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연거푸 구설수에 올랐다. 용산 참사, MBC <PD수첩> 재판 등 현 정권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에 대해 인권위가 의견을 내려할 때마다 정상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다는 것.
용산 참사 전원위, 날치기 폐회…현병철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
최근 인권위원들의 발언을 모아보면, 인권위는 지난달 28일 오후 제24차 전원위원회를 열어 용산 참사와 관련한 의견을 법원에 표명할 것인지를 논의했다. 회의에서 참석 위원 10명 가운데 7명이 이 안건에 대해 '찬성' 의견을 냈으나, 현 위원장은 '다음에 논의하자'며 일방적으로 폐회를 선언했다.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를 짓밟은 셈이다.
당시 현 위원장은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고 외치며 회의장을 나갔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인권위원들은 사과를 요구하자, 약 두 시간 뒤 회의장에 돌아와 인권위원들에게 사과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위원장은 지난달 1일에도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당시 열린 전원위원회는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PD수첩> 관련사건 재판부에 의견을 내기 위한 자리였다. 당시 인권위 사무처가 전원위에 상정한 의견은 "공적 영역에서 언론의 자유와 개인의 인격권이 충돌할 때 언론의 자유를 옹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단 한 표가 부족해서 부결됐다. 현 위원장이 반대 표를 던지면서 빚어진 일이다. 인권위원장은 사무처를 통할하는 자리다. 따라서 현 위원장은 자신이 결재해서 상정한 사안을 반대한 셈이 됐다. 사무처가 전원위에 상정한 안건에 대해 위원장이 반대한 것은 위원회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인권위의 독재자', 사회적 쟁점 앞에서는 비겁했다"
현 위원장의 이런 행태에 대해 인권단체들이 8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으로 규탄했다. 87개 인권, 사회단체로 구성된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현 위원장을 '국가인권위의 독재자'로 규정했다.
이날 회견에서 인권단체들은 북한당국에 대해서는 "생명권을 존중하라"는 논평을 냈던 현 위원장이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 참사에 대해서는 취임 후 반년이 다되도록 입을 다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인권단체들은 "(현 위원장이) <PD수첩>과 용산 참사 등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사건에 대해서는 의견 표명을 부결시키거나 회피하는 등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며 "이는 자격 없음을 넘어 비겁하기까지 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용산참사 의견표명 '날치기 폐회'로 막은 현병철 위원장, 국가인권위의 '독재자'로 군림하는 현병철은 사퇴하라!"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이날 성명 전문이다.
국가인권위가 현병철 위원장의 '독재기구'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 12월 28일 국가인권위 전원위원회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용산 참사'에 대한 의견표명을 법원에 제출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나, 현병철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회의 폐회 선언을 했다는 사실이 7일 언론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이날 전원위에는 10명의 위원이 참석하였고, 이 중 과반수가 넘는 7명이 '의견표명에 찬성한다'고 의견을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현 위원장은 안건 상정 절차에 문제제기를 하며 갑자기 회의를 폐회하고 밖으로 나갔다고 한다. 현 위원장은 회의장 밖으로 나가면서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스스로 '독재' 행위를 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는 대목이다.
현 위원장의 이런 독단적인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1일 열린 임시전원위원회에서 MBC <피디수첩> 관련 사건에 대한 의견을 내기 위한 자리에서 현 위원장은 '방송내용이 허위사실에 바탕한 악의적인 보도'라고 판단하며 자신이 결재한 안건에 대해 스스로 반대표를 던져 부결시킨 바 있다. 이로써 언론의 자유를 둘러싼 중요한 재판에 대해 인권위가 아무런 의견을 내지 못한 상황을 위원장이 만든 것이다.
현 위원장이 '인권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그러나 현 위원장 본인은 그 사실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 한 조직의 수장으로서, 국가인권기구의 수장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내부의 민주성조차도 스스로 훼손하고 있는데 왜 아직도 자격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가! 그것은 인권위원장 자리에 대한 욕심, 정권에 대한 충성으로밖에는 도저히 해석이 되지 않는다.
현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진정사건은 취임 전 기간보다 크게 늘었고, (권고) 수용도 증가, 사건 처리도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정 사건이 크게 늘어난 것은 그 만큼 국민들에게 인권 침해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그것이 현 위원장 본인의 성과물은 아닌 것이다.
또한 <PD수첩>과 용산 참사 등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사건에 대해서는 의견표명을 부결시키거나 회피하는 등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이는 자격 없음을 넘어 비겁하기까지 한 모습이다.
용산 참사가 발생한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간다.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 총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참사에 대해 인권위는 무얼 하고 있는가. 현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임진강 황강댐 방류로 인해 6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방류 경위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 당국에 대해 '생명권 존중하라'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용산 참사에 대해서는 납득할만한 이유도 없이 날치기로 회의 폐회 선언을 하며 의견표명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현 위원장은 취임한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지금까지도 용산 참사 현장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다. 현 위원장은 '생명'에 대한 존귀를 따지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저의가 있는 것인가.
용산 참사 재판은 1심이 끝나고, 2심을 준비하고 있다. 1심 재판 과정이 어떠했는지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수사기록 3000여 쪽이 공개되지 않아 피고인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하였고,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판결을 내려 절망과 좌절을 안겨 주었다. 인권위는 '인권'의 관점에서 용산 참사에 대한 의견을 재판부에 오래전에 전달을 했어야 마땅했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늦은 상황에서 논의와 의결을 가로막고 있는 현 위원장은 '인권'위원장이 맞는가.
이번 현 위원장의 행위는 '사과'로써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본인의 입으로도 말했듯이 날치기 폐회선언은 "독재자"나 할 수 있는 행위이고, 절대로 국가인권기구에서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현 위원장은 그 회의장에 있던 인권위원들만 기만한 것이 아니다. 용산 참사로 사망한 사람들과 그 유족들, 그리고 함께 싸우고 있는 사람들, 또 재개발로 신음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기만한 것이다. 누차 강조하지만 현위원장은 본인이 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인권의 가치를 짓밟고 기만하는 것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더 이상의 기만은 안 된다. 현병철 위원장은 버티기는 그만하고 당장 사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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