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조작된 이슬람 근본주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조작된 이슬람 근본주의

5% 과격파 빌미 무슬림 전체를 '반문명' 매도

미국 테러사건 이후 연일 서방세계에 난무하는 용어는 이슬람원리주의 집단이다. 광신적 목적과 과격한 응어리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폭력과 테러를 일삼는 그들은 지금 서방세계의 가장 위험한 적으로 떠올랐다.

그들을 응징하는 것은 반문명으로부터 서구사회의 자유와 정의를 지키는 일이라고 대다수 미국인들은 굳게 믿고 있는 것 같다.

이슬람과 폭력, 이슬람과 테러리즘의 동일 이미지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확인되었다. 어처구니 없는 현대판 마녀사냥이 판치는 서구의 집단광기 앞에 지성의 목소리는 잠겨버렸다.

자기 가치에 대한 맹신과 오만은 이미 인류의 보편가치와 다문화 존중이라는 포기해서는 안 될 틀을 이미 무너뜨리고 있다. 극단적 광신과 테러의 화신인 탈레반은 지금 미국에 저항하는 한 테러리스트를 보호해주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미국에 의해 절단나고 있다.

겨우 하늘을 가리는 텐트마저 미사일에 찢겨 날아가고, 먹을 것이 없어 거리를 방황하던 어린 자식들과 가족들이 영문도 모르고 죽어가고 있다. 미국이 덮어씌운 이슬람 원리주의자들과 한 하늘에서 함께 숨을 쉰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이처럼 서구가 그토록 즐겨 사용하는 이슬람 원리주의라는 용어에는 매우 위험한 서구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우선 이슬람세계에는 Islamic Fundamentalism의 우리말 번역인 이슬람 원리주의 혹은 근본주의라는 용어가 없다.

원리주의라는 용어는 1920년 미국에서 과격한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의 극단적인 세속화 반대운동에 처음 붙여졌다. 그리고 원리주의라는 말이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후반 이후 미국 기독교의 보수적인 경향과 그것을 대변하는 사회운동과 관련해서다.

기독교 원리주의가 이슬람 원리주의보다 먼저 등장한 것이다. 기독교 원리주의는 성서의 절대적인 무오류성과 교의의 순수성을 믿는 입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슬람원리주의는 1940년대 서구식 정치질서와 세속주의에 반대하는 일체의 이슬람운동에 서방세계가 그들의 기준으로 갖다 부친 용어이다.

그러나 서구세계가 사용하는 이슬람원리주의는 일반적으로 반서구 노선을 표방하거나 세속정부에 저항하는 일련의 모든 이슬람 운동을 악의적이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용어는 최근 지구상의 거의 모든 이슬람 부흥운동에 적용시켜 이슬람은 반문명적이고 비인도적이며 위험하다는 논리의 비약으로 발전되고 있다.

결국 이슬람교도들의 절대 다수가 이슬람 원리주의자이고 그들 대부분이 응징되어야 할 위험한 존재임을 부각시켜 이슬람 세계에 대한 서방의 부당한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한 고도의 수법이라고 많은 이슬람인들은 믿고 있다.

그렇다고 이슬람 세계가 완전히 자기의 가치회복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19세기말에 본격화된 이슬람 부흥운동은 종교적 가치와 전통의 견실한 바탕 위에 서구의 앞선 기술과 과학을 접목하자는 계몽운동이다.

이러한 개혁성향의 이슬람 부흥운동은 근년에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의 이슬람권 지배력 강화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 두둔, 코소보 보스니아 체첸 카슈미르와 같은 분쟁 지역에서의 무슬림 대량박해에 대한 서방의 방관자적 태도 등에 자극을 받아 일부 과격한 성향을 띠게 된 것이다.

이슬람권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과격단체는 서구의 끊임없는 경제적 착취와 이슬람 가치체계에 대한 흠집내기에 극단적으로 반응하면서 폭력에 호소했다. 그리고 소수의 폭력적인 성향의 배경에는 다른 평화적 저항 수단을 앗아가 버린 서구 자신의 책임이 엄연히 도사리고 있다.

빼앗긴 자들의 절규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이익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서구의 독선과 오만이 바로 이슬람 급진주의의 최대 후원자인 셈이다. 걸프해에서 철저한 미국의 경찰국가로 자처했던 팔레비 샤 정권이 이란의 이슬람 정권 태동을 가능하게 해주었고, 오랜 일당 군부독재와 프랑스의 지원이 알제리에서 FIS(국민구국당)의 집권가능성을 만들어 주었다.

서구지향의 튀니지나 이집트에서 무슬림 형제단이 끈질긴 저항을 계속하는 것도, 이슬람국가 중에서 서구화와 세속화가 가장 성공했다는 터키에서조차 1996년 이슬람당이 세속공화국 75년만에 처음으로 집권을 경험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중동은 인류가 처음으로 문명을 일구어 낸 땅이고, 다양한 이념들이 함께 하는 경험을 오랜 역사를 통해 축적해 간 공존의 현장이었다. 오랜 공존과 조화의 보이지 않는 약속은 20세기가 시작되면서 서구 강대국들의 경제적 야욕과 문명의 이름으로 남의 가치를 무참히 짓밟는 야만에 의해 산산이 깨져버렸다.

종교간에, 민족간에, 종파간에 그리고 국가간에 끊임없는 분쟁과 갈등, 테러와 전쟁이 중동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버렸다. 근대화의 과정에서 서구와의 접촉으로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착취와 부도덕뿐이었다는 과거 역사에 대한 뼈저린 경험은 다른 저항수단을 잃어버린 이슬람 급진세력의 극단적인 투쟁을 불러오기도 했다.

지난 1세기 동안 지배하면서 착취하고, 그 자원을 배경으로 선진 공업국으로 또 경제군사대국으로 발돋움한 가진 서구가 이제 좀 양보할 때가 되었다. 뚜렷한 전쟁명분도 없이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되는 아프간 폭격 비용의 10분의 1만 가난한 팔레스타인과 굶주리는 이슬람 집단에게 주어진다면 몇십 배 효율적이고 인도적인 테러근절이 되지 않겠는가?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