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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 한국 정교회 대주교 착좌식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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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 한국 정교회 대주교 착좌식 열린다

제2대 교구장에 암브로시오스 대주교 ...한국 정교회 새 시대 맞아

오는 20일(일요일) 아침 10시부터 12시까지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한국 정교회의 성 니콜라오스 대성당에서는 한국 정교회 제2대 교구장으로 임명된 아리스토텔리스 암브로시오스 조그라포스 대주교의 착좌식이 거행될 예정이다. 그 동안 한국 정교회를 이끌어 오던 소티리오스 트람바스 대주교는 고령에 따른 건강 악화로 지난 5월 교구장직에서 물러났으며, 이에 한국 정교회를 관할하는 세계 총대주교청은 암브로시오스 대주교를 한국 정교회의 제2대 교구장으로 선출했다.

암브로시오스 대주교는 그리스 아테네대학교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보스톤 성 십자가 대학에서 교부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교회사와 예술사로 두 번째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그리스 아테네대학 신학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998년에 한국의 서울 성 니콜라스 대성당에 선교사로 파견되어 한국에 왔으며, 2005년 12월 주교 서품을 받았다. 그리고 2004년 3월부터 현재까지 한국외국어대학교 그리스-발칸어과에 교수로도 재직하고 있다.

대교구의 지위를 갖고 있는 한국 정교회는 독자적인 자치권을 행사한다. 주교직 이상의 지위를 갖고 있는 성직자는 모든 교회에 관한 사항을 교황에 직접 보고하고 지시를 받는 가톨릭 교회와는 달리 그리스 정교회에서는 교리에 관한 문제가 아닌 한 대주교가 자신이 맡고 있는 대교구의 모든 일들을 독자적으로 결정한다. 따라서 세계의 모든 가톨릭 교회를 주교와 대주교, 추기경들을 통해 직접 관리하는 로마 교황과 달리 정교회의 세계 총대주교는 대주교들의 회의인 '거룩한 공의회(Hierosynodos)'의 의장인 동시에 정교회의 종교적 수장으로서 전세계의 정교회를 대표할 뿐, 각 지역의 교회 일에는 직접 상관하지 않는다.

이번 대주교 착좌식은 이리네오스 크레타 대주교와 암필로히오스 아르타 대주교, 뉴질랜드의 대주교, 세 분을 중심으로 세계 각지에서 온 사제들과 한국인 신부 등 20여 명이 넘는 성직자들이 공동으로 집전하여 성대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초대 그리스도교의 예식을 오늘날까지 지켜오고 있는 그리스 정교회의 성찬 예배는 엄숙함과 장엄함을 자랑한다. 특히 정교회의 대주교 착좌식은 화려하기까지 하다. 대주교직은 정교회 성직자가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성직이기에 대주교 착좌식은 그리 흔하지 않을 뿐 아니라 평생직이기 때문에 앞으로 당분간은 볼 수 없는 귀한 예식이다.

대한제국 시절인 1900년 2월 17일, 러시아 정교회에서 파견된 크리산토스 신부에 의해 서울 중구 정동에 있었던 러시아 공사관에서 첫 성찬 예배가 거행되면서 한국에 전해진 정교회는 선교의 역사가 110년에 가까워 오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낯선 그리스도교 종파다. 그 까닭은 선교 초창기인 1904년에 노일전쟁에서 러시아가 일본에 패한 뒤, 러시아 세력이 급격히 영향을 잃었고, 이어서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인해 해외 선교부가 폐쇄됨에 따라 러시아 정교회와의 관계가 단절된 데에 있다. 일제의 강점 시기 때에는 홀로 남게 된 백계 러시아인 니꼴라이 신부가 생계를 이어 가기 위해 빵과 여인용 얼굴 크림을 만들어 이 집 저 집 찾아 다니며 팔았다. 그러나 해방이 된 뒤에 이 러시아인 신부가 미소공동위원회에 파견된 소련인들과 어울려 지낸 것이 화근이 되어 미군정당국에 의해 간첩 혐의를 받고 일본으로 추방되었다. 그리고 홀로 남아 나머지 정교회 교인들을 어렵게 이끌어 가던 알렉세이 김의한 신부마저 육이오 전쟁의 와중에서 북한으로 끌려가 영적 지도자가 없는 교회가 되어 위기를 맞았다.

유엔의 결정에 따라 한국전에 참전한 그리스군이 성 니콜라스 성당을 발견하고 안드레아스 종군 신부를 중심으로 교인들을 돕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한국 정교회는 이미 해체되어 존재하지 않는 러시아 정교회의 관할을 떠나 냉전 시대에 민주 진영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그리스 정교회의 총 본산인 '세계 총대주교청'의 관할로 넘어가 오늘에 이르고 있다. 또 이 시기에 보리스 문이춘 신부가 서품을 받고 한국 정교회를 이끌어 나갔다. 일제와 한국 전쟁을 거치면서 국고에 귀속되던 한국 정교회의 재산을 보리스 문 신부를 중심으로 단결한 신도들이 오랜 기간 동안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해 되찾으면서 한국 정교회는 고난을 딛고 마침내 부활의 발돋움을 하게 된다. 그리고 1968년, 옛 정교회 성당이 있던 정동(지금 경향 신문 사옥 자리)에서 현재의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성 니콜라스 성당을 새로 짓고 교회를 옮기면서 한국 정교회는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1975년부터 그리스에서 소티리오스 트람바스 대주교(당시에는 신부)가 한국 정교회에 사제로 부임하면서 한국 정교회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소티리오스 대주교는 한국에서 선교 활동을 한 33년 동안 부산과 인천, 전주 등에 7개의 성당을 세우고 수도원과 정교회 신학원 등을 설립하여 여섯 명의 한국인 사제와 두 명의 보제를 배출하여 정교회의 한국 토착화를 이루어 냈으며, 그 공로를 인정 받아 1993년 세계총대주교청에 의해 주교로 서품을 받았다. 그리고 2004년 6월, 뉴질란드 대교구에 속해 있던 한국 교구는 한국 정교회 대교구로 승격됨과 동시에 소티리오스 주교는 대주교로 승격하여 한국 정교회의 초대 대교구장으로 선출됐다.

1998년에 한국에 부임하여 오늘날까지 한국 정교회를 위하여 헌신적으로 봉사해 온 암브로시오스 대주교가 제2대 한국 정교회 교구장직을 맡음으로써 이제 한국 정교회는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되었다.
▲ 아리스토텔리스 암브로시오스 조그라포스 대주교. ⓒ유재원

▲ 초대 그리스도교의 예식을 지켜오고 있는 그리스 정교회의 대주교 착좌식은 엄숙함과 장엄함을 자랑한다. ⓒ유재원

▲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성 니콜라스 성당.ⓒ유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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