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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된 코미디언, 그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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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된 코미디언, 그는 누구인가?

드라마 재연한 현실 대선, "또다른 재벌 하수인 일뿐" 경고도

드라마에서 대통령 역할을 했을 뿐 정치경험이 전무한 연기자가 우크라이나의 실제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특히 이 연기자는 유명 코미디언이다.

21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대선 결선 출구조사 결과에서 코미디언 출신 정치 신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가 페트로 포로셴코(53) 현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이긴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개표 과정에서도 출구조사와 비슷한 차이가 나자 포로셴코 대통령은 곧바로 패배를 시인했다.

젤렌스키의 당선을 두고 여러 시각이 엇갈린다. 미국의 트럼프, 프랑스의 마크롱,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슬로바키아의 카푸토바 등, '기성 정치인'이 아닌 인사가 대통령이 된 경우에 빗댈 수도 있다. 현재 미국 대선에서도 '기본소득(UBI)' 등 파격 공약을 내세운 대만 이민자 출신 앤드류 양 등이 주목받고, '정치 백전 노장'인 바이든이 '기성정치인'으로 지목돼 몰락 조짐을 보이는 현상도 쉬이 볼 게 아니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탈정치'의 현상에 하나의 사례를 더 보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문제는, 젤렌스키의 당선이 결코 환영할만한 결과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기득권'의 꼭두각시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코미디언 젤렌스키가 21일 우크라이나 대선 출구조사 결과 압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나자, 곧바로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AFP=연합

젤렌스키 배후에는 또다른 재벌?


현재까지 젤렌스키 후보와 포로셴코의 득표율은 출구조사의 73.2%와 (포로셴코 25.3%) 거의 비슷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젤렌스키는 1차 투표에서도 1위(30.2%)를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고, 포로셴코 대통령의 득표율은 16%에 불과했다. 젤렌스키 후보는 "결코 여러분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젤렌스키가 대통령이 된 현상에 대해 "오죽하면..." 이라는 반응이 일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젤렌스키는 포로셴코와 대립하고 있는 금융재벌의 대리인에 불과하다는 혹평도 나온다. 실제로 젤렌스키는 이스라엘에 망명중인 우크라이나 금융재벌 이고르 콜로모이스키가 소유한 우크라이나 방송 채널 ‘1+1’을 통해 지난해 12월 31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미 당시 우크라이나 정가에서는 콜로모이스키가 자신이 소유한 우크라이나 최대 은행 프리바트방크를 지난 2016년 포로셴코 정부가 국유화한 데 대해 보복하기 위해 젤렌스키를 대선 후보로 내세웠다는 분석이 대두됐다.

젤렌스키 후보는 ‘국민의 종’이라는 인기 TV 프로그램에서 주인공을 맡아 인기를 얻은 코미디언이다. 2015년부터 방영돼 지난달 세 번째 시즌을 시작한 이 작품에서 그는 부패한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하다가 하루 아침에 대통령이 된 고등학교 교사를 연기한다.

젤렌스키가 대통령에 실제로 당선되는 과정도 드라마와 흡사하다. 극 중에서 역사 교사인 그가 욕설까지 하며 정부의 부정부패를 비판하는 모습을 한 학생이 휴대전화로 촬영해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이 선풍적 인기를 끌게 된다. 제자들의 설득에 못 이겨 재미 삼아 대선에 출마해 당선이 되는데, 뜻밖에 대통령이 된 그는 부패 정치인과 신흥재벌을 척결하는 개혁 정치를 펼친다.


실제 대선 구도도 드라마와 비슷하다. 제과 재벌 출신인 포로셴코 대통령은 부패 사건에 여러 차례 연루됐다. 경제 파탄 책임론은 물론, 러시아와의 갈등 등 외교안보에서도 무능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젤렌스키 후보의 선거공약도 부패 척결과 세제 개혁, 투명한 부동산 시장 조성, 에너지 자급자족 실현 등 포로셴코의 약점을 파고 든 것이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5년째 계속되고 있는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과 정부군간 무력 분쟁을 끝내겠다는 약속도 내걸었다. 돈바스 분쟁은 러시아 푸틴 정권이 반군을 지원하면서 지금까지 사망자만 1만3000명이 넘는다.

영국의 <가디언>은 "젤렌스키의 선거유세는 드라마와 현실의 경계를 흐리는 방식이었다"면서 "정치 적폐 일소와 올리가르히(신흥재벌) 해체를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공약은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젤렌스키 자신이 신흥재벌 콜로모스키와 연계됐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도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5년전 포로셴코도 '광장 혁명'을 통해 대통령으로 선출된 신화의 주인공이었다. 유권자들은 억만장자 출신의 포로셴코에 대해 경제 활성화 등의 기대를 걸었지만, 이는 실망으로 귀결됐다.

<가디언>은 "유권자들은 젤렌스키와 포로셴코 두 후보 어느쪽에도 큰 기대를 보여주지 않았고, 최악과 차악 사이의 선택을 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한 유권자는 "싸구려 가게에서 모든 과일이 썩었는데, 샅샅이 뒤진 끝에 상대적으로 가장 덜 썩은 조각을 찾아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은 군 최고사령관과 국가안보회의 수장직도 겸한다. 이때문에 젤렌스키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협상해 돈바스 분쟁을 해결하겠다는 선언에 대해 "빠른 속도로 러시아의 영향력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서구의 세력 대결에 있어 지정학적 접점이다. 젤렌스키 집권 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젤렌스키의 승리가 유력하자 곧바로 축하 전화를 한 것도 이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최초의 유대인 대통령이 될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원칙적으로 지지하는 친서방 인사로 분류되지만,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동부 지역 출신으로 나토 가입은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등 유동적인 모습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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