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호봉제 폐지는 정부의 횡포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호봉제 폐지는 정부의 횡포다"

[기고] '일방적 개편은 노동혁신 역행하는 처사'...소통과 합의 필요

▲최병욱 국토교통부 노동조합 위원장 ⓒ프레시안(최일권 기자)
정부가 공무원 호봉제 개편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공무원 봉급의 근간이 된 호봉제는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명의 공무원 노동운동가로서 이러한 시도를 예상했지만, 공무원노동단체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이고 갑작스럽게 추진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돼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현행 공무원 임금구조는 5급 사무관 이상의 경우 성과연봉제를, 6~9급의 경우에는 호봉제를 각각 적용하고 있다.
6급 이하는 근속연수가 쌓이면 매년 기본급이 자동으로 인상된다.

기본급이 낮은 공무원 보수에 대한 일종의 보상인 셈이다.
그렇기에 호봉제 폐지 검토는 사회적 합의가 필수다.

특히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공무원 노동자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공정사회를 구현하겠다던 문재인 정부가 노동자에게 우월한 지위를 활용한 횡포를 부린다 할 수 있다.

2016년 12월 한국의회발전연구회가 발행하는 의정연구에 개제된 논문 ‘공무원 성과연봉제의 개선에 대한 리뷰(저자 박영원 국회입법조사처 팀장)’에 보면, 세계 각국의 공무원 봉급은 상황에 맞게 적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과급제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지 않다고 조언했다.

문제점으로 직무의 내용, 업무 목표, 달성도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제도가 없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즉,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대목을 확실히 콕 짚은 셈이다.

논문은 공정한 성과 평가를 담보할 수 없고, 공무원노조와의 동의 없이 확대적용 하는 것은 법적 문제를 야기할 뿐 아니라 제도 운영의 공신력을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처럼 호봉제를 폐지하고 하위직(6급 이하) 공무원에게 직무급제를 적용할 경우, 행정 서비스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가 발전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지금 검토 중인 직무급제의 경우, 노동자가 담당하는 직무의 난이도, 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 등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것인데, 이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무원의 노동 가치를 자본논리로 판단하게 되는 불합리함이 따른다.

행정 현장마다 특수성이 존재하기에 ‘획일적인 기준’을 마련해서는 결코 안 된다.
이는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 사실상 실패했다고 볼 수 있는 성과주의를 포장지만 바꿔 재추진하는 꼴로 해석된다.

논문의 지적대로 노동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공무원 노동자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 또한 명백한 불법이다.

지금까지 공무원 사회는 호봉제로 움직였다.
작은 잘못이 보인다고 제도를 폐지한다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제도를 수정, 보완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하며, 아예 개혁하겠다는 시도는 대한민국 공무원사회의 근간을 뒤흔들 뿐이다.

정부 정책을 최일선에서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 바로 공무원 노동자다.
갑을 관계일 수 있지만 분명한 협력 관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협력 체제를 성급한 직무급제 도입 검토로 망쳐선 안 된다.
정부가 진정으로 노동혁신을 이뤄내려면 소통에 기반을 둔 합의로, 또 급격한 개혁이 아닌 현행 제도의 수정 보완으로 먼저 진행하는 것이 옳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