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꼭두각시 당'의 국회 농락 본회의장 연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꼭두각시 당'의 국회 농락 본회의장 연설

민주, 민생, 정의당 등 대부분 연설 청취 거부…연설 내용은 '심재철 판박이'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득표용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교섭단체 대표 발언을 했다. 미래한국당은 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자매 정당"(지난달 14일)이라고 인정한 바 있는 정당이다. 정의당 등은 위성정당에 발언 기회를 부여한 것 자체가 문제라며 규탄 행동에 나섰다.

3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비교섭단체 대표 발언 연설자로 연단에 올랐다. 국회는 매 집회(정기회·임시회)마다 20석 이상의 의석을 가진 교섭단체에는 40분 간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할 수 있게 하고, 비교섭단체 중 5석 이상을 가진 정당에는 15분 간의 발언 기회를 준다.

미래한국당은 한 대표와 사무총장인 조훈현 의원, 김성찬 의원(재선), 정운천·이종명 의원(이상 초선) 등 5석을 갖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조 의원과 이 의원은 통합당(옛 자유한국당 시절) 의원총회에서 제명돼 풀려난 후 미래한국당으로 왔다.

한 대표의 연설 내용은 지난달 19일 진행된 통합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등 통합당 주장과 거의 비슷했다. 코로나19 감염사태와 관련해 한 대표는 "재앙 키운 문재인 대통령은 사과부터 해야 한다"며 "중국발 전염병이 대한민국의 국가적 재앙이 된 것은 문 대통령의 남 탓, 굴종외교 때문"이라고 했다.

앞서 통합당 심 원내대표는 지난달 19일 "지난 문재인 정권 3년은 그야말로 '재앙의 시대'였다"며 정부가 "부실 늑장 대응"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한 대표는 또 코로나19와 관련해 "방역 실패를 덮으려는 것이 아니라면 문 대통령은 복지부 장관부터 즉각 경질하시라"며 "시진핑 주석은 '우한 폐렴'의 발원지를 밝히라고 지시했다. 이제는 '한국 폐렴'이라 우길 상황까지 갈지 모른다"고 반중 정서를 부추겼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은 무능하고 거짓말까지 한 박능후 장관, 즉각 사퇴시켜야 한다"고 했다.

한 대표는 4.15 총선과 관련해서는 "심각한 관권선거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무총리, 법무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등 선거행정과 선거법 위반 수사를 이끄는 자리를 모두 여당 현역 의원들이 차지하고 있다"며 "특히 청와대는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의 수사 대상으로, 공명선거를 기대하기 대단히 어려운 환경"이라고 했다.

심 원내대표는 지난달 19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현재 선거관리의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진영 장관과 선거사범을 단속할 법무부의 추미애 장관, 그리고 내각을 총괄하는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모두 여전히 민주당 당원이다. 이래서야 어떻게 중립적 선거관리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했었다.

경제·사회정책 면에서도 기업 규제 완화, 분양가 상한제 폐지, 자사고·특목고 폐지 반대 등 통합당 교섭단체 대표 연설과 거의 판박이인 주장이 담겼다. 다음은 두 정당 대표 연설의 주요 부분이다.

- "전국 주요도시 노후 공동주택의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습니다. 직주근접과 편리한 교육·의료·교통 인프라는 모든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환경입니다. 부작용만 일으킨 분양가 상한제는 폐지하겠습니다." (심재철, 2.19)

- "부작용만 양산한 분양가 상한제부터 폐지하겠습니다. 서울 뿐 아니라, 전국 주요도시의 노후한 공동주택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습니다. 녹물 먹지 않을 권리, 마음 놓고 주차할 수 있는 권리는 마땅히 국민이 누려야 할 권리입니다" (한선교, 3.3)

- "미래통합당은 자사고·특목고의 순기능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일반고의 경쟁력을 높여가겠습니다" (심재철)
- "미래한국당은 자사고·특목고의 순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반고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방안을 찾겠습니다" (한선교)

- "해외로 나간 기업과 공장이 국내로 돌아오도록 제도를 바꾸고 경영 환경을 개선하겠습니다. 노동개혁도 피할 수 없는 시대의 과제입니다. 경직되어 있는 노동시장은 진입장벽을 높이고 기업의 고용을 더 어렵게 합니다. 노동을 유연화해야 고용도 더 늘어납니다" (심재철)


- "기업 투자를 막고 있는 이중삼중의 규제를 풀고, 유연하고 탄력적인 인력 운용이 가능하도록 만들겠습니다" (한선교)


이런 내용으로 한 대표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국회 본회의장은 텅텅 비다시피 했다. 민주당 의석은 앞의 몇 자리를 제외하면 대부분 비어 있었다. 일부 의원들은 2시 본회의 개최 시각에 맞춰 회의장에 들어와 있다가, 한 대표가 연설을 시작하자 말없이 퇴장하기도 했다.


민생당 의원 19명과 무소속 이용주 의원 등으로 구성된 연합 교섭단체 '민주통합의원모임'은 한 대표의 연설을 보이콧하기로 결정했다. 민생당은 김정현 대변인 논평에서 "위헌적 비례 위성정당이 버젓이 법적 제도적 허점을 뚫고 국회 본회의장에 서서 연설을 하다니 참담하다"며 "안방에 쳐들어온 도둑이 몽둥이를 들고 일장 훈시를 한 꼴"이라고 규탄했다.

김 대변인은 "더욱이, 20대 국회가 국정 농단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시켰던 그 본회의장에서, 친박 인사가 당 대표로, 5.18 망언자가 후원회장으로 나선 정당을 다시 보니 기가 막힌다"며 "깊은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정의당도 당 공식 명의로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연설 중단을 요청한 데 이어 의원총회를 열어 '보이콧' 입장을 정했다. 이들은 본회의장 앞에서 "위헌정당 가짜정당 미래한국당 해산!"이라고 쓰여진 현수막을 펼쳐들고 항의 행동을 하기도 했다.

윤소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정의당은 위헌적인 위성정당이 헌법 기관인 국회에서 연설하는 것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며 "위성정당의 국회 연설을 막기 위한 모든 방도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중당 김종훈 의원도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미래한국당 대표가 연설을 하는 동안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않을 생각"이라며 "국민을 우습게 여기고 국회를 모욕하는 처사"라고 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