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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씨가 아직도 냉동고에 머물러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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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씨가 아직도 냉동고에 머물러 있는 이유

49재 치렀으나 여전히 요원한 故 김용균 장례식

지난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고(故) 김용균 씨의 49재가 있었다. 김 씨의 장례식은 아직 치러지지 못했다. 시신은 50일 넘게 냉동고에 안치돼 있다.

"제사상에 올린 딸기를 보며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아들이 딸기를 좋아해 평소 한 접시 갖다 주면 포크로 찍어서 엄마 입에 먼저 넣어줬다. 이제는 그렇게 못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아들의 49재 무대에 오른 김 씨 어머니 김미숙 씨가 눈물을 쏟아냈다. 이날 마스크에 작업복을 입은 고인 동료들이 거리로 나서면서 '내가 김용균이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지난 22일부터는 시민대책위 대표 6명이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오늘(31일)로 열흘째가 된다. 단식에 맞춰 충남 태안의료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고인 시신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이전했다.

이들은 왜 아직도 고인을 떠나보내지 않고, 곡기까지 끊어가면서 농성을 하고 있을까.

▲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고인의 분향소. ⓒ프레시안(허환주)

'진상규명'과 '직접고용', 두 가지로 좁혀진 쟁점

청년 비정규직 故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대책위의 요구안은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과 고인 동료의 직접고용 등 두 가지로 좁혀진다.

진상조사 관련해서 지난 18일, 노동부와 산업자원부는 석탄발전소 중대재해 사고원인 분석 등을 위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안을 밝혔다. 국무총리가 조사위 위원장을 위촉하고, 위원을 유족과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가 추천하는 전문가 및 현장노동자로 구성하기로 했다.

남은 건 발전소 비정규직의 직접고용 문제만 남았다. 현재 논의되는 직종은 고인이 일했던 연료환경운전설비와 경상정비 등 두 직종이다. 정부와 대책위 간 여러 이야기가 오가고 있지만 아직 어떤 것도 결정된 게 없다.

대책위는 이중 '자회사 직고용'안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말만 다른 또 다른 하청 고용에 불과하다"며 "고인과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정규직화가 필요한 이유는 일하는 노동자 전체가 하나의 멤버십으로 소통하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아무리 자회사라도 다른 법인이라면, 같은 발전소 내에서 일해도 그들이 다른 시스템에서 다른 일을 하는 완전히 다른 존재"라며 "정규직화는 그런 점에서 노동자들의 시스템을 하나로 통일하는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한 서울시, 그 결과는?

과거 구의역 사고 이후, 서울시는 김 군이 일했던 직군을 정규직화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구의역 사고 2년 뒤 발표된 '구의역 사고 이후 그간의 노력과 향후 보완 과제’를 보면, 서울시는 김군 사고 4개월 뒤인 그해 9월, 외주로 운영해온 지하철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를 직영으로 전환했다. 또한,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인원도 기존 146명에서 206명으로 늘렸다. 4개 PSD 관리소에서 121개 역을 30개씩 나눠 관리한다.

2018년 3월에는 지하철 안전업무 5개 분야에 종사하는 서울교통공사 무기계약직 1285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이들은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차량기지 구내운전, 전동차검수지원 등 안전 내지 정비 분야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이었다.

애초 이들이 받던 연봉은 2015년 기준으로 평균 2322만 원이었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평균 66%가 오른 평균 3865만 원을 받게 됐다. 김 군과 같은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 분야의 경우, 평균 2122만 원 받던 연봉이 3985만 원으로 올랐다.

김 군을 죽게 만든 장애물 센서도 고장이 적은 레이저 센서로 교체됐다. 서울시는 스크린도어의 장애물검지센서를 승강장에서 유지와 보수가 쉬운 기종으로 교체하고, 스크린도어의 고장 상태를 기관사가 쉽게 알 수 있도록 부품도 교체했다.

그 결과, 2018년 1~4월 스크린도어 고장 건수는 961건에 불과했다. 구의역 김 군 사고가 일어난 2016년 1~4월 동안 발생한 1876건과 비교하면 49% 감소한 셈이다. 2017년 1487건과 비교해도 35%가 줄어든 수치다.

광고판이 설치돼 열수 없었던 고정문도 승강장에서 열고 닫을 수 있는 비상문으로 교체됐다. 서울 253곳의 지하철 역사에 설치된 고정형 스크린도어를 열고 닫힘이 가능한 문으로 교체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더는 김 군처럼 노동자가 선로 안으로 몸을 넣을 필요가 없게 된다.

직영화의 힘은 컸다. 과거 여러 하청업체가 나눠서 하던 업무가 하나로 일원화되면서 자연히 안전도 강화됐다. 24시간 승강장 안전문 관제 시스템으로 서울교통공사 컨트롤타워에서 각 지하철역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열차 운행을 통제하게 됐다.

그래서일까. 직영화 이후 지하철 내 노동자들의 사망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 시민단체 대표들의 단식농성장. ⓒ프레시안(허환주)

문 대통령, 해결방안 마련하라고 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은 김용균 씨 사망사고 직후인 지난 12월 17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국정과제로 추진해왔다. 그간 성과가 있었지만 사각지대를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노사, 또는 유관기관 등과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같은 날, 확대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특히 위험·안전분야의 외주화 방지를 위해 더욱 노력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관련해서 어느 하나 정해진 내용이 없다. 고 김용균 씨가 아직도 냉동고에 머물러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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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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