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이후 노골화된 미 부시행정부의 일방적 군사패권주의 노선으로 기존 국제질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90년대 이후 어렵사리 이룩해온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도 하루아침에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마저 현실화되고 있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의 행보와 한반도 주변 열강의 속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한반도는 또다시 열강들의 노리갯감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이른바 이행의 시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프레시안은 국제 및 북한 문제 전문가인 김민웅 박사(재미 언론인) 서동만 교수(상지대 교수) 이종석 박사(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등을 모시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환경의 변화를 점검하고 우리의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좌담은 18일 오전 프레시안 회의실에서 1시간30분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좌담 기록 전문. 편집자
<사진 1> 왼쪽으로부터 김민웅 박사(재미 언론인), 서동만 교수(상지대), 이종석 박사(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프레시안: 냉전이 끝난 10여년전부터 전환기, 이행의 시대 등 세상이 바뀐다는 말이 무성하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국제환경의 변화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다. 9.11 이후 미국의 행보, 한반도를 둘러싼 일본이나 중국의 반응을 점검해 보고 남북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가 좌담회의 취지다.
9.11 이후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적이며 고압적 태도에 대해 북한에서는 제네바 협약 파기 위협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우선 미국 세계전략의 변화상을 점검해보고 중국, 일본의 대응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흔들리는 미국의 지도력**
김민웅: 최근 국제사회에서 미국은 상당히 위험한 나라라는 인식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와 동시에 미국의 국제적인 위치가 고립되어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것은 미국이 부시 정권 이후, 그리고 9.11 이후에 겨냥했던 논리와는 역설적이게도 모순 되는 내용들이다.
위험, 고립 이 두 고리를 짚어보면 그 모순의 실체가 드러난다. 악의 축 발언에서도 드러났듯이 '미국이 <악의 축>으로 지목한 나라는 위험하다. 그러니까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 우리 연대하자.'라는 것이 미국의 논리다. 그런데 현실은 이와는 반대로 국제사회가 '미국이 상당히 위험하다. 미국과 연대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강공으로 문제를 풀려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세계 전체의 지배질서를 다잡아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국제사회가 이에 순응하지 않고 도리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이 가지고 있는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초강대국 차원에 있기 때문에 누구도 정면으로 뚜렷한 반대를 보이지는 못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미국이 지난 냉전시대부터 유지해온 지배질서, 제국주의적 지배질서가 해체, 교체의 과정에 급속하게 들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이행, 교체라는 말은 10여년전부터 운위되어 왔는데 여전히 이 말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이행의 조짐이 60년말, 70년대초에 드러났다고 한다면 최근에는 그러한 경향이 보다 뚜렷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결국 미국이 지금까지 유지해온 세계지배질서가 <제국의 해체>란 형태로 아주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고 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군사력, 경제력의 급속한 퇴조는 아니지만 이데올로기적, 문화적인 영향력에서는 상당히 힘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 2월 부시의 방한 때 국내에서 일어난 반미라는 형태의 저항운동은 이런 추세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남쪽에서만 가능했던 일이 아니다. 유럽의 반발 등 전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미국의 위상은 분명히 꺾어지는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맥락 속에서 미국에 대한 한국 주민들의 자세 또한 엄청난 격변을 겪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다.
이것은 그동안 냉전이라는 형태로 제약되어 왔던 남북의 국제적 행동반경이 이제는 상당히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안심할 것은 아니다. 지난번 부시 방한 과정에서 악의 축 발언과 관련하여 전술적 후퇴가 보이기는 했으나 전략적인 본질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칫하면 한반도에서의 미국의 패권전략이 좌절할 가능성을 보게 되었기에 그에 대해서 좀더 치밀한 방법으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부시 정부의 등장과 지금 진행되는 일이 미국이 유지해왔던 체제 자체가 해체되는 과정에서 미국의 지배엘리트들의 위기의식이 증폭되었고 이러한 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반동적 폭력체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반동적 폭력체제가 장기적으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해체의 과정을 밟게 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위력적 영향력을 가지고 희생을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이 분명하게 마련돼야 한다.
<사진 2>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군사적 강공정책을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김민웅 박사)
프레시안: 위험한 나라이면서 고립돼 있다는 말은 미국이 군사력, 경제력에서는 상대적으로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른바 그람시의 헤게모니적 측면에서는, 즉 이데올로기적, 문화적 측면에서 약화되고 있다는 얘기로 이해하겠다. 지금 미국이 강압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남북의 행동반경이 작은 것 같은데 장기적으로는 공간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상당히 희생이 따를 수 있다는 얘기인 것 같다. 아프간 전쟁을 거치면서 일본은 군사주의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 일본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일본, 정치군사력의 약세가 경제침체 초래했다고 인식**
서동만: 클린턴하고 부시하고 연속성이 있다. 그러나 분명히 전환이 있다. 9.11 테러 이전하고 이후가 다르고 9.11 테러의 원인적인 측면에서는 부시정부가 출범하면서 새로운 세계질서를 형성할 수 있는 힘을 가고 있느냐는 것이다. 9.11 이후에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돼가고 있다는 측면이 커졌다. 이처럼 새로운 질서의 형성이라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견해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제 전세계적으로 이념적인 대립이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군수산업의 이해관계라는 것이 국지적인 측면이 강하고 미국 국내정책의 연장선상에 있었던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전세계질서 형성력을 가진 변화냐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미국 중간 선거도 있고. 다만 전세계질서 형성력은 아니더라도 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은 크고, 한반도, 북한에 대한 파급력은 더욱 엄청나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세계질서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전제하에서 말하겠다.
일본과 관련해서 어떻게 보느냐인데 일본 역시 굉장히 전환기다. 특히 국내적으로 90년대 이후 지금까지 10여년간은 엄청난 체제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다. 경제개혁, 과거 80년대까지 유지돼왔던 정치경제 구조 전반을 바꾸는 문제이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국면이다. 이것이 미국 부시정부의 정책과 맞물려있는 측면이 있다.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반성도 있고 완전히 전환해 나가겠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동아시아에서는 부시의 정책 못지않게 일본의 변화, 즉 국내의 구조적 변화와 관련해서 심각하게 봐야한다.
다만 전략적 측면에서 군사력 확대라는 기조는 정해졌다. 또 하나는 정치적, 군사적 측면에서 취약하기 때문에 경제적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상당히 공유가 되어가고 있다. 클린턴 정부때 엔화의 아시아 기축통화 시도가 있었는데, 이것은 미국과 중국의 견제로 안됐다. 그러면서 이것이 새로운 시도다. 클린턴 정부는 일본에 대해서 경제적 이해관계와 군사안보적 이해관계를 분리시켜서 대응했다. 군사안보적으로는 일본과 손을 잡고 중국을 견제한 반면,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손을 잡고 일본을 견제했다. 일본의 독자세력화를 철저하게 견제했다. 98년도 클린턴이 일본을 거치지 않고 중국을 방문한 것이 상징적 사례다. 재팬 패싱(Japan Passing), 또는 재팬 배싱(Japan Bashing; 일본 두들기기)이라는 얘기도 한참 나돌았고. 그런 연장선에서 한국에 있어서 남북 화해협력 공간도 열린 측면이 있다.
그런데 부시정부 들어서면서 미국은 군사안보는 물론 경제분야에서도 일본과 손을 잡는다는 전략을 택한 것 같다. 고이즈미 정권이 들어서면서 일본도 거기에 따라가고 있고.
***고이즈미, "김대중 대통령을 어렵게 해선 안 돼"**
그러나 일본도 단기적이기는 하지만 부시 3개국 방문 때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서는 부시의 한반도 정책에 관련해서 보조를 맞춘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일치하는 측면도 있지만 악의 축 발언 등 한반도가 직접적으로 언급된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
이종석: 실제 고이즈미 총리가 부시에게 사적인 자리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어렵게 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를 수차례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서동만: 장기적 차원에서는 일치하지만 적어도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고이즈미가 일본의 역할은 다르다고 얘기했다. 그런 면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월드컵 국면까지는 김대중 정부쪽으로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사진 3> "남북관계에서 세계화시킬 만한 이벤트, 즉 월드컵ㆍ아리랑축전 등을 좔 활용할 필요가 있다"(서동만 교수)
***일방적 군사패권주의로 치닫는 부시, 미 국내엔 견제세력 없어**
이종석: 부시 등장이 국제질서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먼저 말하는 것이 좋겠다. 부시의 등장, 특히 9.11 이후의 부시 대외정책 노선은 냉전체제 이후에 국제질서 성격에 대해서 전문가들이 내놓았던 희망적 기대를 여지없이 깨뜨렸다.
냉전이 해체됐을 때 우린 이를 두 가지 의미로 해석했다. 하나는 상호의존이라는 관점에서 단 하나의 시장경제로의 통합이라는 세계화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서도 1초다강적인 국제질서 성격을 얘기했다. 초강대국으로서의 미국과 그와 연결되는 지역적 다강이 있어서 미국이 이들을 이끌어서 국제 협력으로 나가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있었다. 물론 유일한 초강대국인 미국이 어떻게 나가느냐에 따라서 국제정세가 달라지기 때문에 항상 일탈의 위험성을 안고 있었지만 미국이 국가이익상 1초 다강적인 국제질서가 파괴되거나 일탈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는 서방이 사회주의 붕괴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인가 했을 때, 대칭점을 이룬 두개 진영에서 한 진영이 붕괴했을 때 나머지 체제도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상식이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 사회주의 붕괴는 마치 씨름선수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쓰러뜨리며 자신도 넘어져야 하는 것처럼 대칭에 있던 기존의 자본주의 입장에서도 자칫 비극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구 적대세력에 대해서 유기적인 포용력을 발휘함으로써 국제협력의 새로운 전망을 열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얘기했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희망적으로 후자의 얘기를 했다. 클린턴 정부 시절의 대외정책은 국제적 지도력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에 국제협력에 상당한 비중을 두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부시 등장 이후에는 일국적 국가이익이 대단히 앞서서 제기되고 이것이 9.11 테러 사태 이후 군사 패권주의로까지 확장되었다. 사실 이러한 경향을 제어할 힘이 미국 사회 내에 일정하게 있다고 보았는데 9.11 이후 나온 호전적 국가주의, 애국주의가 결국은 일국적인 군사패권주의를 제어할 수 있는 자체기능을 대단히 약화시켰다. 이런 측면에서 세계질서가 상당히 위험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이 상황을 과연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는 미국 내에서 자체동력을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유럽연합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고 중국, 러시아에서 상당히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현재 국제질서는 클린턴 시절에 만들어 놓은 세계화의 신화 그 자체를 미국이 스스로 깨면서 일국주의로 나가는 경향이 세계 도처에서 분쟁과 갈등, 군사주의적 긴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한반도에서 2003년 위기가 나도는 것도 이와 연결되어 있다. 해결을 위한 협상의 길이 안 보이고 군사노선이 오히려 큰 길로 보여지기 때문에 2003년 위기라는 용어를 쓰기까지 하는 것이다.
***미중 갈등, 대만의 독립국가 이행이 고비**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어떤 입장으로 바라보는가가 중요하다. 중국은 지금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 발전이 최대 국가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 안정과 지역정세의 안정이 중요하다. 따라서 탈냉전 이후 일련의 세계적 경향을 다극적화와 협력의 방향에서 해석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그러한 해석에 일격을 당한 것이 99년 유고에서 중국대사관이 폭격당하는 사건이었고 부시가 당선되면서 중국 견제가 노골화되면서 상당히 위기의식을 느꼈다. 미사일방어망(MD) 문제 등으로 중국이 견제되면서 이 노선이 위험한 것 아니냐는 입장이 드러났다. 그러면서 국제질서의 움직임이 다극화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일국적 패권주의 추세가 훨씬 강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같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진 4> "올해 상반기에 남북대화조차도 잘 안된다면 내년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본다"(이종석 박사)
그 후 9.11이 터졌다. 9.11을 보는 중국 지도부의 입장은 그들에게 두 가지 측면에서 미국과 협조하게 만들었다. 하나는 테러와의 전쟁으로, 중국 지도부도 티벳 등 소수민족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이를 진압하기 위한 명분으로 궁극적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구도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원했던 것은 테러사태 자체가 과거 MD 반대론자들이 얘기한 것처럼 MD 추구가 대단히 무모하다는 것을 미국 지도부에게 설득시켜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중국은 9.11을 계기로 미국의 군사 패권주의, MD 정책이 약화되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를 걸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 9.11 직후에 미국이 국제협력을 강화시켜 나가니까 일국화 경향이 약화될 수도 있다고 봤다. 그런데 한두달 지나면서 전혀 다른 양상으로 발전했다. MD 추진을 포함한 모든 국제질서를 관장하는 데 미국의 군사주의가 강화되면서 중국은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지금 중국은 9.11 테러에 대한 일정정도의 자기기대를 접으면서 결국 기대했던 다극주의적 질서는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따라서 군사력 강화에 비중을 두고,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주변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경제발전이 절대적인 국가목표라는 점을 인식하고, 다른 한편 미국의 압도적인 힘을 의식하기 때문에 미국에게 정면도전하기보다는 미국의 방향을 비판하는 쪽에 중점을 두고 있다. 결국 미국이 군사패권주의를 지속하는 한 중미간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것이 군사적 갈등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대만의 독립국가 이행에 행동이 나오면 중국은 군사적 조치까지 고려할 것이고, 이때 미국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가 동북아에서 군사적 갈등까지 갈 것인가를 결정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분명한 것은 정치적 갈등이 높아져 있다. 그리고 갈등의 가능성은 상당히 많고 이것이 한반도 갈등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
프레시안: 미국의 정책이나 태도가 클린턴과 부시 사이에서 단절이냐 연속이냐는 논란이 있지만, 한반도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단절을 느끼게 된다. 클린턴 당시 북미간 수교까지 거론되다가 부시의 악의 축 발언 나온 이후 수포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앞으로 북미 관계가 어떻게 될지, 부시 방한 이후에는 남북관계에 희망을 걸고 있는데 북미관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미국이 군사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
김민웅: 그 얘기에 앞서, 클린턴 정부와 부시 정부 사이에는 연속성과 일정정도의 차이가 공존한다는 점, 분명하다. 그런데 사실 만약 냉전 지형이 확고해 있을 때라면 부시가 이렇게 나와도 단절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클린턴 시기에 탈냉전이라는 요소가 추가되면서 우리의 의식도 많이 변했고, 그러다 보니까 부시정권이 레이건, 제1부시정권 등 과거 요소를 복구하면서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94년에는 우리도 모르게 전쟁이 일어날 뻔도 했고 클린턴 정부시절에 북한과의 관계를 정비하고 시작한 것도 북한 붕괴를 전제로 형성한 것이었다. 클린턴 정부 말기에 가서는 북한이 자연 소멸되지 않겠구나, 라는 판단이 서면서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고 일정한 우호관계로의 전환이 생겼다. 그러나 이번 부시정권 하에서는 "붕괴 안돼? 무슨 소리야. 밟으면 붕괴된다"는 인식으로 돌아선 결과가 대북 적대정책의 강화로 나타났다고 하겠다.
이러한 미국의 행동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미국 내부의 밀어붙이는 힘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레이건 시대 말기에 세계가 탈냉전을 경험했다. 그러면서 미국 내에서는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방식에서 군사주의라는 방식을 통해 공연히 군비를 지출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서서히 부상하기 시작했다. 자본이 직접 관리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미국주도하의 자본의 국제협력을 통해 문제를 풀 수 있고 지배가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소위 삼각위원회가 주도권을 잡아가는 시기였다. 즉 레이건 시대의 유산을 청산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자본의 직접지배 한계에 부딪혀-아시아금융위기ㆍ엔론도산 등**
1기 부시정권은 이러한 전환의 시기에 등장하면서 이러한 시대적 요청과는 달리 군사주의 노선을 여전히 견지하는 입장에 섰다. 말하자면 1기 부시정권은 레이건 정권의 유산을 계승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그러다가 결국 재선에 실패했다. 이 당시 대세는 자본의 직접지배라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쪽 입장을 대변하던 클린턴이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 과정에서 미국이 유럽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일정한 지분을 인정하면서 미국의 막강한 초국적 자본주의 주도권 하에서 제국주의 세력의 동맹체제라고 할 수 있는 삼각위원회 시스템을 끌고 왔다. 그런 방식으로 클린턴 시기의 미국이 문제를 풀면서 소위 세계화라는 대세를 형성했다. 그런데 이것이 10여년을 거치면서 역동성을 상실했다. 아시아 금융위기, 미국 내 엔론사태, 아르헨티나 사태 등 자본의 직접지배가 일정한 한계에 봉착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그러면서 도전은 4가지 방향에서 왔다. 유럽의 경제, 정치적 통합과 독자 세력화, 냉전시대의 적이었던 중국 및 러시아와의 일정한 긴장관계, 이슬람권의 단합, 제3세계의 저항 등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반세계화 운동이 상당히 중요한 세계적 도전으로 등장했다.
결국 탈냉전 시기에는 군사적 부담을 최소화 하면서 자본의 직접관리를 선택했는데, 10여년을 거치면서 자본의 직접관리 또한 한계와 심각한 동요와 압박이 일어났다. 그래서 군사주의 노선이 강력하게 시도되었고 이에 따라 삼각위원회 시스템을 일정정도 포기하고 자본과 군사력의 동맹체제가 반동적으로 복구된 것이 미국의 현 부시정권 하의 시스템이 되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른바 냉전시대의 구호였던 "현존하는 위협(Present Danger)"을 강조하면서 시스템을 이끌어가고 있다. 부시정권의 등장은 미국 자본주의 체제의 주도력, 생명력에 심각한 위기에서 발생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서, 자본주의적 지배력이 약화된 것에 대한 군사적 응급 내지는 비상체제의 형성을 의미한다.
이런 측면에서 북미관계를 보자. 클린턴 시대에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 클린턴이 상당히 부정적 반응을 보이다가 나중에 우호적으로 돌아섰다. 그 이유는 남북화해를 통해서 한반도 전체에 대한 자본의 전면적인 지배 통로가 뚫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용인했다. 지금은 입장이 달라져서 그러한 기대를 전제하지 않고 북한과 미국의 관계에서 군사주의 노선이 전면에 등장했고 군사주의 노선을 통해 북한을 압박해서 적대적인 노선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고 있다. 미국의 패권유지라는 보다 급박한 문제해결이 관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매우 다행스러운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 동북아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단기적으로 일본에서 이 노선에 동조하지 않고 있고, 중국도 민감하게 견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자기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부시 정권으로 대변되는 강경 시스템을 선택을 했는데, 이것이 아프간에서는 단기적인 성과를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에 대한 세계적 반성이 일어나면서 북한 문제를 다루는 미국의 자세에 대해서 만만치 않은 견제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유럽연합이 북한을 깊이 파고들고 있다. 이런 것들이 북한과 미국의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궁극적으로는 미국이 대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조건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냐는 장기적인 희망을 낳고 있다.
***미국의 대북 군사공격 가능성 상존**
그러나 매우 우려되는 것은 과거 미국의 외교사, 전사(戰史)를 보면 미국은 전쟁을 일단 일으키고 이를 정치협상으로 풀어가는 패턴을 보여 왔는데 이것이 가장 위험하다. 한반도 상황에서 가령 동해에 미 함대가 떠서 단기간 동안 북한에 대해 무차별 포격을 가하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이번 핵전쟁 보고서에서도 나와 있듯이 이런 지역의 문제에 대해서 중국과 러시아의 대응력에서도 한계가 있다. 미국과의 핵전쟁을 불사하고라도 군사적 개입을 하겠다는 의지를 발휘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중국과 러시아가 이 문제를 풀기위해서는 정치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미 군사적 타격은 가해진 뒤이고 그러면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킨 만큼의 기득권을 쥘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아프간 전쟁을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반 테러 전쟁이 미국의 패권전략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중국의 경우는 국가적인 목표를 위해 지역안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단 미국의 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적극적인 반기를 들지 않았다. 국지전쟁이 발발했다 해도 중국으로서는 일차적으로는 지역 안정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을 경우 중국과 러시아는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적다. 미국은 이를 겨냥하여 한반도에서 전쟁을 감행할 위험이 상존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군사적 강공정책을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고 나서 국제적인 협상을 통해 수습하고, 전쟁을 통해서 보다 증대된 기득권을 동북아에서 관철해 내지 않을까 하는 것이 우려다. 부시 정권의 성품이나 자세를 봐서도 일방적 군사행동을 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기본적으로 부시 정권의 전쟁관은 적으로 상정한 상대의 <국가 소멸>이다. 그럴 경우 아프간 문제 처리방식처럼 한반도 문제를 처리한다면 우리에게도 엄청난 타격이 있다.
***한반도는 미 세계전략의 수단에 불과**
서동만: 두가지 측면에서 보고 싶다. 미국의 이해관계라는 것은 다양하다. 금융자본, 군사자본, IT산업의 이해관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과의 문제에서도 미국 내에서도 일정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이런 측면에서는 미국 내에서도 일정한 견제가 있다.
이것은 한반도에서도 나타난다. 부시의 악의 축 발언을 하니까 주가 폭락이 있었다. 한국의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의 36%가 외국자본이다. 이는 월가 자본에게는 타격이다. 이렇게 한반도에서도 반드시 군사적 이해관계와 자본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한반도에 대한 이해관계가 미국 내에서 그렇게 크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의 세계전략 측면에서 보면 한반도는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기는 어렵다. 한국 주식시장이나 이런 것은 별것 아니다. 미국의 세계전략 차원에서 한반도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측면이 있다. 미국 외교정책에서 한반도가 중요한 의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한국과의 협의 없이, 기존의 한반도 정책을 무시하고 가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우려된다. 한반도 정책이 있을 때는 조정이 될 수 있지만 외교정책에서 사라져버릴 때, 세계전략의 수단이 될 때가 우려스럽다.
김민웅: 미국이 한반도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문제가 여기에서 제기된다고 하겠다. 미국에게 한반도 자체로서 얻어지는 가치가 일정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한반도는 미국의 세계지배 전략의 측면에서는 우리가 인정하고 싶지 않다 해도 어디까지나 대중국 전략의 종속변수다. 테러전쟁을 빌미로 필리핀으로 재입성을 하려는 이유도 중국을 겨냥한 전략적 목표가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한반도에서도 대 중국 포위전략의 근거지를 강화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을 중립화 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등장한다. 클린턴 정부 시절에는 북한이 적어도 미국에 적대하지 않는 정도에서 문제를 풀려 했다. 그러나 부시 정부는 그 자체를 전제하지 않는다.
***미중 담합의 가능성-대만과 한반도 맞바꾸기**
또 중국과의 경쟁관계는 미국의 시스템을 세계적 차원에서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냐 말 것이냐에서 긴장된 도전을 뜻하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뛰어넘어서 미국의 지정학적 관리체제로 볼 때 미국의 동아시아 지배전략상의 강공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전쟁이 아닌 방식을 통해서 중국과 미국이 담합을 해서 영향력을 분산, 행사할 수 있는 완충지역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이종석: 중국과 미국이 담합할 가능성을 전혀 상정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대만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미국의 일정한 합의를 볼 수 있다면 그 댓가로 한반도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이해에 손을 들어줄 수 있다는 얘기가 중국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왜냐하면 중국으로서는 대만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대만문제를 쉽사리 포기하기 어렵다. 미국이 대만에서 가지고 있는 정치 경제적 이익이 워낙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중 담합은 논리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미국의 대만 포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현실적 가능성은 높지 않아고 볼 수 있다 . 현실화될 가능성은 많지 않지만 주의깊게 봐야 할 필요는 있다.
***북미관계 개선 가능성 희박**
북미관계 전망에서 공이 북한 코트에 넘어와 있다고들 말하는데 문제는 미국이 북한에게 공을 불완전하게 던졌다는 것이다. 자기 나름대로의 대화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조건을 제시했다면 괜찮지만 끊임없이 대화분위기를 망칠 수 있는 대북불신감을 조성하니까 공을 던진 것은 맞지만 불완전하게 던진 것이다.
따라서 나는 북미관계 전망에 대해서는 어둡게 보는 편이다. 미국이 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이 대화를 위해 미국이 치러야 할 기회비용을 따져보면, 얻을 수 있는 것은 평화, 안정, 그리고 제반 경제 주체들의 이익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추상적 이익이다. 즉 미국의 국가이익을 떠나서 인류의 공공적 이익의 성격이 크기 때문에 미국은 북미대화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까 미국측 동력이 약하다. 또 북한이 위기의식을 극적으로 반전시켜 평화적 자세로 나올 수 있는 체제의 융통성과 유연성이 협소하고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북한의 대응이 우리가 원하는 것처럼 적시에 나오기가 힘든 측면이 있다.
***북미관계 파탄을 막는 3가지 요인-남북대화ㆍ국제여론ㆍ국내여론**
따라서 북미관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비관적이다. 단지 북미관계에 나름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하나는 남북대화가 대단히 중요하다. 미국이 워낙 고강도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북한이 미국에게 양보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미국이 북한에게 조금 유연한 입장을 보인다면 훨씬 쉽다. 따라서 미국이 유연한 입장을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남북대화가 중요한 변수다.
부시가 한국을 방문해서 이산가족을 얘기하고 도라산 역을 방문함으로써 자기 자신이 한반도, 특히 북한 문제를 볼 때 공식적으로는 세계전략과 함께 한반도에 사는 주민의 이익을 중시하겠다는 것을 어쨌든 몸으로 보여주었다. 남북대화가 잘 되고 이산가족이 만나게 되면 부시는 이것을 북한의 변화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스스로 만든 것이다. 물론 이것도 조만간 돼야 한다.
또 하나는 미국의 강경책에 대한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 등 주변국가들의 경계와 비판이 필요하다. 세번째는 당사국이자 동맹국인 한국내 여론이 어떻게 일어날 것인가이다. 지금처럼 한국 내 여론이 대단히 분열된 상황에서는 힘을 받지 못한다. 공화당 정권은 강경정권이지만 동맹국 중시정책을 쓰기 때문에 동맹국 내부에서의 시민사회, 정부의 여론이 중요하다. 이점에서 아직까지 정치권에서의 분열이 되도록 빨리 정리될 필요가 있다.
결국 북미관계에서 긴장이 고조될 수 있는 가능성, 궁극적으로는 전쟁까지를 포함한, 가능성이 있다. 물론 전쟁으로 가기까지에는 어려운 조건이 있다. 전쟁으로 가는 계단이 있다고 본다. 지금 미국내 미사일과 핵에 대한 인식은 깡패국가라고 지명한 나라들이 핵이나 미사일을 강화한다고 보여지면 이를 실체적인 위기로 받아들이고 공화당, 민주당 관계없이 시민사회 영역에서도 이에 대한 제재에 면허장을 발급해주는 상황이다.
예컨대 만약 미국 군부가 강경한 입장에서 중동으로 향하는 북한 화물선을 공해상에서 강제 검색한다면 이것은 전쟁으로 가는 아주 심각한 중간단계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미리 지적할 필요가 있다. 지금 북미관계에서 자체내 동력은 크지 않다. 따라서 주변의 환경과 여건을 조성하는 것, 미국의 대북 강경론이 실체화되는 지점을 정확하게 파악, 그 부분을 경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면 외교에 의한 '한반도 문제의 세계화' 긴요**
서동만: 한반도 문제가 남북간의 화해협력 국면에서 북미 대립국면으로 갈 것인가 하는 기로에 있고 그로 갈 위험성이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과거와 비교를 해보면 북미간에 사고가 터질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
그런 면에서 남북화해 구도의 측면에서 이를 견제해 낼 수 있는 전면적인 외교가 필요하다. 한반도 문제를 세계화시키지 않으면 풀기 어려운 국면이다. 북미간 사건이 터지는 구도를 바꾸어 놓은 것은 남북정상회담이었다. 남북정상회담의 연장선상에서 개성공단, 경의선 복원, 금강산 사업 등으로 휴전체제를 변경시켜나가면서 클린턴도 변화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남북이 움직여가니까 클린턴도 움직였다. 그런 정도의 전면화가 있지 않으면 미국의 한반도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반도 문제가 미국 내에서 국지화 돼버리면 북미간의 문제로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남한의 기조가 변하면 93, 94년으로 되돌아간다.
결국 방법은 남북관계에서 세계화시킬만한 이벤트, 즉 월드컵, 아리랑축전 등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총력적인 외교가 필요하다. 정부, 국민, 한반도 전체가 총력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상당히 위험하다.
김민웅: 해상에서 배와 관련한 사건은 미국이 전쟁을 일으킨 역사적 패턴이다. 그러나 사건이 터졌어도 그 문제를 해결할 만큼의 관계와 역량이 있으면 위기의 요인은 될 수 있지만 그것이 위기 자체가 될 수 없다. 김영남 사건(미국을 방문하는 김영남 북한 국가주석을 미국 관리가 독일 공항에서 지나치게 검색함으로써 방미를 무산시킴), 제네바 협약 직후 휴전선 부근 미 헬리콥터 격추 사건 등에서처럼 문제를 풀겠다는 방향으로 일정한 대세를 형성하면 사건이 일어나도 해결할 수 있다.
***미국은 과연 6.15 남북공동성명을 지지하나**
그렇게 볼 때 한반도 문제를 세계화해야 한다는 얘기는 한반도 문제를 좌우하는 공간에서 미국의 전쟁정책이 갖는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설정해야 한다. 여기에 초점을 맞추면 문제를 풀 수 있다. 이를 위해 유럽과의 연대, 일본과 러시아, 중국의 입장을 이런 쪽으로 끌고 나올 수 있는 전면적인 외교가 필요하다. 실질적으로는 아리랑 축전과 월드컵을 명확하게 이어나가는 작업도 중요하다. 이것은 호기다.
또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두 가지의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야 한다. 부시정권이 들어선 이후 부시와 각료들은 한반도의 위기가 조성될 때마다 김대중 정부의 요청에 의해서 외교적인 수사로 햇볕정책을 지지한다고는 밝혔지만 6.15 남북공동성명을 지지한다는 말은 한번도 없었다. 6.15 공동성명은 남과 북이 함께 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북에 일정한 여지를 주는 작업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문제는 강력하게 제시돼야 한다. 햇볕정책 지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햇볕정책 성과가 6.15 공동성명으로 나타났고 이 성명이야말로 한반도 문제해결의 기조, 출발선이라는 의미를 미국이 인정하게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미국의 전쟁정책 영역이 상당히 최소화 될 수 있다. 6.15 공동성명의 전제가 상대방 체제에 대한 인정과 향후의 점진적 결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전쟁정책의 전제는 상대방 체제는 인정하지 않고 체제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므로 매우 다르다. 미국의 전쟁정책을 추진하는 전제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주한미군 문제 이슈화 해야**
또 하나는 정치권 일부와 일부 사회운동에서 제기하고 있는 주한미군 문제를 좀더 전면적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다. 미군의 역할, 미군의 철수, 미군 기지의 문제 등을 전면적으로 사회화, 여론화해야 한다.
이번 부시발언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이 느낀 가장 중요한 위협의 내용은 한반도 민족의 생존에 대한 위협이 북이 아니라 미국에서 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미국의 군사정책에 따라서 한반도 주민의 명운이 결정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직접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은 미군이라는 것이다.
전시작전권이 우리에게 없다는 것은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한반도 주민들이 대부분의 피해를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의 일차적인 수행기관은 미군이기 때문에 미군 문제를 보다 정교하게 정리해내야 한다. 미군의 문제, 미군의 지위, 철수 문제를 좀더 강력하게 광범위하게 제기해야 한다.
그러한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미국이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을 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은 모순이니까,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평화시스템으로의 교체에 중요한 작업임을 지속적으로 강조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당장 중요한 것은 통일의 전제인 평화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작업이다. 그 과정에서 휴전협정을 정전협정으로 바꾸는 노력을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올 상반기중 남북대화 진전돼야**
이종석: 단기적으로 본다면 위기와 관련해서 내년이 매우 중요하다. 2003년은 제네바합의에 의해 미국이 북한에 경수로 2기를 완공시켜 주기로 한 해이며, 동시에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기간이 끝나는 해이기도 하다. 지금은 내년의 전조다. 올해 상반기에 남북대화조차도 잘 안된다면 대단히 위험하다고 본다. 부시가 한국에 와서 전달한 메시지는 앞으로 몇 달 동안 자기의 세계전략인 군사주의를 조금 유보하고 김 대통령의 남북화해협력 정책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그 기간은 월드컵이 끝나는 올해 상반기를 넘기지 않을 것이다. 그때까지 만약 남북관계에 일정한 변화가 없으면 부시는 보다 강경하게 옛노래를 부를 것이라고 본다. 그때는 누구도 막지 못한다. 한국정부는 막을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악의 축 발언 사태는 한반도에서 제3의 위기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제1의 위기가 93, 94년이라면 제2의 위기는 금창리 핵시설 논란, 대포동 미사일 발사가 있었던 98, 99년이었다. 과거의 위기는 나름대로 해결할 수 있는 일정한 관계가 있었는데 지금은 관계설정도 어려운 상태다. 부시가 9.11 이후 호전적 상황, 군사주의적 정책이 위기로 치닫는 상황에서 해결이라는 낙관적인 측면만 볼 수 없다. 미사일 문제, 핵문제에서 북한과 미국이 서로 조정이 되어 있지 않다. 결국 2003년은 방치하면 우리가 위기로 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위기차단 노력이다. 우선적으로는 핵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해결점을 모색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한 가지 제안을 하자면 결국은 북한이 전력보상을 요구할 것이다. 따라서 2백만KW의 전력손실보상을 남북관계에서 풀어주고, 대신 북한은 미국의 특별사찰 요구를 받아들이고, 새롭게 발생할 경수로 추가비용은 일본이나 주변국가들이 책임을 져주는 등 새로운 역할분담의 논의가 시작될 필요가 있다. 그런 논의가 시작되려면 다른 방법 없다. 남북대화가 시작돼야 한다. 북한이 여기서 어물쩍거리면 아무것도 안된다. 한반도의 위기와 관련해서 어떻게 뚫고 나갈 것인가를 북한이 모색해야 한다. 상호 의사타진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
***돌파구는 대북 전력지원, 또는 김정일 답방**
김민웅: 남북관계에서 연결고리는 에너지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결정적인 의미를 가질 것이다. 그와 함께 김 위원장의 남쪽 방문도 중요한 계기다. 그 문제가 적극적으로 주선돼야 한다.
또 월드컵과 함께 우리나라의 정치일정에 대선이 겹쳐있다. 2003년 한반도 위기에 대한 준비기간의 의미를 갖는다. 대선의 과정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정책화 할 것인가가 논의돼야 한다. 대미 관계에서 우리 사회 여론이 미국의 정책 내용을 바꾸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그 점에서 지난 시기 클린턴 정부와 북한이 올브라이트 방북 이후에 전개해 냈던 것은 양자 사이의 적대관계에 대한 포괄적인 과거청산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사일 문제, 핵문제 이것들을 하나씩 풀면 그 토대위에서 우호관계에 도달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우선 적대관계를 우호관계로 바꾸겠다는, 상호 입장의 기본을 바꾼 이후에 서로에게 위협이 없으니까 이 문제는 보다 여유있게 해결할 수 있다는 방식의 변화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적대적 관계를 우호적 관계로 바꾸자는 정치적 청산에 중점을 두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 고리의 실질적 관건의 하나가 휴전협정을 정전협정으로 바꾸는 것이다. 북한과 미국간의 관계에 있어서 주장되어야 할 중요한 개념은 다시 말해 바로 이 적대적 관계를 우호적 관계로 바꾸는 일괄적인 정치적 청산이다. 관계전환이 확보가 되면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군사력은 부차적 문제로 전환될 수 있고 보다 중요한 공동의 목표와 이해가 새롭게 발생할 수 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협상의 과정을 통해서 지금과 같은 난이도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결 가능성이 보일 것이다.
클린턴 시절의 대북관계에서 가장 경하할 대목은 정치적 청산을 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본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 북미 정상회담까지 거론된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다. 정치적 청산의 고리를 만드는 작업이 최대의 화두가 돼야 한다.
***4자회담도 재가동할 필요 있어**
서동만: 두 분 말씀에 동감하고 더불어 한반도에너지기구(KEDO)를 견지하기 위한 지혜를 짜내야 한다. 북미간 협상이 없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협상 채널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군사행동을 서로 자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제에 4자회담을 다시 가동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북미협상은 어렵지만 4자회담은 공식성을 가지고 있고 명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나 미국도 이를 안 하겠다고 말하기 어렵다.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해서는 KEDO 사업을 견지해야 하고 재래식 군사문제는 4자회담을 통해 제기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또한 남북간의 이벤트를 만들어내야 한다. 제일 좋은 것은 제2차 정상회담 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안 된다면 남북간 긴장완화, 신뢰구축의 차원에서 경의선 사업을 전개시켜 나가야 한다. 월드컵행사 등으로 세계적 이벤트를 만들어내야 한다. 경의선타고 김정일 위원장이 오면 제일 좋다.
이종석: 답방에서 가장 큰 문제는 경호문제다. 북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최고지도자에 대한 경호가 중요하다. 둘째는 전력 등의 문제에 대한 남측의 결단도 필요하다.
한가지 기대하는 것은 김정일 위원장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 극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최근 대남 관계 일군들의 위상이 복원되기 시작했다. 김용순이 작년 내내 보이지 않다가 올해 2월 28일에 모습을 드러냈다. 3월 11일 김정일 위원장의 인민군 시찰에 현지 동행했다. 금강산 사업이 낙하되고 북한이 요구하던 전력지원 요구가 거부되면서 김정일로부터 상당한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용순이 최근에 나타난 것은 북에서 그의 위상이 복원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남북대화에 대한 김정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낙관적인 기대를 낳게 한다. 그러나 한미 합동군사훈련, 즉 RSOI, 독수리 훈련 등 네거티브한 이벤트 등이 3월 하순에 예정돼 있어 어려움이 있다.
서동만: 또 하나 변수로 북한이 우려하는 것 중의 하나가 차기정권이 어떠할 것이냐이다. 김대중 정부의 기조가 유지된다면 경의선, 개성공단, 금강산 육로가 가능하고 김정일 서울방문도 가능하다. 그러나 현정부에서 열어놓은 것이 차기정권에서 반전돼 버리면 거꾸로 차기정권의 강경노선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즉 남북간 화해협력이 아니라 강경정책, 군사행동의 통로가 될 수도 있다.
김민웅: 그러니까 관계의 성격을 바꾸어야 한다. 적대적인 상황을 철회하라는 것이 북한의 기본적인 요구다. 이러한 북한 입장이 아니더라도 우리 입장에서도 미국의 적대적 전쟁정책을 최소화해내고 내부에서 김정일 서울방문의 의미를 부각시켜야 한다. 그렇게 되면 어려운 상황을 풀 수 있는 보다 우호적이고 유리한 환경조성이 가능해질 것이다.
***대북ㆍ대미 등 외교정책에 대한 내실있는 합의 이뤄내야**
프레시안: 말이 나왔지만 차기정권의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지가 중요하다. 대선과정에서 한반도문제가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어떻게 보면 미국이 위험스럽다는 것은 미국이 클린턴의 5, 6년 행보를 부시정권이 순식간에 180도 바꾸어 놓았다는 점이다. 이는 2차대전 이후 대외정책에 관한한 초당적 합의를 지킨다는 오랜 전통을 깬 것이다. 한마디로 미국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도자 개인의 철학과 입장에 따라 대북정책이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
김민웅: 그 얘기를 하기 전에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그동안 보여 왔던 대미자세에 대해 이러저러한 비판이 있었던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의 경선과정에서도, 의제 설정 의 수순을 밟으면서 후보자들 각자의 대외정책상의 입장과 정책이 보다 구체적으로 언어화 되어야 한다. 이번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후보들이 디제이 정책을 지지한다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표현이 있지만 사실 디제이의 대북정책에도 약점이 존재한다. 다음 시기에는 그 약점들을 보완하고 극복하는 내용들이 좀더 충실하게 채워져야 한다.
그런데 이들 후보들은 그냥 우리는 현정부의 대북 정책을 지지한다고 일관하고 있는데 그래서는 불안하다고 본다. 민주당에서 누가 후보가 된다 하더라도 적어도 미국문제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입장정리가 되어야 한다. 그 후보가 그것을 자기의 정책으로 공유해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만들어 내야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입장은 아무래도 부시정권과 상당한 동일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도 약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만약 이회창 총재가 대선후보가 되고 집권까지 하게 됐다고 할지라도 대북 대미 정책상의 평화주의와 자주성에 대한 한국 사회 전반의 요구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자기가 노선을 수정하지 않고서는 견뎌낼 수 없게끔 해야 하는 것이다.
또 모두의 합의이기 때문에 그것을 거스르면서 지금까지의 발언해왔던 자세를 고수하기 어려워지는 분위기를 만드는 작업, 보다 신랄한 비판이 한쪽에 있어야 되고 김 대통령의 대북정책 중 약점을 정리해내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역대 집권자 가운데에서 그래도 김 대통령이 대미 자세에서 일정하게 자주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느냐고 한다. 부분적으로는 그렇지만 사실 만족의 정도에서 볼 때는 적극적으로 맞다고 보기에는 쉽지 않다. 이는 대통령 자신이 갖고 있는 대미 인식에서 생기는 문제일 수도 있고 국가 영역 자체의 제약에서 나오는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이번 부시 방한과정에서 한국사회가 보였던 대미 자세의 변화, 변화가 미친 영향을 증거로 본다면 자주적 영역을 확대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이 문제를 정치인들이 특히, 언론인들이 정교화 해내어 정치권도 이에 따르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분위기로 압박해 나가는 것 이 필요하다.
***부시 방한, 한반도평화와 국가주체성에 대한 시민적 합의 형성의 계기**
이종석: 악의 축 발언에 대한 시민사회의 대응이 어떻게 보면 정치사회에서는 갈라진 입장들이 나왔다. 시민사회 대응에서는 스스로 깨닫고 정리할 수 있는 게 있었지만 한반도의 평화문제 즉,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국가 주체성, 자주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점에서 평화와 국가주체성, 이 2가지가 악의 축 발언 이후 한국사회에서 특히 젊은 세대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기성세대에게는 미약했던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본다. 통일의식까지 나아갔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의식의 형성은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본다.
아직까지 우리 정치사회에서 이런 것을 받아들일 만한 수용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여전히 우리 사회적인 일반적인 관성과 분위기는 냉전적 기류를 안고 있었고 그런 것들이 부시 행정부 등장 이후에 상승적 요소로 작용하고, 사실 김대중 정부가 냉전 해체사고와 정책지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부딪혀온 것이 크다.
그 부딪혀 온 과정이 지역갈등 구조가 그런 것들과 결합돼서 풀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든 분명한 것은 누가 대통령이 되건, 누가 지도자가 되건 이젠 새로운 한반도에서 평화 구조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전향적인 입장이 나와야 한다. 또 가급적이면 미국에 대해서도 우리 입장을 드러내고 우리의 이익 속에서 미국과 조율할 수 있는 리더십을 확보해 나가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끊임없는 발언권 신장이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
이것 역시 남북대화가 이뤄져야지만 그것이 실증화가 된다. 그렇지 않으면 역행할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보아도 남북대화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서동만: 덧붙이자면 전적으로 시민사회의 대응이 중요한 시점이다. 선거국면에서는 최소한 그 정도는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색깔논쟁이나 이런 부분에서 견제를 해야 되지만 분명한 반대가 있어야 되고, 남남 분열 의식으로 가지 않도록 하고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견인 노력도 중요하다.
또한 남북관계를 경제적 이해관계로 연결시키는 노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게 되어야 일반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다. 경제관계 이해관계로 남북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김민웅: 가시적이고도 현실적으로 필요한 작업들이 요청이 되면서, 이와 동시에 추상적인 논의가 될 지라도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계속 얘기해야 된다. 평화의 문제라든가 국가주체 문제라든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을 반성하고 어떤 모습으로 살 것인지를 심도 있게 제기하고 풀어나가야 한다.
이러한 가치논쟁이 없기 때문에, 미국이 주도하는 체제가 해체되면 이번에는 중국에 붙자는 사대주의적 심리가 발동한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문제가 있지만 중국이 앞으로 미래 인류를 위해서 제기할 가치나 사상이 있는가를 돌아보면, 사실 회의적이다. 아프가니스탄문제를 처리하는 방식도 그렇고 말이다.
그래서 한반도 내에서 나름대로 창출해 내야 하는 삶의 스타일, 내용에 대한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함께 제기해 나갈 때 그때에 이것이 장기적인 사고의 관성을 가지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소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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