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의 기원>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브루스 커밍스 미 시카고대 석좌교수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 주류 엘리트들의 '트럼프 흔들기'를 반박하며 "트럼프가 옳다"고 했다.
커밍스 교수는 14일(현지시간) 보도된 미 시사주간지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치광이여서 오히려 한국 상황을 순수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선 커밍스 교수는 북미 지도자 간 만남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첫 만남의 핵심은 북한이 더이상 핵무기 보유국을 지향하지 않도록 하는 과정이 시작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1945년 이래 미국은 북한 지도자와의 대화를 거부해왔다. 김일성이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위원장으로 실권을 장악한 1946년 2월에도 미군정 사령관은 그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커밍스 교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시사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쏟아지는 워싱턴 주류의 비난에 "지난 1994년빌 클린턴 대통령도 북한에 대한 양보 조치의 일환으로 군사훈련을 중단한 적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칼럼니스트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가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엄청난 양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커밍스 교수는 "수만 명의 한미 병력을 동원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라며 "펜타곤은 군사훈련 중단이 탐탁치 않겠지만, 이는 아주 작은 양보에 불과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도발적"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서도 커밍스 교수는 "역대 어떤 대통령도 그런 표현을 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옳다"고 거들었다. 기존 문법을 거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 같은 성향이 오히려 한반도 상황을 편견없는 순수한 시각으로 판단하게 했다는 것이다.
커밍스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상황이나 역사를 잘 모른다"며 "(외교) 경험도 부족하고 워싱턴 주류들의 대외정책과 연결고리도 부족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자유롭게 말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많은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 누구에게도, 특히 워싱턴 주류들에게는 더욱 얽매이지 않는 트럼프의 성향이 희망적"이라고 했다.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에 반발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커밍스 교수는 "'워 게임'이라는 건 북한 체제를 끝장내는 게임"이라며 "원산항을 통해 해병대를 침투시켜 북한 정권 전복시키키는 훈련을 한다"고 예로 들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미 전략자산인) B-52를 띄워 모의 핵공습 훈련까지 했다"며 "이런 훈련이 북한에게는 매우 위협적이었음에도 그 어떤 미국 대통령도 이를 '도발적'이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커밍스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의 대가로) 군사훈련 중단과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평화협정 체결을 원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연간 10~20억 달러 정도 규모의 경제지원도 원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북한이 비핵화하는 것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커밍스 교수는 북한이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원하더라도 미국의 핵전력 때문에 북한을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미국 최고의 전문가들이 요구해온 것, 즉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북한은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의 덩 샤오핑이 되기를 원하는 것 같다"며 덩 샤오핑이 중국을 근본적으로 개혁해 매년 두자리수 성장 발판을 놓았던 것처럼 "북한이 바라는 것도 그것"이라고 했다. 커밍스 교수는 베트남 모델이든 중국 모델이든 "국가 개입과 공산당 체제 하에서도 시장 원리를 통해 급속도로 성장한 모델들이 북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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