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크게 부각되지 않던 타미플루 부작용이 최근 관심을 끌고 있다. 독감에 걸린 사람,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이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를 복용한 뒤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환각 등의 증세를 보이다가 추락 등 치명적 사고를 당했다는 주장이 잇따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그 결정적 계기는 지난달 22일 부산에서 한 여중생이 타미플루를 복용한 뒤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일어나면서다.
이 사건 뒤 언론은 집중적으로 타미플루의 부작용을 앞 다퉈 다루고 있다. 최근 5년간 부작용사례가 1000건 있었다거나 부작용 3건 중 1건이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일어나 이 연령대에서 압도적으로 높다거나 여성이 남성에 견줘 2배 더 부작용에 시달린다는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타미플루 부작용으로 독감 환자들이 오심, 구토, 설사 등 위장관계 증상과 간독성, 가려움, 두드러기 등의 피부증상, 경련과 같은 신경학적 유해반응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다른 조사 분석에서는 환각과 환청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의료계는 언론의 이런 집중보도 때문에 자칫 독감에 걸리고도 타미플루 처방과 복용을 꺼리는 독감 환자들이 크게 늘어나 외려 병을 키우는, 더 큰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다시 말해 독감 환자가 타미플루 복용을 중단하거나 기피하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감, 방치하면 매우 위험한 합병증 유발
독감은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게 되면 폐렴 등 치명적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생명까지 위협하기도 한다. 특히 노약자나 만성중증질환자 등에게 독감은 매우 위중한 질환으로 진전되기 때문에 결코 예사로 넘겨서는 안 된다.
부산 여중생 사망과 타미플루와의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식약처는 타미플루 사용 설명서에 소아나 청소년 환자가 복용할 경우, 이상행동을 면밀히 관찰하고 집에서 약을 복용한다면 최소 이틀 동안은 보호자가 함께 있어야 한다고 표기토록 하는 주의조치를 하고 있다.
여중생 사례를 포함해 타미플루 부작용 증상으로 보고된 신체 증상들은 독감 자체에서 생기는 고열로 인해 생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는 인플루엔자로 인한 뇌염이나 뇌수막염과 같은 뇌증도 유발된다는 것이다. 타미플루 자체 때문에 이런 증상이 생길 가능성은 외려 독감 자체보다 더 낮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일상생활에서 좋은 건강습관만 잘 지키고 실천하면 독감 환자가 타인에게 인플루엔자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아 유행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도 독감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가장 손쉬운 독감 예방법은 예방접종
독감 예방과 전파 확산 방지에 가장 좋은 방법은 해마다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지만 혹여 독감이나 감기 등에 걸렸다 하더라도 기침할 때 적절한 예절을 잘 지키고 손을 자주 씻는 것만으로도 호흡기질환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CDC는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65세 이상의 노인에 대해서 의료기관이나 보건소 등에서 이미 독감 백신 무료접종을 해오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60세 이상이면 무료접종을 해준다. 따라서 발품만 팔면 얼마든지 해마다 독감이 유행하기 전에 예방접종을 가까운 곳에서 받을 수 있다.
미국 CDC가 지난 5일 필자에게 전자우편을 통해 보내온 6가지 독감 건강수칙을 소개한다.
독감, 무조건 쉬어라-당신과 타인을 위한 최선의 선택
1. 밀접한 접촉을 피하라.
독감을 앓고 있는 사람과의 밀접한 접촉을 피하라. 만약 당신이 독감에 걸렸다면 타인이 독감에 걸리지 않도록 그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어라.
2. 독감에 걸려 아플 때는 집에서 쉬어라.
독감을 앓고 있다면 가능한 한 직장이나 학교에 가지 않거나 볼일을 보지 않고 집에서 머물러라. 이런 행위는 당신의 질환을 타인에게 전파하지 않도록 막는데 도움이 된다. 직장이나 학교의 책임자는 직원 또는 학생이 독감에 걸렸다고 판단되면 즉각 집으로 보내라.
3. 당신의 입과 코를 가려라.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 당신의 입과 코를 휴지로 가려라. 그러면 당신 주위의 사람들이 독감에 걸리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 독감과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SARS), 백일해, 호흡기융합바이러스증과 같은 다른 중증 호흡기질환은 기침, 재채기 또는 바이러스가 묻은 불결한 손으로 옮는다.
4. 손을 청결하게 하라.
손을 잘 씻는 것이 당신을 독감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한다. 만약 물과 비누를 사용할 수 없다면 알코올계 손 세정제를 사용하라.
5. 눈, 코, 입을 만지지 말라.
바이러스(세균)는 종종 병원체에 오염된 손잡이 따위나 물건을 만지고 난 뒤 다시 자신의 눈, 코, 입을 만질 때 전파된다.
6. 기타 좋은 건강습관을 실천하라.
독감이 유행할 때 집이나 학교, 직장에 누군가가 이를 앓고 있으면 그들이 만질 수 있는 물건이나 기구의 표면을 자주 청결하게 하고 소독하라. 충분히 잠을 자고 신체를 활기 있게 유지하라. 이와 함께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한편 물을 충분히 마시고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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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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