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론스타의 보유지분 매각-하나금융지주 인수 과정에서 나타날 론스타의 '마지막 먹튀'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의 등장 가능성은 아직 거론하기 힘들다. 사실상 공을 쥔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기는커녕, 변죽만 울려대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과 시민·노동단체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외환은행 매각 무효를 주장하며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통합진보당 심상정 공동대표(가운데)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
정부도 "은행법 내외국인 동일 적용" 주장했으면서
27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심사가 모두 엉터리였다며, 한국의 금융감독당국을 "론스타의 앵무새"로 비판했다.
전 교수는 특히 최근 경제개혁연대가 정부와의 오랜 소송 끝에 얻어내 언론에 공개한 과거 인수승인 당시 정부의 엉터리 심사 자료를 거론하며 "금융당국이 더 이상 궤변에 기대 자기모순의 늪에 빠지지 말고, 은행법 규정 그대로를 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의 자료 공개로 인해 과거 정부의 론스타 관련 심사가 모두 엉터리였음이 입증됐음에도, 금융당국은 여전히 "론스타는 금융자본"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6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보고에서 경제개혁연대, 전 교수 등이 지난해 기준으로 론스타가 소유한 일본 내 비금융계열사 자산 등을 모두 고려하면 은행법상 론스타가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본)임이 맞다고 지적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근거로 행정조치를 취하기에는 이론(異論)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권 원장이 주장한 '이론'은 그간 금융당국이 강조해왔던 내용의 반복이다. "비금융주력자 제도는 국내 산업자본의 은행 사금고화 방지를 위해 마련된 것"으로 "(해외자본인) 론스타의 특수관계인 범위를 제한 없이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당시부터 금융감독당국의 일관된 논리였다. 은행법을 기계적으로 해석하면 론스타가 산업자본일 수 있으나, 이 법의 설립 취지는 국내 재벌자본 규제이므로 론스타에 적용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또 특수관계인을 포함할 때 일부 조항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 역시 금융당국의 주요 논지였다.
전 교수는 이에 대해 "이와 같은 은행법의 '창조적' 해석 논리는 지금도 금융감독당국자들이 앵무새처럼 되뇐다"며 "그러나 과거 정부의 입장을 보면, 이미 정부는 은행법 적용에 내외국 자본 차별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2003년 9월 4일 변양호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의 공보관이 발표한 정부의 해명자료를 보면, 정부는 "현행 은행법상 은행 주식 소유한도에 관한 규제에 있어서 내·외국인 간에 차별은 없다"며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경우에도 내국인이나 외국인 모두 원칙적으로 은행의 의결권 있는 주식의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 스스로 모순되는 논리를 가져다 쓰는 셈이다.
새 의혹도 제기…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으로 이익 보는 사람 숨겼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새로운 의혹도 제기됐다. 경제개혁연대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이익을 보는 외환은행 내부자의 존재를 정부가 숨긴 것 아니냐"는 것.
론스타의 2003년 8월 21일 현재 승인신청서류 중 하나였던 영문 조직도를 보면, 론스타 펀드 IV에는 '허드코 파트너즈 IV 코리아(HudCo Partners IV Korea, Ltd.)'라는 조직이 있고, 이 회사는 '외환은행 피고용자 공동 투자기구(employee co-investment vehicle)'다. 이 회사는 론스타 펀드 IV의 최대 2% 지분을 가질 수 있게 돼 있다.
전 교수는 이 회사의 성격에 대해 "아마도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는 데 기여한 외환은행 내부자에게 매각의 과실을 누리도록 허락한 통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 회사는 2003년 9월 26일 금감원이 금융감독위원회 회의 제출을 위해 만든 자료에서 사라졌다. 또 론스타 승인신청 직후 열린 금감위 간담회 안건자료에 수록된 투자구조도에도 이 회사의 존재는 삭제됐다. 당시 금감위는 공식 회의 일정을 잡았다 갑자기 간담회로 일정을 바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결의했다.
론스타 펀드 구조도는 또 있다. 금감원이 전날 배포한 투자구조도는 과거 두 자료와 또 다르다. 이 구조도는 론스타 펀드의 투자구조가 변경된 후 LSF IVB Korea I 펀드가 새로 만들어 졌고, 이 산하에 LSF IVB Korea II 펀드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6년 9월 8일에 밝힌 구조도는 두 펀드가 상호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전 교수는 "금감원이 이처럼 급하게, 굳이 론스타가 제공한 투자구조도를 수정해야 했던 이유에 대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LSF IVB Korea I, II 펀드는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 의혹의 중심에 있던 펀드다. 과거 구조도가 틀렸다면 금감원은 금감위에 허위 보고를 한 것이고, 전날(26일) 구조도가 틀렸다면 금감원이 국회에 허위 보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이 두 회사의 실체가 무엇이고, 그 투자자는 누구며, 상호 간 출자관계는 어떠한지에 대해 검찰, 감사원, 또는 국회 차원의 엄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론스타 펀드IV 산하에 존재하던 HudCo Partners Korea IV)의 존재는 금감원 심사 과정에서 사라졌다. ⓒ경제개혁연대가 정보공개청구소송을 통해 받은 자료에서 캡처 |
행동 나설 조직 있나
이에 따라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전날 열린 정무위 최고 현안이 바로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였다. 민주통합당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의원들도 론스타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이 제대로 된 심사를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사태의 실체를 밝혀내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통합당이 국회 등원 조건으로 한나라당이 제안한 론스타 관련 국정조사 철회 카드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검찰의 수사 개시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 문제의 실체를 밝혀낼 가능성이 사실상 전무해진 셈이다.
17대 국회 당시 이 문제에 큰 관심을 보였던 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민주통합당이 강조한 '개혁'이 레토릭(수사)에 불과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자꾸만 든다"며 "내년 총선 후 국회가 가장 먼저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나서야 할 문제가 바로 론스타 사태다. 국정조사를 포함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영구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도 "론스타 사태는 관료, 법조, 경제계 등 우리나라 권력집단의 총체적인 범죄가 응축된 문제"라며 "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부터 당시 이 문제의 핵심이었던 재경부 장관이었다. 민주통합당이 권력을 잡는다손 쳐도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