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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카페에서 채소 팔아요~

[귀농통문] 토종콩으로 인도식 도넛을…

농부들과 함께하는 카페 메뉴

올여름, 카페 '수카라'는 창업 10년째로 들어섰습니다만, 솔직히 이제 첫걸음을 떼서 아장아장 걷고 있는 그런 상태입니다. 수카라가 새로운 걸음을 시작한 것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의 일. 원전에서 250킬로미터 떨어진, 식구들이 사는 요코하마에서 사고를 경험한 충격은 되도록 에너지를 쓰지 않는 제철 음식과 가까운 국산 재료 쪽을 바라보게 했고, 제대로 된 생산을 확인하는 소비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면서 '마르쉐@' 기획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때까지는 카페의 음식 재료를 생협에 의존했는데, 본격적으로 농부들과 관계를 맺게 된 것은 마르쉐@를 시작한 뒤부터입니다.

아직 3년밖에 안 됐지만 우리가 먹고 요리하고 손님에게 제공하는 음식 재료를 키워주는 농부들과의 만남과 관계는 우리에게 큰 변화를 주기 시작했지요. 일부러 수카라 메뉴를 위해 재배해주는 농부의 채소로 바꾸거나, 토종채소나 콩으로 만든 메뉴를 손님들에게 전달하거나, 계절마다 보내주시는 농부들의 과일을 효소로 담그고 음료나 후식으로 만들거나, 조금이기는 하지만 손수 키워본 허브 종류로 차 메뉴를 만듭니다.

특히 제주 농부의 레몬으로 레몬청을, 벽제 토종생강으로 생강 시럽을 1년 치 담그면서 가을, 겨울이 아주 바빠졌습니다. 메뉴에 맞추어 재료를 찾아 주문했던 이전의 방식과는 달리, 채소와 과일의 시간에 맞추어 메뉴를 상상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생각이 바뀐 건 농부들과의 만남이 계기가 된 것이 확실합니다.

저는 수카라에서 기획자의 역할이어서, 카페 주방에 서서 요리할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창업하고 가장 어려운 부분이 요리하는 사람들을 키우는 일이죠. 주방에서 일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으므로, 요리사들은 스스로 배워야 합니다. 배우는 방법부터 스스로 익혀야 하는데, 음식에 대한 생각이나 관점, 자세 같은 것들은 스스로 배우기 몹시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늘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계기를 만드는 일뿐입니다. 워크숍이나 마르쉐@, 모내기 투어 같은 작은 계기들 말입니다.

▲ 카페 앞에서, 농부들이 보내온 제철 농산물을 판다. ⓒ김수향

올 초봄, 홍성의 자연재배 농부들의 제안으로 수카라 요리사들이 자연재배 채소를 요리하고 농부들의 자연재배 이야기를 들으면서 수카라 손님들에게 자연재배 맛과 이야기를 전해 드리는 워크숍을 기획했습니다. 개성이 강한 맛과 독특한 식감을 가진 자연재배 채소들을 요리로 완성하는 과정이 어려워 요리사들이 아주 고생했는데요, 음식 재료의 특징을 살려 다양한 조리법으로 맛을 끌어낸 음식 맛과 아름다움에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요리가 그날 멋지게 완성되었습니다. 중간에 마음이 꺾이는 일도 있었겠지만 그럴 땐 역시 농부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농부들의 채소를 어떻게든 맛있게 먹이고 싶다, 그런 마음이 요리의 과정과 맛에서 느껴지면서 가슴이 뜨거워졌지요. 실제로 이 워크숍을 계기로 요리사들의 성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고 자신감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농부와의 만남이 시작된 이후의 요리사들을 보고 있노라면 농부들이 우리를 키워주고 있음을 느낄 때가 아주 많습니다. 농부들이 보내주는 멋진 채소 맛은 물론이고 소규모 다품종 생산이기 때문에 가능한 토종채소나 토종콩, 토종쌀, 야생의 풀과 같은 자연 그대로의 음식 재료들을 다룰 일도 많아졌습니다. 먹어보지 않으면 절대 맛을 알 수 없는 재료들의 레시피는 어디에도 없고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므로, 늘 어려운 과제를 받고 있는 셈이죠. 스스로의 혀와 입을, 스스로의 감각을, 스스로의 힘을 믿고 요리해야 할 원시 재료들 덕분에 오감은 조금씩 자라게 됩니다. 음식 재료뿐이 아닙니다. 음식 재료를 키워주신 농부를 떠올리면서 요리하는 경험의 축적이 요리사들의 마음 그리고 저의 마음까지도 키워주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 농부가 키운 이 호밀로 빵을 굽고 싶다, 이 농부의 밤으로 후식을 만들어보겠다, 그런 요리사들의 마음이 쌓여 지금 수카라 메뉴에 조금씩 반영되고 있습니다. 그 변화와 노력에 감동 받을 일도 정말 많습니다.

농부들과 관계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농부가 보내주는 제철 채소를 듬뿍 쓴 메뉴로 바꿔보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만, 늘 아슬아슬하게 적자가 안 날 정도의 재정 상태라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메뉴를 내릴 결심을 하기 어렵습니다. 제철 채소를 맛있게 먹을 수 있고 일부러 그 채소 맛을 보러 오게 하는 '카페 메뉴'를 만든다는 건 은근히 어려운 일이죠. 우리 스스로가 어떤 제철 채소든 맛있게, 재밌게, 완성도 있게 요리하고 그 속에 담긴 내용을 맛 외의 방식으로도 전달하는 실력을 쌓기까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 자연재배 농부들과 함께한 워크숍. ⓒ김수향

우선은 공부를 위해 올해 5월부터 '작은 채소가게'를 열어봤습니다. 우리는 평소에 스스로가 좋아하는 재료, 쓸 줄 아는 재료, 늘 사 먹는 익숙한 재료만을 쓰게 되니, 제철 음식 재료를 아는 것 같으면서도 실은 잘 알지 못하고 있지요. 시기마다 계절마다 어떤 채소가 나올지, 그때그때 어떤 맛을 내며 어떻게 요리하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지, 그것들을 1년 동안 천천히 배워보고 싶어졌습니다. 막상 시작해보니 채소가게를 차리고 채소를 파는 일이 아주 어렵게 다가왔지요. 어떤 농부가 어떤 농법으로 키우는 채소, 그런 설명으로 팔리는 건 일부 채소뿐. 채소를 요리해보고 싶다는 마음까지 이어지게 하기에는 그 채소의 맛과 특징, 매력을 전달해야 합니다. 그리고 맛있는 조리 방법까지 제안했을 때 처음 구매로 이어지고요.

작은 채소가게가 열리는 전날 밤 저는 무지 바빠졌습니다. 최대한 채소들 맛을 보고 농부들에게 물어보고 채소 책을 보면서 포인트를 잡는 새로운 공부의 시간이 생긴 셈이죠. 제가 배운 만큼의 정보가 전달되고 판매로 이어지니 채소가게 문 닫을 시간이 되면 입이 아픕니다만 제 안에 조금씩 지식이 쌓여가는 재미도 쏠쏠하죠. 제철 채소를 다루는 작은 채소가게만이 할 수 있는 전달 방법을 모색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세 곳에서 완두콩이나 강낭콩이 나면 모두 받아보고 그것들을 나란히 두고 소량씩 팔면서 농부마다 지역마다 다른 맛의 차이를 느껴볼 수 있게 세팅합니다. 토종감자와 일반적으로 자주 먹는 수미감자, 새로운 품종 두백감자도 마찬가지. 소량씩 맛보시라 하고 저마다 다른 특성과 요리 방법을 알려 드리지요. 맛의 차이를 보는 재미로 찾아주시는 손님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작은 채소가게에 농부들이 보내주는 채소 자체가 알려주는 정보도 많습니다. 규모가 작으므로 대여섯 곳에서 보내주는 채소로 가게 문을 여는데요, 문 열기 바로 전 진열된 상태의 채소를 보면 그 다양함에 감동하지요.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농사지어주는 농부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 정말 고마운 일이죠.

지역이나 농부마다 다른 특징들이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횡성에서 가져다주시는 놀랍도록 다양한 채소의 종류와 유통되지 않는 나물용 풀을 이어온 문화는, 생산자 네트워크를 만들어온 그동안의 시간과 열정을 상상하게 되고 꾸러미라는 시스템의 무게와 기동력에 감탄하기도 합니다. 올여름 홍성 자연재배 농가에서 보내주신, 가뭄 때 물도 안 주고 키웠다고는 믿을 수 없는 싱싱한 채소들은 어떤 흙을 어떻게 만들어왔기에 물 없는 농사를 지을 수 있는지 흙에 대한 관심이 무럭무럭 자라게 되고요.

작은 채소가게를 시작하면서 농부들과 함께 고민하는 일이 많아져서 그런가요, 지금까지의 생산자와 소비자라는 관계가 조금씩 변해가는 것을 느끼기도 합니다. 어쩌면 무언가 새로운 관계가 생겨날지 모르는 그런 예감도 들고요. 10년째를 맞이한 요즈음, 농(農)과 도시의 음식문화 사이에서 카페 수카라가 할 역할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느낌이 조금씩 듭니다. 아직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지만 카페 수카라 식구들 그리고 농부들과 함께 그 역할을 천천히 찾아보고 싶습니다.

토종콩으로 만드는 요리

토종콩에 빠져 있는 요즈음, 제가 사랑하는 토종밤콩을 활용한 튀김 요리를 소개할까 합니다. '와다'라는 인도식 콩도넛이 모티브가 된 요리고요, 채소 요리사 기타무라 도모코 님의 요리법을 배워 응용했습니다. 단맛 없는 도넛인데 토종콩의 꽉 찬 맛이 튀김과 잘 어울린답니다. 밤콩, 푸르데콩, 서리태, 백태 같은 다양한 밥밑콩으로 만들어 콩마다 다른 맛을 즐길 수 있고 콩을 섞어도 좋겠습니다. 기호에 따라 토종콩 맛을 죽이지 않을 정도의 향신료 가루로 맛에 변화를 주는 것도 좋고요, 도모코 요리사는 푸르데콩에 파래를 넣어 바다 향도 함께 튀겨냈죠.

또 하나는 빨간 울타리콩과 어금니동부 튀김입니다. 일본에서는 백태나 완두, 강낭콩 같은 다양한 콩을 튀김으로 해먹는데요, 빨간 울타리콩을 '덴푸라마메(튀김 콩)'라 하여 꼬투리를 튀겨먹으면 맛있다고 합니다. 저에게 꼬투리가 없으니 콩으로 시도해보았는데 정말 어느 콩보다도 튀김과 잘 어울리더군요. 어금니동부의 밤 같은 맛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콩을 섞어서 튀기면 다양한 맛과 식감이 생겨 더욱 재미있겠지요. 콩을 섞을 때는 밤콩 종류 따로 강낭콩 종류 따로 튀기는 편이 익는 시간이 비슷해서 좋겠네요.

토종밤콩 도넛

재료
밤콩 1컵, 물 150ml, 통밀가루 75g, 소금 5g, 튀김 기름 적당량

만들기
① 5배 정도의 물에 하룻밤 담가 놓은 밤콩을 물에서 건져낸 뒤 150밀리리터의 새로운 물과 함께 푸드프로세서에 돌려 페이스트 상태를 만든다.
② 1에 통밀가루와 소금을 넣어 반죽을 만든다.
③ 손으로 반죽을 도넛 모양으로 만들어 170도 정도의 튀김기름 속에 재빨리 떨어뜨려 천천히 튀겨낸다.
④ 소금이나 원하는 소스를 찍어 먹는다.


빨간 울타리콩과 어금니동부 튀김

재료
빨간 울타리콩 4분의 1컵, 어금니동부 4분의 1컵, 통밀가루 4큰술, 찬물 3큰술, 소금 조금, 튀김 기름 적당량

만들기
① 콩은 5배 정도의 물에 하룻밤 담가 놓는다.
② 볼에 통밀가루, 소금을 넣어 찬물을 더해 가볍게 섞어 튀김옷을 만든 뒤 물기를 뺀 1의 콩을 아주 가볍게 섞는다.
③ 튀김 기름이 든 냄비를 불에 올려 2를 한 큰술 정도씩 넣어 중불에 천천히 튀겨내면 완성.
④ 소금 또는 간장을 찍어 먹는다.


서리태 요리 두 가지


일본식 검은콩 요리는 한국의 콩자반과 달리 달게 조리합니다. 저는 일본을 대표하는 검은콩 요리 '구로마메니(검은콩조림)'를 엄청나게 좋아하는데요,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 놓고 그대로 먹기도 하고 요구르트에 올려 먹기도 하고, 검은콩딥을 만들어 빵에 발라먹기도 하고, 조릴 때 나오는 검은콩시럽에 같은 양의 두유를 넣어 따뜻한 서리태 라떼를, 거기에 약간의 물로 한천을 녹여 넣어 푸딩을 만들어 먹기도 한답니다. 끓인 콩물째로 냉동시켜 보관하시다가 다양하게 활용해보세요.

구로마메니(검은콩조림)

재료
서리태 300g, 물 800cc, 설탕 150g, 양조간장 1큰술, 소금 1작은술

만들기
① 물, 설탕, 양조간장, 소금을 압력솥에 넣어 불에 올려 잘 녹인다.
② 서리태를 잘 씻어, 식은 1에 하룻밤 담가 놓는다.
③ ②의 뚜껑을 닫아 강한 불에 올려 압력이 걸리기 시작하면 약한 불에 20분쯤 가열한 뒤 불을 끄고 그대로 식히면 완성.


서리태 요리 2

재료
구로마메니콩 3큰술, 구로마메니시럽 1작은술, 요구르트 300ml

만들기
① 볼을 받친 소쿠리에 요구르트를 넣어 한나절 물기를 뺀 뒤 물이 빠지면 요구르트 크림이 된다.
② ①의 요구르트 크림을 절구에 넣어 구로마메니콩과 구로마메니시럽과 함께 잘 갈아준다.(크림치즈로 만들어도 된다.)
③ 빵이나 크래커에 곁들여 먹는다.

귀농통문은 1996년부터 발행되어 2014년 9월 현재 71호까지 발행된 전국귀농운동본부의 계간지입니다. 귀농과 생태적 삶을 위한 시대적 고민이 담긴 글, 귀농을 준비하고 이루어나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귀농일기, 농사∙적정기술∙집짓기 등 농촌생활을 위해 익혀야 할 기술 등 귀농본부의 가치와 지향점이 고스란히 담긴 따뜻한 글모음입니다.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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