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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주권자 권리'에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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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주권자 권리'에 목마르다

[기고] 국민소환제·국민발안제·국민투표제, 도입해야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나온다"는 힘찬 선언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 선언은 헌법의 후속조항에 의해 곧 빛을 바랜다. 어쩌면 일반시민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뜻임이 드러난다고 해야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지금 같아서는 헌법 제1조가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나와 대통령, 국회의원, 법관의 손아귀에 들어간다'고 규정해야 더 정확하다. 헌법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선언할 때 염두에 둔 민주주의는 철저한 대의민주주의다. 현행헌법의 민주공화정에서 주권자인 국민은 대의권력(대통령과 국회의원, 시도지사 등)을 4,5년에 한 번씩 선거할 수 있을 뿐이다. 심지어 개헌권도 국회가 독점할 뿐 주권자인 국민에게는 남아있지 않다.

헌법 제정권과 헌법 개정권은 주권자의 핵심권리다. 헌법 제정은 이미 과거의 일이라 오늘의 주권자는 특단의 혁명적 상황이 없는 이상 헌법 제정권은 못 갖고 헌법개정권만 갖는다. 다시 말해서 평시에는 헌법개정권이 곧 헌법 제정권이다. 헌법개정권을 못 가진 주권자는 주권자라고 하기 어렵다. 그런데 우리헌법에 따르면 헌법개정발의권은 대통령과 국회(재적과반수)에만 있다. 국민은 개헌발의권도 갖지 못한다. 대통령이나 국회(과반수)가 발의한 개헌안은 국회가 재적2/3이상의 찬성으로 통과시켜줄 때만 국민이 국민투표로 최종승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국민이 최종단계에 인준투표형식으로 개헌과정에 참여하긴 하지만 그 참여는 아주 형식적인 통과 의례에 지나지 않는다. 개별조항을 수정보완도 못하고 그저 통으로 찬반의사만 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우리나라의 대의민주주의는 현재 명색이 주권자인 국민한테 실질적인 헌법개정권, 특히 개헌발의권조차 없는 대의권력 절대우위 순수대의민주주의체제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대의민주주의국가가 이런 것은 아니다. 대의민주주의국가에서도 국민들이 개헌발의권을 갖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혁명이나 전쟁, 체제변경을 거쳐 지난 30년 사이 만들어진 현대헌법일수록 이런 경향이 현저하다. 물론 스위스처럼 국민발안과 국민투표 등 직접민주주의전통이 뿌리내린 예외적인 나라가 있는가하면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불신의 표출방법이자 극복방안으로 국민이 개헌발의권을 넘어 법률발안권, 국민투표권, 국민소환권 등 다양한 직접민주제적 주권자권리를 도입한 나라들도 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국민도 1972년까지는 최소한 개헌발의권을 갖고 있었다. 한 번도 활용되지 못했지만 유권자 50만 명을 모아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었다. 유신친위쿠데타세력은 훗날 이른바 유신헌법 개정을 요구할 국민의 무기가 될까 두려워 유신헌법 제정 시 국민의 개헌발의권부터 깡그리 박탈해갔다. 그 후 47년이 지났지만 우리 국민은 아직까지도 개헌발의권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심지어 2017년 봄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 발의한 대통령헌법안도 국민의 개헌발의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대통령헌법안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응이 미적지근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개헌발의권의 불인정이었다.

반면 국민은 개헌발의권을 강렬하게 원한다. '국회를바꾸는사람들'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지난 1월 21일자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무려 78.6%가 국민개헌발의권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11.6%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 국민은 남녀노소, 계급계층, 사는 지역을 불문하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가 개헌발의권도 없는 현 상황을 용납하지 못한다. 국민은 국회의 무능과 나태로 필요한 개헌이 지체될 때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는 원 포인트 국민개헌안을 직접 발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개헌발의안은 국회에서 설령 부결되더라도 그 찬반이유와 함께 국민투표에 부의될 기회를 가져야 한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2.8%는 국회의원을 거치지 않고 직접 법안을 낼 수 있도록 국민의 법률안발안권을 강력하게 원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뿐만 아니다. 우리 국민의 82.4%는 국회가 통과시킨 신규법률 제, 개정안을 놓고 일정한 기간 내에 비토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 붙일 주권자의 권한을 요구한다. 국회입법권에 대한 일종의 국민비토권 확보요구는 반대응답자가 7.7%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 우리 국민들은 아주 드물게 행사될 개헌발의권보다는 매 회기마다 쏟아져 나오는 신규법률 가운데 몇몇 논란법률에 대한 비토여부를 결정할 국민투표권 행사를 더 중요하게 여길 만큼 성숙했다.

나아가서 우리 국민은 형편없는 국회의원을 임기 중에 파면하기를 원한다. 무려 88.0%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반면 반대는 6.4%에 그쳤다. 우리 국민은 임기보장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이 농땡이치지 못하게 만드는 국민의 무기로 국민소환제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국민소환제가 도입되면 국회의원감시운동이 좀 더 활성화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소환선거를 조직할 수 있어서 감시운동의 실효성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국회의원을 이를테면 3선까지만 허용하는 선수제한제 도입도 국민의 68.4%가 찬성하고 20.7%만이 반대한다.

작년4월 개헌국면에서 한국리서치에 똑같은 주권자권리강화책에 대해 여론조사를 의뢰했을 때도 거의 동일한 조사결과가 나왔다. 정치관련 여론조사에서 가장 압도적이고 가장 고른 시민지지는 이처럼 주권자 권리 강화책에 주어진다. 한마디로 우리 국민은 주권자 권리에 목마르다.

2018년 말 주요국가기관과 사회기관에 대한 신뢰도조사에서도 국회는 언론, 시민단체, 법원은 물론 군대, 경찰, 검찰보다도 낮은 신뢰도를 기록하며 꼴찌를 차지했다. 법원과 검경, 국정원에 대한 적폐청산이 한창이던 작년 연말에 발표된 여론조사결과라는 점에서 국회의원과 정치지도자들이 도무지 얼굴을 들 수 없는 성적이다. 이런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되었듯이 우리 국민은 대의민주주의의 심장이자 명색이 국민대표기관인 국회를 다른 어떤 국가기관과 사회기관보다도 불신한다. 우리 국민의 민주시민의식은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대통령을 탄핵했던 촛불시민혁명을 거치면서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고양돼있는 상태다.

그런 우리 국민이 압도적인 한목소리로 국회개혁을 넘어 국회리셋을 요구한다. 핵심은 국회의 무능과 특권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주권자권리 강화다. 이것이 동반되지 않는 이상 제왕적대통령제 극복에 필수적인 국회권한 강화에도 찬성하지 않는다. 국회의 대표성 제고와 행정부 견제강화에 필수적인 국회의원 정수확대에도 반대한다. 만약에 연동형 선거제도 개혁과 함께 원 포인트 개헌을 해야 한다면 우리 여론조사 결과는 그것이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 국민투표제 도입이어야 한다고 말해준다. 국민의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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