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문학관, ‘문향’ 창원의 발자취를 만나는 곳
노산동 가운데 솟은 노비산에서 따와
도시는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산다.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고 지난 역사만큼 유구하다.
이것을 그냥 흘려버릴 수도 있지만 차곡차곡 쌓아 문화적 자산으로 만들 수도 있다. 마산합포구 노산동이 그렇다.
노산동의 이름은 동 가운데 솟은 노비산에서 따왔다. 노비산은 산의 모습이 말을 끄는 노비와 닮아 붙은 이름이다. 원래 용마산과 연결돼 있다가 일제강점기 신작로 공사로 분리됐는데 다른 이름으로 제비산이라고도 불린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전쟁과 피난의 역사, 민주화와 산업화를 겪으며 탄생한 바다문학, 민주문학, 결핵문학, 공단문학 등 창원문학의 특성을 알 수 있다. 창원이 안확, 이은상, 김달진, 김춘수, 천상병 등의 문학인들이 거쳐 간 문향임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마산문학관에서 나와 노비산을 내려가는 길에는 벽화들이 반긴다.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노산동 곳곳의 골목길을 꾸민 ‘가고파거리’ 중 하나다.
노산동에는 특히 철길의 역사가 이색적이다. 노산동은 도시를 관통하는 철길로 인해 근대 마산의 교통 중심지로 여겨졌다. 한국철도의 역사를 간직한 임항선과 3역 통합이 이뤄지기 전 북마산역이 노산동에 있었다.
옛 마산시는 임항선을 철거하는 대신 산책로로 꾸몄는데 북마산역을 모형으로 만들었고, 바로 옆에는 기차레일을 활용해 만든 독특한 육교도 있다. 곧은 평지 길에다 조경이 예뻐서 이곳 주민들은 사랑방처럼 임항선을 드나든다. 기찻길을 따라 걷다보면 이색적인 시장도 만날 수 있다. 바로 철길시장이다.
이 생경한 모습을 보기 위해 일부러 찾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철길시장의 규모가 점점 줄고 있다. 노산동 일대에 재건축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리에는 현수막이 나부끼고, 주인 잃은 포장마차는 길고양이들의 집이 됐다.
인근에 북마산역 주변 노후 주택가를 재건축해 건설된 아파트가 있는데, 철길시장과 대비되어 마치 과거와 미래를 맞붙여놓은 듯 이질적이다. 내년이면 교방동과 통합돼 ‘노산동’이라는 이름도 역사로 남게 된다. 변화는 이별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노산동은 앞으로도 새로운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갈 것이다. 도시의 이야기에는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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