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소속 이정미 의원의 환노위 고용노동소위 '배제'가 논란을 빚고 있다.
상임위원회에서의 의원들의 성실한 의정활동이야말로 국민들이 바라는 바이다. 국회법 제36조는 "상임위원회는 그 소관에 속하는 의안과 청원 등의 심사, 그 밖에 법률에서 정하는 직무를 수행한다"고 국회 상임위원회의 직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정미 의원의 '유일한' 저항
지난 5월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만장일치로 가결시키자는 분위기의 '압박' 속에서 '유일한' 반론을 펼쳤다. 당시의 회의록을 같이 읽어보도록 한다.
◯위원장대리 : 다음은 의사일정 제22항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우리 위원회안으로 채택하고자 합니다. 위원님 여러분, 이의 없으십니까? ('예' 하는 위원 있음)
◯이정미 위원 : 의사진행발언 있습니다.
◯위원장대리 : 이정미 위원님 의사진행발언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정미 위원 : 이 안에 대해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시작되는 법안소위 안에서 애초부터 이것은 저임금노동자들의 문제라고 수차 이야기를 해 왔지만 이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우리 위원회에서 그 문제에 대해서 깊이 천착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반대하는 양대 노총을 기득권 집단으로 치부하면서 여러 가지 압박을 가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이 합의가 이르지 않게 되자 합의를 위한 합의의 방식으로 새벽 1시에 30분 만에 급조돼서 만들어진 법안을 충분한 실증적 검토도 없이 통과시키려 했습니다. 그것도 법안소위 내에서 한 번도 있지 않았던 합의 처리라고 하는 원칙을 깨면서 일방적인 강행 처리가 됐습니다. 거기다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라는 원칙도 허물었고 그리고 산입범위 내에 복리후생비라고 하는 임금 외의 부분들까지 포함시키면서 실제로 여러 임금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원칙을 환노위 스스로가 무너뜨리는 그런 처리가 있었다라고 하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명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여기 계시는 환노위 위원 여러분들이 이 안을 일단 유보시켜 주시고, 어차피 지금 일단 저임금노동자들에 대한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하는 것에 대한 합의는 이루어 낸 만큼 정부의 노사정위원회로 이 안을 넘겨서 이해당사자들의 충분한 합의가 이루어지고 또 이것에 대한 정부 시행규칙 등을 만들고 그리고 입법 보완을 이후에 해 나갈 수 있는 시간이 있는 만큼 그런 방식으로 처리해 주셔서 환노위가 기본적인 노동법의 근간을 흔들지 않는 결정을 해 주시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중략)
◯위원장대리 : 계속 의사일정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의사일정 제22항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우리 위원회안으로 채택하고자 합니다. 의원님 여러분 이의 없으십니까?
◯이정미 위원 : 이의 있습니다.
◯위원장대리 : 이정미 위원께서 이의를 제기해 주셨습니다. 다수 위원님들께서는 이의가 없으신 것이지요? ('예' 하는 위원 있음)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여기 소개한 환노위는 그나마 국회에서 가장 활성화된 상임위 중의 하나에 속한다.
"상임위 소위에 가면 전부 그(전문위원)들의 입만 보는 게 한심하다. (…) 잡화상처럼 마구잡이로 법안만 발의하니 법안에 대한 소명의식이 희박하고 상임위나 본회의에 대해 관심이 없다. (<의원 보좌관 "폐기된 법안 주워먹기, 법 이름만 바꿔 재탕">, 중앙선데이, 2018. 7.14)" 국회의원들을 직접 보좌하는 보좌관들의 생생한 증언들이다.
물론 의원들도 할 말은 있다. 이미 국회법에 국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가 명문화돼 있어 상임위의 확고한 룰로 정형화됐기 때문에 의원들이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상임위가 한번 열리면 수십 건, 심지어 어떤 때는 200~300건에 이르는 법안을 무더기로 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도저히 시간상 물리적으로 촉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전문위원 검토보고 문제는 '일하는 국회'로서 정상적인 국회 운영을 위해 근본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 또 결코 자랑스럽지 않은 법안발의 세계 1위의 현상은 반드시 바로잡혀야 한다. 지금처럼 법안발의가 남발돼서는 안 되며, 교섭단체별로 소속 의원들이 사전에 법안을 공동으로 논의해 법안을 최소화, 정예화해야만 한다.
노회찬 의원의 '마지막' 변론
앞의 환노위 회의에 이어 사흘 뒤인 5월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고(故) 노회찬 의원은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마지막 변론을 펼쳤다. 다음은 당시 국회 법사위 회의록이다.
◯노회찬 위원 : 지금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해서 대단히 심각한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2소위로 넘겨서 계류시켜 줄 것을 당부드립니다. 일단 이 법이 최저임금법의 목적과 취지에 위배되고 있다, 실질적으로 최저임금 인하를 만들어 내는 법입니다. 소고기를 값싸게 공급하겠다고 공약을 해 놓고 결국에는 소에다 물을 먹여 가지고 중량을 대폭 늘린 다음에 그 물 먹인 소고기를 공급하는 것하고 뭐가 다릅니까? 최저임금위에서 노사 합의로 할 수 있는 논의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건너뛴 채 봉쇄한 채 국회에서 다수의 힘으로 이걸 밀어붙이는 것은 큰 재앙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중략)
노회찬·이정미 의원, 두 의원은 국민들에게 국회의 상임위원회가 지녀야 할 최소한의 모습을 보여주던 의원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 중 한 분은 이미 이 세상을 떠나갔고, 다른 한 의원은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됐다.
이제 어디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왜 우리의 국회는 앞으로 나아갈 줄 모르고 굳이 거꾸로 퇴보만 하려고 하는 것인가? 고 노회찬 의원의 마지막 변론처럼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큰 재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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