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에서 거문고를 타다가
소 한 마리가 풀을 뜯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평소 소라는 짐승의 유익함을 잘 알고 있던 악사는
소에게 좋은 곡조를 들려줄 생각으로
거문고를 연주했습니다.
그러나 소는 머리를 숙이고 풀만 뜯을 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실망한 악사는
거문고로 여러 곤충과 송아지의 울음소리를 내보았습니다.
그 전에는 전혀 거들떠보지 않던 소가
그제야 귀를 세우고 꼬리를 흔들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후한(後漢) 시대 모융(牟融)이라는 사람은
불경에 밝은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불경을 배우러 오곤 했는데
유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불경을 배우러 오면
모융은 늘 유교의 경서를 인용해 불경을 설명했습니다.
소에게 거문고를 타 주었던 악사의 이야기는
왜 유교 경전을 통해 불경을 설명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모융이 해 준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로부터 아무리 좋은 말이라고 해도
그것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의
'대우탄금(對牛彈琴)'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누가 내게 거문고 소리를 들려주고 싶은데
'소' 노릇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이켜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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