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노조의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조합원 23명에 대해 법원이 제헌헌법 취지에 따라 선고유예 판결을 내려, 노동계를 환호케 했다.
***법원, "공무원노조 집단행위 금지 제헌취지 위배" 선고유예 판결**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정렬 판사(35)는 22일 지난해 10월17일 정부의 노동조합 관련 특별법 추진에 반대하는 집회를 연 전공노 서울지역본부 기형노 정책기획차장 등 23명에 대해 "피고인들이 현행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집단행위를 한 이상 이를 정당행위라 할 수 없다"고 실정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지만, "노동기본권을 되찾기 위한 행위인 점 등 불법의 정도가 크지 않다"며 벌금 10만~3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려 사실상 공무원의 노동3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특히 "공무원의 노동3권이 제헌의회때부터 인정되다가 5.16 군사쿠데타에 의해 부정된 이래 아직까지도 인정되고 있지 않다"며 "당초 인정받았던 공무원 노동기본권을 되찾기 위해 집회 등의 불법행동을 한 점, 현 상황에서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안은 노동조합밖에 없는 점, 교원과 달리 일반 공무원의 경우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 허울뿐인 내용의 공무원노조 특별법 입법 추진에 항의하기 위한 점 등을 고려, 형의 선고를 유예키로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판결은 제헌 당시 헌법으로 보장된 공무원의 노동3권이 5.16쿠데타 이후 군사독재로 인해 제한 받은 것으로 헌법의 목적에 따라 공무원의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돼, 단체행동권 등 공무원 노동3권 인정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전공노 조합원에 대해 지난해 10월 반모(44.여)씨 등 2명에 대해 광주지법이 벌금 2백만∼1백50만원의 선고유예를 내리는 등 선고유예 판결은 이번이 3번째지만 앞선 사례는 모두 재판과정의 성실성과 초범인 점 등이 주된 선고유예 사유였다.
***우리법학회, 사법개혁 신호탄인가**
전공노에 대한 선고유예 판결을 내린 이정렬 판사는 지난 21일 종교적 이유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처음으로 무죄판결을 내려 그동안 수면 아래에서 논의가 활성화 되지 못했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논란을 사회적으로 공론화 시킨 바 있고, 이번 공무원 노조에 대한 판결 또한 사회적으로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는 사안이어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판사의 잇따른 '진보적 판결'은 기존 사법부의 보수적 법 해석에 대한 젊은 법조인층의 일대 도전적 성격이 강해, 앞으로 중진 법조인들이 담당할 2심과 대법원의 판결에 사회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잇따라 진보적 판결을 내리고 있는 이정렬 판사는 사시 33회의 소장 법조인으로, 진보.개혁 성향의 전.현직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원으로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기 전 학회 정례모임에서 이 문제에 관한 주제발표를 하기도 했었다. 우리법연구회는 지난 1일 월례 세미나를 개최했고 이 판사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맡았던 것이다.
우리법연구회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은 법 연구가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에서 지난 88년 창립됐으며 현재 1백여명의 법관과 20여명의 변호사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고 매달 한차례씩 정기세미나, 1년에 두번씩 확대모임을 갖고 있다. 이 학회는 지난 93년 사법민주화를 위한 법관회의 설치 등을 요구하는 서울민사지법 단독판사들의 의견서 작성을 주도하는 등 사법부내 굵직굵직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학회 소속 회원들이 직.간접적으로 관여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진보.개혁 성향의 법조 모임으로 통하고 있다.
이 학회에는 지난해 대법관 제청파문의 단초를 제공한 강금실 법무장관과, 제청파문 도중 사법개혁을 요구하며 사표를 낸 박시환 변호사, 소장판사들의 연판장 작성을 주도한 이용구 서울행정법원 판사, 청와대내 핵심 실력자였던 박범계 전 대통령비서관 등이 모두 이 학회 회원이어서, 4.15총선후 언론개혁과 더불어 시급한 개혁으로 사법개혁을 꼽고 있는 열린우리당과의 교감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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