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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진중권, '사표(死票) 논쟁'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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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유시민-진중권, '사표(死票) 논쟁' 2라운드

유 "우리-민노는 경쟁상대", 진 "몇석 얻으려 앵벌이시키냐"

12일 "지역구에서 민주노동당 후보가 얻는 표는 모두 죽은 표"라며 민주노동당 견제론에 포문을 연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이 13일에도 자신의 홈페이지(www.usimin.net)를 통해 "민주노동당은 성역이 아니다. 이번 총선에서 우리당이 상대해야하는 경쟁상대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전날 게재한 자신의 글에 대해 민주노동당과 진중권씨 등이 반박한 데 대한 재반론이다.

이에 대해 진중권씨는 인터넷 사이트 진보누리(www.jinbonuri.com)에 거듭 게재한 반박글을 통해 "유 의원 정도라면 선거에 눈이 뒤집혀 그깟 몇 석 더 얻으려고 지지자들 불쌍하게 앵벌이나 시키는 수준을 넘어, 이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 앞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열린우리당의 한계를 보고 뭔가 전략적인 대책을 내놓아야지 지금 뭐하는 거냐. 유치하게..."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유시민, "선거때 표 모으는 것은 당연한 권리"**

유 의원은 13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민주노동당 당원들께 드리는 글'을 통해 "지금 총선판세는 지극히 불투명해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이 세 탄핵세력의 의석 합계가 1백50석을 넘길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나는 현재의 총선판세와 우리당 당원들의 남은 사흘 행동지침을 어제 홈페이지에 올렸을 뿐인데 이것을 '다른 세력을 죽여서 반사적 이익을 얻으려는 쇼'라고 한다면 열린우리당을 포함한 모든 보수정당을 전방위로 까대어서 민주노동당의 호감도를 높이는 노회찬 민주노동당 선대본부장의 방송토론 역시 같은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입만 열면 신자유주의 보수정당의 한 분파에 불과하다고 우리당을 까대면서 그 보수정당이 경쟁상대인 진보정당으로 흘러가는 유권자의 표심을 자기네 쪽으로 돌려놓으려고 하는 것을 왜 그렇게 무턱대고 비난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다"고 민주노동당을 비판한 뒤 "선거때 다른 당으로 가는 표를 우리 쪽으로 불러모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모든 정당에게 허용된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유권자 중에 진보정당의 원내진출 만큼이나 차떼기 탄핵세력의 부활을 막는 것이 정치발전에 긴요하다고 생각하는 쪽도 있다"며 "이들이 차떼기 탄핵세력의 부활을 저지하기 위해 열린우리당에 투표한다고 무엇이 잘못됐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이같은 유권자들은) 정확히 말해서 민주노동당 지지자가 아니다"며 "그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입이라는 정치적 가치에 일시적으로 기울어져 있는 유권자일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적어도 지금 이시점에는 제로섬 게임을 하는 경쟁상대라는 것을 잊지말라"며 "민주노동당 당원들 역시 자기가 신봉하는 진보적 가치를 역설할 권리가 있지만, 유권자의 가치판단을 대신해 줄 권리는 없다"고 글을 끝맺었다.

유 의원은 이에 앞선 12일에도 "득표력이 매우 높은 극소수의 후보를 제외하면 지역구에서 민주노동당 후보가 얻는 표는 모두 죽은 표가 된다"며 "우리당 당원과 지지자 여러분은 주변의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에게 정당표를 민주노동당에 주더라도 후보표는 우리당 후보에게 던지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진중권, "우리당 위기는 정체성의 위기"**

이같은 유 의원 주장에 대해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대표적 논객인 진중권씨는 13일 인터넷 사이트 '진보누리'에 게재한 '민주노동당 지지 무섭게 확산', '유시민 의원께 열린우리당의 진짜 위기는'이라는 잇따른 글을 통해 "유 의원이 마지막으로 자신의 효용가치를 입증하려고 하는 모양인데 상황이 대선 때와는 다르다. 그거 별 효과 못볼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열린우리당의 위기는 이깟 선거의 득표에 관련한 것이 아니다"며 "유시민씨도 그 동네에서 살아남으려면 이제 껍데기만 남은 그 개혁적, 진보적 레토릭을 내버리고 보수주의자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거기에 합당한 논리를 개발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씨는 "유 의원이 봐야 할 것은 정치적 지형의 변화로 인해 초래된 열린우리당의 위기"라며 "이미 진보의 아젠다는 민주노동당이 감당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열린우리당은 점점 더 보수적 색채를 강화해 갈 것이고, 하기에 열린우리당은 제 정체성을 새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노동당의 지지세는 지식인 문화계 영화계 법조계와 같은 담론생산자층에서 확산되고 있다"며 "이것은 진보적 의제를 열린우리당에게 투사하던 시대가 지나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이제는 열린우리당을 위해 말을 해 줄 사람들이 적어도 진보진영에는 거의 없게 됐다"고 부연했다.

진씨는 이어 "열린우리당의 더 큰 위기는 시민의 40%가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진보로 착각한다는 여론조사가 있었는데, 이 대시나리오가 무너지게 됐다는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은 상부구조에서 진보적 아젠다를 설정할 능력을 잃었고, 하부구조에서는 노동자, 농민, 빈민, 서민들이라는 대중적 토대를 잃어버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 의원 정도라면 선거에 눈이 뒤집혀 그깟 몇 석 더 얻으려고 지지자들 불쌍하게 앵벌이나 시키는 수준을 넘어, 이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 앞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열린우리당의 한계를 보고 뭔가 전략적인 대책을 내놓아야지 지금 뭐하는 거냐. 유치하게..."라고 비난했다.

진씨는 "유시민-문성근-명계남을 잇는 '잡탕' 내 개혁파들은 보수잡탕에 있으면서도 진보진영의 레토릭을 구사하고 있다"며 "열린우리당은 보수정당이기에 유시민-명계남-문성근이 구사하는 진보적 레토릭도 당내에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단언했다.

다음은 유시민 의원과 진중권씨의 글 전문.

***유시민, "민주노동당은 열린우리당의 경쟁상대일 뿐입니다."**

민주노동당 당원과 지지자 여러분,안녕하십니까. 열린우리당 유시민입니다.

민주노동당 지역구 후보에게 던지는 표가, 당선권에 들어 있는 극소수 후보를 제외하면, 전부 사표가 된다는 저의 주장에 대해서 격분하고 계시군요. 어제 밤부터 제 홈페이지가 아주 엉망이 되었습니다.

김종철 선대위 대변인께서는 “자기 내용을 주장하기보다는 다른 세력을 죽여 반사이익을 보려는 열린우리당의 정치행태는 기존 부패세력인 과거 정권과 다른 게 없다”고 논평했습니다. 진보누리 홈페이지 ‘독자베스트’ 게시판 대문에 걸어놓은 글에서 민주노동당 진영의 대표적 논객인 진중권씨는 저더러 “몇 석 더 먹으려고 쇼를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흥분하지 마십시오. 민주노동당은 성역이 아닙니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상대해야 하는 경쟁상대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입만 열면 신자유주의 보수정당의 한 분파에 불과하다고 우리당을 까대면서, 그 보수정당이 경쟁상대인 진보정당으로 흘러가는 유권자의 표심을 자기네 쪽으로 돌려놓으려고 하는 것을 왜 그렇게 무턱대고 비난하시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선거 때 다른 당으로 가는 표를 우리 쪽으로 불러 모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모든 정당에게 허용된 당연한 권리가 아닌가요.

제 발언의 논지를 다시 정리할테니 정확하게 보시기 바랍니다. 유권자들은 각자 나름의 정치적 가치지향을 지니고 있으며, 거기에 입각해서 지지정당과 후보를 결정합니다. 여러분은 열린우리당과 다른 보수정당 사이에는 샛강이 있지만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는 한강이 놓여 있다고 주장합니다. 민주노동당원의 가치기준에 비추면 그렇게 보이겠지요.

그렇지만 민주노동당 당원이 아니면서도 민주노동당에 표를 주려고 마음먹은 유권자들 중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습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는 가볍게 건너뛸 수 있는 작은 개울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죠.

이런 유권자들은 민주노동당 당원도 아니고 민주노동당의 정책에 전적으로 찬성하는 것도 아니지만, 진보정당이 원내에 들어가야 우리 정치가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민주노동당을 지지합니다. 그

런데 이런 유권자 중에서 누군가 진보정당의 원내진출 만큼이나 차떼기 탄핵세력의 부활을 막는 것이 정치 발전에 긴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만약 열린우리당이 압도적 우위를 지키고 있어서 자기 표를 민주노동당에 던져도 차떼기 탄핵세력이 거대야당으로 부활할 가능성이 없다고 믿는다면 그대로 민주노동당에 표를 던지겠죠.

하지만 만약 그것이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라면?

그렇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진보정당의 원내진입에 아주 큰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유권자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에 투표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유권자라면 차떼기 탄핵세력의 부활을 저지하기 위해 열린우리당에 투표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 유권자가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이 인식한 선거판세를 고려해서 어떤 정치적 가치에 우선권을 부여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제가 말한 전략적 투표입니다. 이 유권자는 정확히 말해서 민주노동당 지지자가 아닙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입이라는 정치적 가치에 일시적으로 기울어져 있는 유권자일 뿐입니다.

지금 총선판세는 지극히 불투명합니다.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이 세 탄핵세력의 의석 합계가 150석을 넘길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이런 상황을 모릅니다. 열린우리당의 압승을 예측한 4월 1일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만을 인지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조중동은 열린우리당의 우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한나라당의 거여견제론을 강화시키는 보도를 머리기사로 쏟아냅니다.

여러분이 민주노동당 당원이 아니라 열린우리당 당원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말없이 방관하시겠습니까? 그럴 리가 없죠. 그래서 어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선대위원장과 비례대표 후보직을 전격 사퇴함으로써 총선 판세가 매우 위태롭다는 것을 유권자들께 알린 것입니다.

저는 현재의 총선판세와 우리당 당원들의 남은 사흘 행동지침을 어제 홈페이지에 올렸을 뿐입니다. 당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아닌가요?

이것을 “다른 세력을 죽여서 반사적 이익을 얻으려는 쇼”라고 한다면 열린우리당을 포함한 모든 보수정당을 전방위로 까대어서 민주노동당 호감도를 높이는 민주노동당 노회찬 선대본부장의 방송토론 역시 같은 비난에 직면할 것입니다.

제가 하려는 것은 지금 이 시각 총선판세를 열린우리당의 압승 분위기라고 판단해서 민주노동당에 표를 던지려고 하는 유권자들께 상황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리는 일입니다. 그분들이 진보정당의 원내진입을 돕는다는 것과 차떼기 탄핵세력의 부활을 저지해 민주적 기본질서를 확고히 한다는, 현재 상황에서는 충돌할 수밖에 없는 두 가지의 정치적 가치 가운데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이 좋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라고 청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그토록 비난받아야 할 행위인가요?

민주노동당의 선전을 치하합니다. 목표인 15석을 획득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원내진출은 이미 이룬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축하합니다. 하지만 잊지 마십시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적어도 이 시점에서는 제로 섬 게임을 하는 경쟁상대라는 것을. 모든 것은 유권자가 결정하며, 그 결정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정보를 전파하고 논리를 설파할 권리는 모든 정당에게 예외 없이 허용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아울러 민주노동당 당원들 역시 자기가 신봉하는 진보적 가치를 역설할 권리가 있지만, 유권자의 가치판단을 대신해줄 권리는 없다는 것 역시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 누구도, 어느 정당도, 가치관을 독점할 수 있는 권리는 없습니다.

민주노동당 당원 여러분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총선승리 D-2

열린우리당 유시민

***진중권, '유시민 의원께, 열린우리당의 진짜 위기는?'**

정동영 바람 타고 한나라당 애들 재결집하는 게 아닙니다. 유의원은 사태를 너무 널럴하게 보고 계십니다. 그깟 선거야 어차피 과반수 넘거나 모자라게 먹는 게임의 영원한 반복 아닙니까? 선거 한다고 한나라당이 없어지겠어요, 아니면 열린우리당이 없어지겠어요? 이거, 동일자의 영겁회귀입니다. 쟤들이 잡으면 북괴가 내려온다, 쟤들이 잡으면 차떼기가 몰려온다, 서로 공포정치하는 거. 이거 영원한 현상입니다. 제가 장담하죠. 4년 후에도 여러분 똑같은 얘기하고 있을 겁니다.

유의원이 봐야 할 것은 정치적 지형의 변화로 인해 초래된 열린우리당의 위기입니다. 유의원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보수"로 규정하셨지요? 정확한 지적입니다. 앞으로 열린우리당은 점점 더 보수적 색채를 강화해 갈 것입니다. 또 그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왜? 이미 진보의 아젠다는 민주노동당이 감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그 부분까지도 열린우리당이 먹고 들어갔지요.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진보적 의제는 이제 민주노동당이 담당하고, 열린우리당은 제 정체성을 새로 규정해야 합니다.

민주노동당 지지세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지요. 주로 어떤 층에서 확산되는지 보세요. 먼저 지식인, 문화계, 영화계, 법조계와 같은 담론생산자층입니다. 이들이 민주노동당으로 돌아선 것은 이제 진보적 의제를 열린우리당에게 투사하던 시대가 지났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열린우리당을 위해 말을 퍼뜨려주던 사람들이 대거 민주노동당으로 건너왔습니다. 이로 인해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의 지원화력은 앞으로 대폭 감소할 것입니다. 한 마디로 이제는 열린우리당을 위해 말을 해줄 사람들이 적어도 진보진영에는 거의 없게 됐다는 얘기죠.

하지만 더 큰 위기는 그게 아닙니다. 이제까지 민주당/열린우리당은 자신들이 서민의 이해를 대변해 온다고 선전해 왔고, 또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시민의 40%가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진보'로 착각한다는 여론조사결과가 있었지요? 문제는 바로 이 大시나리오가 무너지게 되었다는 거죠. 노동자들, 민주노동당으로 왔습니다. 농민들, 비판적 지지에서 벗어나 역시 민주노동당으로 왔지요. 듣자 하니 노점상 연합에서도 민주노동당 지지를 선언했다고 하네요. 환경미화원 동지들의 집단 입당도 있었고...

한 마디로 열린우리당은 상부구조에서는 진보적 아젠다를 설정할 능력을 잃었고, 하부구조에서는 노동자, 농민, 빈민, 서민들이라는 대중적 토대를 잃어버리게 됐다는 겁니다. 이것이야말로 열린우리당의 진짜 위기입니다. 유의원 정도 라면 선거에 눈이 뒤집혀 그깟 몇 석 더 얻으려고 지지자들 불쌍하게 앵벌이나 시키는 수준을 넘어, 이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 앞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열린우리당의 한계를 보고, 뭔가 전략적인 대책을 내놓으셔야지요.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유치하게...

독일신문과의 인터뷰 기사보니 " Sammelbecken"이라는 말이 나오더군요. 한 마디로 "잡탕"이라는 말이죠? 열린우리당의 정체성. 그러고 보면 문성근-명계남-유시민씨 사이에는 모종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얘기겠지요. 위에서 제가 지적한 열린우리당의 위기는 동시에 유시민 의원의 위기이기도 합니다. 왜? 유시민-문성근-명계남을 잇는 "잡탕" 내 개혁파들은 보수잡탕에 있으면서도 진보진영의 레토릭을 구사하고 계시거든요. 그런데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열린우리당은 보수정당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유시민-명계남-문성근이 구사하는 진보적 레토릭도 당내에 설 자리가 없어지는 거죠.

민주노동당과 '전면전'을 선포하셨다구요? 그건 아마 유시민 의원 개인의 전쟁일 겁니다. 유의원이 존재가치가 바로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 위치하면서 민주노동당 올 사람을 열린우리당으로 보내는 데에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마지막으로 자신의 효용가치를 입증하려고 하시는 모양인데, 상황이 대선 때와는 다릅니다. 그거, 별 효과 못 볼 겁니다. 그렇게 되면 그 유시민 의원의 약발도 다 떨어졌다는 사실이 그 동네 사람들에게 알려지겠지요. 그러면 유시민 의원 개인의 위기가 시작되는 겁니다.

유시민 의원이 주도적으로 만들어 나중에 헌신짝처럼 차버린 개혁당의 어느 분이 민주노동당 지지 선언을 조직하고 계시다고 하더군요. 이것은 아주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옛날 개혁당 사람들, 다 노무현을 밀었지만, 지금 개혁당 사람들, 열린우리당 밀지 않습니다. 열린우리당 밀 사람들은 이미 다 개혁당에서 나와서 제멋대로 그 재산 들고 열린우리당으로 적을 옮겼지요. 그러니 유시민 의원의 처절한 마지막 호소에 귀 기울일 사람은 거의 없는 셈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열린우리당의 위기는 이깟 선거의 득표에 관련한 것이 아닙니다. 좀 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차원의 위기입니다. 유시민씨도 그 동네에서 살아남으려면 이제 껍데기만 남은 그 개혁적, 진보적 레토릭을 내버리시고, 보수주의자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거기에 합당한 논리를 개발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민주노동당이 등장한 이상, 유시민씨의 빈껍데기 진보의 착시 효과도 소용없게 된 것입니다. 진보, 우리한테 맡겨 두시고,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에 대해 다시 한번 숙고해 볼 때가 되지 않었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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