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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 '실패한 농담'이 남긴 뒷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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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 '실패한 농담'이 남긴 뒷맛

[기고] '닥치고 정치'가 바라는 세상이 이런 거라면

잡설

2006년. 나는 딴지일보에서 만든 성인커뮤니티인 남녀불꽃노동당(줄여서 남로당)에 페미니즘에 대한 칼럼을 쓰면서 본격적인 글쟁이로 데뷔를 했다. 기초적인 지식과 흐릿한 문제의식만 가지고 호기롭게 썼던 글들에는 원문의 길이보다 몇 배에 달하는 악플들이 달리곤 했다. 악플을 다는 이들의 상당수는 나를 "스타벅스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는 된장녀"로 상상했고, 내용은 앞뒤 없는 쌍욕에서부터 "페미니즘이 아니라 진정한 페미니즘인 휴머니즘"으로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이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가 존재했다. 그리고 2012년 오늘 딴지일보와 페미니즘은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사실 나는 이글을 별로 쓰고 싶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이 사태가 가지고 있는 어려움 때문이다. 논점은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갔고, 사례와 근거들은 고구마 캐듯이 줄줄이 딸려왔으며, 연관검색어들을 붙여나가기 시작하면 한국의 근현대사를 들고 나와야 할 정도로 긴 이야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가장 먼저 나타난 '해명'이었던 "생물학적 완성도"(이 한마디는 그날 주진우 기자의 사과를 땅속에 파묻어 버릴 정도로 강력했다)와, 이후에 등장한 정봉주 전 의원의 사과편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꼼수다: 봉주 5회>에서 등장한 김어준 총수의 긴 설명이 논점을 집중하고 이 글을 쓰기로 결심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남아있는 어려움들은 많다. 최대한 다뤄보려 노력하겠지만, 이 글이 멈추는 곳이 바로 나의 한계일 터다.


쟁점 1. 나꼼수는 성희롱을 했나?

최대한 논점이탈을 피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쟁점들을 고정해보기로 한다. 첫 번째는 나꼼수는 성희롱을 했는가라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서 김어준의 설명을 요약하면 성희롱은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권력관계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인데 우리와 비키니 시위자 사이에는 권력관계가 없으며, 수영복 인증샷을 방송에서 요구한 것은 당사자가 사진을 올리기 전에 녹음된 것이었다는 거다. 또한 당사자가 이미 이 사안에 대하여 자신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으니 성희롱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사안에 대한 법률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우선 법률신문의 2월 9일자에서는 나꼼수의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은 짧은 기사를 실었다.

"하지만 김씨의 해명은 성희롱의 구성요건을 오해한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한중 성범죄센터의 이승우 변호사는 "아무런 권력 관계가 없는 지하철 탑승객 사이에서도 성희롱은 성립될 수 있다"며 "성희롱은 비단 권력관계에 의해서만 발생하지 않고 일반 관계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범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나꼼수의 발언은 법률적으로 성희롱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성희롱에 해당하려면 해당 발언이 특정된 사람을 지칭하고 이로 인해 수치심을 느끼는 피해자가 특정돼야 한다"며 "나꼼수의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된다면 광범위한 방송매체에서의 성적 묘사 등이 다 성희롱으로 해석된다는 모순적인 결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보기)이와 더불어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조교수 역시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이것이 법률적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관련글 보기) 그러므로 김어준의 설명대로 이것이 법적으로 성범죄에 해당하는 성희롱이라고 하기엔 부적절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특히 이와 관련해서 나꼼수 멤버들의 최초 발언들이 비키니 인증샷에 대한 '반응'이라고 이야기되었던 것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해명에 따르면 나는 꼼수다 봉주3회에서 언급된 수영복 사진은 11년 12월 27일 정봉주 전 의원의 입감 직전 나온 나는 꼼수다 호외판에서 언급했던 "(남성)수영복 사진 분과 위원회"와 연관된 농담이라고 밝혔다. 이것이 공교롭게도 업로드 전날 등장한 수영복 사진과 얽혀 재해석되는 과정에서 성희롱성 발언으로 둔갑한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최초의 사건이 일종의 오해에서 빚어진 것이라는 것이 나꼼수 멤버들의 입장이지만, 그렇다면 외 애초에 이 오해를 명백하게 밝히지 않았는가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심지어 김어준은 나머지 두 멤버에 대해서 함구령까지 내려가며 일부러 침묵을 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 논쟁을 기다리다보면 내가 '기대하는 수준'까지 이야기가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인데, 거기까진 나아가지 않고 옛날이야기 수준에서만 맴돌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진우 기자의 신변에 문제가 생길 것 같기 때문에 미리 이야기를 정리해야 해서 이런 설명을 하게 되었다는 게 김어준의 입장이다.

쟁점 2. 이것은 표현의 자유의 문제인가?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그가 기대했던 수준의 이야기인가? 그는 다시 이 사건을 표현의 자유의 문제로 이어간다. 사실 나꼼수와 관련된 표현의 자유문제는 두 가지 결이 뒤섞여있다. 첫 번째는 나꼼수에 대한 비판이 비키니를 입고 정치적 메시지를 표출하는 행위에 대한 도덕적 거부반응에서 나온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치적인 입장을 밝히기 위해 자신의 몸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문제제기를 한 적이 없다. 특히 그것이 페미니즘적 입장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가령 몇 달 전에 서울의 도심에서 대대적으로 벌어졌던 슬럿워크(잡년행진)을 생각해보라. 이들은 여성에 대한 성폭력과 여성의 몸에 대한 이중기준에 맞서서 야한 옷을 입고 거리를 행진했다. 나꼼수가 마치 굉장히 새롭다는 듯이 제기했던 피해자 프레임의 전환은 이미 페미니즘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왔던 의제이고, 내부에서 격렬한 논쟁을 벌였던 주제이다. 그러므로 이런 것이 없다는 김어준의 주장은 그냥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말과 동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논의가 이번 사건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것은 맞다. 그러나 등장하지 않은 이유는 이 사건이 저런 종류의 문제와는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초점은 자신의 몸을 이용하여 정치적 표현을 할 자유가 아니라, 그렇게 등장한 몸을 어떠한 방식으로 해석하고 배치하는 가의 문제다. 요컨대 가슴에 쓴 메시지에서 가슴에 방점이 찍히는 해석방식에 대한 반발인 것이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몸을 이용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논하는 것은 의도적인 논점이탈이거나, 상대방의 주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난독의 산물일 뿐이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두 번째 결은 나꼼수의 표현의 자유다. 이것은 앞의 것보다는 좀 더 복잡한 문제다. 사실 나꼼수의 위상은 완전히 공적이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사적이지도 않은 애매모호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 이들과 가장 비슷한 위상을 가지고 있는 존재는 '연예인'이다. 매우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어떤 공적인 책임이나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꼼수가 위법을 행한 것이 아니라면, 이들에게 어떤 의무나 강제를 부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논쟁과정에서 드러났던 것은 어떤 모순이다. 가령 나꼼수의 지지자들은 이것이 B급 방송이고, 해적방송이며, 비주류이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듣지 않아도 좋다고 주장했다.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들은 동시에 나꼼수가 반MB투쟁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있는지, 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지를 주장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앞의 주장이 맞으려면 나꼼수의 '대의' 역시 개개인의 취사선택에 따라서 지지하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말아야 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가령 연예인 팬클럽간의 분쟁은 종종 일어나는 일이지만, 우리 오빠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을 살생부에 올리겠다고 협박하는 팬클럽은 없지 않은가?

이 사태가 농담을 다큐로 받아친 사태인 것은 맞다. 그런데 문제는 그 농담이 재미없었고, 심지어는 어떤 이들의 분노를 살만한 것이었다는 점이다. 농담에 실패 했을 때 가장 효율적인 태도는 "못 웃겨서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며 넘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나꼼수와 그 옹호자들은 "재미있는 얘기였는데 당신이 너무 진지해서 못 웃는 거다. 당신 때문에 분위기가 썰렁해졌다."며 오히려 핀잔을 주었다. 그래서 화가 난 이들이 왜 안 웃긴지를 설명하려고 하자 "그렇게 시끄럽게 굴꺼면 나가라! 아니면 입을 다물어라!"고 말한다. MB퇴임과 정권교체를 위해 온갖 불이익을 무릅쓰고 싸우는 투사들이, 같은 편의 작은 불만 하나를 들어주지 못해서 이 사단을 낸다는 것은 황당한 일이 아닌가? 안 웃긴 농담이 나꼼수와 그 지지자들에게 그토록 중요한 이념이란 말인가?

쟁점 3. 왜 성적대상화가 문제인가?

이번 사태의 진정한 논점은 성적대상화의 문제이다. 이에 대해 김어준 총수는 성적대상화를 하지 않는 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기만이라고 주장한다. 예의 '생물학적 완성도' 발언과 맞물려서, 그의 주장은 남자가 여자의 몸을 보고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요컨대 성적대상화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나꼼수의 대응은 그것은 "도덕주의"이나 "낡은 피해자 프레임"라는 것이다.

페미니즘에는 매우 다양한 입장들이 있고, 상호간의 논쟁도 격렬하다. 급진주의 페미니즘의 일부 분파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섹스 그 자체가 성폭력이므로 거부해야한다고 주장하며 정치적 레즈비어니즘을 주창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사태에서는 이런 종류의 극단적인 논의가 끼어들 만큼의 여지도 없다. 모든 여성이 "사랑스러운 입맞춤과 다정한 산보"를 "성기결합"보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페미니스트에게도 마찬가지다. 차별 없는 성적인 자유는 다름 아닌 페미니즘의 오래되고 강력한 의제중 하나다. 이들이 나꼼수를 비판한 것은 나꼼수 개인들의 성생활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봉주 구속에 대한 항의와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비판'이라는 정치적 대의에 동의하는 동지의 메시지를 성적인 매력의 문제로 해석한 것에 대한 정치적 항의를 한 것이다.

"그런데 처음에 "가슴 응원 대박", "코피 조심"이라며 이 댓글다는 사람들과 똑같이 반응한 것, 그게 분노의 핵심이다. 이러한 반응들에 대해 그 여성은 '어우, 난 그런 거 신경 안 써, 나꼼수는 너네 갈 길 가'라고 반응하며 대단한 의리를 보여주었다. 여기에서 친구라면, 그 의리에 감동하면서 동시에 그런 댓글로 표현되는 의도치 않은 공격을 같이 막아주었어야 한다. 하지만 '섹시한 동지, 올레!'라고 반응한 거지. 정말이지 의리 없는 행동이었다고 본다. 그러니 그런 문맥을 읽고 있던 여성들이 '동지의식은 어디로 갔는가'라는 질문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거다." (☞ 관련기사 보기)

이 사태에 대한 나꼼수의 방관과 뒤늦은 해명들은 미권스가 삼국카페를 "살생부"에 올린 것이나 일부 지지자들이 "꼼수멤버들 지치고 힘든데 몸보시를 해도 모자랄 판에 수영복이 대수냐 가슴이아니라 XX에다가도 정봉주 나와라 해도 아무 문제없다" 따위의 댓글로 성폭력적 언행을 휘두른 것을 참지 못한다면, 또 비키니 사진을 보고 생물학적 완성도에 감탄하지 못한다면 혹은 그런 시선에 불쾌함을 느낀다면 "우리편"이 아닌 것인가라는 의문을 자아낸다. 정말로 나꼼수는 '니가 무슨 얘기를 하든 나는 일단 니 가슴부터 보겠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가?

물론 김어준의 말처럼 비키니와 시위를 분리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가령 "진짜 문제는 욕망을 가진 자연인이면서도 상대를 정치적 동지로 이해하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대등한 인간으로 감정이입할 수 있느냐"라는 주장은 나름의 합리적 핵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치적 의견을 교환하는 장에서도 그것을 굳이 드러내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갖느냐는 것이다. 수컷으로서 암컷의 생물학적 완성도를 감상한 것이 뭐가 잘못이냐는 억울함이 기계적인 합리성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그 감상하는 시선자체가 사바나가 아닌 사회에서 존재하는 성별권력체계의 망 속에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조야한 성적자유주의는 성이 놓여있는 권력관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이제는 자유롭고 쿨 해 보이기도 해야 한다'는 새로운 족쇄하나를 추가하는 것일 뿐이다.

요컨대 성적대상화에 대한 문제제기는 의견은 의견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간단한 요구다. 나꼼수는 부적절한 방식으로 몸과 의견을 뒤섞고, 그것을 본능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기존의 '낡은' 성 프레임에서 한발자국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 지점이 나꼼수의 팬을 자처하던 일부의 사람들을 갸우뚱하게 만든 지점이다. 내가 정치적 발언을 할 때 이들이 나의 의견이 아니라 외모에 집중한다면 대체 나는 왜 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라는 매우 간단한 질문이다. 그가 정말로 '동지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싶다면 대체 왜 그들이 60년대에나 하던 말을 녹음기처럼 반복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더 사려 깊게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다. 이게 단지 여성들이 인식을 전환하고 마음을 고쳐먹어서 해결될 일이라면, 마찬가지로 FTA든 4대강이든 도전&긍정정신으로 극복해버리면 될 일이지 정권교체는 뭐하러 한단 말인가?

감각의 공동체를 위하여

이번 논란을 통해 나꼼수는 그들이 주장하는 '정치'에서 성차별이나 성정치적 문제에 대한 비전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드러냈다. 물론 이런 것을 기대한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평소 무학의 통찰을 주장하며 진보지식인들을 맹렬히 공격하던 나꼼수가, 이번만큼은 스스로 지식인 코스프레를 한다는 점은 흥미롭다. 그들은 스스로가 페미니즘에 대해 문외한이 아니며 평균적인 남성에 비해서는 훨씬 더 잘 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그 앎을 가지고서 만들어낸 것은 결국 실패한 농담에 대한 끔찍한 부연이다.

오늘 많은 이들이 페미니즘에 불같은 성토를 보낸다. 이 정부가 집에서 잠자던 게임을 희생양으로 지목했듯, 페미니즘은 언젠가부터 많은 남성들의 화풀이 대상이 되었다. 많은 이들이 "MB심판"을 외치는 동시에, "보슬아치·된장녀 타도"를 외치는 것에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다. 인터넷의 수많은 남성들이 "여성"이라는 단어만 보면 부모님의 원수를 만난 듯이 발악을 한다. 사실 미권스가 굳이 이들을 살생부에 올리지 않아도, '성적인 대상'이나 '어머니'가 아닌 거의 모든 여성이 척결대상으로 굳어진지 오래다. 욕을 먹지 않는 여성이 되는 유일한 길은 "예쁘고, 능력 있으면서, 남자를 볼 때는 마음만 보는 여자"가 되는 것뿐이고, 그럼에도 말 한마디 잘못해서 신상을 털리고 악플과 장난전화에 시달릴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있다.

이 사태들의 근저에는 어떤 감각의 부재가 자리 잡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진보의 가치를 지향하면서도 양성평등적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성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여성문제'에 대해서도 다른 어떠한 진보적 가치보다,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라는 정봉주 전 의원의 고백은 정확하다. 그러나 그 역시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분열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는다. 닥치고 정치가 열게 될 새 장이 신나게 성차별을 하면서 불만 있으면 나가라고 내쫓는 그런 세상이라면, 차라리 가루가 되도록 분열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지금은 다른 중요한 일이 있으니 나중에 차차 하겠다는 얘기는 페미니즘이 이미 몇 십 년간 들어온 이야기다. 김어준의 주장대로 새로운 정치가 욕망에 기반 해야 한다면, 평등하고자 하는 이 불타는 열망을 도덕주의로 몰아붙이는 일은 그만 두어야 한다. 도덕으로 인식될 만큼 지루한 당위들이 아직도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경악하는 것이, 그래서 내 욕망이 타인에게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그래서 모든 사람이 자신의 욕망을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자유롭게 내뻗는 세상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자유로운 욕망들의 세상을 여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안 웃긴 농담을 부연하기 위해 페미니즘을 비롯한 온갖 것들을 끌어들인 나꼼수의 비겁함을 규탄하며, "농담을 부연하는 것은 농담에 대한 모욕"이라고 주장하고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박정근의 조속한 석방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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