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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경제'를 보는 새로운 시각, 그리고 식량지원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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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경제'를 보는 새로운 시각, 그리고 식량지원의 문제

[기고] 북한의 경제 상황, 우린 제대로 알고 있나?

우리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대북 식량지원을 결정했는데, 오히려 북 매체측은 '생색내기', '우롱말라'고 비난하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북한 식량위기에 대한 인식과 이에 따른 지원에 대한 찬반 논쟁이 있다. 북한의 경제상황을 우리가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그런 정보를 바탕으로 정책이 수립되고 대국민 홍보가 되고 있는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인도주의적 지원이라는 명목에도 불구하고 대북 식량 지원이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한 원인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김정은이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왜 나왔는가, 하는 점을 둘러싸고 '대화론자'와 '제재론자'가 가진 색안경의 시각을 각각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쪽에는, 핵과 경제적 자신감을 배경으로 비핵화 협상에 나왔다고 본다.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향후 북핵 협상이 결렬될 경우 북한이 핵 보유선언을 하면서도 경제사회적으로 버틸 여력이 있다는 대화론의 입장이다. 다른 한쪽은 한미군사훈련 등 미국의 군사적 시위 때문에, 그리고 경제위기를 버틸 여력이 없어서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왔다는 입장이다. 조금만 더 제재를 하면 북한이 붕괴한다는, 1994년부터 시작된 '북한붕괴론'의 신화에 기반한 제재론의 입장이다.

먼저 국제사회의 제재가 북한의 핵협상과 경제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는데, 다시 말하면 우리가 협상 대상인 북한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혹은 얼마나 무지한지의 문제가 '협상전략'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체제 이행기의 북한 경제의 파편화

평양, 라진, 신의주, 원산, 삼지연 등엔 고층 건물이 올라가고, 화려한 색채가 칠해지고, 밤이 되면 화려한 조명이 밝게 빛나고 있다. 택시, 버스, 트럭은 상당히 증가했다. 주민들의 의복과 식사 상황이 상당히 개선된 모습도 볼 수 있다. 압록강과 두만강을 따라 제방공사를 하고 있고, 목축과 양식이 증가된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 물론 이와 반대로 농업이 잘 되지 않거나, 초래한 행색의 지역들, 무너질 듯한 기업소, 활기없는 협동농장도 공존하고 있다.

▲박종철 경상대학교 교수
김정은 시기엔 국영기업 개혁을 통해 대동강맥주나 금컵체육인식료공장 같은 경우 국제적 수준의 물품을 만들며 수출까지 하고 있다. 김정은 시기에 약 100여개의 수력화력발전소를 건설했다. 2018년부터 시작된 전기세 납부에 의해 전력 부문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석탄 수요가 증가하면서 관련 석탄 탄광과 운송물류분야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기세 납부라는 제도개선을 통해 정전이 확연히 줄고 밤이 밝아지고 있으며, 전기의 질이 향상됐다.

그러나 반대로 수출에 의존하던 다른 광산의 노동자과 그 가족들은 식량 위기에 처해 있다. 경제제재의 주요 피해는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인력이 아니라 빈곤한 사람들이 입게 되는데, 이것이 제재의 딜레마이고, 이런 딜레마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포전제라는 농업개혁을 통해 1980년대 중국과 마찬가지로 농업 생산량이 증가한 협동농장이 적지 않다. 그러나 반대로 여전히 김정일 시대 '고난의 행군' 시기 수준에 머무는 지역, 기업, 농장들도 조사되고 있다. 고급쇼핑센터에서 줄지어 사치품을 사는 영상과 식량위기를 겪는 지방의 영상이 동시에 유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북한 경제가 파편화되고, 격차가 심화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은 시기 기업의 독립채산제 개혁과 농업의 포전제 개혁에 따라서 국가 총량의 생산이 증가하고 있기는 하나, 2018년 북한 관련 자료를 보면 식량의 경우 520만 톤이 필요한데 약 50만톤 정도가 부족한 것으로 나온다. 김정은 시기의 혁신으로 인해 경제와 식량상황이 어느 정도 나아지긴 했는데, 경제 제재로 인하여 식량상황 악화의 추세를 보이고 있다. WFP(세계식량계획)는 북한에 식량이 약 150만 톤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인용한 일부 언론은 인구의 3분의 1이 기아 위기에 있다며 또다시 '고난의 행군' 시기 대규모 아사자가 출현할 가능성있다는 보도까지 낸다. 필자는 이것이 다소 과장된 WFP의 조사와 추정이라고 판단한다. 또한 다른 일부 언론은 50만톤 부족으로는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는 주장도 낸다. 그러나 북측 주장처럼 50만 톤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전체 수요의 10%에 이르는 상당한 부족량이다. 이는 인도주의적 구호가 필요한 빈곤 지역이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총량이 성장하는 상황에서 식량지원을 해야 하나?

대북 식량지원을 놓고 대화론자와 제재론자는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북한 경제가 나쁘기 때문에 비핵화 협상에 나왔다는 제재론자는 식량 지원에 반대하면서 '북한경제가 성장한다'는 지표를 제시하는 모순된 설명을 하고 있다. 대화론자는 북한 경제가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 협상에 나왔다면서, 식량 지원에 찬성을 하며 '북한 식량 위기'의 지표를 제시하는 모순을 내놓고 이를 남북관계 개선의 하나의 실마리로 삼자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김정은의 경제 개혁 성과, 그리고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에 따른 북한 내부의 '경제 재편' 상황을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그 특성들은 '무 자르듯' 단편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몇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북한 경제 체제 이행기인 김정은 시대의 북한 경제는 총량이 성장하고 있지만, 지역, 기업소, 협동농장별로 다른 성과를 내고 있다. 부유해지는 기업과 실패한 기업이 혼재하며, 그 격차는 심화되고 있다. 둘째,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는 부유층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하층 주민의 삶을 더욱 곤란하게 하고 있다. 이는 경제 제재를 받는 국가의 일반적 특성인데, 지배층은 세금을 다양한 방법으로 걷어 생활의 현상 유지가 가능하지만 어업, 탄광노동, 옷공장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일반 주민의 삶에는 제재가 큰 타격이 된다. 즉 김정은식 경제성장과 동시에 진행되는 외부 요인인 경제제재는 '경제 재편'을 일으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김정은 시기 개혁 조치를 통해 경제가 성장하고는 있지만, 지역별, 기업체별, 농장별 속도는 너무 다르고, 생산성 높은 기업·지역과 실패한 기업·지역으로 나누어지고 있다. 이런 격차에 따라 특정 지역에서는 식량 위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 재편' 현상은 현재와 같은 경제 성장과 경제 제재 국면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과거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유사한 현상이 있었다.

'고난의 행군' 당시에 인구 1%가 넘는 20만~30만 명의 대규모 아사자가 출현했다. 문제는 절대적인 식량부족이 아니라, 분배의 문제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많은 지원을 했다.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했음에도, 역설적으로 그런 상황에서 부를 축적한 돈주, 붉은 자본가가 출현하기 시작했다. 김일성 주석의 사망으로 주민들이 패닉에 빠졌고, 주민의 생활 물자를 공평하게 분배해야 할 의무를 지난 간부들은 자기 창고에 식량을 쌓아 두었다. 식량 공급과 배급을 책임진 간부들, 그들과 유착된 돈주들이 부를 축적했다.

다시 설명하면 분배의 왜곡이 심화되어 대규모 아사자가 출현했지만, 동시에 시장이 활성화 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즉 특정한 지역, 특정한 기업, 특정한 협동농장에서 불균등한 분배로 인한 아사가 발생했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분배의 왜곡은 북한만의 현상이 아니라, 서구 자본주의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한 체제 이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패턴이다.

지금 김정은 시기엔 기업 개혁과 농업 개혁의 속도가 빠르다. 이런 체제 이행 과정에서는 경제학의 원리이자, 경제의 원동력인 '인간의 악한 본성'이 두드러지게 표출된다. 현재 북한의 경우 국가 주도 배급은 상당히 무너졌다. 이제 배급은 국영기업이나 협동 농장 지배인이 책임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개혁의 속도에 따라 지역, 농장, 기업마다 생산량 증대 수준이 다르다. 어떤 기업이나 협동농장은 부유하지만, 다른 곳은 그렇지 않다. 일부 지역, 기업소, 협동농장 등이 먼저 선부(先富)하는 상황인데, 이는 중국과 베트남이 겪은 체제이행 상황과 비슷하다. 이를 김정은의 북한 경제도 겪고 있고, 국제 제재는 이를 부추기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북한 식량 문제의 원인은?

지금까지 살펴본 상황을 토대로 북한 식량 문제와 경제 문제의 원인을 살펴보자.

첫째, 북한정부의 나쁜 거버넌스의 문제에 있다. 물론 이는 북한만이 아니라 제3세계의 공통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정부의 역량이 좋은 국가는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해 돈주와 재벌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여 빈곤한 지역, 기업, 농장에 보조를 하겠지만, 북한은 반대의 정책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부익부 빈익빈의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물론 자국민에 대한 구제는 자국 정부가 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세계의 많은 지역은 절대적 부족보다는 배분 문제와 나쁜 거버넌스로 빈곤이 심화되고 있다.

둘째, 평화로운 한반도 구상을 주장한다면서도, 우리 정부가 갖고 있는 남북협력의 능력, 태도, 의지의 문제가 있다. 남북 협력을 주장하면서도 기업, 민간, 학계, 종교계 등의 남북협력을 가로막은 결과, 정부는 북한의 어떤 지역, 기업, 농장이 식량위기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며 불신을 키우고 있다. 지난 2년간 현 정부가 보여준 남북간 민간협력, 경제협력의 암울한 성적표이다.

셋째, 원조에는 일방강요형의 선교사형 원조와 상호소통형 원조가 있는데, 후자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탓이다. 제3세계 개발도상국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와 관련된 협상을 하기 보다는 선진국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물자를 지원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작년 북한 수해 지역에서 북측은 우리 민간기구 측에 '방바닥에 까는 장판'을 부탁했지만, 통일부는 전략물자라는 이유로 불허하였다. 장판이 석유제품으로 핵개발에 공헌하다는 논리는 동의하기 쉽지 않다. '장판 사건'은 수혜국의 자존심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북의 입장에선 아무리 식량 위기 상황이라고 해도 한미의 정쟁수단이 된 상황을 선뜻 받기가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먼저 평화로운 한반도 구상의 대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큰 틀에서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미시적인 문제조차 유엔 결의안을 끌어들여 이를 명분으로 소통을 가로막고 있다. 우리 정부가 우리 정부의 이익의 관점에서 일을 하는지 혹은 국제기구의 관료의 입장에서 일을 하는지에 대한 비판은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 정부 입장을 국제기구에 설득을 해야지, 외국의 입장을 우리 국민에게 강요하는 행정은 곤란하다. 특히 관광, 교류, 의료, 식량, 교육, 종교 등의 문제는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우리정부가 조건 없이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

식량문제는 계절적 요인이 있는데 춘곤기를 넘어서면 식량 원조 효과가 절반으로 떨어진다. 긴급구호의 경우 가장 효과적인 시간을 겨냥해야 하는데, 이것이 정쟁의 수단이 되면서 시간만 흐르고 있다. 북한의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고 해도, 북한 자체 통계를 인용할 경우 약 50만 톤만 부족하다는 주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절대 식량 부족 지역은 있다고 분석된다. 그러니 지역, 기업, 농장별 격차에 따라서 정부는 정확하게 어떤 지역이 식량 위기인지 국민들에게 설명을 해야 한다.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과 남북 직접 협력을 병행해야

우리 정부가 시민사회과 기업의 모니터링 참여없이 북한 당국과 국제 기구만을 모니터링에 참여하게 한다면, 여전히 불신이 남을 것이다. 남남갈등을 우려해 원조의 책임을 국제기구에 돌리거나, 글로벌 시민사회를 통해서 협력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비용만 부담한다는 편의주의적 사고를 해서는 안된다. 식량 지원의 절반 정도는 민족공동체의 일원으로 우리 스스로가 책임을 져야 한다.

부차적인 고려 요소이기는 하겠지만, WFP가 조직 논리와 이익에 따라서 북한식량 문제를 설명하거나, 북한의 지역, 농촌, 기업의 입장에서 더욱 많은 원조를 얻기 위해 상황이 나쁜 지역을 위주로 소개해 '일반화의 오류'가 생길 수도 있다. 또한 우리 정부가 제공하는 국제기구의 대한 비용의 상당부문이 조직의 행정비용으로 소용되기도 한다. 그러니 우리 시민 사회의 협력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우리정부가 직접 식량을 지원하면, 국제기구와 국제시민단체로 들어가는 행정 비용을 절약하여 더욱 많은 식량을 구매할 여력이 생길 수 있다. 우리는 우리 농촌의 식량창고에 쌀이 쌓여 생기는 막대한 보관 비용을 해소할 수 있고, 양곡설비, 물류설비 등을 활용하는 등, 우리 사회의 호응을 유도할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의 민간단체, 기업, 학계, 종교계, 문화예술계 등이 식량 위기 지역을 직접 방문해 식량지원에 문제가 없도록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가동하면, 남북협력에 대한 신뢰도 높일수 있다. 따라서 대북 긴급 인도주의적 식량 지원은 국제기구와 국제시민사회를 통한 우회 경로와 더불어, 남북이 직접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 병행할 필요가 있다.

박종철 경상대학교 교수는 경상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통일평화연구센터 원장 겸 소장, 흥사단 도산통일연구소 소장을 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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