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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황우석' 이병천 '불법 동물실험·학대 의혹'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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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황우석' 이병천 '불법 동물실험·학대 의혹' 파문

막대한 정부 사업도 독식... '이병천 카르텔' 의혹

인천국제공항에서 농축산물 검역탐지견으로 국가를 위해 활동해온 복제견이 퇴역 후 보살핌도 못받고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의 불법적인 동물실험으로 학대 받다가 죽었다는 의혹이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교수는 동물복제 연구 1인자로 '제2의 황우석'이라고도 불리지만 '황우석 연구팀’ 일원으로 논문 조작 등으로 중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으며, 오래 전부터 불법적 동물실험과 학대를 해왔다고 동물보호단체들로부터 규탄을 받아온 인물이다.

최근 이 교수 연구팀의 불법적 동물실험을 폭로한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우수한 탐지견의 체세포를 복제해 탄생시킨 '메이'라는 이름의 비글은 2013년부터 5년간 국가 사역견으로 탐지견 복무를 했다. 퇴역한 이후인 지난해 3월 이 교수 연구팀이 실험을 위해 메이를 데리고 갔다고 한다. 이것 자체가 동물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 동물보호법은 장애인 보조견 등 사람이나 국가를 위해 사역하고 있거나 사역한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금지하고 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페이스북

국가 사역견 메이, 퇴역 후 불법적 동물실험에 희생

하지만 메이는 8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초주검이 된 상태가 됐다. 이 사실이 뒤늦게 세상에 알려지자, 서울대 측은 메이가 이미 지난 2월에 죽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따르면 초주검 상태인 것을 확인했을 당시 메이는 "아사 직전으로 생식기가 튀어나온 채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고 휘청이며 옮겨지고 있었다"고 한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를 위해서 일했던 국가 사역견이 평생 고통으로 살아가야 할 실험실 철창에서 생을 마쳤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화가 나다 못해 우리 자신이 부끄럽다"고 분노했다.

이 단체는 지난 16일 “이제라도 메이와 함께 서울대 수의대의 실험용이 된 복제 탐지견 페브와 천왕이를 하루 빨리 고통의 실험실에서 꺼내야 한다"면서 청와대 청원도 제기해 3일만인 19일 8만 명에 육박하는 시민의 지지 서명을 받았다.


▲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 연구팀의 불법적 동물실험. 학대 의혹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5년 '황우석 사단'으로 불렸던 연구진들. 왼쪽부터 이병천 교수, 황우석 교수, 안규리 교수.ⓒ연합뉴스

서울대의 구조적인 비윤리 수준 드러나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이병천 교수팀은 은퇴 탐지견들을 대상으로 잔혹한 동물실험을 했을뿐 아니라 불법적인 동물실험으로 빈사 상태로 만드는 등 학대 행위까지 저지른 것으로 의심된다"면서 "이 교수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22일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병천 교수는 2017년에도 '카라' 등 여러 동물보호단체로부터 식용견을 대량 헐값에 매입해 동물실험을 하고, 실험동물을 학대하는 등 연구윤리를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복제견 메이의 참혹한 죽음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지자 서울대는 19일자로 이병천 교수의 관련 연구를 중단시키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대 자체의 윤리 의식에 의문이 드는 구조적인 문제도 함께 드러났다. 논문조작 혐의로 중징계를 받고 사기, 동물학대 등의 혐의까지 받았던 이병천 교수가 서울대 동물실험윤리 위원이며, 실험동물자원관리를 총괄하는 원장인 사실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서울대는 동물실험 계획서를 심사하고 사후 점검하는 총장 직속 '동물실험 윤리위원회' 위원장 박재학 교수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물실험윤리위는 실험 중인 동물이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지 평소에 보고받는 권한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메이가 죽었다는 사실도 보고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에서 메이처럼 동물실험으로 학대받는 동물은 정부 관리감독의 손길도 미치지 못한다. 동물 실험의 윤리성과 적절성 등을 관리 감독하는 '실험동물에 관한 법'에는 대학 등 교육기관이 제외돼 있다.

국내 대학에서 한 해 실험에 쓰는 동물은 약 100만 마리로, 국내 동물 실험의 34%를 차지하지만, 대학 실험에 쓰이는 동물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이병천 카르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이 교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발주한 복제견 사업을 10년째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 정부 예산 13억 원 등 모두 17억 원이 투입돼 4년간 20여 마리의 복제견을 만들고, 2016년부터는 복제견 품질 향상 사업에 5년 동안 25억 원의 정부 출연 연구비를 투입한 사업이 진행중인데, 모두 이병천 교수 연구팀의 수주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4년간 '우수 검역탐지견 복제생산 연구'라는 이름의 사업은 이병천 교수팀이 단독 공모해 선정됐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검역기술 고도화를 위한 스마트 탐지견 개발' 사업은 황우석 박사팀(수암생명공학연구원)과 이 교수팀이 경쟁했지만. 이 교수팀이 최종 선정된 것이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2012년 진행한 예산 11억 원의 '정부 우수 특수목적견의 복제 생산 및 보급' 사업에도 이병천 교수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부터 추진된 예산 43억 원의 '반려동물연구사업단'에도 이병천 교수가 단장으로 참여하고 있다.

관가와 학계 일각에서는 "사업을 수주할 대상이 사실상 정해진 복제견 사업을 막대한 정부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타당성에 의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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