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회장 김희선)의 '일제하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 발표' 이후 정가와 언론계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설립자가 이번 명단에 포함된 조선, 동아일보를 중심으로 광복회와 '의원모임' 사이의 관계, 명단 선정과정, 명단발표에 대한 '의원모임' 소속 국회의원들의 반응 등이 연일 보도되면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프레시안은 이번 명단 발표과정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한나라당 서상섭 의원과의 인터뷰 내용을 전재한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달 28일 명단 발표 직후 국회 의원회관에서의 1차 단독 인터뷰, 그리고 지난 1일 조선·동아일보가 명단선정에 반발하는 기사를 게재한 후인 3월 2일의 보충 인터뷰 내용을 종합한 것이다. 편집자
***아직도 막강한 친일 세력**
프레시안 : 이번 친일파 명단 발표의 의의는.
서상섭 : 1947년 반민특위활동은 친일파의 죄상을 밝히려고 했으나 해방 후 기득권층이 된 친일파들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했고 이때의 자료도 대부분 없어지거나 파기됐다. 이번 명단 발표는 그 때 사라진 역사의 한 부분을 공증하는 것이다.
누가 왜 그 자료를 없앴는지를 생각해 보면 광복 이후 정치 경제를 포함한 거의 전 분야에 친일 반민족행위자가 계속 기득권을 누리며 사회에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참고로 프랑스는 3년 나치 치하 후에 부역자를 죄질에 따라 분석, 평가, 고발하여 처단하거나 재산을 몰수하고 상당기간 격리했다. 이렇게 한 이유는 국가재건 후 다음 사회에서 반역자들의 영향력을 제외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한번도 그렇지 못했다.
그 동안 몇 차례의 시도가 있었으나 친일파의 영향력이 지금도 연속선상에 있기 때문에 조사 공개가 불가능한 사회였다. 그들의 직접적인 힘이 그나마 긴 세월 덕분에 약화되었기에 발표할 수 있게 된 것이라는 암울한 역사적 현실도 솔직히 고백하고 싶다.
프레시안 : 발표하게 된 과정과 절차를 상세히 밝혀달라.
서상섭 : 이번 명단공개에는 무엇보다 광복회의 헌신적인 노력이 큰 도움이 됐다는 점을 먼저 밝히고 싶다. 작년 7월 광복회와 함께 이 사업을 공동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올 2월22일에 처음 광복회가 자체 심의를 거쳐 제공한 명단은 광복회 내에서 합의 된 692명과 추가로 심의 대상이 된 17인을 포함해 총 709명이었다.
그중 643명을 우선 확정하고 남은 66명중 심의과정에서 49명을 자료 확인을 거쳐 추가로 확정했다. 최종적으로 남아있던 17명도 발표 당일인 28일 새벽 1시까지 자료재확인과 내부회의를 거친 후에 시기부적절로 판명된 1인을 제외한 16명 전원을 포함시켜 708명을 발표하게 됐다. 만약 이들이 빠졌다면 이번 발표의 의미 자체가 많이 퇴색했을 것이다.
특히 광복회가 이번 일로 상처받거나 다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 분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민족정기의 회복을 위해 평생 싸워 오신 훌륭한 분들이다.
***"친일반민족 행위는 반드시 기록에 남겨야"**
프레시안 : 명단 선정 중에 갈등도 있었다는 데 어떤 이유로 누가 반대했는가.
서상섭 : 명단 공개과정에서 끝까지 문제가 된 두 가지 소수의견은 '친일을 하다가 독립운동에도 일정부분 기여한 경우'와 '친일은 했으나 광복 후 국가발전에 나름대로 공헌한 경우'였다.
토론과 조사를 통해 그들을 단죄는 못하더라도 친일민족반역행위 만큼은 역사의 '팩트'(fact)로 후손에게 낱낱이 밝혀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 끝까지 논란이 된 인물은 현재도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이들이다. 특히 김성수씨의 경우는 국민훈장까지 받은 인물이지만 보훈처의 훈장 취탈심사대상 7인중에 하나라는 점도 고려했다.
해방 후 5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친일파와 그들이 심어놓은 세력의 힘이 막강함을 피부로 느꼈다. 그들은 55년을 버티며 지낸 것이다.
여성계와 예술계의 반발도 상당할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은 주로 국가 재건이나 각 분야 발전에 공헌하거나 본인의 사죄가 있었다는 것인데 이번 발표는 공과를 따져서 재판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올바르게 재단(裁斷)하는 작업으로 봐주기 바란다.
자체심의 중 소수의견을 낸 분들의 성명이나 발언을 구체적으로 거론하기는 힘든 점은 이해해 주시 바란다.
***언론·문화계의 친일 행위가 더 큰 문제**
프레시안 : 언론이나 문화계에서는 친일의 직접적인 행동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일부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서상섭 : 언론계 문화계 등 지식인들이 지도자로서 투쟁하고 올바르게 계도해야 할 시기에 일본인으로 생각하고 쓰고 선전·선동한 반민족행위는 밀정이나 순사보다 더 큰 파급과 영향력이 있었다. 소명의 기회를 주자는 의견도 일부 있었지만 (자료를 직접 보여주며) 여기 수집된 증거만으로도 친일행위 자체는 명백했다.
이번은 1차 발표일 뿐이고 앞으로도 계속적인 작업을 통해 각 분야의 친일파와 그 행적을 낱낱이 밝혀 낼 것이다. 반민특위의 자료와 일제의 관보 정도가 이번 명단확인에 자료로 쓰였다. 앞으로 각 지방지나 다수의 관련 문서를 확보, 조사하면 더욱 많은 사실들이 드러날 것이다.
프레시안 : 박정희 전대통령이 명단에 빠진 것에 항의하는 이들도 있는데...
서상섭 : 이번이 1차이지 결코 최종명단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우선 군수 이상의 공직자와 영관급 이상의 장교로 범위를 한정했지만 앞으로 2차, 3차 계속 친일파를 밝혀낼 것이고 당시 행적 등도 낱낱이 밝히게 될 것이다. 만약 당시에 죄상이 있다면 언젠가 밝혀질 것이다.
프레시안 : 명단발표에 대한 대상자들이나 그 후손의 반응은 어떻게 예상하는가.
서상섭 : 아직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그리고 종교계에 까지 상당한 숫자의 친일세력과 그들이 뿌려놓은 주변이익세력이 존재한다. 그들의 심한 반발이 예상된다.
그들은 앞으로 '자료가 부족하다', '당신들은 뭐냐', '쓸데없이 이제 와서 왜 이러느냐'는 식의 말을 하며 다양한 이유를 들어 부정하거나 명예훼손 등을 들먹일 것이다. 광복회와 함께 조사한 후 국회의원들이 총대를 메고 나서서 발표한 것도 그 때문이다.
프레시안 : 친일파 708명이 발표된 후 일부 신문에서는 마치 의원들이 임의로 17명을 심사대상에 포함시킨 듯한 보도를 하고 있는데 사실은 어떤가.
서상섭 : 이번 조사와 발표는 광복회와 함께 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발표 후 광복회 측에도 내가 직접 이런 일부 언론의 행태에 침묵하면 친일파를 두둔하는 것이 될 수 있음을 조언했다.
***"여야간·모임내 이견 없다"**
프레시안 : 이번 발표로 인해 여야간의 정쟁이나 모임내의 내분이 있는 것 같은 보도도 나오고 있는데...
서상섭 : 원래 국회라는 것이 의원 개개인 간에는 늘 이견이 있다. 그런 이견을 서로 대화로 좁혀 가는 것이다. 현재 의원 간에 심각한 의견차가 있는 것처럼 일부 언론이 호도하는데 실제로는 그들이 의원들을 이간질하려고 뛰어다닌다는 느낌을 받았다.
(민주당 김희선 의원 측도 '현재 이 문제가 정쟁의 요소가 될 이유는 전혀 없고 순수한 원래 취지대로 의원들이 결속하고 있음'을 별도로 확인해 주었다)
프레시안 : 조선이나 동아일보 측에서는 어떤 반응이나 연락이 있었는가.
서상섭 : 국회의원들이 언론과 관련된 두 사람을 일부러 넣은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유도 심문하듯 계속 질문하며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여론을 끌고 가려고 하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는 취재인지 취조인지 모를 정도로 나를 다그치고 있다.
프레시안 : 앞으로의 계획은.
서상섭 : 국가예산을 책정하여 '국민의 이름으로' 친일파에 대한 진상규명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는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강한 여론이 일어나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우리 후손들에서는 '반민족 행위로 앞선 선각자'들이 다시는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