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노무현의 생사, 호남민심에 달렸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노무현의 생사, 호남민심에 달렸다"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29>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을 일으킨 로마 검투사들의 생사(生死)는 로마 황제의 엄지손가락이 위로 향하느냐, 아래로 향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같은 논리로 민주당과 노무현 후보의 정치적 생사는 호남 민심의 손끝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무슨 소리냐.

***1. 민주당 일부 중진들의 얄팍한 계산**

박상천 정균환 이협 의원(이들은 민주당의 최고위원이라고 한다)들이 민주당을 탈당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주판을 열심히 굴리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인식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노무현 후보로는 대통령되기(이들의 입장에서는 재집권하기) 날샜다는 것이고, 그래서 대안으로 통합21의 정몽준후보를 지목해 왔는데, 문제는 정몽준 후보마저 인기가 날로 떨어져 재집권은 물건너간 것처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천박한 선거공학적 인식을 살펴보면 절대로 이들은 한나라당으로 건너간 철새들을 욕할 처지가 못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는 이들의 인식을 연장해 보면, 노무현 후보로도, 정몽준후보로도 안될 경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로도 충분히 갈 수 있는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반(反) 이회창정서가 압도적인 호남에 지역구를 뒀던가, 서울이 지역구라도 호남민심의 지지여부가 차기 당선에 관건이 되는 그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벌써 한나라당으로 가고도 남을 사람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결국 이들에게 관심은 재집권은 기왕지사 틀렸으니 다음 총선이나 기약하는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대선 이후 당 장악을 위한 방안 마련에 골몰할 수밖에 없다. 호남출신들이니 당연히 김대중 대통령의 퇴임으로 힘의 공백상태를 맞게 될 호남지역의 맹주자리라도 노려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더욱 노무현 후보야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는 쪽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결국 민주당 중진들의 이같은 동요는 대선 패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민주당의 골간이라는 최고위원이란 자들이 자기 당 후보로는 대선에 승리할 수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민주당의 상황인 것이다.

***2. 물건너가는 분위기의 후보단일화 논의**

아직은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통합21의 정몽준 후보간의 단독회담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후보단일화가 성사되기는 지극히 어려운 상황으로 가는 것 같다. 이제 핵심적인 관건은 누구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느냐 하는 점인데, 노 후보측은 그냥 국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자는 것이고, 정후보측은 양당 대의원 50%, 일반 국민 50%씩 해서 여론조사를 하자는 것으로 대립돼 있는 것 같다.

민주당의 중진들이 공공연히 "노무현은 안된다"고 하고 있는 상황이고, 특히 박상천 의원 같은 이는 통합21의 대표직을 제의받았다는 소문까지 파다한 상태이고 보면, 민주당 대의원들은 그야말로 노무현 지지와 정몽준 지지로 분산돼 있다는 점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이런 상황에서 여론조사 대상의 절반을 민주당 대의원과 통합21의 대의원에서 추출한다면 불공정 게임이 될 게 뻔하다. 그러니 민주당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다.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를 놓고 양자택일하게 하는 여론조사를 할 경우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성향의 조사대상자들은 이회창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쉬울 것으로 판단되는 노무현 후보를 선택할 것이란게 대의원 여론조사방식의 명분인 것으로 통합21측은 내세우고 있다고 한다.

별로 설득력 있는 얘기는 아니다. 지금 당장은 정몽준 후보가 오차범위에서 노무현 후보를 앞서는 상황이지만, 노 후보는 상승세고 정후보는 하락세임을 감안하면, 실제로 여론조사가 이뤄질 이달말 시점에서는 누가 더 지지도가 높을지 예측할 수 없다. 노 후보의 지지도가 높아지면, 거꾸로 이회창 후보 지지자들은 이 후보에게 더 쉬운 상대로 정몽준 후보가 지목할 수도 있다.

또한 이회창 후보 지지자들이 그렇게 문제가 되면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되 표본 수를 미리 정해서, 그러한 표본수에 도달할 때까지 이회창 후보 지지자들은 제외시키고 여론조사를 계속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가 있다. 문제는 현재로서는 노-정 후보로 지지상태가 분열돼 있는 민주당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자는 저의인데, 결코 정당한 것이라고 평가받기는 어려운 것이 객관적 평가인 듯하다.

***3. 관건은 호남민심**

그렇다면 일반 국민들에 대한 여론조사 방식을 정몽준 후보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사실상 후보단일화 논의는 물건너간다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은 어떤가. 민심에 의한 단일화밖에 남지 않는다. 이를 테면 표쏠림에 의한 단일화다. 즉 협상에 의한 단일화가 불발된다면 민심에 의한 단일화밖에 남지 않는다는 얘기다. 즉 한 사람의 지지도는 추락하고, 다른 한 사람의 인기는 올라가는 상황이 와야만 단일화가 가능하다.

민주당과 노무현 후보 입장에서 보자.
요몇달새 여론조사 분석의 사이비 전문가가 되다시피 한 필자의 분석을 100% 신뢰할 수는 없겠지만,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가 현재상태에서 5~7% 정도 수직상승한다면 희망이 생길 수가 있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최신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의 지지도는 맥시멈 22%정도인데, 이달말까지 27~30% 수준으로 급상승한다면 제2의 노풍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역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지역적으로나 연령층대 전부를 통틀어놓고 봐도 노무현 후보에게 이런 수직상승을 이뤄줄 곳은 호남밖에 없다.

현재 호남민심은 노무현-정몽준 두 후보로 분할돼 있다. 요즘 여론조사에서는 노 후보가 더 치고 올라가는 추세라고 한다. 호남이 과거처럼 압도적으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한다는 가정이 성립되면, 수도권이나 경기의 호남출신 유권자들의 동반 지지현상을 일으켜 노 후보의 지지도가 그런 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결국 민주당 국민경선 국면에서 처음에는 전혀 희망이 없었던 노 후보가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확정될 수 있게 했던 계기가 광주민심의 선택이었던 것처럼, 지금 노 후보가 헤매고 있는 상황을 타개해줄 유일한 힘은 호남민심밖에 없다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

과거 국민경선 때에는 이후 여러 말들이 나왔던 것처럼 어느 정도 작위가 개입됐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호남민심의 자발적인 선택 외에는 기댈 것이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확률적으로 보면 희박하다. 하지만 노 후보가 단독으로 지지율을 높여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겨루기 위해서는 이 길 외에 다른 뾰족한 길이 보이질 않는다. 호남의 지지를 기반으로 노 후보 지지도가 30%대에 접근하면 노 후보의 고향인 부산과, 부산의 영향권 내에 있는 경남의 노 후보 지지도 동반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 중진들의 동요는 자연히 가라앉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호남민심이 압도적으로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게 된다면, 대선 기여가 없는 이들이 총선에서 지지를 받을 수는 없을 것이고, 그럴 경우 포스트DJ는커녕 다음 총선의 당선마저 걱정해야 할 처지로 전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나라당 입장으로 돌아가 마무리 해보자.
한나라당이 당장 크게 걱정할 이유가 없는 것은 이러한 시나리오의 성사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비슷한 쪽으로 간다면 지금 주춤한 노 후보에 대한 공세가 다시 강화될 것이 뻔하다. 민주당이 완전 분해되는 최악의 상황만 아니라면 한나라당 전략팀은 진작부터 선거막바지에는 양당구도 즉 이회창-노무현 대결로 갈 것으로 보고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