 나쁘게 생각하는 여성들이 많다. 반면에 근성으로 똘똘 뭉친 성장의 동력으로 파악하는 부류도 있다. ‘줌마부대’라든가, ‘줌마축제’(대전 안영동 농협에서는 가을에 아줌마 축제를 한다.) 등과 같이 한국의 전형적인 여인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줌마에 비해 ‘아주머니’는 조금 더 품위 있는 느낌이 든다. ‘아자미 수(嫂)’, ‘아자미 고(姑)’와 같이 쓰였으나, ‘아주머니’는 ‘아자마님’에서 유래한 것으로 ‘아자미’의 존대어가 된다.(서정범, 새국어어원사전) ‘아자미’의 ‘미’는 ‘할미, 어미’라고 할 때의 ‘미’와 같이 여성을 지칭하는 말이다. ‘머니’는 어머니의 ‘머니’와도 같다. ‘심마니, 똘마니’라고 할 때 ‘마니’도 사람을 지칭하지만 ‘아주머니, 할머니, 어머니’라고 할 때 ‘머니’는 여자에게만 쓰인다.

한편 아저씨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작다는 의미의 ‘앚(아자 소(小))’과 ‘다음, 버금 (차(次))’의 의미에 ‘씨(氏)’를 합한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는 흔히 ‘아기씨, 아저씨, 아가씨’ 등과 같이 다양하게 ‘씨’를 활용하고 있음을 본다. 그러므로 ‘아저씨’도 아버지 항렬의 친족어였는데, 아줌마와 마찬가지로 일반화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아줌마의 힘이 있었기에 우리나라가 이렇게 발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저씨 또한 대한민국을 세우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이제는 세월에 밀려 꼰대(?)가 되고 있으니 안타깝다.

나는 자랑스럽게 이 나라의 ‘아저씨’가 되련다. (그런데 이상하게 다들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투덜투덜)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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