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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판매 부문 분할? 다시 불붙는 '전기 민영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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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전 판매 부문 분할? 다시 불붙는 '전기 민영화' 논란

인수위 관계자 "전력 판매, 경쟁 체제로 전환"…노조 "요금 폭등 우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한국전력의 판매 부문 분할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전기 민영화' 논란이 불붙고 있다. 14일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핵심 관계자는 전날 "전력 산업 비효율을 제거하고 안정적 수급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전력 판매 시장을 경쟁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공사는 크게 전력의 송전, 배전, 서비스(판매)의 세 가지 업무를 수행한다. 송전은 생산된 전력의 보급과 관련된 것이고, 배전은 전력의 기술적 분배 업무와 관련된 것이다. 흔히 '판매'라고 불리는 서비스 부문은 전력의 유통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다. 전기의 거래 가격과 판매량 등을 결정하고 각종 전력 서비스 등을 수행하는 것이다. 실제 소비자에게 돈을 받고 생산된 전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므로 '판매 부문'은 다른 부문 못지않게 중요하다.

현재 전력 판매는 한전이 담당하고 있는데, 이를 분할해 경쟁 체제를 도입한다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전략이었다. 2008년 촛불 정국 이후 '전력 민영화'를 포함한 각종 민영화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그런데 새 정부 인수위가 다시 '전력 민영화'로 의심받을 수 있는 판매 부문 경쟁 체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방안이 실행되면, 이를테면 'SK전력', 'GS전기', '포스코전기' 같은 식으로 민간 기업이 전력 유통 및 판매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민간 전력 판매 회사에 시범적으로 산업용 전기 판매만을 허용한다는 방안이지만, 노조 쪽에서는 '가정용까지 확대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우려하고 있다.

▲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거래소에서 직원들이 전력 수급 현황을 모니터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이날 오전 8시 51분 예비 전력이 순간적으로 350만㎾ 미만으로 하락해 전력 수급 경보 '관심'을 발령했다. 관심 경보 발령은 이번 겨울 들어 4번째다. ⓒ연합뉴스

박근혜 당선인의 대선 공약집 320페이지에 담긴 '신재생에너지 보급 제도 혁신 및 에너지 수요 관리 확대' 항목에는 "전력, 가스 등 독점 구조의 비효율을 제거하고 공정경쟁 체제가 이끄는 건실한 수급 시장 형성"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이와 관련, 인수위 경제2분과 전문위원인 손양훈 인천대 교수의 과거 주장이 눈길을 끌고 있다.

손 교수는 2010년 5월 열린 '전력산업연구회 세미나'에서 "우리나라와 경쟁하고 있는 유수의 국가들 가운데 그 어느 나라도 단일 공기업이 국가 전체의 전력 산업을 완전히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경쟁을 거부하는 나라는 없다"고 민간 기업의 전력 산업 진출을 적극 옹호했었다.

전문가들은 철도의 경우처럼 시설은 국가가 소유하고 운영에 민간이 진출할 경우 이를 넓은 의미의 '민영화'로 본다. '전력 민영화' 역시 마찬가지로, 전기 송전·배전망 등 '네트워크'는 국가가 소유하되 민간 기업이 전기를 구입해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도 '전력 민영화'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국전력노조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거칠게 분석하면 현재 한전의 누적 적자의 주요 원인은 민간 발전의 높은 발전 비용을 한전이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 측은 한전의 적자 문제를 독점의 폐해로 몰아가며, 이를 '판매 부문 경쟁 도입' 등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에 대한 판매 부문만 경쟁 체제를 도입한다고 돼 있는데, 가정용까지 도입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판매 부문에 경쟁이 도입되면, 민간 기업이 이윤 추구를 위해 영업에 적극 나서게 되고 그러면 상대적으로 한전의 적자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발전, 송전, 배전 부문의 민영화까지 거론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결국 한전을 계속 쪼개는 방식을 통해, 민영화가 전력 산업 전 분야에서 단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국가 기간산업인 전기 산업에 대해 국가는 통제 능력을 상실하고 이는 전기 요금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기 산업 자체가 민간 회사의 '블루오션'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말이다.

▲ 혹한으로 전기 사용이 급증해 전력 경보 '관심'이 발령된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인천시 서구 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 대형 굴뚝에서 수증기가 가득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전기 민영화 국가들은 시장 경쟁 철회하는데, 한국은 거꾸로…"

전력노조는 오히려 분할돼 있는 지금의 전력 거래 시스템을 다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전력은 국가 기간 네트워크 사업인데, 판매 분야를 쪼개고 경쟁 체제 도입을 추진하면 오히려 수급 불안과 안전 문제 등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각종 전기 관련 결합 상품이 생기면 전기에 대한 국가의 가격 및 수급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력노조는 14일 성명을 내고 "시장 경쟁을 추진했다가 큰 위기를 겪은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시장 경쟁 정책을 철회하거나 축소하는 한편, 전력 수급과 요금 안정을 위해 강력한 규제 체제로 돌아서고 있다"며 "수급 위기의 주범인 시장 경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정책 방향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력노조는 "(지난 노무현 정부 때) 우여곡절 끝에 민영화 등의 정책은 중단됐지만, 이른바 전력 산업의 시장 경쟁 정책은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분할된 한전의 발전 자회사와 대기업 소유 민자 발전소 그리고 구역전기사업자, 전력 직거래 제도 등 다양한 발전 사업자들이 생겨났고 전력거래소를 통해 사실상 가격 경쟁을 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의 시장 경쟁 정책은 2011년 9월에 발생한 전국적인 순환 정전 사태, 그리고 연중 수시로 발생하는 전력 부족 사태에서 보듯이 사실상 실패로 끝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력노조는 "현재 전력 거래 제도는 대기업 소유 발전소의 이윤 수단으로 전락했고, 구역전기사업자의 잇단 파산으로 국민들의 불편과 피해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대기업 소유 민자 발전소 확대 정책으로 전력 수급 위기만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만약 한전의 판매 부문까지 분할 경쟁 체제를 도입한다면, 수급 불안뿐만 아니라 요금 폭등과 더불어 지역 간 요금 격차 문제, 농촌과 도서 지역에 대한 보편적 서비스 중단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력노조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환경에서 전력 산업의 문제는 단순히 독점이니 경쟁이니 따위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안보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토대"라며 "따라서 지난 10년의 구조 개편을 철저히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 전반을 새롭게 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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