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 출신인 김진표 교육부총리에 전형적인 교육관료인 이기우 교육부 차관은 정말 환상적인 결합이다."
한 교육단체 관계자가 31일 노무현 대통령이 이기우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교육부 차관으로 내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자에게 전한 냉소적인 반응이다.
전교조 한만중 대변인도 이날 이기우 차관 내정에 대해 "한 마디로 실망스럽다"며 "이기우 씨는 참여정부가 극복하겠다고 하는 관료주의적 교육 정책의 대명사"라고 비난했다. 한 대변인은 "그를 재등용하겠다는 소식에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개혁 의지가 더 후퇴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과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단체뿐 아니라 한 교육청의 교육위원도 "이기우 차관 임명뿐 아니라 참여정부에서 내놓는 '땜질식 교육정책'을 보면서 정부가 과연 교육 정책에 대한 철학을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평했다.
사실 '이기우 신임 교육부 차관'은 교육부 내에선 별로 뉴스가 아니다. 부산고를 졸업한 뒤 1967년 고향인 경남 거제군 교육청 9급 공무원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입지전적 인물인 그는 여러 차례 교육부 차관으로 물망에 올랐다가 고배를 마시곤 했기 때문이다.
***이해찬 총리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공무원" 극찬**
청와대는 이날 이기우 차관의 발탁 배경에 대해 "9급 공무원으로 출발해 교육부 교육환경개선국장, 기획관리실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진 후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재직 중인 입지전적인 인물로 교육관련 경험과 식견이 풍부하고 교섭력과 추진력이 뛰어나다"면서 "교육부 기획관리실장(3년6개월)으로 최장기 근무하는 등 업무조정력 등 역량이 탁월하다"고 밝혔다.
이런 배경 설명과는 별개로 이기우 차관 내정에 이해찬 국무총리가 큰 '힘'을 발휘했다는 것은 그와 이 총리의 인연을 통해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이기우 내정자는 지난 98년 김대중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들어가 이해찬 당시 민주당 의원을 김대중 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으로 만드는 데에 일정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이해찬 총리가 98-99년 교육장관을 역임할 때 교육환경국장으로서 개혁정책을 보좌하면서 '바람막이' 역할을 했다. 이런 이기우 내정자에 대해 이 총리는 당시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공무원"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이기우, 관료집단에 의해 차관으로 '옹립'되기도**
37년간 교육부에서 일해 온 이 내정자는 '최장수 기획관리실장'의 기록을 갖고 있다. 이 기간 동안 그는 김덕중 문용린 송자 이돈희 한완상 이상주 윤덕홍 등 7명의 장관과 함께 일했다. 기획관리실장으로서의 그의 '장수' 비결은 한편으로는 탁월한 친화력과 업무능력에서 찾을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론 뛰어난 처세술에서 찾을 수도 있다.
특히 교육부 내 '서울사대 마피아'에 대비되는 '진주 마피아'의 좌장 중 한 사람으로 알려진 그는 그만큼 교육부 관료집단의 사정을 잘 알고 있고 부처 내 사정에 어두운 장관들은 '답답한 곳을 긁어주는' 그를 곁에 둘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진주 마피아'란 진주교대 출신으로 대표되는 교육부 내 경상도 인맥을 말한다. 이 내정자는 진주교대를 나오지는 않았지만 부산고, 경성대 교육학 박사 출신이다.
교육부 내 그의 입지는 지난 2002년 교육부 관료집단에 의해 차관으로 '옹립'됐던 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하지만 그의 위세는 노무현 정부 들어 첫 교육부총리로 윤덕홍 부총리가 임명되면서 기울기 시작했다. 당시 윤 장관은 취임사에서 "교육부에서 '진주 마피아'니, '서울사대 마피아'니 서로 편을 갈라 싸우는 일을 이제 관둬야 한다"며 "모 인사는 '교육관료들이 6개월 동안 장관을 뺑뺑이 돌리고 나면 또다시 장관이 바뀐다'고 조언하던데 여러분은 저를 뺑뺑이 돌리지 말라"고 교육부 내 관료집단의 구태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윤 장관은 교육부 차관으로 당시 유력하게 거론되던 이기우 기획관리실장 대신 서범석 서울시부교육관을 임명했다. 이기우 내정자는 차관 인사에서 고배를 마신 뒤 "조직의 인사 숨통을 터주기 위해 고참 공직자들이 대거 물러나는 게 바람직하다"는 현 정부 인사 방침에 따라 교육부를 떠나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으로 일했다.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 유시민 복지장관, 이기우 교육부 차관…**
이 내정자의 '관운'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실세 총리'인 이해찬 총리가 그를 2004년 7월 차관급인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발탁하면서 그는 다시 '실세'가 됐다. 또 이해찬 총리는 그가 교육부 차관이라는 '꿈'을 이루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은 차관 인사와 관련해 "이해찬 국무총리와 장관 및 장관 내정자의 추천 의견도 충실히 들어봤다"고 밝혔다.
따라서 최근 큰 파문이 일었던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에 이어 이번 차관급 인사에서도 이해찬 총리의 '힘'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이 총리는 의원 시절 자신의 보좌관이었던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을 직접 천거했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지난 2005년 1월 부실검증으로 파문이 일었던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도 천거한 바 있다. 이 총리는 당시 "내가 이 전 부총리를 처음 추천했다"고 밝혔었다.
정무직 인선 과정에서 이 총리의 '입김'은 더 세질 전망이다. 한때 한나라당과 '대연정'까지 고민했던 노 대통령은 지난해 이 총리에게 인사권을 대폭 이양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0·26 재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에서 이 총리를 만나 "내각 인사권까지 총리가 책임지고 행사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으나 이 총리가 이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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