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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끝없는 '운하 사랑'…그 악취 나는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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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끝없는 '운하 사랑'…그 악취 나는 말말말!

[추적] "운하는 한반도 국운 재융성 계기"라더니…

"4대강 사업에 정치하는 사람들 소수만 반대하고 국민들은 절대 환영한다. 지금 4대강에 가보면 천지개벽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 2011년 10월 8일. 남한강 자전거길 길트임 기념식)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말이 맞았다. 단군 이래 최대 국책 사업으로 불린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4대강은 공식적으로 22조 원 그리고 실제로 약 30조 원을 빨아들였다. 그러나 남은 것은 이른바 '녹조 라떼', 세굴 현상(토사가 물에 흘려나가 바닥이 파이는 현상) 등의 흉터뿐이다. 국토에 22조 원짜리 흉터를 남긴 일보다 천지가 개벽할 일이 있을까.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의 비리·부실 실태를 발표한 뒤 모든 언론이 하나 되어 4대강 사업을 비판하고 나섰다. 급기야 지난 10일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일환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2005년부터 이어져 온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관련 발언을 보면, 이미 이러한 사태는 예견돼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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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부산을 내륙으로 잇는 경부 운하를 건설하면 고용 창출, 내수 확대, 국토 균형 발전 등 그 경제성이 놀라울 것."

"(내륙에 물길을 뚫어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약 500킬로미터의) 경부 운하를 건설하면 엄청난 물류 비용 절감과 함께 수자원 확보, 미래 레저 산업 기반 구축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

"개인적으로 도심 한가운데서 대공사를 한 청계천 복원보다 경부 운하 건설이 더 쉽다고 생각한다."

"운하 건설 과정에서 나오는 모래와 자갈로 공사비 50퍼센트 정도를 충당할 수 있고 독일이 라인강을 개발할 때처럼 주식회사를 세워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도 있다." (2005년 9월 28일, <국민일보> 인터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참 일관성이 있는 정치인이다. 서울 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 준공식을 앞두고 진행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자마자 추진할 '한반도 대운하' 또 그 연장선상에 놓인 '4대강 사업'에 대한 모든 청사진을 미리 밝혀놓았다. 그 후 7년간 그의 입에서 나온 얘기는, 모두 다 인터뷰의 변주일 뿐이다.

하지만 이때만 하더라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프레시안>을 비롯한 일부 언론이 "청계천 준공에 앞서 '초록 가면'을 벗은 이명박 시장"의 행보를 우려하긴 했지만, 대부분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날카롭게 지적했듯이 "제정신 있는 사람"이라면 시대착오적인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할 리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또 우리 안에 똬리를 틀고 있었던 '우리 안의 이명박'을 너무 만만하게 봤던 것이다. (☞관련 기사 : 청계천 준공 앞서 '초록 가면' 벗은 이명박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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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 운하 건설은 한반도 국운 재융성의 계기가 될 것이다. 전 국민이 힘을 모아 할 만한 역사적 사업이다." (2006년 10월 24일. 독일 남부의 힐폴트슈타인 갑문 앞)

지난 2006년 10월, 독일 남부의 힐폴트슈타인 갑문 앞에서 새누리당의 가장 유력한 17대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말했다. 경부 운하 건설이란, 남한강 상류의 충주와 낙동강 상류의 문경 지역을 잇는 21.5킬로미터의 터널을 공사해 인천과 부산을 물길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언론은 이를 '사실상의 대선 공약'이라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정치적 목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도 발언했다. 훗날 그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모두 "정치 세력의 반대"로 일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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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륙 운하를 통해 한반도의 물길을 연결함으로써 경제 효과는 물론 대한민국 국운 융성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2006년 11월 13일. 한반도 대운하 심포지엄)

'한반도 대운하 심포지엄'에서 나온 이 발언으로, 대운하 사업은 '국운 융성 프로젝트'라고 불리기 시작한다.

▲ 지난 2011년 4월 16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제3회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이 열린 경상북도 상주시 북천 시민 공원에서 "4대강 사업으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데 올해 가을 이 사업이 완공되면 모두가 수긍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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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동안 공부해서 경부 대운하 건설을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1시간도 공부를 안 한 사람들이 이를 무조건 반대하고 있다."

"배가 지나다니면서 스크류가 돌면 더 맑은 물이 되고 한강과 낙동강의 수량도 훨씬 많아져 자원으로서의 활용 가치도 높아진다. 21세기에 감히 환경을 파괴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을 것." (2007년 7월 8일. 속리산 경제 포럼 창립 총회)

17대 대선 예비 후보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은 충청북도 충주 문화회관에서 열린 속리산 경제 포럼 창립총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8월 20일, 그는 새누리당의 공식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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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공약이었던 대운하 사업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 어떤 정책도 민심과 함께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꼈다." (2008년 6월 19일. 특별 기자 회견)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2월 25일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광우병 감염 가능성이 큰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전국적인 촛불 집회가 일어났다. "청와대 뒷동산에 올라 촛불을 보며 '아침이슬'을 불렀다"며 민심 달래기에 나선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급기야 특별 기자 회견을 열어 대운하 사업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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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면의 바다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이 바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은 우리 역사의 과오다." (2009년 5월 6일. 인천 서구 시천동에서 열린 경인 아래뱃길 현장 보고회)

한국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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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은 4대강 살리기에 대해서 이름만 바꿔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고 물으셨다. (…)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대운하가 필요하다'는 제 믿음에는 지금도 변화가 없다. 그럼에도 이 문제가 정치적 쟁점이 돼 국론을 분열시킬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한 대운하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09년 6월 29일. 라디오 연설)

한번 세운 계획은 반드시 밀고 나가는 '불도저'답게 결국 그는 대운하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2008년 12월, 14조 원의 비용이 예상되는 '4대강 정비 사업'을 발표한 것이다. 이후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의 사전 작업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그는 라디오 연설을 통해 위와 같이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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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 안창호 선생은 이미 90년 전에 강과 산, 산림과 하천을 개조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국가가 부흥할 수 없다고 간파했다. 요즘 사람을 만날 때마다 수첩을 꺼내 이 부분을 읽어주고 있다." (2009년 3월 24일, 국무회의)

이명박 전 대통령은 틈만 나면 도산이 1919년 상하이에서 처음 언급했던 '강산 개조론'을 들먹였다. 시대 상황에 부합하는 실용주의를 무엇보다 강조했던 도산이 과연 21세기에도 '자연 개조'를 주장했을까? 21세기에 19세기식 사고방식에 갇힌 이 전 대통령을 보면서 혀를 차지 않았을까? (☞관련 기사 : 도산은 운하 사업을 찬성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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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살리고 죽어 가는 생태계를 복원하며, 깨끗한 물을 확보하는 것이 4대강의 목표이자 내 소신이다." (2010년 3월 23일. 국무회의)

그의 소신과 달리 4대강 사업은 생태계를 파괴했다. 이를 보여주는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지난 2010년 4대강 공사가 진행 중인 경기도 여주보에서 물고기 떼죽음 사태가 일어났다. 2011년 6월 학계와 환경 단체가 공동으로 4대강 사업 낙동강 구간에 대해 생태 조사를 벌인 결과, 2010년에 비해 어종이 3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해 10월에는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충남 부여군 금강 백제보 근처에서 수천 마리의 물고기가 죽은 채 수면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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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살리기 사업은 생명 보호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대표적인 녹색 뉴딜 프로젝트다." (2010년 4월 22일. 세계 경제계 환경 회의 개막식)

이명박 정부는 13조9000억 원을 투자하는 이 '녹색 뉴딜 사업'으로 19만 개의 일자리와 40조 원의 생산 유발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 호언장담했다. 수치는 점점 부풀려져 '22조 원 규모, 34만 개 일자리 창출'로까지 확대했으나 이 '경제 효과'의 실체를 직접 느낀 사람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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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홍수와 가뭄 모두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 (2012년 06월 22일. '리우+20'회의 차 브라질을 방문)

지난해 5~6월, 전국의 농가는 가뭄으로 수난을 겪었다. 당시 전국 평균 강수량은 평년의 38.7퍼센트 수준이었다. 특히 경기도 서부와 충청남도 서해안 지역의 평균 강수량은 평년의 20퍼센트 미만이었다. 전국의 평균 저수율은 50퍼센트를 밑돌고 있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충청남도 태안이나 경기도 화성 등은 4대강 사업 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어 보나 댐으로부터 물을 끌어올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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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계절이 오면 4대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우리 강산을 한번 둘러보고 싶다."

"기후 변화에 따른 물 부족과 대규모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 시행한 4대강 살리기 사업도 그 취지를 계속 살려나가야 한다. 국내 일부에서 논란도 있지만, 해외 전문가 그룹들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2013년 2월 19일. 퇴임사)

떠나는 순간까지도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지칭한 '해외 전문가 그룹'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지금 4대강 곳곳에서는 악취가 진동하고, 뭇 생명이 숨을 헐떡이며 언제인지 기약할 수 없는 물길의 복원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리고 복지 국가, 청년 실업, 성장 동력 산업 육성 등 말 그대로 '국운 융성'을 위해서 쓰여야 할 약 30조 원은 공중분해되었다. 자, 이제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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