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다음 주 한국을 방문한다.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인상 압박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ISOMIA. 지소미아) 연장 압력이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미 국방부는 7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에스퍼 장관이 오는 13일 한국과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국 순방에 나선다고 밝혔다. 한국에는 14일 도착해 15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관심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올해보다 5배가 넘는 인상액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방위비 분담금 문제다. 금액으로는 올해 분담금(1조389억 원)보다 5배가 많은 47억 달러(5조 5000억 원)에 달한다. 방위비 분담금을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한정시킨 범위를 넘어 역외지역에서 미군 자산과 전력 관리에 필요한 비용까지 포함시켜야 나오는 액수다.
내년에 있을 일본, 독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방위비 협상을 염두에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본보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에스퍼 장관은 나토 회원국들을 향해 무임승차론까지 거론하는 등 동맹국들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인상 압력에 행보를 같이 해왔다.
하지만 보수야당 의원들조차 "국민 정서 상 받아들일 수 없는 금액"이라고 반발할 정도로 합리적 수준을 넘어선 요구여서 미국이 이 입장을 유지할 경우 국회 비준 동의는 물론 연내 협상 타결도 어려워 보인다.
미국 측도 반미 감정 악화 등을 우려하고 있어, 5배 인상 요구는 협상 전술 차원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역외비용까지 방위비 분담금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하는 만큼,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까지 염두에 둔 공세라는 우려도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나와 "국회가 동의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담이 돼야 하고, 기존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기본 입장으로 협의에 임하고 있다"고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에스퍼 장관의 방한이 지소미아 종료 시점(23일 0시)을 일주일 앞두고 이뤄지는 만큼, 협정 연장 압력도 이어질 전망이다. 조너선 호프먼 미 국방부 대변인은 "(에스퍼 장관 방한 시) 지소미아 문제가 대화의 일부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지소미아 연장에) 희망적이고 낙관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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