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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일본이 제안한 '제3국 중재위'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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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일본이 제안한 '제3국 중재위' 검토해야"

"일본은 분쟁 절차 따라, 우리 정부가 비외교적 대응"

일본의 한국 대법원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 제안 답변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보수 야당과 여권 일각에서도 일본의 제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본이 제시한 답변시한은 오는 18일이다.

정양석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6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본은 철저하게 한일협정에 의한 분쟁 절차를 따랐고 우리 정부야말로 비외교적으로 대응했다"며 "지난 8개월 간 우리 정부의 무대응이 한일 무역분쟁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정 수석부대표는 그 배경에 대해 "한일협정에 의하면 분쟁이 발생했을 때 3단계로 절차를 규정한다"며 "일본 측은 금년 1월부터 한일협정상 분쟁 절차에 따라 외교적 협의를 요청해 왔으나 우리는 대응이 없었다. (자산 압류 조치가 통보된) 5월에 일본은 2단계를 요구했고, 우리 정부는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6월 18일 일본은 제3국 중재위원회를 요구했고 청와대는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당 유기준 의원도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65년 청구권협정에 보면 양국의 해석 이행 과정에서 분쟁이 생긴 경우 제3국 중재위원회가 하나의 방법으로 예시가 돼 있다"며 "그런데 정부는 일본이 정부 간 협의를 요청한 것도 거절했고, 만일 이번 중재위 회부 요청을 거부할 경우 일본이 다시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나 또 다른 추가보복 등이 예상되기 때문에 어쨌든 청구권 협정 관련 분쟁이라고 판단된다면 일본에서 말하고 있는 것도 한 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일본 주장을 수용하자는 얘기냐'는 라디오 진행자의 재질문에 "수용하는 부분은 우리가 국민 여론을 모아야 될 필요가 있는 것이고, 현재로서 이것(일본 제안)을 즉각적으로 거절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우리가 또 한다고 한다면 소위 말하는 '맞대응'이 될 것"이라며 "그로 인해 갈등이 증폭되면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일단 이 부분에서 검토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다시 주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제3국 중재위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대통령이 직접 강경 대응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외교적 대응을 강조하는 등 보조를 맞췄다.

나 원내대표는 "이 사건은 결국 외교문제의 사법화가 낳은 비극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다시 외교로 돌아가야 한다"고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그는 "다행히 어제 문 대통령이 '우리가 제시한 방안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 바 없다'는 개방적인 자세를 보였다. 진지한 제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말했다.

일본의 '제3국 중재위' 제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자는 주장은 앞서 범(汎)보수진영 내에서 이미 나온 바 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지난 8일 최고위원회 회의 공개발언에서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답변이 없을 경우 추가 보복 조치도 예상된다고 한다"며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본 기업에 대한 법원의) 자산 압류 절차를 잠시 보류하고 중재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심각히 생각해 그 결정을 기다리는 방법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여당 기류는 부정적이다. 한국 정부는 앞서 일본에 대해 제안한 '한일 양국 기업이 출연한 기금으로 위자료를 부담한다'는 내용의 제안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본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을 받아들인다면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저희들이 외면·훼손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당 내 일각에서도 일본 주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회 사무총장, 4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성곤 전 의원은 지난 14일 민주당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마지막 해결 방안인 제3국 중재안을 받아들여 급한 불을 꺼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날 <세계일보>가 보도했다.

이에 따라 18일로 예정된 문 대통령과 5당 대표 간의 회동에서 제3국 중재위 문제가 의제로 다뤄질지 주목된다. 바른미래당은 손 대표가 직접 검토를 촉구했었고, 민주당·한국당 내에도 검토 내지 수용을 주장하는 당내 의견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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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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